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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6 06:38
"와인이 손등에 흘렀잖아. 아깝게."
닦아낼 겨를도 없이 케이아가 손을 잡아 가져갔다. 손등에 미지근한 숨이 닿고, 뒤이어 물렁한 혀가 닿는 느낌에 다이루크는 머릿속이 순간 새하얘졌다.
쪽
잠깐 붙었던 입술이 떨어질 때는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크고, 노골적으로 축축한 소리가 났다. 시간이 멈췄다 돌아온 것처럼 주변의 소음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위를 흘깃 둘러본 케이아는 다이루크를 향해 싱긋 웃었다.
"아무도 안 봤어."
"봤고 안 봤고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위험할 수 있는 행동을..."
"술을 마신 것 뿐인데?"
술을 마신 것 뿐이라고? 다이루크의 머릿속에서 방금 전의 행위가 다시 재생되었다. 입술과 숨결, 그리고 혀가 닿았던 촉감이 되살아나듯 손등 위가 간지러웠다. 그것을 두고 술을 마셨을 뿐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대답하지 못하는 다이루크의 손을 놓아 주고 여유롭게 술을 음미하려던 케이아는, 결국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채 어떤 정보원의 호출을 받고 급히 자리를 비웠다.
'아까워라, 좋아하는 술인데.'
최근 주시 중이던 보물 사냥단의 동태가 변할 시 바로 알려 달라고 한 것은 자신이지만, 어쩔 수 없이 남기고 온 한 잔의 술이 떠올라 케이아는 현장으로 향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그 한 방울은 맛있었지.'
향긋한 한 방울의 술과, 빨아당긴 뒤에 붉은 자국이 남은 손등. 다이루크의 놀란 눈동자와 곤란해하는 목소리. 그 전부를 합하면 이미 술 한 잔이 주는 재미를 훨씬 넘었을지도 모른다.
보물 사냥단 건을 처리한 뒤 케이아는 옷을 갈아입고 다운 와이너리로 향했다. 손등에 키스를 남긴 게 오늘 저녁 육체적인 관계를 원한다는 어떠한 신호임을, 바보가 아니고선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다이루크는 바보였나보다. 오늘은 피곤하다며 일찍 자러 들어간 것을 보니.
"어르신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셨어요."
"하하, 제가 아무나던가요?"
사뿐히 제지하는 아델린의 옆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가 케이아는 방문을 열었다. 아델린도 오랜만에 찾아온 도련님과 어르신의 재회를 진심으로 막을 생각은 없었던 듯 자리를 비켰다. 어둡고 평화로운 방 안에 단둘이 남았다. 창가에서는 마당을 비추는 야외용 등불 빛이 은은하게 새어들어왔다. 식사를 하기에는 늦은 시각이고, 잠자리에 들기에는 이른 시각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얼굴로 잠든 다이루크를 보아하니, 최근 피로가 적잖이 쌓인 듯 싶었다.
"혼자서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으며 케이아가 중얼거렸다.
내가 안 보는 곳에서 무리하지 마. 다치지도 마. 하지만 내가 보는 앞에서는 더더욱 안다쳤으면 좋겠어.
그것이 의동생으로서의 솔직한 마음이었지만 다이루크가 그것을 지켜줄 리가 없기에, 케이아는 말없이 침대 위에 흐트러진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꿈나라에 있으면서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다이루크는 작게 소리를 내며 뒤척였다. 그러자 이불 밖으로 손등이 빠져나오고, 그 위의 낯익은 자국이 눈에 띄었다. 오늘 낮에 만들어 놓은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살짝 빨았을 뿐인데 아직까지 붉어져 있다니, 의외로 피부가 연약한 편인가?'
호기심이 생긴 케이아는 다이루크의 잠옷 소매를 조심스레 걷어 팔목을 물었다. 잠에서 깨지 않을 정도로 아주 살짝 빨아당겼을 뿐인데, 입술을 떼고 보니 이번에도 여지없이 자국이 남았다. 키스를 남기는 대로 정직하게 붉은 경로가 새겨지는 도화지 같은 피부가 재미있어 다이루크의 팔뚝을 실컷 빨아대던 케이아는 곧 새로운 부위를 찾아 몸 쪽으로 향했다.
'단추...조금만 풀까.'
잠옷의 단추 몇 개를 신중히 열자 옷깃이 활짝 벌어지며 다이루크의 몸이 훤히 드러났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밭에 들어가듯 가슴팍 위로 입술을 옮기던 케이아는, 문득 늑골 언저리에 자리한 흉터를 발견하고는 하던 일을 멈추었다. 위치나 크기로 봐서는 이 부위에 골절이 있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흉터였다. 생각해보면 다이루크의 몸에는 곳곳에 흉터가 많았다. 특히 등에 있는 그것은 상처를 입었을 당시 목숨이 위험했을 정도로 보였다. 겨우 술 한 방울을 빨아 마신 약한 힘에도 이렇게 쉽게 자국이 남는 피부인데, 자신이 모르는 어딘가에서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겪었다고 생각하니 침울한 기분이 되어 케이아는 고개를 떨구었다.
언제부터였는지 한쪽 팔이 가려워 다이루크는 잠에서 깼다. 실눈을 뜨고 보니 케이아 녀석이 낮에 했던 일에 재미를 붙였는지 팔에다 마구 쪽쪽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빨아봤자 제 몸에서 술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대체 무엇에 꽂혔는지 상당히 열심이었다. 이유는 몰라도 제 팔을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자, 케이아는 잠시 후 몸통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잠옷의 단추를 풀었을 때는 가슴에 찬 공기가 훅 닿아 숨을 들이키는 바람에 깨어난 것을 들킬 뻔 했다. 케이아는 팔을 빨던 것처럼 가슴에 입을 맞추나 싶더니, 돌연 하던 짓을 멈추고 가만히 조각처럼 굳어 있었다. 그 상태로 한참이 지났다.
'추운데 단추라도 다시 잠가 주는 게...'
그런 생각이 들 무렵, 쇄골 위로 물 같은 것이 툭 하고 한 방울 떨어졌다.
'눈물...?'
조금 전까지 혼자서 달아오른 건지 애무 비슷하게 팔을 온통 빨아 놓더니, 가슴팍을 보고는 갑자기 우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눈을 감고 고민하던 다이루크는 이내 자신의 상체에 흉터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언젠가 케이아가 편지로 보낸 말들이 머릿속에서 겹쳐졌다.
혼자 행동하는게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겠지. 난 그 방법을 추천하지 않아.
'그 편지에 난 뭐라고 답장했더라.'
아무튼 케이아에게 꽤나 선을 그으며 걱정할 필요 없다고 썼던 것이 생각났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되니 걱정만 잔뜩 끼치고 솔직하지 못한 나쁜 의형이 된 것 같아 다이루크는 뒤척이는 척 팔을 들어올렸다. 그대로 케이아의 머리를 감싸고 옆으로 돌아 눕자 케이아가 무방비하게 침대로 말려들어와 얌전히 안겼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놀라 눈물은 쏙 들어간 상태였다.
"깨, 깼어?"
"내 팔은 막대 사탕이 아니야."
"그래? 달콤하던데."
케이아의 웃음이 품 안에서 간지럽게 울린다. 얕은 파도처럼 잔잔한 웃음이 가슴을 두드리자 그 속에 묻어둔 어린 시절이 함께 공명한다. 이런 울림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 뿐이었다.
"하고 싶어서 온 거지?"
"꼭 그런 건 아니야, 다이루크 네가 피곤하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말을 돌리는 건 좋지 않아."
자신이 말해 놓고 쑥스러움을 삼키기 위해 다이루크는 케이아의 입술을 잡아먹듯 덮쳤다. 조금 전까지 팔을 희롱하던 케이아의 혀와 입이 지금은 완전히 다이루크의 주도권 아래에 있었다.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로 숨이 가쁜 키스가 이어지고, 노골적인 혀의 얽힘에 서로의 앞섶이 부풀어 마주 닿았다. 위로 올라온 다이루크가 케이아의 것을 깔아뭉개듯 허리를 지그시 밀어내렸다. 옷자락을 사이에 두고 마찰이 일자 자극된 선단이 젖어들어갔다. 자신의 것에 부딪히는 묵직한 부피감과 무게감에 케이아는 얕게 탄성하는 신음을 뱉었다. 이대로 문질러지다 가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제대로 넣은 상태로 절정을 맞고 싶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이루크, 나...풀고 왔어, 빨리..."
"풀고 왔다니..."
피곤하면 안 해도 된다고 말하려던 사람 치고는 상당히 철저하군.
버클을 풀어내린 다이루크는 케이아의 말을 확인하듯 두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벌렸다. 구멍이 빠끔 벌어지며 사이에 공간이 생기는 느낌이 생소한지 케이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흐...그렇게 벌리는 거..."
"싫어?"
"이, 이상해."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반응이었다. 케이아의 구멍이 충분히 부드럽게 풀려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이루크는 자신의 것을 꺼내어 천천히 안까지 직행했다. 케이아의 엉덩이에 다이루크의 장골이 맞닿을 때까지, 빠듯하게 늘어난 구멍은 남성기를 딱 맞게 감쌌다. 맞물린 틈으로 투명한 윤활제가 묻어나는 것을 보면 스스로도 제법 공들여 풀어놓은 것 같았다. 지금 같은 모습으로 벌어질 정도를 가늠하며 혼자 뒤를 풀었을 케이아를 생각하니 머리가 끓어오르는 다이루크였다. 참을성이 한계에 달해 허리를 움직이자 잔뜩 민감해진 기둥에서 오싹할 정도의 쾌감이 몰려왔다. 접합부에서 질척한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케이아의 두 다리가 흔들렸다. 가늘게 뚝뚝 끊기는 신음이 점점 흐느낌에 가깝게 변하고, 거칠어진 숨소리에 서로의 이름이 실렸다.
다음 날 다이루크는 사람이 없을 때 몰래 한쪽 소매를 걷어올리고는 자신의 몸에 남은 흔적 중 가장 중요하고, 가장 빨리 사라질 흔적을 바라보았다.
닦아낼 겨를도 없이 케이아가 손을 잡아 가져갔다. 손등에 미지근한 숨이 닿고, 뒤이어 물렁한 혀가 닿는 느낌에 다이루크는 머릿속이 순간 새하얘졌다.
쪽
잠깐 붙었던 입술이 떨어질 때는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크고, 노골적으로 축축한 소리가 났다. 시간이 멈췄다 돌아온 것처럼 주변의 소음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위를 흘깃 둘러본 케이아는 다이루크를 향해 싱긋 웃었다.
"아무도 안 봤어."
"봤고 안 봤고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위험할 수 있는 행동을..."
"술을 마신 것 뿐인데?"
술을 마신 것 뿐이라고? 다이루크의 머릿속에서 방금 전의 행위가 다시 재생되었다. 입술과 숨결, 그리고 혀가 닿았던 촉감이 되살아나듯 손등 위가 간지러웠다. 그것을 두고 술을 마셨을 뿐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대답하지 못하는 다이루크의 손을 놓아 주고 여유롭게 술을 음미하려던 케이아는, 결국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채 어떤 정보원의 호출을 받고 급히 자리를 비웠다.
'아까워라, 좋아하는 술인데.'
최근 주시 중이던 보물 사냥단의 동태가 변할 시 바로 알려 달라고 한 것은 자신이지만, 어쩔 수 없이 남기고 온 한 잔의 술이 떠올라 케이아는 현장으로 향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그 한 방울은 맛있었지.'
향긋한 한 방울의 술과, 빨아당긴 뒤에 붉은 자국이 남은 손등. 다이루크의 놀란 눈동자와 곤란해하는 목소리. 그 전부를 합하면 이미 술 한 잔이 주는 재미를 훨씬 넘었을지도 모른다.
보물 사냥단 건을 처리한 뒤 케이아는 옷을 갈아입고 다운 와이너리로 향했다. 손등에 키스를 남긴 게 오늘 저녁 육체적인 관계를 원한다는 어떠한 신호임을, 바보가 아니고선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다이루크는 바보였나보다. 오늘은 피곤하다며 일찍 자러 들어간 것을 보니.
"어르신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셨어요."
"하하, 제가 아무나던가요?"
사뿐히 제지하는 아델린의 옆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가 케이아는 방문을 열었다. 아델린도 오랜만에 찾아온 도련님과 어르신의 재회를 진심으로 막을 생각은 없었던 듯 자리를 비켰다. 어둡고 평화로운 방 안에 단둘이 남았다. 창가에서는 마당을 비추는 야외용 등불 빛이 은은하게 새어들어왔다. 식사를 하기에는 늦은 시각이고, 잠자리에 들기에는 이른 시각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얼굴로 잠든 다이루크를 보아하니, 최근 피로가 적잖이 쌓인 듯 싶었다.
"혼자서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으며 케이아가 중얼거렸다.
내가 안 보는 곳에서 무리하지 마. 다치지도 마. 하지만 내가 보는 앞에서는 더더욱 안다쳤으면 좋겠어.
그것이 의동생으로서의 솔직한 마음이었지만 다이루크가 그것을 지켜줄 리가 없기에, 케이아는 말없이 침대 위에 흐트러진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꿈나라에 있으면서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다이루크는 작게 소리를 내며 뒤척였다. 그러자 이불 밖으로 손등이 빠져나오고, 그 위의 낯익은 자국이 눈에 띄었다. 오늘 낮에 만들어 놓은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살짝 빨았을 뿐인데 아직까지 붉어져 있다니, 의외로 피부가 연약한 편인가?'
호기심이 생긴 케이아는 다이루크의 잠옷 소매를 조심스레 걷어 팔목을 물었다. 잠에서 깨지 않을 정도로 아주 살짝 빨아당겼을 뿐인데, 입술을 떼고 보니 이번에도 여지없이 자국이 남았다. 키스를 남기는 대로 정직하게 붉은 경로가 새겨지는 도화지 같은 피부가 재미있어 다이루크의 팔뚝을 실컷 빨아대던 케이아는 곧 새로운 부위를 찾아 몸 쪽으로 향했다.
'단추...조금만 풀까.'
잠옷의 단추 몇 개를 신중히 열자 옷깃이 활짝 벌어지며 다이루크의 몸이 훤히 드러났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밭에 들어가듯 가슴팍 위로 입술을 옮기던 케이아는, 문득 늑골 언저리에 자리한 흉터를 발견하고는 하던 일을 멈추었다. 위치나 크기로 봐서는 이 부위에 골절이 있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흉터였다. 생각해보면 다이루크의 몸에는 곳곳에 흉터가 많았다. 특히 등에 있는 그것은 상처를 입었을 당시 목숨이 위험했을 정도로 보였다. 겨우 술 한 방울을 빨아 마신 약한 힘에도 이렇게 쉽게 자국이 남는 피부인데, 자신이 모르는 어딘가에서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겪었다고 생각하니 침울한 기분이 되어 케이아는 고개를 떨구었다.
언제부터였는지 한쪽 팔이 가려워 다이루크는 잠에서 깼다. 실눈을 뜨고 보니 케이아 녀석이 낮에 했던 일에 재미를 붙였는지 팔에다 마구 쪽쪽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빨아봤자 제 몸에서 술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대체 무엇에 꽂혔는지 상당히 열심이었다. 이유는 몰라도 제 팔을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자, 케이아는 잠시 후 몸통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잠옷의 단추를 풀었을 때는 가슴에 찬 공기가 훅 닿아 숨을 들이키는 바람에 깨어난 것을 들킬 뻔 했다. 케이아는 팔을 빨던 것처럼 가슴에 입을 맞추나 싶더니, 돌연 하던 짓을 멈추고 가만히 조각처럼 굳어 있었다. 그 상태로 한참이 지났다.
'추운데 단추라도 다시 잠가 주는 게...'
그런 생각이 들 무렵, 쇄골 위로 물 같은 것이 툭 하고 한 방울 떨어졌다.
'눈물...?'
조금 전까지 혼자서 달아오른 건지 애무 비슷하게 팔을 온통 빨아 놓더니, 가슴팍을 보고는 갑자기 우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눈을 감고 고민하던 다이루크는 이내 자신의 상체에 흉터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언젠가 케이아가 편지로 보낸 말들이 머릿속에서 겹쳐졌다.
혼자 행동하는게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겠지. 난 그 방법을 추천하지 않아.
'그 편지에 난 뭐라고 답장했더라.'
아무튼 케이아에게 꽤나 선을 그으며 걱정할 필요 없다고 썼던 것이 생각났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되니 걱정만 잔뜩 끼치고 솔직하지 못한 나쁜 의형이 된 것 같아 다이루크는 뒤척이는 척 팔을 들어올렸다. 그대로 케이아의 머리를 감싸고 옆으로 돌아 눕자 케이아가 무방비하게 침대로 말려들어와 얌전히 안겼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놀라 눈물은 쏙 들어간 상태였다.
"깨, 깼어?"
"내 팔은 막대 사탕이 아니야."
"그래? 달콤하던데."
케이아의 웃음이 품 안에서 간지럽게 울린다. 얕은 파도처럼 잔잔한 웃음이 가슴을 두드리자 그 속에 묻어둔 어린 시절이 함께 공명한다. 이런 울림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 뿐이었다.
"하고 싶어서 온 거지?"
"꼭 그런 건 아니야, 다이루크 네가 피곤하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말을 돌리는 건 좋지 않아."
자신이 말해 놓고 쑥스러움을 삼키기 위해 다이루크는 케이아의 입술을 잡아먹듯 덮쳤다. 조금 전까지 팔을 희롱하던 케이아의 혀와 입이 지금은 완전히 다이루크의 주도권 아래에 있었다.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로 숨이 가쁜 키스가 이어지고, 노골적인 혀의 얽힘에 서로의 앞섶이 부풀어 마주 닿았다. 위로 올라온 다이루크가 케이아의 것을 깔아뭉개듯 허리를 지그시 밀어내렸다. 옷자락을 사이에 두고 마찰이 일자 자극된 선단이 젖어들어갔다. 자신의 것에 부딪히는 묵직한 부피감과 무게감에 케이아는 얕게 탄성하는 신음을 뱉었다. 이대로 문질러지다 가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제대로 넣은 상태로 절정을 맞고 싶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이루크, 나...풀고 왔어, 빨리..."
"풀고 왔다니..."
피곤하면 안 해도 된다고 말하려던 사람 치고는 상당히 철저하군.
버클을 풀어내린 다이루크는 케이아의 말을 확인하듯 두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벌렸다. 구멍이 빠끔 벌어지며 사이에 공간이 생기는 느낌이 생소한지 케이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흐...그렇게 벌리는 거..."
"싫어?"
"이, 이상해."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반응이었다. 케이아의 구멍이 충분히 부드럽게 풀려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이루크는 자신의 것을 꺼내어 천천히 안까지 직행했다. 케이아의 엉덩이에 다이루크의 장골이 맞닿을 때까지, 빠듯하게 늘어난 구멍은 남성기를 딱 맞게 감쌌다. 맞물린 틈으로 투명한 윤활제가 묻어나는 것을 보면 스스로도 제법 공들여 풀어놓은 것 같았다. 지금 같은 모습으로 벌어질 정도를 가늠하며 혼자 뒤를 풀었을 케이아를 생각하니 머리가 끓어오르는 다이루크였다. 참을성이 한계에 달해 허리를 움직이자 잔뜩 민감해진 기둥에서 오싹할 정도의 쾌감이 몰려왔다. 접합부에서 질척한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케이아의 두 다리가 흔들렸다. 가늘게 뚝뚝 끊기는 신음이 점점 흐느낌에 가깝게 변하고, 거칠어진 숨소리에 서로의 이름이 실렸다.
다음 날 다이루크는 사람이 없을 때 몰래 한쪽 소매를 걷어올리고는 자신의 몸에 남은 흔적 중 가장 중요하고, 가장 빨리 사라질 흔적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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