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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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0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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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1 https://hygall.com/544492448
고증없음 걍 드문드문 보고싶은것만 있음 호칭 이름 한국어 일본어 섞임ㅈㅇ
걍 생각나서 쓰는거....뇌절입니까? 뇌절입니다.
우성은 비어있는 곁에 잠이 깨었음. 겨울 밤 푸른 빛이 사위에 어스름했지. 주변을 둘러보다 명헌이 방 안에 없다는 것을 안 우성은 깊이 잠들어있는 아이를 살피고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음. 그리고 문을 열고 나와 마루에 앉아 있는 뒷모습을 보았음. 명헌은 까만 하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었지. 그 모습을 쳐다보던 우성은 이내 천천히 다가와 그 어깨를 감싸 안았음. 왜 나와 있어요. 기척을 느끼지 못했던 듯, 명헌은 우성의 손길에 시선을 옮겨 그를 쳐다보았음. 그리고 제 어깨를 감싼 손에 제 손을 얹었지. 나온 지가 꽤 되었는지 손은 조금 차가웠음.
잠이 깨서. 고요함을 의식하여 내뱉어지는 대답은 평소보다도 나긋했음. 우성은 그 손에 입을 한번 맞추고는 명헌의 옆에 나란히 앉았음.
아이는?
자요. 엄청 잘 자.
다행이네. 자기 전엔 그렇게도 울더니...
막 태어났을 땐 잘 먹고, 잘 자고, 혼자서도 잘 놀아서 효자 소리를 듣던 아이는 요즘 부쩍 잠들기를 힘들어했음. 쌀알처럼 난 아랫니가 힘들게 하는지, 아니면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팔다리가 낯선 것인지 모든 것을 울음으로 표현하는 아이 앞에서 초보 부모는 그저 애를 어르고 달래는 수밖에 없었고... 막상 잠들면 잘 잘거면서 왜 그렇게 우는지 모르겠어요, 그쵸. 우성은 통통한 두 팔을 머리 위로 뻗은 채 곤히 잠들어있는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었음. 그리고 그것을 따라 명헌도 옅게 웃었지.
아기니까. 우는 게 제 일이겠지.
그래도 조금만 덜 울면 좋겠는데.
너를 많이 닮았나봐용. 웃음기 어린 명헌의 말에 우성은 밉지 않게 입을 삐죽여보였음. 왜 그런 것까지 닮냐구요. 그러자 명헌이 퍽 웃으며 하얀 입김을 뱉었음. 아이는 동그란 외양 뿐 아니라 성정도 우성을 닮은듯 잘 울고, 잘 웃었음. 명헌은 그것이 좋았음. 아이를 보고있으면 아이를 따라 마음이 흘러가 어느새 함께 찡그리고, 함께 웃고있기 때문이었음. 나는 좋은데. 명헌이 무심히 말했고 한동안 답이 없던 우성은 곧 아잇..그게 뭐가 좋아요. 하며 대꾸했음. 투덜거리는 말투였으나 얼굴은 이미 입매가 사르르 녹아 씰룩거리고 있었지.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 제 아이가 저를 닮아 좋다는데 그것을 싫다 할 수 있을까. 명헌은 그런 우성을 보며 슬몃 웃었음.
어느새 까맣던 하늘엔 흰 눈송이가 하나 둘씩 날리고 있었음. 우성은 긴 숨을 뱉으며 명헌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명헌은 그런 우성의 볼에 손바닥을 대었음. 겉옷을 걸쳤다고는 하나 겨울 깊은 밤 찬 공기에 발갛게 익은 볼은 꽤 차가워졌겠지. 명헌은 손바닥에 전해지는 느낌에 고개를 돌려 우성을 쳐다보았음. 에이지, 들어갈까. 명헌의 말에 우성은 형의 어깨에 기댄 채로 이마를 부볐음.
웅 아니...왜, 형 추워요?
네 볼이 차가워서.
감기 걸릴까봐용. 두 볼을 완전히 감싸며 말하는 명헌에 우성은 헤헤, 하고 실없이 웃었음. 에이, 나는 괜찮은데. 추운데 오래 있으면 앓으면서 뿅. 우웅 아냐 나 진짜 괜찮아요. 그러더니 제 볼을 감싼 명헌의 손을 그러쥐며 애교스럽게 덧붙였음. 나는 지금 형이 더 걱정되는데~. 명헌은 고개를 옅게 저었음.
나는 감기 잘 안 걸리잖아.
형 감기 걸린 거 내가 본것만 몇 번인데요.
아마 네가 먼저 걸리고 옮겼을거다, 뿅.
에이. 그건 아닐걸요.
묘하게 사실관계를 따지게 된 흐름에 명헌이 말을 멈추고 눈을 슬 흘기며 우성을 빤히 쳐다보았음.
지금 너 걱정하느라 하는 말이잖아.
그러자 우성도 지지 않았음.
나도 형 걱정되니까 이러는 거잖아요.
이거 봐, 손이 이렇게 차가우면서. 과장되게 숨을 들이키며 말하는 우성에 명헌은 어이없다는 듯이 푹 웃고는 말았음. 우성은 그런 형을 따라 웃고는 명헌의 두 손을 모아 잡고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 위에 입술을 대었지.
.
커놓고 보면 네다섯살 나이차이야 얼마 안된다지만, 성장기에는 그게 큰 차이가 나는 만큼 둘이 좀 삐걱거리는 날도 있지 않았을까. 열 네살 명헌이가 보기에 열 살 우성이는 아직 어린거지. 근데 우성이는 명헌이만 졸졸 따라다니고 형이 하는 모든 것은 다 같이 하고 싶어함. 마악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명헌이는 그런 우성이가 귀여우면서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었던거임.
그날도 그런 날이었음. 새벽부터 차분히 내린 눈이 새하얗게 쌓인 어느 겨울날. 잠에서 깬 명헌이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밖에서 발소리가 차박차박 다가오더니 문이 와락 열렸음. 형! 잔뜩 들뜬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목소리만큼이나 상기된 표정을 한 우성이 있었지. 형! 눈이 잔뜩 왔어요! 지난 밤이 유난히도 고요하더니 눈이 내리느라 그랬던 모양이었음. 문지방을 넘어 들어온 우성이 상을 끌어와 앉아 책을 내는 명헌의 앞에 다가왔음.
형, 우리 이따 밖에 나갈래요?
책을 펴다 말고 명헌이 쳐다보니 우성은 명헌의 앞에 무릎을 대고 앉아있었음. 응? 하고 다시 묻는 얼굴엔 기대가 잔뜩 묻어나서 명헌은 한숨을 삼켰지. 오늘은 소복이 내린 눈에 한눈을 팔 만큼의 여유가 없는 날이었음. 강론도 들어야 했고 해야 하는 과제도 두어개가 남아있는 까닭이었음. 안 된다고 거절의 말을 해야 했으나.... 저를 올려다 보는 우성의 얼굴은 너무나도 말갛기만 했지.
에이지.
응?
명헌이 보인 반응에 우성의 답은 들떠있었음.
오늘은 안 될 것 같은데, 뿅.
뒤이은 말에 우성은 한순간 풀이 죽었고..
왜요? 볼을 부풀려 입을 우물거리다 한참만에 묻는 말이었음. 서운함이 가득가득한 기색이었지. 명헌은 그것을 모른척 하며 아까 펴다 말았던 책을 다시 쥐어들며 말했음.
해야 할 일들이 있어.
명헌의 앞에 놓인 앉은뱅이 책상으로 몸을 기울였던 우성이 스르르 몸을 바로 했음. 상 위에 올렸던 두 손이 힘없이 두 무릎 위로 툭 내려앉는 것이 누가 봐도 실망한 태도의 표현이었음. 모르는 척 하려 했으나, 꿍얼대는 소리가 들려 끝까지 외면할 수가 없어진 명헌이 다시 고개를 들어 우성에게 물었음.
에이지, 뭐?
그러자 푹 숙인 둥그런 머리통 아래로 눈동자가 도로록 옆으로 구르는 것이었음. 우성은 한참 있다가 작게 쫑알거렸음. 눈 왔을때 저기 절에 올라가면 진짜 예쁘단 말이에요. 아무래도 이애는 설경을 구경하러 나가고 싶은 모양이었지. 그러나 우성이 말하는 절은 조금 걸어야 해서, 멀진 않더라도 왕복으로 다녀오면 시간이 꽤 걸리는 거리였음. 눈길이라 길 사정이 좋지 않은 걸 생각하면 시간은 더 걸릴 터였고... 명헌은 손에 잡힌 종잇장을 엄지 검지 사이에서 문질렀음. 다른 일이 없다면 응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겠지만, 오늘은 아니었음. 명헌이 생각 끝에 대답했음. 친구랑 다녀와. 그러자 우성이 무언가 불만인듯 입술을 달싹이는 것이었음. 나는 형이랑 가고 싶단 말이에요. 명헌은 숨을 길게 뱉었음.
오늘은 바빠, 뿅. 다음에 가자.
다음에는 눈이 다 녹잖아요.
눈은 또 오잖아용.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이곳은 눈이 잦으니까.
오늘처럼 예쁘게 내리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에이지.
바뀐 어조에 우성은 불퉁하던 대답을 멈추고 명헌을 쳐다보았음. 가라앉은 형의 얼굴에 한층 더 풀이 죽은 우성이었고.... 제 청유가 거절당했음이 분명함에도 우성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음. 정말 오늘 반드시 형에게 절에서 보는 설경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지. 조금만 더 조르면 형이 들어주지 않을까. 조금만 더 버티면 형이 져주지 않을까. 우성은 미적미적 책상 끄트머리를 잡고는 놓지 않았음.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형은 대화가 끝난 이후로 제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책만 들여다 보는 것이었지. 책장 넘어가는 소리만이 울리는 고요함 속에서, 제 기대가 이뤄지지 않음을 받아들이게 된 우성은 서럽기 짝이 없었음. 잠깐만 나갔다 오면 되는데. 이곳 설경이 얼마나 예쁜지 형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저번에도 저잣거리 구경 가자는거 싫다고 했으면서....쑥쑥 늘어지던 생각은 기어이 어떤 지점에 가 닿았음. 형은 내가 귀찮은걸까.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머릿속에 지나치게 많아진 생각은 기어이 입밖으로 비어지고 말았음.
...카즈 상은 맨날 안 된다고만 해.
명헌이 책을 보다 말고 우성을 쳐다보았음.
뭐?
명헌의 물음에 우성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내뱉었음.
그냥, 잠깐만 같이 갔다 오면 되는거잖아요.
뭐가 그렇게도 마음에 안 드는지 우성의 입매가 잔뜩 찌푸려져있었음. 나름 설움을 참는다고 힘을 준 모양인데 오히려 더 삐죽삐죽 했지. 아마도 다른 날 같으면 명헌은 이쯤에서 스스로를 조금 누그러뜨리고 우성이를 달랬겠으나.... 앞서 말했듯 오늘은 그럴 여유가 없는 날이었음. 우성이 말하는 그 잠깐도 안된다는 것임. 명헌은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우성을 쳐다보았음.
이런 경우는 드물지 않았음. 흔한 축이었지. 우성은 명헌을 잘 따랐고 좋아했음. 명헌은 이애가 저를 싫어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었지만...문제는 우성이 저를 너무 따른다는 것이었음. 가끔은 자꾸만 발에 감겨드는 강아지같기도 했지. 귀여우면서도, 조금은 신경쓰이는.
명헌은 우성을 마냥 귀여워만 할 수는 없었음. 이 집에 들어온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신경써야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임. 명헌은 사와키타의 일원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증명해야했음. 이 집안에서 왜 굳이 저를 선택했는지, 왜 제 집안에서 그 선택을 받아들였는지 그는 모르지 않았음. 이 혼인이 깨어지지 않도록 사와키타의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렇게 늘 자신을 벼리듯 지내는 명헌의 발치에 자꾸만 이 도련님이 감겨오는것이었음. 어찌되었든 우성은 제 지아비가 될 것이었으므로 대체로 받아들여주곤 했지만, 오늘처럼 유난히 여유가 없을 때는 저를 향한 이 애의 애정이 조금은, 부담스러울 따름이었음.
명헌은 길게 숨을 뱉었음. 앞에 놓였던 책이 소리내어 덮였고, 한번 감았다 뜨인 명헌의 눈이 우성을 빤히 쳐다보았음. 에이지. 목전에 떨어지는 차분한 음성에 우성은 무언가를 느낀듯 저도 모르게 목울대를 울렸음.
오늘은 안 된다고 했지.
방 안은 고요하게 가라앉았음. 고저없는 표정이, 목소리가 우성의 앞에 견고한 선을 긋고 있었음.
그런데 네가 이렇게 버티고있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응? 에이지. 우성은 입술을 감쳐물었음. 명헌의 시선이 꼭 제 속을 꿰뚫고있는듯 했음. 내심 형이 저에게 져주기를 바랐던 마음을 훤히 들킨 것 같아 두 볼이 붉어졌지. 작은 입술이 잇새에 눌린 채 잘근잘근 씹혔음. 이 모양새를 명헌도 보았지만, 평소같으면 말렸을 우성의 행동을 명헌은 내버려두었음.
끝내 책상 끄트머리를 잡고있던 우성의 손끝이 무릎위로 내려앉았음. 그리고 한동안 답이 없던 우성이 조용히 입을 열었음.
...미안해요, 형.
또 한번 입술을 깨무는가 싶더니 급히 일어나 방을 나서는 우성을, 명헌은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지.
외전1 https://hygall.com/544492448
고증없음 걍 드문드문 보고싶은것만 있음 호칭 이름 한국어 일본어 섞임ㅈㅇ
걍 생각나서 쓰는거....뇌절입니까? 뇌절입니다.
우성은 비어있는 곁에 잠이 깨었음. 겨울 밤 푸른 빛이 사위에 어스름했지. 주변을 둘러보다 명헌이 방 안에 없다는 것을 안 우성은 깊이 잠들어있는 아이를 살피고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음. 그리고 문을 열고 나와 마루에 앉아 있는 뒷모습을 보았음. 명헌은 까만 하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었지. 그 모습을 쳐다보던 우성은 이내 천천히 다가와 그 어깨를 감싸 안았음. 왜 나와 있어요. 기척을 느끼지 못했던 듯, 명헌은 우성의 손길에 시선을 옮겨 그를 쳐다보았음. 그리고 제 어깨를 감싼 손에 제 손을 얹었지. 나온 지가 꽤 되었는지 손은 조금 차가웠음.
잠이 깨서. 고요함을 의식하여 내뱉어지는 대답은 평소보다도 나긋했음. 우성은 그 손에 입을 한번 맞추고는 명헌의 옆에 나란히 앉았음.
아이는?
자요. 엄청 잘 자.
다행이네. 자기 전엔 그렇게도 울더니...
막 태어났을 땐 잘 먹고, 잘 자고, 혼자서도 잘 놀아서 효자 소리를 듣던 아이는 요즘 부쩍 잠들기를 힘들어했음. 쌀알처럼 난 아랫니가 힘들게 하는지, 아니면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팔다리가 낯선 것인지 모든 것을 울음으로 표현하는 아이 앞에서 초보 부모는 그저 애를 어르고 달래는 수밖에 없었고... 막상 잠들면 잘 잘거면서 왜 그렇게 우는지 모르겠어요, 그쵸. 우성은 통통한 두 팔을 머리 위로 뻗은 채 곤히 잠들어있는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었음. 그리고 그것을 따라 명헌도 옅게 웃었지.
아기니까. 우는 게 제 일이겠지.
그래도 조금만 덜 울면 좋겠는데.
너를 많이 닮았나봐용. 웃음기 어린 명헌의 말에 우성은 밉지 않게 입을 삐죽여보였음. 왜 그런 것까지 닮냐구요. 그러자 명헌이 퍽 웃으며 하얀 입김을 뱉었음. 아이는 동그란 외양 뿐 아니라 성정도 우성을 닮은듯 잘 울고, 잘 웃었음. 명헌은 그것이 좋았음. 아이를 보고있으면 아이를 따라 마음이 흘러가 어느새 함께 찡그리고, 함께 웃고있기 때문이었음. 나는 좋은데. 명헌이 무심히 말했고 한동안 답이 없던 우성은 곧 아잇..그게 뭐가 좋아요. 하며 대꾸했음. 투덜거리는 말투였으나 얼굴은 이미 입매가 사르르 녹아 씰룩거리고 있었지.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 제 아이가 저를 닮아 좋다는데 그것을 싫다 할 수 있을까. 명헌은 그런 우성을 보며 슬몃 웃었음.
어느새 까맣던 하늘엔 흰 눈송이가 하나 둘씩 날리고 있었음. 우성은 긴 숨을 뱉으며 명헌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명헌은 그런 우성의 볼에 손바닥을 대었음. 겉옷을 걸쳤다고는 하나 겨울 깊은 밤 찬 공기에 발갛게 익은 볼은 꽤 차가워졌겠지. 명헌은 손바닥에 전해지는 느낌에 고개를 돌려 우성을 쳐다보았음. 에이지, 들어갈까. 명헌의 말에 우성은 형의 어깨에 기댄 채로 이마를 부볐음.
웅 아니...왜, 형 추워요?
네 볼이 차가워서.
감기 걸릴까봐용. 두 볼을 완전히 감싸며 말하는 명헌에 우성은 헤헤, 하고 실없이 웃었음. 에이, 나는 괜찮은데. 추운데 오래 있으면 앓으면서 뿅. 우웅 아냐 나 진짜 괜찮아요. 그러더니 제 볼을 감싼 명헌의 손을 그러쥐며 애교스럽게 덧붙였음. 나는 지금 형이 더 걱정되는데~. 명헌은 고개를 옅게 저었음.
나는 감기 잘 안 걸리잖아.
형 감기 걸린 거 내가 본것만 몇 번인데요.
아마 네가 먼저 걸리고 옮겼을거다, 뿅.
에이. 그건 아닐걸요.
묘하게 사실관계를 따지게 된 흐름에 명헌이 말을 멈추고 눈을 슬 흘기며 우성을 빤히 쳐다보았음.
지금 너 걱정하느라 하는 말이잖아.
그러자 우성도 지지 않았음.
나도 형 걱정되니까 이러는 거잖아요.
이거 봐, 손이 이렇게 차가우면서. 과장되게 숨을 들이키며 말하는 우성에 명헌은 어이없다는 듯이 푹 웃고는 말았음. 우성은 그런 형을 따라 웃고는 명헌의 두 손을 모아 잡고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 위에 입술을 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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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놓고 보면 네다섯살 나이차이야 얼마 안된다지만, 성장기에는 그게 큰 차이가 나는 만큼 둘이 좀 삐걱거리는 날도 있지 않았을까. 열 네살 명헌이가 보기에 열 살 우성이는 아직 어린거지. 근데 우성이는 명헌이만 졸졸 따라다니고 형이 하는 모든 것은 다 같이 하고 싶어함. 마악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명헌이는 그런 우성이가 귀여우면서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었던거임.
그날도 그런 날이었음. 새벽부터 차분히 내린 눈이 새하얗게 쌓인 어느 겨울날. 잠에서 깬 명헌이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밖에서 발소리가 차박차박 다가오더니 문이 와락 열렸음. 형! 잔뜩 들뜬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목소리만큼이나 상기된 표정을 한 우성이 있었지. 형! 눈이 잔뜩 왔어요! 지난 밤이 유난히도 고요하더니 눈이 내리느라 그랬던 모양이었음. 문지방을 넘어 들어온 우성이 상을 끌어와 앉아 책을 내는 명헌의 앞에 다가왔음.
형, 우리 이따 밖에 나갈래요?
책을 펴다 말고 명헌이 쳐다보니 우성은 명헌의 앞에 무릎을 대고 앉아있었음. 응? 하고 다시 묻는 얼굴엔 기대가 잔뜩 묻어나서 명헌은 한숨을 삼켰지. 오늘은 소복이 내린 눈에 한눈을 팔 만큼의 여유가 없는 날이었음. 강론도 들어야 했고 해야 하는 과제도 두어개가 남아있는 까닭이었음. 안 된다고 거절의 말을 해야 했으나.... 저를 올려다 보는 우성의 얼굴은 너무나도 말갛기만 했지.
에이지.
응?
명헌이 보인 반응에 우성의 답은 들떠있었음.
오늘은 안 될 것 같은데, 뿅.
뒤이은 말에 우성은 한순간 풀이 죽었고..
왜요? 볼을 부풀려 입을 우물거리다 한참만에 묻는 말이었음. 서운함이 가득가득한 기색이었지. 명헌은 그것을 모른척 하며 아까 펴다 말았던 책을 다시 쥐어들며 말했음.
해야 할 일들이 있어.
명헌의 앞에 놓인 앉은뱅이 책상으로 몸을 기울였던 우성이 스르르 몸을 바로 했음. 상 위에 올렸던 두 손이 힘없이 두 무릎 위로 툭 내려앉는 것이 누가 봐도 실망한 태도의 표현이었음. 모르는 척 하려 했으나, 꿍얼대는 소리가 들려 끝까지 외면할 수가 없어진 명헌이 다시 고개를 들어 우성에게 물었음.
에이지, 뭐?
그러자 푹 숙인 둥그런 머리통 아래로 눈동자가 도로록 옆으로 구르는 것이었음. 우성은 한참 있다가 작게 쫑알거렸음. 눈 왔을때 저기 절에 올라가면 진짜 예쁘단 말이에요. 아무래도 이애는 설경을 구경하러 나가고 싶은 모양이었지. 그러나 우성이 말하는 절은 조금 걸어야 해서, 멀진 않더라도 왕복으로 다녀오면 시간이 꽤 걸리는 거리였음. 눈길이라 길 사정이 좋지 않은 걸 생각하면 시간은 더 걸릴 터였고... 명헌은 손에 잡힌 종잇장을 엄지 검지 사이에서 문질렀음. 다른 일이 없다면 응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겠지만, 오늘은 아니었음. 명헌이 생각 끝에 대답했음. 친구랑 다녀와. 그러자 우성이 무언가 불만인듯 입술을 달싹이는 것이었음. 나는 형이랑 가고 싶단 말이에요. 명헌은 숨을 길게 뱉었음.
오늘은 바빠, 뿅. 다음에 가자.
다음에는 눈이 다 녹잖아요.
눈은 또 오잖아용.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이곳은 눈이 잦으니까.
오늘처럼 예쁘게 내리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에이지.
바뀐 어조에 우성은 불퉁하던 대답을 멈추고 명헌을 쳐다보았음. 가라앉은 형의 얼굴에 한층 더 풀이 죽은 우성이었고.... 제 청유가 거절당했음이 분명함에도 우성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음. 정말 오늘 반드시 형에게 절에서 보는 설경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지. 조금만 더 조르면 형이 들어주지 않을까. 조금만 더 버티면 형이 져주지 않을까. 우성은 미적미적 책상 끄트머리를 잡고는 놓지 않았음.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형은 대화가 끝난 이후로 제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책만 들여다 보는 것이었지. 책장 넘어가는 소리만이 울리는 고요함 속에서, 제 기대가 이뤄지지 않음을 받아들이게 된 우성은 서럽기 짝이 없었음. 잠깐만 나갔다 오면 되는데. 이곳 설경이 얼마나 예쁜지 형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저번에도 저잣거리 구경 가자는거 싫다고 했으면서....쑥쑥 늘어지던 생각은 기어이 어떤 지점에 가 닿았음. 형은 내가 귀찮은걸까.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머릿속에 지나치게 많아진 생각은 기어이 입밖으로 비어지고 말았음.
...카즈 상은 맨날 안 된다고만 해.
명헌이 책을 보다 말고 우성을 쳐다보았음.
뭐?
명헌의 물음에 우성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내뱉었음.
그냥, 잠깐만 같이 갔다 오면 되는거잖아요.
뭐가 그렇게도 마음에 안 드는지 우성의 입매가 잔뜩 찌푸려져있었음. 나름 설움을 참는다고 힘을 준 모양인데 오히려 더 삐죽삐죽 했지. 아마도 다른 날 같으면 명헌은 이쯤에서 스스로를 조금 누그러뜨리고 우성이를 달랬겠으나.... 앞서 말했듯 오늘은 그럴 여유가 없는 날이었음. 우성이 말하는 그 잠깐도 안된다는 것임. 명헌은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우성을 쳐다보았음.
이런 경우는 드물지 않았음. 흔한 축이었지. 우성은 명헌을 잘 따랐고 좋아했음. 명헌은 이애가 저를 싫어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었지만...문제는 우성이 저를 너무 따른다는 것이었음. 가끔은 자꾸만 발에 감겨드는 강아지같기도 했지. 귀여우면서도, 조금은 신경쓰이는.
명헌은 우성을 마냥 귀여워만 할 수는 없었음. 이 집에 들어온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신경써야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임. 명헌은 사와키타의 일원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증명해야했음. 이 집안에서 왜 굳이 저를 선택했는지, 왜 제 집안에서 그 선택을 받아들였는지 그는 모르지 않았음. 이 혼인이 깨어지지 않도록 사와키타의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렇게 늘 자신을 벼리듯 지내는 명헌의 발치에 자꾸만 이 도련님이 감겨오는것이었음. 어찌되었든 우성은 제 지아비가 될 것이었으므로 대체로 받아들여주곤 했지만, 오늘처럼 유난히 여유가 없을 때는 저를 향한 이 애의 애정이 조금은, 부담스러울 따름이었음.
명헌은 길게 숨을 뱉었음. 앞에 놓였던 책이 소리내어 덮였고, 한번 감았다 뜨인 명헌의 눈이 우성을 빤히 쳐다보았음. 에이지. 목전에 떨어지는 차분한 음성에 우성은 무언가를 느낀듯 저도 모르게 목울대를 울렸음.
오늘은 안 된다고 했지.
방 안은 고요하게 가라앉았음. 고저없는 표정이, 목소리가 우성의 앞에 견고한 선을 긋고 있었음.
그런데 네가 이렇게 버티고있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응? 에이지. 우성은 입술을 감쳐물었음. 명헌의 시선이 꼭 제 속을 꿰뚫고있는듯 했음. 내심 형이 저에게 져주기를 바랐던 마음을 훤히 들킨 것 같아 두 볼이 붉어졌지. 작은 입술이 잇새에 눌린 채 잘근잘근 씹혔음. 이 모양새를 명헌도 보았지만, 평소같으면 말렸을 우성의 행동을 명헌은 내버려두었음.
끝내 책상 끄트머리를 잡고있던 우성의 손끝이 무릎위로 내려앉았음. 그리고 한동안 답이 없던 우성이 조용히 입을 열었음.
...미안해요, 형.
또 한번 입술을 깨무는가 싶더니 급히 일어나 방을 나서는 우성을, 명헌은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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