https://hygall.com/611837395
view 616
2024.11.20 01:41
모종의 일로 코너까지 몰렸던 송태섭이 일방적으로 정대만한테 이별통보를 한 후에 모든 연락을 끊어버렸음. 북산 쪽 사람들이랑도 다 연락 끊어버리면서 n년을 살다가 어떻게 주소를 알아낸 건지 정대만이 보낸 청첩장이 태섭이 집으로 배달이 옴. 몇 달 전에 달재와 연락이 된 것 때문이었나 싶어서 한숨이 나왔지만 그래도 결혼한다고 하니까, 좋은 일이니까 가야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음.

그치만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한 주제에 정대만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여서 청첩장을 받은 날부터 결혼 전날까지 셀 수 없이 화장실로 뛰어가 구역질을 해서 얼굴이 말이 아닌 태섭이었음. 어쩔 수 없이 선글라스를 끼고 최대한 괜찮은 척 하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북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지. 돌아왔으면서 연락도 안했냐는 말에 미안하다고, 이제 자주 만날 수 있으니까 언제든 연락하라면서 멀쩡한 사람인 척 연기하던 태섭이는 생각보다 큰 체력소모에 잠시 자리를 비웠음.

사람이 없는 구석진 곳에서 선글라스를 벗고 숨을 들이키고 내쉬었는데 갑자기 발소리가 들리면서 가장 보고싶지 않았던 사람, 정대만이 나타났음. 자신을 가려줄 선글라스마저 벗은 상태에서 태섭이의 눈은 잔뜩 흔들렸고 그걸 대만이가 모를리가 없었음.

송태섭.

마치 구속하는 것 같은 부름에 어깨를 크게 떨다가 저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하고 지나치려는 태섭이를 억센 손길이 붙잡았겠지.

또 도망가려고?
그런 게 아니라, 선배 찾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딴 게 무슨 소용인데.
선배, 이거 선배 결혼식이에요. 지금 여기서 나랑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태섭아,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네가 지금 내 앞에 있는데 내 결혼이 뭐가 중요한데.
....지금 제정신이에요?
네가 내 앞에 스스로 온 만큼 제정신이어야지.

순간 오싹한 기분에 태섭이가 저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나도 대만이가 두 걸음 다가오면서 둘의 얼굴은 코 앞까지 가까워졌음. 피해야되는데. 도망쳐야되는데. 몇 년 만에 더 근사해진 정대만의 얼굴은 그 모든 결심을 흐물거리게 만들어서 발이 땅에 붙은 듯, 고개가 그대로 굳어버린 듯 전부 정대만에게 고정이 되어있었음. 그 모습을 보고 희미하게 웃던 대만이는 태섭이의 피어싱을, 본인이 선물했던 피어싱을 만지며 말했음.

너 잡으려고 결혼식 올린 거라면 믿을래?

넌 분명히 내 결혼식은 올 것 같았거든.

그럼 그 때를 노려야겠다. 그렇게 생각했어.

태섭아.

다시는 도망 갈 생각도 못 들게 해줄게.

예정된 결혼식이 20분이 지나도 시작되질 않자 하객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음. 직원들은 바쁘게 뛰어다니며 신랑을 찾았지만 신랑의 털 끝 하나도 보이지 않았음. 시간이 늦어질 수록 신부는 사색이 되어갔지만 여전히 신랑은 나타나지 않았음. 신랑 뿐만이 아니라 신랑 쪽 하객 1명도 같이 사라졌지만 그 하객이 사라진 건 중요한 일이 아니었음. 턱시도를 입은 남자가 선글라스 낀 남자를 데리고 어딘가 떠나버린 걸 본 사람은 우연히도 딱 1명 뿐이었으나 그 사람은 다른 결혼식을 보러 온 거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지.







송태섭 잡으려고 마음에도 없는 결혼까지 해서 손에 쥐는 정대만이 보고싶었음....

슬램덩크 슬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