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일본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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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2 02:13
ㄹㄴㅇㅁ ㅈㅇ
그냥 정처없이 돌아다니던 길이었다.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아서, 그대로 숨이 턱턱 막히는 침대속에 묻혀있다 가라앉아 죽을까봐, 그렇게 박차고 나온길이었다.
탁 트인 대로를 달리다 정처없이 어둑한 골목길까지,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누비고 다니던 메구로는 갑작스레 차 앞으로 뛰어든 무언가에 놀라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급제동의 충격으로 몸이 한껏 앞으로 쏠렸다 젖혀졌다. 절로 험악하게 찌푸려진 얼굴을 들어 정면을 보자 그곳에는 하얀 무언가가 덩그러니 서있었다.
“…”
“…”
소년이었다. 덜자란 키에 볼품없이 마른 소년, 하얀 교복셔츠위로 말라붙은 핏자국에, 헤드라이트에 비춰져 새하얗게 질린얼굴 위로 피딱지가 앉은 소년.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것처럼, 메구로와 소년은 그렇게 대치하고 있었다.
“저 미꾸라지 같은새끼 잡아!!!!!!”
“망할 애새끼 하나를 못잡아서 이지랄이야?!!”
마법은 한순간에 깨졌다. 가라앉은 눈으로 메구로를 보던 소년은 골목 저쪽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경기라도 일으킬듯 놀라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더니 이내 초조하게 운전석에 앉아있는 메구로와 반대편 골목을 번갈아보았다. 메구로는 그제서야 소년이 눈에 띄게 떨고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고보니 이미 계절은 쌀쌀한 가을인데, 소년은 아직도 반팔의 하복셔츠 차림이었다.
소년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도망칠곳을 찾는듯 정신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이내 다시 메구로를 보았다. 그리고 그 큰 눈에 힘을 잔뜩 준채 성큼성큼 돌아와 대담하게 조수석 문을 열어 올라타더니, 거칠게 다시 닫고는 도어락까지 야무지게 걸어 잠궜다.
메구로는 핸들에 손을 얹은채 그런 소년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소년은 고개를 푹 숙인채로 가쁜숨을 몰아쉬었지만 잔뜩 치켜올라간 어깨와 뻣뻣한 마른팔, 거칠게 말아쥔 두 주먹이 소년의 패닉상태를 여과없이 드러내었다. 간헐적으로 떨리는 주먹안으로 교복자락이 한껏 구겨져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세명의 덩치들이 소년이 튀어나왔던 골목에서 뛰쳐나와 다짜고짜 메구로의 차 보닛을 내리쳤다. 이새낀 또 뭐야? 어이! 얘 알아? 뭐하는 새끼야 이거? 야~ 이거 비싼찬데 왠 쓰레기를 태웠어~ 거 존말할때 얼라 놓고 가쇼. 걔 애비가 진 빚이 얼만줄알아? 이런 고오급차 한 대 가지곤 비비지도 못해~ 괜히 오지랖 부리다 다치지 말고 걍 애새끼 넘기고 가던길 가시라고~! 문 열어. 안 열어?!
메구로는 말없이 소년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정면을 응시하였다. 이내 기가 차다는듯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올리더니, 그대로 악셀을 밟아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덩치들이 당황할 틈조차 주지않은채 쏜살같이 골목을 빠져나갔다. 와중에 차옆구리에 따라붙은 덩치하나를 친것 같기도 했다.
어얼씨구?!! 야!! 야이 미친새끼야!!! 차츰 멀어지는 덩치들의 괴성에 잔뜩 굳어있던 소년은 그제서야 파르르떨리던 눈꺼풀을 내려감았다.
한동안 그렇게 숨막히게 달린듯하다. 가파르게 떨리던 소년의 숨소리도 어느덧 조용해졌다. 혹시 잠들었나 해서 흘긋 넘겨다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흐린 초점으로 그저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그 덩치들의 짓인지 눈가가 찢어져 흐른 핏줄기대로 마른피가 덕지덕지 굳어있다. 울긋불긋한 볼도 퉁퉁 부어있고 입가도 터져있는듯했다. 죄다 터진 얼굴을 하고 넋을 잃은 소년을 쓱 훑어본 메구로가 입을 열었다.
“어디가는지 궁금하지도 않은가봐.”
“…”
“…너무 안심하고 있는거 아닌가.”
그제서야 소년이 메구로를 알아차리고 돌아보았다. 메구로는 여유있게 한 팔을 괸채 한 손으로 핸들을 조작하며 말을 이었다.
“뭘 믿고 올라탄거야?”
“…”
“내가 그 덩치들 보다 더 무서운 인간이면 어쩌려고.”
“…”
내가 살인마라서 이대로 널 끌고 어디 지하실로 들어가 널 토막내 죽이기라도 하면? 정신이상자라 널 산채로 트렁크에 가둬넣고 강에 던져버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세상 무던한 얼굴로 흉흉한 소리를 내뱉는 메구로를 말없이 보던 소년의 표정 또한 덤덤했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보여서 같은현실에 존재하는것이 맞나 싶을정도였다. 그렇게 소년은 메구로를 묵묵히 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여전히 텅빈 눈을 한채로 말했다.
“...그게 제 운명인가 보죠.”
“…”
“그렇게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가라고 태어났나보죠.”
그래도 어느 사창가에서 구르며 짐승만도 못하게 연명하는것 보단 차라리 그쪽이 더 나을것 같네요.
소년은 담담하게도 메구로 못지 않게 흉흉한 대답을 내놓았지만, 그 말은 비어있지 않았다.
때마침 걸린 신호에 메구로는 고개를 돌려 소년을 보았다. 검붉은 핏자국이 얼룩진 하복와이셔츠 위로 소년이 다니는듯한 학교의 교표와 명찰이 박혀있었다.
‘미치에다’
그렇게 둘은 얽혔다.
메메밋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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