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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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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차지독으로 오감이 무뎌진 이연화로
적비성 방다병이 이연화 감각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거 보고싶다


어느날은 이연화 이연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다른 것에 집중이 팔린건지 아니면 또 저를 무시하는 건지 싶어서 척척 다가간 방다병이 연화 어깨를 툭 치는데, 그 손짓에 흠칫 놀라서 찻잔을 떨어트리는 이연화를 보고선 그제야 귀가 잘 들리지 않는구나.. 깨닫겠지

또 어느날은 시장 갔다온다더니 한참이 지나도 안돌아와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두사람인데 해가 뉘엿해 질 무렵 이연화가 어디서 거하게 굴렀는지 흙투성이에 여기저기 상처난 모습으로 나타나겠지. 또 뭔 사고를 친거냐 추궁하니까 태연한 얼굴로 그냥 좀 넘어졌어, 하고 별 것 아니라는 듯 손사레를 친 이연화가 척척 걸어가다가 저 앞에서 푹 하고 거꾸러짐. 그 모양을 본 적비성이랑 방다병이 심장이 똑 떨어져서 부리나케 다가가겠지. 방다병은 반쯤 걱정되고 반쯤 화가나서 이연화 제대로 얘길 해!! 하고 타박했고 적비성은 무표정하게 그런 이연화를 살폈어. 방다병에게 부축받아 걸음을 옮기는 이연화의 왼쪽 발목이 평소와 달리 부어있었음

그건 뭐냐.

적비성이 한달음에 거리를 좁히고 이연화의 발목을 향해 손을 뻗었음. 옷자락을 걷어보니 발목을 접질린건지 퉁퉁 부은 다리가 보였어. 어디 대차게 부딪히기라도 한 것 처럼 흰 옷에 점점이 피가 묻어났음. 제 다리를 내려다본 이연화가 저도 놀랐는지 아.. 하는 소리를 냈어. 

...괜찮아 별로 아프지도 않은걸.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아프지 않을리가 없었어. 방다병은 아까부터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 같았음. 두사람이 별일 아닌 일로 야단을 떤다는 듯, 손을 물리고 혼자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주저앉는 이연화를 말없이 바라보며 온몸에 소름이 내달리는 걸 느꼈어.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적비성과 눈을 마주쳤음. 두 사람은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지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단걸 알 수 있었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 불길한 침묵이 번지며 방다병은 문득 모래시계 속의 모래가 빠르게 쏟아져내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느꼈음



그렇게 조금씩 오감이 무뎌져 가는 이연화 보고싶다
온몸의 감각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았어. 어느날은 조금 무디고 어느날은 아프도록 선명하게 찾아왔음 그래서 그걸 알아차리는 것도 한참이 지난 후가 될 수 밖에 없었어. 촛불이 닳아 깜빡이듯 오늘은 시각이, 내일은 촉각이...청각이.. 약해졌다 다시 돌아오길 반복했음. 이연화는 이제 제법 익숙해져서 놀라지도 않을 거 같다. 이연화가 종종 물건을 떨어트리고 뜨거운 물에 손을 데이고 마차에 치일뻔 할 때마다 다른 두사람이 말없이 깨진 접시를 치우고, 다친 손에 붕대를 감아주고, 갑자기 튀어나온 마차꾼을 죽일 듯이 노려봤음. 그리고 마음을 졸이고 화를 내고 조심하라 이르곤 했어. 그 때마다 맥없이 그래그래 하고 대꾸하는 얄미운 사람의 뒷통수가 못미더워서 죽을 것 같았음 


어디가 얼마만큼 감각이 남았는지 확인하려고 둘이 매일 번갈아가면서 이연화 전신을 아주 약한 내력을 담아 어루만졌음 좋겠다. 그냥 맨손으로 닿는 것 보다 이 편이 더 효과적으로 감각을 일깨울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연화 본인보다도 두 사람이 더 이연화의 몸 어디가 둔하고 어디가 민감한지, 어제는 무디던 부위가 오늘은 깜짝 놀랄만큼 예민하게 감각을 받아들인다든지 하는 걸 잘 파악하고 있겠지

..이거 안하면 안돼?

오늘도 영 내키지 않는 눈빛을 흘리는 이연화를 적비성이 단호한 침묵으로 무시했음. 머리부터 발끝까지 은근하게 내력을 불어넣으며 느리게 어루만지는 손길을 부르르 떨면서 느끼는 이연화여라. 눈 감으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아서 천장 한쪽 모서리에 시선을 고정하고 침착해지려고 했지만 적비성의 손이 몸을 스칠 때마다 몸이 부르르 떨리는 걸 제어할 수 없었어. 하지만 그게 이 ... 치료의 목적이었지. 감각을 느끼는 것. 전신의 감각을 곤두세우고 커다란 손이 주는 감각에 집중해야 하는 게 맞다는 걸 알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어. 

이연화가 눈을 굴리며 딴 생각을 한다는 걸 느끼자 적비성이 집중해, 하고 질책했음. 불행히도 적비성의 입은 이연화의 귓가에 너무 가까웠고 나지막한 목소리는 마치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 같았지. 온몸이 얼음을 부은 듯 차갑게 타올랐다가 뜨거운 불길이 솟구치길 반복했어. 입을 열면 무언가 자신같지 않은 소리가 흘러나올까봐 이연화는 입을 꾹 닫고 있으려고 안간힘을 썼음. 그런 그를 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적비성이 손길을 옮길 때마다 여기는 어떤가 자꾸 물어봤음 좋겠다..

안 아파. 잘 모르겠어. 따뜻한가..? 이런 대답만 짧게 내뱉는 이연화인데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살짝 상기된 뺨과 동그란 귓바퀴만 보이는채로 대답해도 적비성은 성의있게 들어주고 또 꿋꿋하게 되묻겠지. 그렇게 전신의 감각을 확인하고 일깨우는 작업이 끝나면 왠지 모르게 녹초가 된 몸을 적비성이 가만히 추슬러 옷매무새를 정리해주고 이불 속에 폭 싸매놨음 좋겠다. 

오늘은 내력 치료 안해?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반쯤 뜨고있던 이연화가 웅얼거리며 묻겠지. 원래 손으로 전신의 감각을 확인하고 나서는 좌선한 상태로 내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한번 더 했었음. 

지금은 손발 끝이 모두 따뜻하고 내력이 고르게 흐르고 있다.
굳이 비풍백양으로 양기를 북돋을 필욘 없겠지. 졸린 거 같으니 입 다물고 자라.

여전히 걱정을 해주는 건지 귀찮은건지 모를 무뚝뚝한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의 깊이를 이연화가 모를리 없었어. 이연화는 긴말 하지 않고 그저 응.. 하고 수마로 무거운 눈꺼풀을 깜빡이며 겨우 대답했어. 그리고 벌써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멀어지려는 적비성의 손끝을 톡 건드렸어.


고마워


그는 곧 쏟아지는 잠에 빠져들었음. 이어진 나른한 고요함 속에서 누군가 움직이더니 따뜻한 손이 이마를 살짝 건드리는 것 같았기도 했어. 

잘자라 이연화










암튼 그렇게 이연화 감각 되살린다고 매일밤 번갈아서 침상에 들락날락하다가 연화가 몰랐던 감각도 일깨워버리는 그런거....보고싶다.......


연화루 비성연화 다병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