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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4 20:38
오늘은 여기서 갈라지자면서 태섭이가 먼저 돌아서는 거 보고 대만이도 안 붙잡고 반대 방향으로 가겠지. 연락 와도 절대 안 받을 거라고 다짐했지만 눈은 자꾸 핸드폰으로 가버려서 차라리 취하자 싶은 대만이었음.

근처에 포장마차 들어가서 소주 하나 국수 하나요. 하고 앉으면 소주가 먼저 나오는데 나오자마자 뚜껑 따서 잔에 따르고 원샷하겠지. 아까 싸운 여파로 속에 불 나는 것 같아서 내리 마시느라 국수가 나오기도 전에 한병 클리어하고 국수 나올 때 소주 한병 더 달라고 함. 모락모락 김이 나는 국수가 나왔지만 거들떠도 안 보고 이모가 소주 갖고오자마자 술만 들이키다가 두병째도 전부 비우고서야 숟가락으로 국물 한 번 떠먹음. 근데 문득 태섭이도 국수 좋아하는데.... 중얼거리는 대만이였음.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한박자 늦게 깨달은 순간 이마 짚겠지. 그 건방진 놈이 뭐가 이쁘다고.... 또 혼자 중얼거리면서 원샷하고 면 뒤적거리다가 젓가락 내려놓고 그릇째로 국물에나 입댐. 소주 하나 더 시키려다가 두병을 마셔도 여전히 또렷한 정신에 그만 두고 집에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싶음. (대태 동거 안 함) 테이블에 지폐 몇장 올려두고 나가는데 발걸음이 무거움. 어차피 아무도 없을 집에 가려고 하니까 내키지가 않겠지. 오늘 자고가라고 말하려 했는데... 우리 진짜 오랜만에 만난건데.... 우울하게 중얼거리다가 또 싸운 거 생각나서 아 됐어!! 하고 어떻게든 집 앞으로 가겠지.

터덜터덜 집으로 가는데 집 앞에 웬 둥그런 형체?가 있는 거임. 뭐야 저거..... 약간 쫄아서 다가가는데 가까워질수록 걸음이 빨라지면서 끝엔 거의 뛰듯이 그 형체 앞에 섰음.

송태섭.

그 말에 고개가 들리더니 얘도 술 마셨는지 약간 붉은 얼굴이 빼꼼 나타남.

왜 이제 와요....
언제 왔어.
몰라... 30분? 1시간?
일어나.
선배....
왜.
나 쫓아내지마....

그 말이 왜 그렇게 꽂히던지. 대만이는 얼굴을 구기며 안 쫓아낸다고 하고 본인이 태섭이 잡아서 일으키는데 오래 쭈그려 앉아있었는지 제대로 서질 못하길래 자기한테 기대게 하는데 더 푹 안겨오더니 미안해요.... 하고 작게 얘기하는 태섭이 때문에 결국 화 다 풀리고 꽉 안아주면서 나도 미안. 그니까 자고가라. 하는데 그 소리에 태섭이 흐흐 웃더니 네에... 하면 그대로 들고 들어가서 찐한 화해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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