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9288712
view 763
2024.10.25 22:23
아얏- 소리만 나면 어디 봐봐!! 하면서 우당탕탕 자기가 더 시끄럽게 다가와서 보면 손가락 쪼끔 데인 거임. 그런데 화상이라도 당한 것 마냥 너는 쪼끄만게 왜 조심을 안하냐고 잔소리하면서 약 발라주고 밴드 붙여주고 난리가 남. 태섭이는 머쓱하고 왠지 부끄러워서 뭐하러 이렇게까지 해요... 하고 손가락 슥 빼려고 해도 대만이가 어허, 하면서 태섭이 손목 단단하게 붙잡더니 다친 손가락에 뽀뽀까지 해줌. 이런 간지러운 스킨쉽에는 아직도 면역 없는 송떤남자라 귀가 시뻘개지는데 대만이는 진지한 얼굴로 다치지마. 너 다치면 나 엄청 속상해. 이래서 이제는 얼굴도 뻘개지는 태섭이임. 알겠, 알았으니까 좀 놔봐요.... 고개도 못 들고 잡힌 손목 빼려고 하는데 그대로 끌어안겨서 대만이 품에 있어야했음. 송태섭아, 다치지마. 알겠지. 형아 심장 떨어져. 나 살짝 데이기만 했는데요. 그래도 다치지마. 대만이 목소리가 어째 좀 가라앉아서 태섭이 암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겠지. 태섭이 다칠 때마다 유난+걱정하는 정떤남자 때문에 가벼운 상처 같은 건 일부러 말 안했는데 들키면 진심 난리날듯... 그만큼 태섭이 상처에 예민한 대만이었음.

근데 헤어지면 이런 것도 없는 거잖아....... 대만이랑 헤어지고 일부러 대만이 생각 안하려고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가 종이에 베여서 피가 방울방울 맺히는데 태섭이 그거 멍하게 보다가 아파... 하지만 언제나처럼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안 남. 어디가 아픈데?! 라며 온 집을 울릴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야하는데 조용하기만 함. 아프다니까.... 다시 한 번 말해봐도 여전히 고요했음. 그게 너무 화가 나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폰을 들고 번호를 빠르게 눌렀음. 하지만 신호음만 갈 뿐 상대방은 받지 않았지. 입술을 짓씹으며 다시 전화를 하고, 안 받으면 또 하고, 그걸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음.

- 여보세요.
“나 다쳤어요.”
- ...태섭아?
“종이에 베였는데 너무 아파요. 선배가 나 아프면 안된다고 했잖아요.”
- 너 울어?

태섭이는 자기가 우는 줄도 몰랐음. 눈앞에 흐릿한 것 같기도 했는데 그건 문제가 아니였음. 지금 손이 베여서 피가 나는데 정대만이 없는 상황이 너무 싫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지.

“나 아프면 선배가 다 치료해줬잖아. 선배가 버릇 더럽게 들여놔서 다치면 아무것도 못하고 선배만 기다리게 만들었잖아. 근데 왜 지금은 안해주는데? 나 다쳤다고, 정대만.”
- 너 어딘데.
“니가 뭔데 날 이렇게 만들어놨는데....”
- 집이야? 지금 갈테니까 기다려.

전화가 끊기고 태섭인 다시 걸지도 않고 여전히 흐르고 있는 눈물도 그대로 둔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기만 했음. 대만이가 알아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태섭이 손을 잡고 태섭아, 부를 때까지 계속 그렇게. 조심스러운 대만이 손이 태섭이 볼을 감싸서 돌아보게 할 때까지. 아무런 감정 없는 표정으로 울고 있는 태섭이의 얼굴은 대만이 마음을 아프게 건드렸음. 이런 얼굴은 보고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태섭이를 안아주었음. 순순히 따라오던 작은 몸이 곧 대만이 옷자락을 작게 쥐자 대만이는 더 꽉 안아주면서 미안하다고 하겠지. 그 말에 셔츠가 축축히 젖어들었고 내가 늦었어. 미안해. 이제 안 갈게, 태섭아. 하는 대만이 목소리에도 살짝 물기가 어림. 둘이 그렇게 부둥켜 안고 울다가 재결합했으면.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