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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01:48
슬램덩크
대만태섭

태섭이 입장에선 첫키스였지만 이 인간은 분명 첫키스 아니었단 말임? 아무리 바보라도 모를 수가 없어, 누가 입술이랑 혀를 그렇게 현란하게 쓰냐고! 태섭이 혼이 쏙 빠지도록, 거의 송태섭을 구석구석을 맛보듯이 키스했으면서 하는 말이 이제 네가 날 책임져야한다? 그런 말을 하는 쪽을 굳이 정하자면 태섭이가 하는 게 맞았는데 뻔뻔하게도 대만이가 그런 말을 하니까 첫키스의 설렘도 금방 사그라지고 어이없는 감정만 남았지. 그래서 금세 평소의 여유를 되찾고 그냥 없던 일로 합시다. 하는데 와 송태섭 너 발랑 까졌네? 라는 적반하장의 발언에 태섭이 눈썹이 서서히 비뚤어지기 시작했지. 그러나 금세 얼굴을 들이미는 대만이 때문에 저절로 숨을 참게 되더니 눈을 어디 두지 못하고 방황했음. 아무리 어이없는 발언을 해도 잘생긴 얼굴이 어딜 가는 건 아니잖아. 태섭이는 눈 앞에 펼쳐진 첫사랑의 잘난 얼굴에 또 다시 심장이 바쿠바쿠하는데 대만이가 노골적인 눈으로 태섭이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느릿하게 문지르더니 이제 네 입술 밖에 생각 안 날 것 같은데, 진짜 책임 안 질거야? 하며 속삭이듯이, 귀가 간지러울 정도로 얘기하면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돌리겠지. 하지만 대만이가 다시 제 쪽을 보게 하고 끈질기게 태섭이랑 눈을 맞추면 견디지 못 한 태섭이가 눈을 질끈 감고 책임질 테니까, 좀 놔줘요..! 하고 애원하는 것처럼 얘기함. 그제야 숨이 닿던 거리가 멀어지더니 무르면 안 된다? 하는 대만이었음. 태섭이가 눈을 뜨자 정대만은 본인과 잘 어울리는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었지. 어쩐지 당한 것 같은 느낌에 태섭이가 분해서 며칠동안 대만이랑 거의 말도 안 하는데 둘만 남은 라커룸에서 대만이를 무시한 값을 치르게 되버림. 둘만 남자마자 정말 입술이 불어터질 정도로 대만이한테 키스를 받은 태섭이가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땐 분명 아까까지 해가 떠있던 바깥이 어느새 어둑해졌음. 보고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입 주변에 흥건한 침을 닦을 생각도 못 하고 대만이만 쳐다보고 있으면 이번엔 웃고 있지 않은 대만이가 그러겠지. 책임지기로 했잖아. 그제야 대만이가 그냥 한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태섭이는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졌음. 태섭이의 본능이 태섭이에게 너 지금 제대로 잘못 걸린 거라고 세차게 경고했지만 서늘한 얼굴로 다가오는 대만이를 다시 받아들여야해서 본능의 경고는 단호하게 무시당하고 말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