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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리온이랑 할신이랑 탑덪 둘 다 연애할 경우에 아스타리온 시점 보고싶다
괜찮다 그랬는데 실은 안괜찮아서 미치려고하는거
아스타리온은 생각보다 타브를 더 좋아했어.
은근슬쩍 손목을 쓸고, 은근한 눈빛을 보내고, 살짝 선을 건드는 농담도 하고, 한번 자고 나면 끝날 관계. 딱 그정도만 좋아하려고 했었지만 계획과는 달리 아스타리온은 타브를 더 좋아했어.
더 이상 억누를수가 없었던 감정이 새어나와서 아스타리온은 이 모든걸 고백했지. 타브가 그를 안아주고 나서도 아스타리온은 이건 연인일까, 그저 불장난일까 고민하며 뜬눈으로 밤을 새기도 했어.
“우리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타브가 아스타리온에게 물어볼때마다 아스타리온은 처음 듣는 질문인것처럼 혼란스러워했어. 타브는 그에게 대체 뭘까? 옆에서 곤히 자는 타브를 아무리 바라봐도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어.
옆에 있어도 한번, 두번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사람. 타브가 재차 떠나지않을거라고 말해줘도 아스타리온은 타브의 손을 꼭 붙잡았지.
발더스 게이트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는 천재지변처럼 아스타리온에게 닥쳤어.
“아스타리온, 할신이 내게 뭐라고 했는지 믿지 못할걸..”
타브가 주저하며 말을 꺼냈어.
에메랄드 숲에서부터 일행을 따라온 거대한 엘프. 일행을 돕기보단 타브의 도움을 받던 그가 숲을 떠나 발더스 게이트까지 굳이 따라오는 이유는 쉽게 유추할수있었어. 촛불이 일렁이는 여관이나 어두운 골목들, 할신이 띄던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에게 원하던건 대부분 뻔했으니까.
아스타리온은 오히려 자기보다 훨씬 나이도 많은 아치드루이드가 타브 앞에서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고 감정을 숨기는데 서투르기도 하자 신기하기도 했지.
어떤 감정을 가지게되면 숨기거나 꺾어내기 급급했던 아스타리온은 그런 할신이 한편 부럽기도 했어. 감정이 약점이 되는 일을 겪어본적이 없었던,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강자로 오래 살아왔다는 증거니까.
“하하, 언제 나한테 물어보나 궁금했는데.”
아스타리온은 아무렇지 않은척 웃어넘기고 우스꽝스럽게 할신을 흉내내보기도 했어. 하지만 타브는 아스타리온의 웃음과 농담에 잘 반응해주지 않았지.
“네가 싫다면 고려해보지도 않았을거야.”
싫은데.. 네가 내 옆에만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그 말에 다르게 반응할수가 있을까.
아스타리온은 솔직해지기가 어려운 자기 자신이 살짝 비참해졌어.
타브는 빛나는 존재였고, 혼자 독차지 하고 싶어도 자기걸 가져본적이 없던 그는 섣불리 입을 열수가 없었어.
카사도어의 사냥감들이 자기를 묶어두려고 하고 집착하는게 끔찍히 싫었어. 타브도 집착하거나 매어두려고하면 하면 쉽게 질리지 않을까?
벌써 내가 질렸을수도.. 내가 뭘 더 잘할수 있었을까.. 애초에 그렇게 진지할 관계도 아니었잖아.
이런저런 고민에 금방이라도 울상을 지을것같은 입꼬리를 가다듬어 타브에게 애써 웃어보였어.
“괜찮아. 그냥, 나랑 한동안 안해서.. 그런건 아닌거지?”
“아냐, 너와 나의 관계는 비교할수도 없이 깊고 소중한걸.”
“아..”
아스타리온은 날아갈듯 기뻐 가르랑거렸지.
“걱정한 내가 바보같았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흔쾌히 허락한것도 모자라 오히려 아스타리온은 낮은 자존감을 감추려 더 타브를 떠밀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밤이 깊어가고, 모두가 잠든 사이에 타브와 할신이 함께 숲속으로 사라지자 아스타리온의 불안은 수면위로 떠올라 그를 괴롭혔어. 들떴던 기분이 흐려진지 오래, 걱정이 아스타리온이 그의 숨을 조여왔지.
두 세기 가량 늘 지는 편에 있던 그는 아쉬운게 많았어. 과연 타브의 말만으로 불안감이 사라질수가 있을까?
달빛이 반짝이는 호숫가 근처, 할신이 다가오는 타브를 기다리고 있었어.
멀리서 수줍게 말을 섞는 할신과 타브를 아스타리온이 어둠속에 숨어 지켜보고 있었지. 헐벗은 할신이 타브가 옷을 벗는걸 지켜보고 있자 아스타리온은 불안 가득한 한숨을 쉬기도 했지.
“저 응큼한 드루이드가..”
자제력을 잃은 할신이 곰으로 변신하자 아스타리온은 비웃기까지도 했어.
걱정했던 내가 멍청했지. 아, 이렇게 밤이 끝나겠구나.
하지만 한숨돌린 아스타리온의 예상과는 달리 타브는 부드럽게 웃으며 제 모습으로 돌아온 할신을 받아줬어. 멀리서 서로를 탐하는 둘을 지켜보며 아스타리온은 쓰라린 마음을 혼자 삼켰지.
좋은 구경도 안될텐데, 대체 뭘 확인하려고 한걸까? 왜 굳이 따라나왔는지 잘 모르겠어.
자기 자신이 조금 한심해져서 다시 발길을 돌리려고 했지만, 아스타리온은 행여 타브가 자기쪽을 돌아봐주지 않을까, 그런 희망에 발이 좀처럼 떨어지지가 않았어.
제발 날 좀 봐줘, 할신이 나보다 좋아? 날 봐주고 이 모든게 바보같은 실수였다고, 그만두겠다 해줘. 아무리 속으로 빌어봐도 아스타리온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이건 아니라고, 내가 다 잘못했다고, 다 후회한다고 말하고 싶었지. 하지만 흘러나오는 타브의 신음 소리에 아스타리온은 무력해졌어.
눈을 떼지 못하는 붉은 눈길과 금빛 눈이 마주치자 아스타리온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지.
자기가 숨어서 지켜보고있는걸 아는지, 그와 눈이 마주친 할신은 씩 웃고 타브를 더 가까이 끌어안았지. 나신의 커다란 할신의 몸이 타브를 가리고 그 밑에서 타브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왔어.
습관, 버릇은 한순간에 고쳐지지 않아.
할신과 타브가 엉킨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자, 타브가 했던 말들은 눈 녹듯 사라지고 형형한 광기가 머릿속을 어지럽혔지. 자기 소유가 있어본적이 없었지만, 타브를 잃었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야 아스타리온은 미칠것같은 소유욕에 사로잡혔어.
괜찮다며, 나와의 관계는 비교할수도 없이 소중하다며.
그제야 아스타리온은 갈증의 깊이를 깨달았어.
하지만 내 사랑, 이것만으로는 안돼, 턱없이 부족해.
어두운 숲속, 붉은 눈동자만이 질투심에 타올랐어.
아스타브할신 할신타브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