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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6 03:12
아직 바깥은 깜깜한 밤이었음. 태섭이가 술 마시느라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아예 없었던 적은 아니었음. 그 날이 오늘이었지. 팀 회식 때문에 늦을 거라는 말을 듣고 예상하긴 했지만 자정이 넘어가는데도 오지 않는 태섭이었거든. 연락도 안 되서 내내 핸드폰만 쥐고 소파에 앉아 기다리던 대만이는 깜빡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땐 자켓을 반만 벗고 손에는 유성매직을 쥔 채 바닥에서 자고 있는 태섭이가 보였지. 지금 몇 시야..? 갑작스러운 빛에 얼굴을 찡그리며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니 시간은 새벽 3시 7분이었음.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자는 태섭이를 쳐다보다가 추워... 하는 소리에 으이구 싶어지겠지. 결국 그대로 태섭이를 들어안아올려 침대로 데려가서 이불을 덮어주는 대만이었음. 술을 얼마나 마신 건지 얼굴은 발갰고 표정은 온통 흐물흐물하게 풀려있었음. 다 풀린 태섭이 얼굴을 좋아하고 남에게 보여주기 싫어하는 대만이는 다른 사람도 이 얼굴을 봤을 거라는 생각에 괜히 짜증이 났음. 너 이거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지 말랬지. 심술을 부리는 것처럼 작고 동그란 코를 살짝 힘 주어 쥐니 금세 눈썹이 휘어져선 고개를 살짝 움직이고 으응... 소리를 냈지. 너 다음에도 이러면 안 봐줄 줄 알아. 자는 애 상대로 경고를 날려봤자 돌아오는 건 색색거리는 숨소리였지만. 살짝 내려온 앞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니 금세 얼굴이 풀려선 푸푸 잘도 자는 태섭이었음. 넌 진짜 귀여워서 다행인 줄 알아라. 그렇게 말하며 웃고 동그란 뺨에 한 번, 도톰한 입술에 한 번 뽀뽀를 해준 다음 잠시 화장실에 간 대만이었음. 금방 볼일 보고 손 씻는데 무심코 본 거울 속 자신의 턱에 무언가 쓰여있었음. 정확히는 턱의 흉터 부근이었지. 턱의 흉터 쪽에 화살표가 그려져있더니 그 위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태섭이꺼> 라고 적혀있는 걸 보고 대만이는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음. 송태섭 이 깜찍한 새끼..... 실실 웃으며 태섭이가 쓴 글씨를 만지작거렸지. 너무 사랑스러워서 미칠 지경이었음.

태섭이는 새벽 1시 47분에 집에 들어왔음. 내일이, 아니 오늘이 오프라 망정이었지 아니었으면 이런 시간에 들어오지 못했을 거임. 너무 피곤해서 당장이라도 눕고싶어 자켓도 제대로 못 벗은 채 거실 소파로 갔는데 이미 그 자리는 누군가 차지하고 있었음. 정대마안.... 술에 취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하지 않을, 좋아하는 티를 풀풀 내면서 자고 있는 대만이의 이름을 불렀지. 어둠에 익숙해지려 눈을 두어번 끔벅거리니 잘생긴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음. 아예 바닥에 앉아 소파에 기대 대만이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보다가 자신이 낸 상처에 멈추었음. 꼭 내거라고 표시해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 태섭이는 배시시 웃더니 대만이의 흉터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졌음. 그러다 뭔가 번뜩 생각나서 비틀비틀 일어나 방에서 유성매직을 들고나왔지. 그리곤 다시 대만이 앞에 털썩 앉아 매직 뚜껑을 따고 대만이의 턱에 열심히 적었음. 화살표에 <태섭이꺼> 라는 글씨를 보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매직 뚜껑을 닫았음. 정대만 태섭이꺼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태섭이는 털썩 누워 잠에 빠져들었음. 다시 눈을 떴을 땐 딱딱한 바닥이 아닌 푹신한 침대였고 놀라서 일어나자마자 골을 울리는 두통에 머리를 붙잡아야했지. 일어났냐. 적당히 마시기 좋은 온도로 된 꿀물을 건네는 걸 받고 한 번에 들이킨 다음 대만이를 보는데 대만이 턱 쪽에 뭔가 묻어있었음. 선배 턱에- 하는 순간 글씨를 읽은 태섭이 얼굴은 지난 새벽의 기억이 떠올라 경악으로 물들어갔고 대만이 얼굴은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음. 나 니꺼 맞잖아. 얄밉게 글씨가 쓰여진 턱선을 쓸며 잘생기게 구는 대만이 때문에 태섭이 더 쪽팔려서 악!! 소리를 질러버렸지. 더없이 얼굴이 빨개진 태섭이는 벌떡 일어나 지체없이 화장실로 향했고 뽈뽈 따라가던 대만이는 문전박대를 당해야했지만 그래도 웃음은 떠나질 않았음. 태섭아 니꺼 이렇게 방치하면 안되는데에~ 그렇게 얘기하면 태섭이가 저리 가요!! 하지만 대만이가 어디 말을 듣나ㅋㅋ 대만이도 오프라 내내 태섭이 뒤따라 다니면서 니꺼 챙겨. 니꺼 데려가. 니꺼도 봐줘. 이러다가 태섭이가 리무버 들고 덤비면 도망가기 바쁘겠지ㅋㅋㅋㅋ 결국 넘버원가드한테 잡혀서 얼굴은 빡빡 닦였지만 그래도 대만이는 행복했다네요~




대만태섭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