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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1 01:00
하면 좋겠음. 당연히 대만이하고 합의한 건 아니고 태섭이 혼자 일방적으로 하는 거임. 모처럼 둘만 있게 되서 이때다 싶어 선배 좋아해요. 예전부터 좋아했어요. 정말로요. 이런 얘기하는데 날이 날인지라 정대만도 안 믿는....

놀라서 왁왁거리지도 않고 그래 고맙다. 오케이 알겠다. 하면서 태연하게 받아주니까 태섭이 좀 씁쓸해지겠지. 말할 용기가 없어서 만우절에 기대 말하는 사람이 가질 감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좋은 반응이길 바라는 마음도 들었음. 만우절이 지나면 다시는 말 못 할 테니까 그냥 말이라도 많이 하자 싶었는데 이것도 하면 할 수록 못할 짓이라 너무 힘든 거야.

락커룸 좀 다녀올게요. 연습 중에 도망치듯 락커룸으로 달려가서 대만이한테 전한 감정들 갈무리하고 있는데 조금 있다가 대만이가 들어옴. 아 지금은 안되는데. 그런 생각하면서 태섭이가 곧 갈 거에요. 하고 간접적으로 나가달라고 얘기하는데 대만이가 태섭이 가까이 오더니 너 괜찮냐? 하고 묻는 거. 괜찮죠 그럼. 안 괜찮지만 괜찮아보이는 건 자신의 특기였으니 아무렇지 않게 꾸며 말하는데 대만이가 또 그러겠지. 아니 이렇게 얘기해도 괜찮냐고. 알 수 없는 말에 태섭이가 얼굴을 찌푸리면 대만이가 확실히 말해줘버림.

- 너 내일도 이렇게 좋아한다고 말할 거냐?

아무 말 못하는 태섭이의 심장이 조금씩 빠르게 뛰기 시작했음. 도망치고 싶은데 다리에 힘도 풀려서 간신히 서있기만 하는 제게 대만이가 가까이 다가오자 피할 수도 없는 태섭이었지. 너무 가까운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만이와 거리가 좁혀졌을 때 태섭이는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지만 다시 대만이를 봐야했음.

- 내일 다시 말 안 할 거면 더는 말하지마.

무슨 뜻인지 묻고 싶은 물음이 태섭이 목에 걸려 달랑달랑 매달리다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다시 깊은 안쪽으로 눌려버렸음. 어떤 말이든 해야할 것 같으면서도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태섭이는 입을 꾹 다물고 대만이만 쳐다봤지. 왜인지 아까보다 조금 무너진 얼굴. 왜 그런 얼굴로 그런 말을 하는 거에요? 마치 태섭이의 말을 들은 듯 대만이가 입을 열었음.

- 기대하게 했다가 비참하게 만들지 말라고.

태섭이의 눈이 크게 뜨였지. 아무리 그래도 이런 것까지 못 알아듣진 않아. 이제 손까지 벌벌 떨렸지만 그대로 돌아서는 대만이를 못 잡을 정도는 아니였음. 태섭이가 왼손으로 대만이의 옷깃을 살짝 잡는 것만으로 대만이는 너무 쉽게 멈춰 다시 태섭이를 보았지. 손이 떨리고 다리도 떨리고 무엇보다 가슴이 미치도록 떨렸지만 태섭이는 어떻게든 입을 열려고 노력했음. 선배가 가기 전에 말해야돼.

- 내일 다시 말하면, 받아줄, 거에요?

형편없이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대만이가 못 들을 정도는 아니었음.

- 이것도 만우절 장난이냐?
- 아니, 에요.
- ...당연하지. 당연하지, 태섭아.

대만이가 옷깃을 쥔 태섭이의 왼손을 제 큰 손으로 감싸올리더니 그 손등에 입을 맞추자 태섭이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음. 자신의 손과 대만이를 번갈아보는 태섭이는 어쩔 줄을 몰랐지.

- 그러니까 내일 다시 꼭 말해주라.

이 선배가 이렇게 간지러운 짓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니. 태섭이의 왼손은 다시 한 번 손등 키스를 받은 후에야 자유를 찾았고 대만이는 먼저 나가보겠다며 락커룸을 나섰음. 대만이가 나가고서야 태섭이는 주저 앉아 두 손으로 입을 막았지. 오늘 연습 망했다...... 연습 중에 하루종일 대만이만 생각하게 될 태섭이었음.







대만태섭
만우절이라 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