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5742714
view 902
2024.06.02 03:15
https://hygall.com/595624263





저날 성구 학교 도착할때까지 동오한테 계속 어색하게 굴었겠지.
저녁시간이라 길이 좀 막혔는데 아침부터 타교까지 가서 시합 하고, 다쳐서 바짝 쫄았다가 진료 보고 나니 긴장이 풀어진 동오는 택시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 그리고 그제서야 스윽 잠든 동오 얼굴 쳐다보는 성구였겠지.
3년동안 얘랑 함께 지지고 볶고 학교생활을 했는데...이렇게 까지 최동오를 못 쳐다볼 일인가 싶었지만 분명 자고 있는 걸 아는데도 혹시라도 깨서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계속 힐끔거리며 보는 중이라서...성구는 대체 이 상황이 어찌 된 건지 머리가 너무 복잡했을거야.



다음날 아침훈련으로 운동장 열맞춰 뛰는데 주장 명헌이는 선두에, 부주장인 성구는 농구부 애들 맨 뒤에서 뜀. 동오는 발목염좌 나을 때까지 열외라 운동장에 안 나왔는데 정성구 와중에도 계속 어제부터 시작된 최동오에 대한 깊생 자동으로 하게 돼서 애써 딴생각 하려고 외면중임...

근데 그게 맘대로 되겠냐고. 얘 고작 고딩이란말임;;





동오는 발목을 심하게 다친 건 아니고 단순히 인대 늘어남, 염좌 정도인데 그래도 당분간은 몸 안 굳게 스트래칭 꾸준히 하며 슛연습 정도만 하기로 했겠지. 윈터컵 문제 없이 뛰려면 차라리 지금 무리 안 하고 잘 회복하는 게 나으니까.

성구 애들이랑 훈련 하다가도 한쪽 구석에서 슛 연습하는 동오 한 번씩 보게 되는데, 공이 손끝에서 떠나고도 자세 유지하고 있는 최동오 길쭉한 팔 보고 있자니 자꾸 저 멍든 게 신경쓰임...엄청나게 신경쓰임...체육관에서도 신경 쓰였고 샤워실에서도 신경 쓰였고 석식 먹으러 왔는데도 신경쓰임...
하루종일 다리 덜덜 떨며 최동오 팔만 보고있던 정성구, 결국 석식 먹고 방에서 쉬던 애 불러냈음.



왜 할말 있어? 뭔데, 빨리 해,
저녁 배부르게 먹고 늘어져있다 불려나온 동오는 현철이가 녹화해둔 느바 경기 비디오 보기로 했다며 재촉하는데 성구가 불러내놓고 말을 안해서 답답한거지.
웃으면서 얘기하던 동오 점점 짜증이 나려던 참에..성구가 내민 건 작은 연고 하나.

그거 성구 아버지가 유럽 출장 다녀오면서 사다주신 멍연고인데 운동하는 아들 여기저기 부딪치고 다치는 곳 많으니 비싸게 주고 사온 성능 좋은 연고임.
이거 성구가 되게 아껴 쓰던 건데...동오 갸웃하면서 '이거 왜?' 하고 묻는데 성구 동오 팔에 슥 눈짓하는거지.
?? 발목도 아니고 뜬금 없이 팔..? 자기 팔 내려다 본 최동오 진짜 이해 안되는 표정임. 근데 최동오 쓸데없이 쾌남같은 면이 있어서 뭔 연고냐, 끈적거리고 귀찮다, 됐다, 걍 두면 사라진다. 이러고 있음...

한 명은 가져가서 발라라, 한 명은 싫다 귀찮다 한참을 실랑이 하다가 결국 성구가 힘으로 동오 붙잡아 벤치에 앉혀놓고 그 자리에서 발라주겠지.
성구 손 솥뚜껑만한데도 섬세한 면이 있어서 멍든 부분에 꼼꼼히 마사지하듯 펴발라줄듯..
연고 바른 부분이 화하게 시원해지니까 동오 싫다할 땐 언제고 역시 유럽산이 좋긴 좋다고 감탄하면서 '야 근데 넌 해줄거면 차라리 발목에 해주지.' 이런소리도 함ㅋ
아오 최동오 너 멍연고 안 발라 봤냐 이거 좀 지나서 멍 노래졌을 때 바르는 거야 멍청아.




"...미안하다."
"응? 뭐가?"
"...뭐겠어."
"......"




동오 진짜로 그날 싸운 거 다 잊어버린 뒤라 성구 말 못 알아들음. 한참 생각하다가 '설마 너 이거 말하는거야?' 하면서 연고 발라서 시원해진 자기 팔 들어서 흔들듯.
그러면서 성구 쳐다 봤는데 반대쪽 팔에도 꼼꼼히 연고 발라주는 얼굴이 ㄹㅇ 미안해서 주눅 든 느낌이라;; 최동오는 진짜 이게 이럴 일인가 싶고 당황스러움.

넌 뭘 그런 걸 신경쓰고 그러냐, 어차피 우리 둘이 장난치다 과해져서 쌈난건데;; 그리고 이거 쌍방과실이다, 네가 그렇게 미안해하면 내가 뭐가 되냐 나도 너 때렸는데..
동오 당황해서 와다다 쏟아내면서 말하는데 정성구 걍 듣는 둥 마는 둥 최동오 팔에 연고 마사지 하는거에 더 집중하고 있고 한참 동오 하는 말에 묵묵히 답 안하고 있다가 입 여는거야.




"그거랑 이게 같냐."
"에? 그럼 뭐가 다른데?"
"야 네 주먹은 존나 솜방망이라 아무 느낌도 안 나."
"뭐라고 이새꺄?"




......그렇게 또 싸움.
이게 듣자듣자 하니까 너 말을 기분 나쁘게 한다, 별게 다 기분이 나쁘냐 걍 사실적시다, 야이시발놈아, 너 욕좀 하지마라!, 내가 뭐 평소에도 욕하냐 너같음 지금 욕이 안나옴?!??!!
한놈이 다른 한놈 팔 붙들고 연고 발라주면서 입으로는 개같이 말싸움 하고 있는 꼴이 썩 웃기겠지.




"야 최동오 그런 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냐. 너 자꾸 사람 긁는다?"
"아니...진짜로...! 하...."
"그게 아님 뭔데 그럼!"
"아이씨......내가 후회돼서 그런다!"
"뭐?"




내가 너 때린 거 후회돼서 그런다고..
나 때문에 네 팔 얼룩덜룩 멍든 거 보는데 나 스스로 너무 멍청하고 한심해서 후회했다고. 너랑 나랑 덩치가 다른데...내가 네 몸에 상처낸 거...싫다고...

뭐야...? 정성구 얘 진짜 왜 이래...
어딘지 묘해진 분위기에 동오 이상함을 감지하긴 하는데 그래도 눈새라 걍 얘가 진심으로 미안해서 이러는거구나...성구녀석 은근히 맘이 여리네...나도 괜히 미안해지는데..?ㅠ 이러고 맘. 큼큼 하고서 성구한테 자기도 때려서 미안하다고 사과나 할 듯. 성구는 그런 최동오 보는데 묘하게 짜증나고~
근데 정성구 그날 이후로 계속 자기 전에 동오 방에 와서 팔에 연고 바르고 자라고 주고 가고 동오 다친 발목 엄청 신경 쓰는 게 보일 정도인거야. 눈새인 최동오도 이쯤되니 신경 쓰여서 어딘지 모르게 성구가 어색해짐.






그러던 와중에 지난번 그 학교랑 또 연습경기를 하게됨. 애초에 일주일 텀 두고 서로 학교로 한 번씩 번갈아 방문해서 연습 하기로 약속이 되어있던 거였거든. 산왕 애들 입장에선 지난번에 동오가 그쪽 선수의 과한 태클로 인해 다쳤는데 다시 걔네랑 함께 연습을 해야 하는 게 썩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지 뭐..
근데 지난번 동오 다치게 한 그 놈이 이번에도 또 낙수한테 그러는거임ㅅㅂ 그래도 지난번 일 때문인지 더 과열되기 전에 저쪽 학교 감독이 저지를 해서 큰 일 없이 끝나긴 했음.

영 유쾌하지 않은 연습이었지만 어쨌든 아무도 안 다치고 끝났으니 된거다 하는 맘으로 서로 인사 하고 마무리 했겠지.
그러고 3학년 애들 뒷정리 좀 하다가 자기들끼리 얘기하면서 화장실 가는데 안쪽에서 말소리가 들려. 근데 내용이 좀...흠스러운거임.




"야 아깝다. 한놈 더 보내버릴 수 있었는데."
"아 그니까~산왕이라고 우리 감독 쩔쩔 매는 거 짜증나."
"그래도 오늘 6번 못 뛰는 거 보는데 웃기더라ㅋㅋ
"ㅋㅋㅋ더 쎄게 밀어서 아예 발목을 아작냈어야 했나ㅋ"




그거 들은 애들 다 굳어서 자동으로 눈쌀 찌푸려지고 열이 부글부글 끌어서 뭐라고 한 마디 해야하나 하면서 서로 눈치 보고 있는데 정성구 말릴새도 없이 대포 쏴지듯 튀어나가버림.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현철이 낙수 명헌이 잠깐 정지화면처럼 굳었다가 둔탁하게 울려 퍼지는 타격음에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겠지.

안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건 화장실 한 가운데에 바위산처럼 우뚝 서 있는 정성구와 성구한테 맞았는지 바닥에 넘어져 있는 상대학교 애였음.



"한 번만 더 입 놀리면 니들 발목 내가 으스려뜨려줄게."



화가 주체가 안되는지 주먹쥔 손을 덜덜 떨며 형형한 눈빛으로 내뱉어지는 성구의 육성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웠어.
일단 성구를 좀 진정 시키려고 현철이가 성구 팔을 붙들었는데 그 순간 넘어져 있던 애 말고 다른 한 명이 성구 배를 향해 발길질을 하는거야. 갑자기 복부에 가해진 폭력에 성구가 허리를 굽혔고 곧바로 날아 든 주먹은 성구의 얼굴을 정확히 가격했지.

성구가 맞는 걸 본 낙수가 눈이 돌아서 달려 들었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거. 뒤엉켜 구르는 아수라장 속을 결국 명헌이랑 현철이가 뛰어 들어서 막았겠지. 막는 과정에서 누구 것인지도 모를 손에 한두대 맞기도 하고 긁히기도 해서 애들 다 상처 났을듯...



이 소란에 양쪽 학교 감독님들이 애들 전부 체육관에 다시 집합 시켰고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된 건지 물어 봤어. 다행스럽게도 큰 징계 없이 마무리 하기로 결정 됐겠지.
일단 산왕 3학년 네 명이 같이 들은 얘네 대화를 말씀 드렸음. 그리고 처음 성구가 달려 들어가 한대 친 걸 제외하면 저쪽 애들도 그 이상으로 주먹을 휘둘렀고 나머지는 전부 말리는 과정에서 서로 긁힌 상처들이었으니까.

무려 양쪽 학교의 주전들이 대거 얽혀 있고 너무 크게 난 싸움이라 감독님들도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분위기가 얼음장 같았음. 어쨌든 쟤네 애들 대화의 내용이 너무 악의적이었다는 걸 모두 공감했고 명헌이 현철이가 계속 싸움을 말리려 노력했다는 것 때문에 그냥 이번 일은 각자 자중하는 걸로 마무리 됨.

단, 애초에 이 싸움의 원인이 된 그 대화에 대해선 또 다른 문제니 그 애들에게 추궁을 했음. 걔네는 입을 꾹 닫고 있는데 그 침묵이 답을 알려주는거지. 아마 자기네 학교로 돌아가면 동오를 고의로 다치게 하고 낙수에게도 부상을 입히려고 했던 것을 이유로 징계를 받을 거라는 게 확실해 보였지.

그 학교 애들은 돌아갔지만 산왕은 단체기합 받았겠지. 이정도로 끝났으니 망정이지 진짜 큰일 날 수도 있었던 일이니까.
도감독 애들 모아놓고 한참 기합 주다가 깊은 한숨 내뱉고는 그러는 거야. 억울하고 화나는 거 안다고, 근데 우리는 지금 당장이 아니고 미래를 봐야 하지 않느냐, 잘못돼서 출전정지라도 먹었으면 너희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거냐며 타이르는데 아까부터 이 상황에 잔뜩 겁 먹었던 1학년들 몇은 울고 있고 암튼 이 일은 이렇게 일단락 됨.





그리고 이날 누구보다 놀라고 화났던 사람 중 하나가 최동오였겠지.
연습경기에 참여는 못 하니까 체육관 한쪽에 앉아서 애들 시합 지켜봤는데 오늘도 여전히 거칠다 싶은 플레이라 덩달아 긴장하며 봤음. 경기 다 끝나고 자기 옆을 지나가던 저 학교 애 하나가 자기랑 눈이 마주쳤는데 피식 웃고 가는 거야. 쟤 지난번 걔네...
쟤랑 부딪쳐서 바닥에 나동그라졌을 때 저놈 반응도 그렇고...방금 표정도 그렇고..아무리 생각해도 일부러 다치라고 태클 건 것 같긴 해서 짜증 났음. 그래도 뭐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다 지난 일인데 괜히 일 키우지 말자 싶어 그냥 무시했지.

그랬는데 우리 애들이 쟤네랑 싸움이 난거야. 그것도 성구가 먼저 때렸대. 쟤네가 무슨 말을 해서 그런건지 다 들었는데, 그래서 더 화가 났어. 대체 왜 이렇게 미련한 짓을 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애들한테 징계가 내려질까봐 초조하게 기다리는 그 몇 분이, 발목부상을 이유로 모두가 기합을 받고 있는데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괴로웠음.

그리고 상황이 정리되고 나니 긴장이 탁 풀리면서 더 화가 나는거야.
정성구 이미 감독님한테 충분히 혼난 거 아는데, 요즘 좀 이상하게 굴던 것도 그렇고 오늘 일도 그렇고 도저히 참아지지가 않는 거지. 그래서 감독님과 따로 이야기하고 나오는 정성구 기다렸어. 그 난리통에 하루가 다 지나 해가 뉘엿뉘엿 지는 중이었고 애들은 다 석식을 먹으러 가서 체육관은 조용했지.









"너 미쳤냐."
"......"
"네가 이러면 내가 뭐 네 의리에 감동할 줄 알았어?"





시발 좆같아 너.
너 진짜 출전정지 먹었음 어쩌려그랬냐?
기어이 윈터컵도 말아먹고 산왕 망했다는 소리 듣고 싶었어?

동오 분명 잘 대화 하려고 했는데 성구 얼굴 보니 울컥해서 일부러 더 뾰족한 말 쏘아 댔어.
근데 정성구 저거 다 들으면서 한 마디도 안 하는 거임.
그 모습에 최동오 점점 더 화나서 언성 높아지고 너 무슨 입에 본드칠했냐,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라, 일부러 나 열받게 하려고 그러냐 소리를 질렀음.
그러다 동오가 제풀에 지쳐 혼자 씩씩대고 있을 때서야 정성구 입 열리는거지.




"그래 나 제정신 아니었어. 정신들고 후회했다 나도. 근데 시발...꼭지가 도는데 어떡하냐 그럼?"
"하, 나도 가만히 있는데 네가 뭔데 그러냐고."
"......"
"네가 다쳤어? 다쳐도 내가 다쳤고 화가 나도 내가 더 나!"




야 너 뭔가 크게 착각하는데 너 나 무시하지마.
내가 시발 초딩이냐?
내 몸 하나 간수 못하고 누가 괴롭히면 꿍해서 당하고 그래?
열이 받아도 내가 받고 화를 내도 내가 내. 참아야 하니까 참는거지. 누군 몰라서 가만히 있어?
너 요즘 하는짓도 그래, 진짜 사람 기분 엿같거든?
너는 내가 너보다 작으니까 존나 하찮아 보이고 그러지?
그래서 그렇게 안하던 짓 하고 유난떨어?



...너 무시 안 해. 나도 알아 나도 다 아는데,
근데도 너 다치고 아픈꼴 못 보겠는데 어떡하라고.
근데 심지어 그걸 고의로 그랬다는데, 네 발목 아작내려고 그랬다는데, 그 얘기 듣는데 미치겠는 걸 어떡하라고!
너 때문이 아니고 나 때문에 이런다고! 내가 미치겠어서!



하 참나...골때리네.
그니까 네가 왜 미치냐고 이 미친놈아.
















"몰라 시발! 내가 너 좋아하나보지."










슬램덩크
성구동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