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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1 03:21
처음에는 권력에 취해서 거만하게 명령이나 하고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타브가 먼저 자길 찾아올 때까지 덫이나 놓고 기다렸던 승천아스였지만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서 조바심 때문에 점점 여유를 잃었으면 좋겠다
밤낮 할 것 없이 이틀에 한 번 꼴로 찾아와서는 타브를 회유하려는 것처럼 다짜고짜 입을 맞추고 무릎 위에 올라탔다가, 어린애처럼 울면서 애원하다가, 다시 왜 나를 혼자 남겨두고 가려 하냐고 자기는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면서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는 아스타리온 초반에는 타브도 지금 이기적인 게 누구냐고, 내 의사가 어떻든 그냥 날 곁에 두고 싶어서 억지를 부리는 거면서 어떻게 날 생각하는 척을 하냐고 맞서 소리질렀음 하지만 20년이 넘도록 똑같은 다툼을 반복하면서 이제는 그냥 소리지르는 아스를 가만히 품에 안고 토닥이면서 자자, 한숨 자고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 했으면 좋겠다 당연하지만 아스는 마음만 먹으면 타브를 강제로 물어버릴 수도 있었고 실제로도 만날 때마다 점점 강렬해지는 충동이 눈동자에 떠오르는 게 다 보이는데도 왜인지 절대 마지막 선은 넘지 않아서 타브는 자기가 알던 아스타리온이 아직 그 안에 남아있다는 생각에 차마 매정하게 떼내지 못했으면 좋겠다
영원할 것 같은 순환이었지만 타브의 죽음은 예상치 못하게 그리고 순식간에 찾아왔으면 좋겠다 그날도 아스는 타브한테 애원하면서 엉엉 울다가 지쳐서 잠깐 트랜스 상태에 빠졌다 깨어났는데 그 사이에 타브는 벌써 차갑게 식어 있는게 보고싶다 타브의 나이는 고작 마흔이나 쉰 정도에 불과했고 오랜 모험과 역경으로 약해져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빨리 죽음이 찾아올 줄은 몰랐던 아스는 공황에 빠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을듯
아직 안 늦었어, 지금이라도 물면 돼, 나도 죽었다 살아났잖아. 하지만 덜덜 떨면서 타브의 차가운 목에 송곳니를 댄 순간 아스는 깨달았음 자기가 사랑한 타브라면 다시 눈을 뜨자마자 자기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는 곧바로 햇살 아래로 걸어나갈 거라는 걸 그리고 만약 스폰이 된 타브가 햇살 아래로 걸어나가지 않고 자기 곁에 남는다면 그 변한 모습을 아스는 절대 견딜 수 없을 거라는 것도
그제서야 자기가 이렇게 변한 게 타브에게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고 이런 자신을 마지막까지 끝내 내치지 못한 게 얼마나 믿기지 않는 일이었는지 알게 된 아스타리온이 보고싶다 결국 타브를 물지 못하고 영원과도 같은 시간 동안 차갑게 식은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천천히 일어났으면 좋겠다 타브 책상 앞에 앉아서 양피지와 펜대가 반들반들 닳은 깃펜을 꺼내 들고 옛 동료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겠지 타브가 죽었고, 장례식 비용은 옆에 두었고, 마지막 부탁을 해도 된다면 타브를 절대 자기가 찾을 수 없을 곳에 묻어달라는 내용이었음 이유는 굳이 쓰지 않아도 알 것 같아서 그만뒀음 편지 말미에는 평소에 자랑스럽게 휘갈겨 쓰던 엘프어 서명 대신 공용어로 또박또박 아스타리온 안쿠닌이라고 적고는 박쥐 소환해서 다리에 편지 묶어 날려보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타브 이마에 아주 천천히 입을 맞추고는 마음이 약해지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뜨는 아스타리온
얼마 지나지 않아 발더게의 영웅이 세상을 떠났고 그를 기리는 영묘가 세워진다는 소식이 들려오겠지 타브의 영묘는 그 업적만큼 화려하고 으리으리한 모습이었고 성에서 바로 내려다보일 정도로 가까웠음 하지만 그 근사하게 장식된 영묘 안에 타브가 없다는 건 굳이 가까이 가지 않아도 알 수 있었겠지 아스는 매일같이 영묘에 들러서 시민들이 가져오는 금화며 꽃이며 편지같은 게 텅 빈 관 위에 쌓이는 모습을 구석의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오랫동안 지켜봤음
그러다 그리움이 한계를 넘던 날 자기도 모르게 관 뚜껑을 밀어 열었으면 좋겠다 작은 산을 이루며 쌓인 싸구려 장신구들이 요란하게 바닥에 흩뿌려지고 그럴 리 없는 걸 알면서도 잠에 빠진 것처럼 가만히 눈을 감고 누운 타브의 모습을 자기도 모르게 기대하는 아스타리온 하지만 눈을 몇 번 깜빡이자 시야에 들어온 건 텅 빈 관 안에 놓인 조그만 반지 하나뿐인 게 보고싶다
굳이 손을 뻗어 집어들지 않아도 그게 무슨 반지인지는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스겠지 승천 의식을 진행했던 그날 카사도어의 손가락에서 직접 빼서 타브에게 끼워준 그 자르 가문 인장반지였음 분명 불에라도 덴 것처럼 곧바로 반지를 뺐잖아. 그 이후로 한번도 끼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걸 계속 가지고 있었던 거야? 소용돌이치는 감정이 목을 턱 막는 동시에 자기 편지를 받은 옛 동료들이 모두 모여서 자신의 부탁을 들어줬고 이게 정말로 동료들이 보내는 마지막 인사라는 걸 깨닫고 결국 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지는 아스타리온
반지는 결국 그대로 관 속에 놓고 왔으면 좋겠다 그날 이후로 아스타리온은 항상 반쯤 넋이 나가있겠지 겉으로 보기에는 예전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지만 속은 다 곪아있는 상태임
하는 일이라고는 하염없이 작은 손거울만 들여다보거나 뭔가를 찾는 것처럼 정처없이 공동묘지를 돌아다니거나 성벽 위 가장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누워서 이대로 천천히 타들어가 한 줌의 재가 되는 상상만 하는 그런 상태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도 타브의 죽음은 막지 못했겠지만 20년 남짓한 그 짧은 기간 동안에는 그 무엇도 바라지 않을 정도로 함께 행복했을 수도 있겠지 텅 빈 관만 바라보는 대신 타브를 직접 공동묘지의 자기 무덤 옆에 묻어줄 수도 있었을 거고 땅거미가 내리면 길에서 꽃도 사다가 타브의 비석 앞에 놓아줄 수도 있었을 거임 비석에 입을 맞추고 돌아서면 동료들이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의 말을 건넬 거고 함께 주점에 가서 타브 얘기를 하면서 맥주잔을 부딪혔을지도 모름 돌아와서는 형제자매 스폰들과 종종 만나 투닥거리기도 하고 어린 스폰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책도 많이 읽고 식초맛이 나는 포도주도 많이 마시고 그러다가 사고가 생기는 날이 오면 누군가 바스라진 자기 몸을 양 손으로 떠다가 타브 무덤 위에 흩뿌려 줬을 수도 있겠지
아스타리온이 스폰 관리같은것도 전혀 안하고 다 놔버린 탓에 매일같이 끔찍한 사고만 빗발쳐서 발더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뱀파이어 초월체를 때려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결국 아스타리온이 있는 곳까지 한 무리의 모험가가 들이닥쳤으면 좋겠다 그날도 침대에 모로 누워서 타브 생각만 하고 있던 아스 문을 거칠게 부숴 여는 소리에 고개 들고는 무리 맨 앞에 선 모험가와 눈이 마주치겠지 그런데 그 모습 위에 타브가 너무 선명하게 겹쳐 보여서 멍하니 쳐다만 보는 아스타리온이 보고싶다 사실 특별히 그 모험가랑 타브가 닮은 건 아니었음 머리색이 좀 비슷하고 나잇대도 비슷했지만 그뿐이고 오히려 햇빛 마법을 건 메이스를 손에 든 모습이 지독히도 익숙해서 순식간에 다가온 모험가가 자기 가슴 깊숙히 말뚝을 꽂아넣는 걸 약간 꿈꾸는 듯한 기분으로 내려다보기만 하는 아스타리온
생각보다 너무 쉽게 끝나버린 전투에 모험가의 얼굴에 언뜻 당황함이 비치는데 그것마저도 타브랑 닮은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으면 좋겠다 타브가 살아있을 때 타브 손에 이렇게 죽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용서받은 기분이 들어서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가만히 눈을 감는 아스타리온이 보고싶다 뱀파이어 초월체라서 사실 이것만으로는 죽일 수 없지만 삶의 의지가 완전히 사그라들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 머리를 베고 성수를 뿌리려고 벼르던 모험가 일행도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만 젓고 성을 떠났으면 좋겠다
성에 남은 스폰들은 한동안 어쩔 줄 몰라했지만 그중 하나가 아스타리온이 타브의 영묘 근처를 자주 맴돌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냈으면 좋겠다 뱀파이어 초월체가 되었으면서 아주 찰나의 시간만 머무르다 간 자신들의 군주를 타브 영묘의 텅 빈 관 안에 조심스럽게 넣는 스폰들 마지막으로 뚜껑을 밀어 닫다가 그중 가장 어린 스폰이 관 안에 굴러다니던 인장반지를 발견했지만 잠시 생각하다가 그냥 관 안에 그대로 두고 나오는게 보고싶다 그리고 아스가 잠든 타브의 관 위에 발더게 시민들의 꽃과 선물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도
발더스3
밤낮 할 것 없이 이틀에 한 번 꼴로 찾아와서는 타브를 회유하려는 것처럼 다짜고짜 입을 맞추고 무릎 위에 올라탔다가, 어린애처럼 울면서 애원하다가, 다시 왜 나를 혼자 남겨두고 가려 하냐고 자기는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면서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는 아스타리온 초반에는 타브도 지금 이기적인 게 누구냐고, 내 의사가 어떻든 그냥 날 곁에 두고 싶어서 억지를 부리는 거면서 어떻게 날 생각하는 척을 하냐고 맞서 소리질렀음 하지만 20년이 넘도록 똑같은 다툼을 반복하면서 이제는 그냥 소리지르는 아스를 가만히 품에 안고 토닥이면서 자자, 한숨 자고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 했으면 좋겠다 당연하지만 아스는 마음만 먹으면 타브를 강제로 물어버릴 수도 있었고 실제로도 만날 때마다 점점 강렬해지는 충동이 눈동자에 떠오르는 게 다 보이는데도 왜인지 절대 마지막 선은 넘지 않아서 타브는 자기가 알던 아스타리온이 아직 그 안에 남아있다는 생각에 차마 매정하게 떼내지 못했으면 좋겠다
영원할 것 같은 순환이었지만 타브의 죽음은 예상치 못하게 그리고 순식간에 찾아왔으면 좋겠다 그날도 아스는 타브한테 애원하면서 엉엉 울다가 지쳐서 잠깐 트랜스 상태에 빠졌다 깨어났는데 그 사이에 타브는 벌써 차갑게 식어 있는게 보고싶다 타브의 나이는 고작 마흔이나 쉰 정도에 불과했고 오랜 모험과 역경으로 약해져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빨리 죽음이 찾아올 줄은 몰랐던 아스는 공황에 빠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을듯
아직 안 늦었어, 지금이라도 물면 돼, 나도 죽었다 살아났잖아. 하지만 덜덜 떨면서 타브의 차가운 목에 송곳니를 댄 순간 아스는 깨달았음 자기가 사랑한 타브라면 다시 눈을 뜨자마자 자기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는 곧바로 햇살 아래로 걸어나갈 거라는 걸 그리고 만약 스폰이 된 타브가 햇살 아래로 걸어나가지 않고 자기 곁에 남는다면 그 변한 모습을 아스는 절대 견딜 수 없을 거라는 것도
그제서야 자기가 이렇게 변한 게 타브에게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고 이런 자신을 마지막까지 끝내 내치지 못한 게 얼마나 믿기지 않는 일이었는지 알게 된 아스타리온이 보고싶다 결국 타브를 물지 못하고 영원과도 같은 시간 동안 차갑게 식은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천천히 일어났으면 좋겠다 타브 책상 앞에 앉아서 양피지와 펜대가 반들반들 닳은 깃펜을 꺼내 들고 옛 동료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겠지 타브가 죽었고, 장례식 비용은 옆에 두었고, 마지막 부탁을 해도 된다면 타브를 절대 자기가 찾을 수 없을 곳에 묻어달라는 내용이었음 이유는 굳이 쓰지 않아도 알 것 같아서 그만뒀음 편지 말미에는 평소에 자랑스럽게 휘갈겨 쓰던 엘프어 서명 대신 공용어로 또박또박 아스타리온 안쿠닌이라고 적고는 박쥐 소환해서 다리에 편지 묶어 날려보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타브 이마에 아주 천천히 입을 맞추고는 마음이 약해지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뜨는 아스타리온
얼마 지나지 않아 발더게의 영웅이 세상을 떠났고 그를 기리는 영묘가 세워진다는 소식이 들려오겠지 타브의 영묘는 그 업적만큼 화려하고 으리으리한 모습이었고 성에서 바로 내려다보일 정도로 가까웠음 하지만 그 근사하게 장식된 영묘 안에 타브가 없다는 건 굳이 가까이 가지 않아도 알 수 있었겠지 아스는 매일같이 영묘에 들러서 시민들이 가져오는 금화며 꽃이며 편지같은 게 텅 빈 관 위에 쌓이는 모습을 구석의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오랫동안 지켜봤음
그러다 그리움이 한계를 넘던 날 자기도 모르게 관 뚜껑을 밀어 열었으면 좋겠다 작은 산을 이루며 쌓인 싸구려 장신구들이 요란하게 바닥에 흩뿌려지고 그럴 리 없는 걸 알면서도 잠에 빠진 것처럼 가만히 눈을 감고 누운 타브의 모습을 자기도 모르게 기대하는 아스타리온 하지만 눈을 몇 번 깜빡이자 시야에 들어온 건 텅 빈 관 안에 놓인 조그만 반지 하나뿐인 게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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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는 결국 그대로 관 속에 놓고 왔으면 좋겠다 그날 이후로 아스타리온은 항상 반쯤 넋이 나가있겠지 겉으로 보기에는 예전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지만 속은 다 곪아있는 상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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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리온이 스폰 관리같은것도 전혀 안하고 다 놔버린 탓에 매일같이 끔찍한 사고만 빗발쳐서 발더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뱀파이어 초월체를 때려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결국 아스타리온이 있는 곳까지 한 무리의 모험가가 들이닥쳤으면 좋겠다 그날도 침대에 모로 누워서 타브 생각만 하고 있던 아스 문을 거칠게 부숴 여는 소리에 고개 들고는 무리 맨 앞에 선 모험가와 눈이 마주치겠지 그런데 그 모습 위에 타브가 너무 선명하게 겹쳐 보여서 멍하니 쳐다만 보는 아스타리온이 보고싶다 사실 특별히 그 모험가랑 타브가 닮은 건 아니었음 머리색이 좀 비슷하고 나잇대도 비슷했지만 그뿐이고 오히려 햇빛 마법을 건 메이스를 손에 든 모습이 지독히도 익숙해서 순식간에 다가온 모험가가 자기 가슴 깊숙히 말뚝을 꽂아넣는 걸 약간 꿈꾸는 듯한 기분으로 내려다보기만 하는 아스타리온
생각보다 너무 쉽게 끝나버린 전투에 모험가의 얼굴에 언뜻 당황함이 비치는데 그것마저도 타브랑 닮은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으면 좋겠다 타브가 살아있을 때 타브 손에 이렇게 죽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용서받은 기분이 들어서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가만히 눈을 감는 아스타리온이 보고싶다 뱀파이어 초월체라서 사실 이것만으로는 죽일 수 없지만 삶의 의지가 완전히 사그라들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 머리를 베고 성수를 뿌리려고 벼르던 모험가 일행도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만 젓고 성을 떠났으면 좋겠다
성에 남은 스폰들은 한동안 어쩔 줄 몰라했지만 그중 하나가 아스타리온이 타브의 영묘 근처를 자주 맴돌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냈으면 좋겠다 뱀파이어 초월체가 되었으면서 아주 찰나의 시간만 머무르다 간 자신들의 군주를 타브 영묘의 텅 빈 관 안에 조심스럽게 넣는 스폰들 마지막으로 뚜껑을 밀어 닫다가 그중 가장 어린 스폰이 관 안에 굴러다니던 인장반지를 발견했지만 잠시 생각하다가 그냥 관 안에 그대로 두고 나오는게 보고싶다 그리고 아스가 잠든 타브의 관 위에 발더게 시민들의 꽃과 선물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도
발더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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