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88923296
view 1244
2024.03.26 00:11
a317673e3763f2d65edb1d264663785f.jpg
a00531110bb60cea3e6f128034cbf579.jpg
호열이는 식당 일 배워서 가게 물려받고 철이도 정비소 일 배워서 이제 자리 좀 잡아 사장님 소리 듣는데 어느날 호열이가 집에 애 하나 데려오는게 보고싶음.

눈에 반항이 그득그득하고 꼬라지도 엉망인게 어디서 대차게 줘터져있는 꼴인데 눈가가 버석한게 꼭 누구누구들 옛날 생각 나는 앳된 얼굴이라 프로임보러들 나이 한참 먹고 또 탈선한 청소년 데려다 먹이고 입히고 하는거..

처음 만난건 식당 앞에 남자애 하나가 뛰어서 지나가더니 패거리가 우르르 걔 뒤를 쫓아가는걸 본건데 패거리가 넘어트린 입간판 세우다 다구리맞고 있는걸 도와준거지. 그 양키가 자라서 된게 나다 이새끼들아. 하면서 다 대가리 한대씩 쥐어박고 넘어져있는 애 일으켜다 가게로 데려올 것 같음.

밥 먹었니, 아직 안먹었으면 아저씨 밥친구 해주는 값으로 라멘은 어때?

라멘 먹이고 천천히 보니까 집에서 돌봄을 받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집에 누구 계시니 물어보니 입 꾹 다물고 아무말도 안해. 어디 아픈데는 없니 물어보면 피딱지진 다른 곳 말고 무릎 문지르면서 여기.. 함. 그것까지 누구들 어린시절 같아서 갈데 없으면 아저씨네 갈래? 같이 사는 아저씨가 하나 더 있긴 한데.. 너 쪼끄만해서 괜찮을거야. 하고 집에 데려간거.

정비소 일 끝내고 기름냄새 풍기며 집에 들어갔더니 저녁상에 반찬 나르고 있는 낯선 애 보고 순간 집 잘못 찾은줄 알았던 박철.
안쪽에서 양호열이 어, 왔어? 얼른 씻고와. 밥 먹자. ㅈㄴ 태연하게 남편 맞이하듯 말하니까 얼결에 수건 받아들고 욕실로 들어가서 씻고 나왔을듯.

식탁에 양호열 낯선애 나란히 앉고 양호열 맞은편에 앉아서 아무말 없다가 눈치까고 ..도시락 통은 있냐. 물어봄. 본인도 탈선한 주제에 비행청소년들 주워다 정상궤도에 올려본 인간이라서 모를수가 없을듯.

그렇게 얼떨결에 비행청소년 자식이 생긴 철호열 보고싶다.
살던 곳 가보니 집이라고 하기도 뭐한 굴다리 밑에서 살고 있어서 애 옷도 좀 사고, 매일 도시락 들려보내고. 지내는동안 눈치보는 애 장보기 핑계로 데려나와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물고 니가 먹어봐야 쟤 친구놈보다 덜 먹을거고, 비싼옷 입어봐야 내 친구놈 만큼은 아닐거라고. 넌 돈 걱정 말고 학교나 잘 다녀오라고 할 것 같음.

학교 끝나면 정비소가서 일 배우고 집가는 길에 마트 장보다가 시식코너 아주머니가 어머 부자가 똑 닮았네~ 그러면 능청스럽게 어깨에 팔두르고 안사람 닮아서 얘가 좀 더 낫죠. 이러고 받아줄만큼 가까워지는거지.

공부머리는 둘다 없어서 못 도와줬지만 양옆에서 잘 보살핀 덕에 무사히 졸업까지 하게 되면 졸업식날 우는 애 데리고 가족사진처럼 다른사람한테 부탁해서 꽃다발들고 사진찍음. 그때 애가 처음으로 아빠.. 아버지.. 고마워요. 그래서 둘다 좀 찡..한 그런거 보고싶다.

개붕적으로 철이는 저렇게 누가 아들로 보거나 하면 예, 맞아요 아들입니다. 하는데 호열인 애가 아빠라고 부르기 전까지 꼬박꼬박 아저씨가 아저씨가 할 것 같음.

암튼 저 뒤론 아빠가 아빠가 하겠지. 네~ 우리아들이에요~ 훤칠하죠? 이러면서 가게 손 거들러온 애 등 토닥이면서 얘기할 것 같다.

별게 가족이냐. 하고 걍 그렇게 따땃하게 정붙이고 셋이 살면 좋을것 같음.

철호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