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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04:32
선배 너무 좋아해서 잊어보겠다는 마음 반, 나머지 반은 당연히 농구하겠다는 마음으로 미국 온 태섭인데 농구는 어렵고 선배는 더 보고싶은 날들이겠지. 언어부터 제대로 되질 않으니 처음엔 태섭이도 많이 막막했는데 왜 그 때마다 그 선배가 생각나는지. 단지 그 선배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나아지는 제 마음에 헛웃음을 친 태섭이는 언제쯤 이 마음이 끝날까 싶으면서도 머나먼 고국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보내준 소중한 편지를 들춰볼 수 밖에 없었음. 벌써 몇 번이나 들춰본 편지는 꼬깃꼬깃해졌지만 볼 때마다 처음 보는 것 같은 내용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웃을 수 밖에 없었지. 그치만 그것만으로도 안 되는 날이 있었음.

그냥 그 날따라 모든 일이 삐끗하는 날. 마치 모두가 송태섭을 찍어누르려고 안달한 것 같은 날. 그래서 단단한 송태섭도 유난히 하루가 힘든 날. 그래서 몇 달이나 번호만 꾹꾹 눌러보고 전화를 끊기만 하던 태섭이는 정말 충동적으로 신호음을 귓가에 울리게 했음. 여보세요? 조금 지나 너무 듣고싶었던 목소리가 들렸을 땐 우습게도 눈에 눈물이 조금 고이기까지 했음. 아 울면 안 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서 입술만 꽉 깨무는데.

태섭아?

왜 이 선배는 이런 순간마다 귀신 같이 알아차릴까. 나였으면 바로 끊었을 것 같은데. 우느라 목소리는 안 나오면서 머리는 황당한 얘기만 떠올리고 있는 자신이 골 때리겠지. 진짜 꼴통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조금 멎었고 다시 한 번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음.

미안해요, 선배. 선배가 너무 보고싶어요.

본인이 말해놓고 얘기한 내용이 뭔지 깨달은 태섭이는 깜짝 놀라서 전화를 끊어버렸지. 전화가 몇 번이나 울렸지만 받지 않았고 며칠동안 본인이 저지른 실수를 잊으려고 미친 사람처럼 농구와 공부, 알바에 몰두하던 태섭이는 집 근처 눈 앞에 서있는 사람을 보고 순간 꿈을 꾼 줄 알았음. 여기 있을 수 없는 사람은 태섭이를 발견하고 점점 가까워져오더니 태섭이 눈 앞에 섰음. 두 눈에 들어찬 그 선배는 여전히 허상 같아서 태섭이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뺨을 매만졌고 그 선배는 그 손에 기대 자신을 내어주었음. 손에 느껴지는 질감에 태섭이는 놀라서 손을 떼었지만 단숨에 붙잡혀 다시 그 선배 뺨 위를 감쌌지.

진짜 선배에요...?
응.
어떻게 여기 있어요? 학교는요? 훈련은요? 어디 아픈 거에요?
태섭아, 나 괜찮아.
근데 왜 여기 있어요?

그러자 그 선배가 여전히 제 뺨에 있는 손에, 손바닥에 가볍게 입술을 누르고는 대답하겠지.

네가 나 너무 보고싶다며. 그 소리 듣고 어떻게 안 와.
그건, 그거는 제가-
태섭아.
저는,
나도 너 보고싶었어. 아마 너보다 더 많이.

거짓말 같은 말에 태섭이는 머리가 새하얘졌음. 너무 믿기지 않아서 도망가고 싶어도 이미 손이 붙잡혀서 거리가 그렇게 멀어지지도 않았지. 어쩌지. 어떡하지. 정신없던 마음은 순식간에 그 선배 품에 안겨서 익숙한 체향을 맡자마자 순식간에 진정되었음. 태섭이도 천천히 대만이의 허리를 껴안으면 더욱 단단한 팔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꽉 안아버렸음.

보고싶었어, 태섭아.

마치 태섭이한테 확신을 주려는 듯한 말에 이 순간이 벅찬 태섭이는 대답 대신 자신의 팔에 힘을 주었지. 그렇게 둘은 한동안 떨어지면 안 되는 사람들처럼 체온을 나누고 그리움을 나누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