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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8 18:29
바알 신전과 오린 꼬락서니 보면 바알 신도들 전부 위생이고 식사예절이고 하나도 신경 안 썼겠지. 
그들의 수장이었던 더지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기억을 잃었어도 습관대로 게걸스럽게 먹지 않을까? 

마인드 플레어 함선에서 탈출한 첫날밤, 더지가 너무 허기진 나머지 갓 잡아온 고기를 동료들 앞에서 맨손으로 우걱우걱 먹었으면 좋겠다. 
피가 질질 흐르는 생고기와 내장을 굶주린 짐승처럼 허겁지겁 물어뜯는 더지를 보고 동료들은 경악하지 않을까. 
피범벅인 입 주변을 소매로 대충 닦고 조용해진 주변을 둘러보니 웬걸 다들 눈을 피하거나 역겨워하며 얼굴을 찌푸리겠지. 
누군가 정적을 깨고 우리 친구가 배가 많이 고팠나 보군 이라며 농담을 던지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어. 
당황한 더지는 먼저 자겠다며 도망치듯이 뛰쳐나가겠지. 
식사는 다시 재개했지만 게일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던 더지의 뒷모습을 잊을 수 없었어.

다음날 저녁식사 준비를 끝낸 게일은 더지가 없는걸 눈치채고 찾으러 가겠지.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오브 때문에 뼈저린 외로움을 겪어본 게일은 자신을 포탈에서 구해준 은인이 야만스럽게 먹는다는 이유로 파티에서 겉도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어. 
물가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있는 더지에게 왜 같이 안 먹냐고 물어보니 더지는 두통 때문에 배가 안 고프니 나중에 먹겠다고 대답했어. 
그 순간 더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서 거짓말인 게 금세 들통나겠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개진 더지에게 게일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방금 자신이 만든 생선스튜 한 그릇 내밀겠지. 
배는 고프고 스튜의 냄새가 너무 향긋하니 그의 친절함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어. 
그렇게 둘이서 나란히 저무는 해를 보며 맛있는 저녁을 먹었어.

그 이후 식사 때마다 게일이 더지에게 껌딱지처럼 붙어서 손 씻는 법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식사예절을 가르쳐주겠지. 
그런 게일의 노력에 응답하듯이 더지도 잘 따르겠지. 
놀랍게도 얼마 안 있어 더지의 게걸스럽고 비위생적인 버릇은 대부분 고쳐지고 식사시간만큼은 데카리오스 집안 명성에 걸맞은 예절을 갖추지 않을까. 

그 당시 아무도 몰랐지만 게일의 이런 상냥함이 더지의 인간성을 싹 틔운 계기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중에 같이 워터딥으로 돌아가면서 게일이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이랬었지 라며 회상하면 더지가 흑역사 취급하면서 부끄러워할 것 같다.

게일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