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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0 10:32
정작 란각은 장병을 아들처럼 생각하는거 보고싶네ㅠ 란각 장병이랑 나이차도 많이 나고 장병이 워낙 아이처럼 순수하기도 하고 본인도 아들램 있으니까 반쯤은 아들 키우는 심정으로 애달복달 챙겨준거면 좋겠다
근데 장병은 성적으로도 늦된 편이라 사춘기 훌쩍 넘기고도 야한 꿈 같은거 꾼적이 없는데, 하필이면 란대인이 위병때문에 끙끙 앓다 장병 곁에서 겨우 잠든 날 그런 꿈을 꾸겠지
언젠가 서고 서책들 사이에서 잘못 꺼냈던 춘화집처럼, 옷고름을 들춰 란각의 가느다란 몸 이곳저곳을 간지럽히기도 하고, 뒤집어 개처럼 들이받으며 뒤로 꺾이는 란각의 목을 어루만져주기도 하고, 제 무릎에 들어앉혀 얇은 등허리를 끌어안고, 쾌락에 신음하는 란각의 입술을 삼키기도 하고..
평소 꾸던 악몽이 그랬듯 야한 꿈도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한 꿈이었을듯. 아래가 축축한 걸 느끼고 장병은 날이 밝기도 전에 란부를 도망치듯 빠져나옴.
당연히 장병도 몽정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건 알고 있는데 왜 하필 상대가 란대인인지 너무 궁금할 것 같다.
평소 머리를 풀고 있을 때 한 폭의 미인도같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차를 따르는 손가락이 유독 희고 섬세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가끔 란대인의 눈밑점을 손끝으로 문질러보고 싶긴 했지만 .. 그렇다고 그게 여자같단 의미는 아니었단 말이지.
이 궁금증 때문에 란각이랑 밥먹을 때마다 대화에 집중 못하고 자꾸 멍때림. 란각은 처음엔 또 무슨 사건에 골몰하고 있나 해서 고민해봤지만 피안개 사건 이후 경성은 유례없이 평화로워서 사건이랄게 없었음
"장병 자네 나 몰래 또 무슨 사고라도 쳤나?"
결국 직접 물어봤지만 이번에도 한박자 늦게 장병은
"아닙니다. 란 대인, 산사열매가 드시고 싶으시면 우선 죽부터 다 드세요."
하고 말을 돌려버리고 말겠지.
장병이 뭔가를 숨기다니...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란각은 몰래 진주를 불러 장병이 요즘 고민거리가 있는 것 같다, 지켜보고 있다가 이상한 점이 있으면 바로 란부로 찾아오라고 신신당부함.
그리고 며칠 뒤 욱동이 진주의 말을 전해주는데
"이상한 점은 없는데, 근래 장병이 자면서 자꾸 대인을 찾는답니다."
장병이 이상해진게 자신 때문이라는 걸 알고 란각은 심각해지겠지. 이건 본인한테 직접 캐묻는 거밖에 답이 없겠다 싶어 장병이 시덥잖은 이유로 란부에 쳐들어왔을때 붙잡고 진지하게 물어볼거임
"장병, 요즘 자네가 잠꼬대로 나를 부른다고 들었네. 혹시 잊었던 예전 일이 또 떠오른 건가?"
"......"
"혹 내게 다른 문제가 있다면 편히 말해주게. 장병 자네야 경화수월로 얼마든지 내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지만 나는 자네가 말해주지 않으면 알 길이 없어. "
대놓고 서운해하는 란각 모습에 장병은 초조하게 입만 달싹거림.
이런 얘기를 꺼냈다가 저번처럼 칼을 겨누고 다신 보지 말자고 하면 어떡하지? 그렇지만 어쩌면, 어쩌면.. 란대인의 몸을 직접 만지고 관찰하고.. 란각은 정말 꿈처럼 그렇게 야하게 우는지, 관계할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떻게 느끼는지.. 모든 궁금한 것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란대인은 이해심이 깊으니까 그렇게까지 화내시진 않을지도 몰라.
대충 자기합리화를 마친 장병이 드디어 입을 염.
"실은 요 며칠 계속 꿈에 대인이 나옵니다.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
"꿈에? 내가 나와서 뭘 하는가? "
"저와 정사를 나누십니다. "
막 한입 머금었던 백차가 그대로 란각의 입밖으로 흩뿌려짐. 콜록거리는 란각 옆으로 후다닥 자리를 옮긴 장병이 등을 두드려줌.
"그러니까, 자네와 내가.. 그, 비역질을 했단 뜻인가? "
"그렇습니다. "
겨우 기침을 멈춘 란각은 할 말을 찾지 못해 이마를 짚음.
솔직하게 말하면, 란각은 남색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음. 경성 고관대작들이 미소년과 풍취를 즐기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어릴때 소임과 술에 잔뜩 취해선 소임이 란각의 것을 만져준 적도 있었지.
나이들어선 종종 묵문의 입놀림에 넘어가 서로를 달래본 적도 있었을거야. 그 이상으로 이어간 적은 없었지만.
란각은 자신의 몸을 금처럼 여기는 사람이 아니었음. 색사에 깊은 관심은 없었지만 굳이 오는 사람을 막지도 않았음.
다만 그게 장병이라면 말이 다르지. 장병이 실제로 아들뻘인 건 아니었지만 란각에겐 란휘나 장병이나 다를 바 없었음. 손 많이 가고, 늘 걱정되고, 챙겨줘야 하고. 장병은 결단코 '색사를 할 수 있는 사람' 범위에 들어갈 수 없었음.
마침내 마음을 가다듬은 란각이 우선 부드럽게 장병을 회유했음.
"그간 많은 일이 있었으니 혼란을 겪는 것도 이상하지 않네. 또, 장병 자네 나이대의 사내라면 충분히 이런저런... 것에 그런... 감정을 느낄 만도 하지. 이렇게 하세. 우선 나와 함께 반월루에 가보는 건 어떤가? "
"반월루요? "
"그래. 그동안 사건 조사에 바빠 느긋하게 여인을 접할 일이 없었으니까... "
"저는 여인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
"그건 두고봐야 아는 일이지. 내일 자시에 반월루로 오게. 방을 예약해두겠네. "
에둘러 끊는 란각을 보며 장병은 그가 더이상 이 주제에 대해 깊이 대화할 생각이 없음을 깨닫겠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장병은 욱동이 떠안겨준 깨끗한 연청색 비단옷을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감.
장병란각
약 묵문란각 (왕연란각? 묵문패지?) 소임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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