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3889598
view 1862
2024.09.07 20:32
2988d31f44292696bf9aecd1ef4b747e.jpg

영화보다 얘네가 더 재밌을거같아

주말저녁에 심심해서 여름막차로 개봉한 공포영화 혼자보러감 팝콘콜라 1인세트 들고 자리에 앉아서 광고나 보고있는데 옆자리에 곱슬머리 남자애 한명이랑 키가 큰 남자애가 앉음 둘이 소곤거리면서 얘기하는데 바로 옆자리라서 대화 다 들림


형 왜 이걸로 예매했어요

이게 예매율 1위였단말이야 공포인줄 몰랐지

포스터만 봐도 알겠는데

불만이냐? 아님 쫄?

누가 쫄았다고! 선배나 무섭다고 울면서 뛰쳐나가지 마요

이게 진짜!


형이라고 불린 남자애가 순간 큰 목소리로 대화해서 작은 쪽이 그 애 입 틀어막고 쉬잇-!하고 주변 둘러보다가 나랑 눈마주침 서로 어색하게 죄송합니다/괜찮아요 꾸벅 인사하고 둘이 조용히 와삭와삭 팝콘 먹기 시작함 슬쩍 보면 영화 시작전인데 둘이 L사이즈 팝콘 절반이상 먹은 상태임


야 이거 완전 카라멜 범벅 팝콘이다 이거 먹어

감사

악!

왜, 뭐야, 뭐예요

겁나 딱딱한 알갱이 씹었어 어금니 나가는줄

조심해요 그것까지 나가면 형 진짜 죽만 먹고 살아야해

득츠르...

응응 이 악물지 말고 이거나 먹어요



투닥거리면서 잘 노네 싶은 대화를 옆에서 주워듣다가 불 꺼지고 영화가 시작됨 사실 영화 자체는 클리셰의 나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하고 지루했음 대충 이 쯤에서 튀어나오겠구나 예상갈 정도인데 옆의 학생들은 아닌가봄 감독이 여기서 놀래라! 무서워해라! 하고 의도한 장면마다 둘 다 착실하게 반응하고 있어서 이 둘을 보는게 더 재밌음

처음에는 둘이 놀라는게 쪽팔린지 잠깐 파드득 떨었다가도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둘이 어깨를 붙이고 손도 잡았다가 막판에는 의지할 곳이 서로밖에 없다는 듯이 끌어안고 음소거로 (허억...!!!!!!!) (히야아악!!!!!!) 소리지르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다가 키 큰 쪽이 못참고 와아아악!!!!!!!!!!!! 크게 소리지르면 작은 쪽도 입 벌리고 있으면서 큰쪽 입 막아줌ㅋㅋㅋㅋㅋㅋ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 다 주섬주섬 나갈 준비하는데 둘은 넋 나간채로 흐와아아아....하면서 아직도 서로 끌어안고 있음 그러다 큰쪽이 어우...야 빨리 나가자 화장실 갈래 하고 일어나면 그 말에 웃겨서 긴장풀렸는지 작은쪽이 여기서 안지린건 칭찬해줄게요 ㅋㅋㅋㅋ 하고 놀림 큰쪽이 얼굴 빨개져서 너도 무서웠잖아! 센 척하지마! 하고 또 투닥거리면서 나감 당연히 나가는 길이 겹치니까 본의아니게 대화가 계속 들리는데


야 오늘 너희 집에서 자면 안되냐

형 집 가기로 했잖아요. 그.....부모님 안 계신다고....
(왜 작은 쪽 얼굴이 붉어지는지 모르겠음ㅎ)

아니......집에 사람이 많아야 잘 때 덜 무섭잖아...

(존나 한심하게 쳐다봄)

너...! 너도 귀신 무섭잖아! 너랑 있어도 안심이 안된다고!!

말 다했어요?! 내가 귀신 이빨 털어주면 될거아냐!!

이빨 얘기 그만하라고!!!



둘이 또 왁왁 싸우다가 갑자기 큰 쪽이 좋은 생각이 났는지 아! 하고 그냥 자기 집에서 자자고 함 작은 쪽이 왜 갑자기 마음이 바꼈냐고 물어보니까 큰 애가 씨익 웃더니 소곤소곤 귓속말하는데 작은 쪽이 그거 듣더니 귀 끝이 아주 새빨개져서 차고있던 빨간색 피어싱 색깔이 됨 그러더니 서로 미쳤어요?! / 좋으면서 그런다~ㅋㅋㅋㅋ 하면서 저 멀리 가버림

그리고 원래 목소리가 큰 편인지 귓속말도 들어버린 나만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 서있었겠지


야한 짓하면 귀신이 안 온대




슬램덩크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