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85385938
view 1982
2024.02.23 21:43
전편:
https://hygall.com/584383565
https://hygall.com/585240465

타브아스타브 더지아스더지
아스타리온 승천루트탄 타브/더지로
어느 날 야영지에 비승천 아스타리온이 한 명 더 생긴게 보고싶다
타브더지는 승천아스의 스폰이 되길 거부한 채 애매~한 연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정


"날 지켜주려는 건 고마운데~ 매번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이렇게까지 해야 돼. 더 말 얹지마."
탑덪은 자신의 텐트 안에 비승천 아스타리온 몫의 침낭을 깔며 마저 말했음
"벌써 몇 번이나 죽을 뻔했잖아"
"나 혼자 몰래 야영지를 뜨면 되잖아. 이미 카사도어도 죽고 없는데 뭐가 문제야?"
안 그래? 비승천타리온이 타브더지에게 물어왔지. 왜 날 놔주지 않아?

탑덪은 초월체가 된 네가 카사도어 대신 존재하잖아.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채 묵묵하게 잠자리만 다듬었지
비승천타리온의 존재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는 승천타리온이 그저 눈앞에서 사라져준다고 그를 그냥 놓아줄리만무했음
이대로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내 죽여버릴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럴거라면 차라리 자신과 동료들 곁에 두는편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한 탑덪이었음
단순히 비승천타리온을 곁에서 놓아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본심은 능숙하게 모른척하면서 말이야
대답 없이 연신 잠자리만 만져대는 탑덪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비승천타리온 이었지

"우선은 네 말대로 하겠지만 이런식으로 '영원히' 나를 감싸줄 순 없을 거야. 너도 알지?"
결국엔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라는 거. 저건 '나'니까
곧은 눈으로 자신을 마주 봐오는 비승천타리온을 보며 죄책감에 질식할듯한 기분을 느끼는 탑덪이었지
아스타리온의 승천에 협력한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아스타리온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칠천의 영혼을 지옥에 처박은 결과가 아스타리온을 다시 고통 속에 놓이게 하는 것이라니
악마의 의식을 치른 죗값으로는 더없이 완벽하다 생각했지 자신은 두 아스타리온 모두에게 용서받지 못할 죄인이라고
비승천아스타리온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땅에 처박은 탑덪이 비참하게 내뱉었음
"내가 너희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해주긴 뭘 해줘?"
순간 탑덪의 텐트 안으로 승천아스가 불쑥 쳐들어왔음
탑덪이 다급하게 비승천아스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는 걸 보며 승천아스가 활짝 웃었지
"사이가 아주 좋네 보기가 참 좋아"
느긋한 걸음걸이로 탑덪 앞에 선 승천아스는 여전히 웃는 낯인 채로 말을 이었음
"그렇게 긴장하지마 달링. 나 휴전하러 온 거야."
"일방적인 살해 시도를 해놓고 휴전?"
탑덪의 뒤에 서있던 비승천아스가 중얼거렸음. 탑덪은 비승천아스에게 조용히 있으라는 신호를 보내며 승천 아스에게 물었지
"무슨 속셈이야?"
"속셈이라니 섭섭하네 달링."
승천아스는 탑덪의 바로 앞까지 걸어와서는 손가락으로 탑덪의 가슴을 쿡 찍어눌렀음. 정말 섭섭해. 누가 정실인지 잊은 거 아니지?
"내가 네게 진실한 사랑을 고백한 이후로 거짓말 한적 있던가?"
".. 이유가 뭐야?"
"너 때문이지. 네가 저걸 죽이지 않길 바라잖아"
"납득이 가게 설명해"
".. 이럴 거야? 내 입으로 정말 말해야겠어?"

탑덪은 단호한 눈으로 승천 아스를 쳐다봤음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기전까지는 들어주지도 않겠다는 태도였지
그 태도에 승천아스는 아랫입술을 몇번 짓씹다 결국 입을 열었음
".. 되새겨지는 치욕보다 네가 나 때문에 저걸 감싸는 꼴을 보는 게 더 고통스러워. 그리고 무서워. 됐어?"
무섭다고. 네가 날 버릴까 봐.
그 높던 자존심도 잊은 채 진실을 고백해오는 모습이 마치 의식을 치르기 전의 아스타리온과 같아서 타브더지는 굳어버리고 말 거임
무섭다고. 내가 널 버릴까 봐? 무슨 소리야 그게. 그런 생각 한 적도 없어.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탑덪이겠지 보다 못한 비승천아스가 조용히 탑덪의 옆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음
"난 휴전 찬성이야. 아니 애초에 나만 OK 하면 끝인 거잖아?"
".. 잠깐 아스타리온 그렇게 쉽게 결정할게.."
"살다 살다 내가 또 다른 나를 변호하게 될 날이 오네. 널 만난 뒤로 별별 경험을 다해본다니까"
비승천아스가 승천아스를 보며 이어 말했음
"진심으로 하는 말 맞아. 저런 꼴이 됐어도 나니까 알아"
그러니까 믿어줘도 돼. 그리고 둘이 대화 좀 해. 나는 빼놓고 말이야.
비승천아스는 그 말을 끝으로 탑덪의 텐트를 나가버렸음 텐트 안에는 탑덪과 승천아스타리온만이 남게 되었지

"내가 지금 얼마나 비참한 기분인지 네가 알까"
말없이 굳어있는 탑덪을 보며 승천 아스가 먼저 운을 뗐지. 뭐라고 말 좀 해봐. 날 침묵으로 질식시켜 죽이려는 게 아니라면.
".....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한참 뒤에서야 겨우 입을 열기 시작하는 탑덪이었지
승천아스를 버리겠다 따위의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 없었으나 비승천아스를 계속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 또한 했던 자신이기에
그것이 승천아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 따위는 생각도 않고
"이젠 얼굴도 보기 싫어졌어? 그래서 쳐다도 안 보는 거야?"

물기 가득한 아스타리온의 목소리가 탑덪의 귀로 꽂혀들었지
아니야. 아스타리온. 네게 지은 죄가 너무 커서 네게 너무 미안해서 널 어떤 얼굴로 봐야 할지 모르겠어. 탑덪은 속으로 비명을 질러댔음.
탑덪이 죄책감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는 만큼 승천아스도 절망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었지
결국 내가 최악의 선택지를 고르게 할 거야 타브(더지)? 내가 네게 그랬던 것처럼?
"차라리 나를 죽이고 '저거'랑 사는 건 어때?"

그 망할 의식을 치르기 전의 나와 말이야. 물론 순순히 죽어주진 않을 거야 달링. 실패하면 너는 물론이고 야영지의 모두가 죽을 테니까.
'저건' 가장 마지막에 최고로 고통스럽게 죽여줄게.

살벌한 말을 지껄이기 시작하자 그제야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춰오는 탑덪을 보며 심장이 아프다 못해 터질 지경인 승천아스였음
"네 존재가 나를 악하게 만들어. 알아?"
".. 널 사랑해"
그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내가 네게 저지른 그 모든 실수와 잘못들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한다고.
과거의 너를 그리워하는 것이 지금의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라고. 후회의 끝에 남는 마지막 감정은 언제나 너를 향한 애정이었다고.
타브더지는 거의 울듯이 승천아스에게 고백했지. 너무 늦게 말해서 미안해. 불안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승천 아스는 세차게 쏟아져 나오는 탑덪의 말에 처음에는 경악하는듯하다 곧 분노인지 기쁨인지 모를 얼굴이 되어 소리쳤음
"날 아직도 사랑해?"
"안 그런 적 한 번도 없었어"
그 말에 승천아스는 탑덪에게 달려들어 그를 끌어안았지. 그래 그거면 충분해. 적어도 지금은.

한편 텐트 밖에는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던 비승천아스가 있었지. 분명 잘된 일인데 가슴이 시큰거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을거임
탑덪이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승천에 협조했을지
사랑하는 이의 고통이 얼마나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지 며칠간같이 지내며 뼈저리게 이해하게 된 비승천아스타리온이었음
그렇다곤 해도 자신의 것이기도 한 탑덪을 다른 자신에게.. 완벽하게 '양보'한 모양새가 되어버린 건 굉장히 비참한 경험이었지
비승천타리온은 별이 촘촘하게 박힌 하늘을 올려다보며 쓸쓸하게 눈을 감았음
이대로 자신이 떠나버린다면, 탑덪은 자신을 찾으러 와줄까 생각하면서

승천아스에게 비참함 바톤을 이어받은 비승천아스였지
천천히 우울감에 잠식되어가던 비승천아스를 깨운 건 다름 아닌 자신의 목소리였음

"하.. 이건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해? 거기 스폰 시절의 나"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언제 우울했냐는 듯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마는 비승천아스였음. 스폰 시절의 나? 진심으로?!
승천아스는 비승천아스가 화를 내건 말건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손짓했지.
들어와, 텐트 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