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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5 16:48
희신강징 후회탑 1 / 2 / 3 / 4 / 끝
명결강징 1 / 2 / 3
명결강징 희신강징 약무선망기
알오임
명결은 항상 귀엽고 착했던 동생이 처음으로 주화입마의 위험선에 섰다고 느꼈음. 거의 연기가 나는 것처럼 보이는 머리를 쥐어싸며 아니 형님.. 도르신.. 넹글 돌아버리신.. 아니 돌았... 아니 형 미쳤냐고.. 하고 킥킥 웃다가 웃음기를 싹 거둠. 한달도 안되는 사이에 가문 사이의 대혼을 준비하라니 이게 장난이냐고 처음으로 청하의 섭회상이 부정세를 쩌렁쩌렁 울리는 사자후를 외친 것임
가서 연애나 걸라고 했던건데 홀랑 잡아먹은 것도 어이가 없거늘 결혼을 할거래.. 아니.. 원래 섭명결이 브레이크 없이 태어난 사람이긴 하나 이건 너무한거 아닌가 싶었을거임.
태어나 처음으로 동생의 기세에 기가 눌린 명결은 징이가 자색을 아주 좋아하니 혼례복은 운몽의 전통에 맞추자 응? 연꽃알지 연꽃. 하고 웃어보이는 것으로 슬쩍 종주실을 빠져나왔음.
회상이 머리가 아팠던 점은, 형님이 폐관 이후 혼례를 결정한 것과 강징이 절혼 이후 다시 혼례를 올린다는 이 두가지 때문에 이 혼례는 특히 더 화려해야 했고 규모가 커야 했기 때문이었지. 청하는 그간 회상의 영향력 아래 조용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운용되어 왔지만 장자가 돌아왔으니 이제 위세를 달리해야 했음. 거기다 강징이 요즘 얼마나 피곤하게 지내고 있는진 그의 유일한 지기나 다름없는 회상이 더 잘 알고 있었음. 이번 혼사는 사실 좋은 일이긴 함.
좋은 일이지.
좋은 일인데..
얼굴을 감싸쥐며 회상의 머릿속이 재빠르게 굴러감. 어쨌거나 이 두 사람이 희락기와 열락기를 함께 했고 섭명결의 혈색이 유달리 좋은 것을 보아하니 궁합 또한 대단히 잘 맞는 것이 분명했음. 언젠간 쓰려니 싶어 묶어둔 융통 가능한 금전이 충분한게 다행이라고 여겼을 것임. 지금은 현물 팔아 마련할 시간도 촉박했음.
그러다 강골 무인끼리 만났는데 아이를 낳으면 사천왕 같은 게 나오면 어쩌지 하는 뻘 생각도 좀 들었음.
운몽의 기적 염리도 있으니 어쩌면 순하고 다정다감한 아이가 나올지도...?
회상은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는 조카바보 예약함
강징 역시 상황은 비슷했음. 위무선 나 다음달에 혼인해. 혼주석에 어른이 없으니 너가 와줘 하고 서신을 보낸지 반나절 남망기를 붙잡고 어검해서 온 (그러니까 어검은 망기가 한) 위무선이 돌았냐!!!!!!! 하며 운몽 하늘의 낙뢰처럼 연화오에 떨어졌음. 망기는 위영.. 하고 따라 붙어 그가 숨이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듯이 부축함.
왔냐. 하고 고개를 돌리는 강징의 뺨이 붉었음.
혼인 정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죽네 사네 하며 겨우 제구실을 하게 해두었더니 어찌 벌써 이런 단 말이야. 무선은 넋이나가 중얼거리다가 잠깐, 누구랑 혼인하는데? 하고 물었음. 강징은 인상을 쓰며 악을 썼음
서신에 써놨잖아!!
아 첫줄만 보고 날아왔지!!! 내 동생이 갑자기 혼인을 하겠다는데 눈이 돌아 안돌아?!
내심 기분이 좋아진 강징이 입술을 삐죽했음. 며칠간 혼이 빠지도록 귀여움을 받았더니 어느새 그 모난 성미도 녹진녹진해져 있어서 저도 모르게 부드러운 반응이 나온 거.
..섭형과 혼인할거야.
....
섭형이, 희락기에 도와줬고.. 또, 혼인할 마음이 있다고 하시니.. 나는 이미 혼례를 한번 했고 그는 가문의 짐이 있어 내가 급히 혼례를 했으면 좋겠다고 한거야. 섭형은 그리 급하게 굴지 않았는데..
두서없이 말을 늘어놓으며 강징의 귀가 붉어졌음. 물론 섭명결도 혼인할 마음이 있긴했지만 실질적으로 그 말을 먼저 꺼낸게 강징이었음. 희락기를 보내고 거의 한주를 붙어 지내고 나니 이미 몸도 섞은 사이가 전으로 돌아갈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겠지. 거기다 종주 자리 맡은지 오래되어 상황을 계산하는 것은 습관이나 다름 없어짐. 지금 상황에서 강징과 섭명결은 정말 좋은 짝이었으니까. 강징은 재혼에 섭명결은 주화입마로 어떻게 보아도 이보다 더 좋은 배필을 맞이할 수 없었음.
거기다 보이는 바와는 달리 저를 귀하게 대해주고 무서워하는 음인을 다그치지도 않는 성격이었으니 강징 입장에선 정말 좋았단 말임.
이미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는 몸이라, 혹 섭형께서 꺼리신다면..까지 말하고 강징은 거의 뺨을 맞듯이 입술을 가져다 붙인 명결 때문에 뒷말을 잇지도 못했음. 습관대로 고개를 삐딱하게 틀어올린 명결이 징아, 나는 뭐 총각이겠느냐? 하고 강징의 허리를 툭 쳤음.
뭘 그리 생각이 많아. 복잡한 것은 혼례의 자질구레한 것들이지. 그래도 징이가 한번 다녀왔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하며 소리내 웃는데 거기서 한번 더 반했음.
혼자 얘기하다가 얼굴이 발그레해지고 급기야 자전을 살살 긁으며 부끄러워하는 강징을 보고 위무선은 빡치면서도 안도했음. 사실 섭명결의 인품이야 잘 알지. 청하도 보수적이긴 하지만 양인에게 모든 권리가 일임된 곳이라, 배필 된 양인이 음인을 그리 대하지 않겠다 말하면 그걸로 끝이었음. 집안의 어른이라도 부부 간의 일에는 함부로 간섭할 수 없는게 도리이니 고소처럼 어려운 일을 겪지도 않을 거고. 거기다 종주인 회상이 강징과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으니 그를 곤란하게 하지 않을거라는 믿음도 있었음.
망기는 형장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강징이 겪은 일을 모두 알고 있으니 그역시 다행이라고 여겼음. 위무선의 허락을 기다리느라 살짝 눈치보는 걸 알고 위영.. 하고 조그맣게 이름 부른게 전부였지. 혼주석 앉아주면 될 거 아냐. 삐죽이는 위무선에게 화풍주 담았는데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리겠지. 왜. 적봉존께 벌써 다 드린 줄 알았더니? 하고 망기 손목 쥐고 강징 따라갈 듯.
그날 저녁 싱숭생숭한 마음을 가다듬는 강징을 명결이 또 찾아왔음. 제 살처럼 며칠 붙어지내고 나니 정이 들어 얼굴 보고서 웃음부터 나왔지.
징아, 부정세가 너를 맞이하느라 아주 난리가 났단다 하고 다가옴. 듣자마자 조금 당황한 강징이 섭형, 저는 운몽을 아주 떠날 수는 없습니다 하는데 명결이 내가 어디 하나뿐인 종주 도둑질을 할 작자로 보이더냐 함. 회상이가 종주 자리에 있은지 오래 되었고 그 애가 뛰어나니 나는 이제 보좌나 하면 그만이다 하며 웃었음.
명결이 이러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더 오래 살지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그런 걸 강징도 알았겠지. 물론 이제 음인을 얻었으니 잘 다스린다면 꽤나 장수할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기 십년 폐관하여 불안정한 이가 다시 종주자리에 오르는 것도 그리 모양새가 좋진 않았던 거임.
말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서로 짚어낼 수 있었음. 이토록 어려운 사람들끼리 만났으니 이렇게 좋은 인연이 있을까 싶습니다. 하는데 명결이 가까이 다가와서 가만히 눈 마주보는 거.
모르는 거 같아서 말해주러 왔더니, 네가 정말 모르는 구나. 하면서 강징 손 당겨다 쥐는데 힘으로는 이길 수가 없겠지. 손목 잡힌채로 쳐다보니까 징아. 이것이 단지 가문끼리의 혼약이 아니란다.. 하고 손가락 사이사이 깍지를 낌.
운몽과 청하가 이렇게 연결되는 것이 옳고, 희락기를 '도와줬다'고 생각하던 강징의 표정이 미묘해졌음. 자낮이 습관이라 이렇게까지 말해도 확신하지 못하고 우물거리던 강징이 압니다. 섭형께서 저를 도와주시는 것이니.. 하고 중얼거리는데 섭명결 표정 확 굳을 듯. 강징도 배포가 있는 사람이지만 의지하고 가깝게 지내던 이가 표정을 그리 굳히니 좀 긴장하겠지. 손을 잡은채로 밀어붙이니 앞으로는 섭명결에, 뒤로는 벽에 가로 막힘. 입술 씹으며 아무말도 못하는 거 보다가 강종주 생각에 이게 도와주는 모양새입니까? 하고 한손으론 엉덩이 꽉 쥐고 다른 손으론 턱 들어올렸음.
그러고 싶지 않은데 어쩐지 조금은 무서웠고 동시에 이미 밤을 보낸 이라고 생각하니 피가 더워짐.
그러면..... 그러면, 섭형...이 말해주세요.
저희가 뭘하는 건지. 확신을 달라는 거였지만 강징은 말로 표현을 못하는 사람이잖음. 그러나 명결이 이대로 물러날 것 같지는 않았기에, 조금더 용기를 내서 가슴팍에 살짝 기대어 그 위에 웅얼거렸음.
혹시 섭형 마음에 제가..
..나는 정인 된 줄 알고 옷고름을 풀었더니 강징 네가 나를 가지고 놀았다는 말이냐 그럼?
안심 되는 동시에 너무 부끄러워진 강징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음. 입술 꾹 깨물고 눈을 굴리던 강징이 양팔로 명결의 허리를 끌어안고 매달린게 그때였지. 엉덩이 더듬던 손으로 허리나 감싸며 명결이 그래 어리니 봐주어야지.. 하고 한숨을 쉼. 강종주 그간 운몽을 혼자 버티느라 선 한번 볼 시간이 없었다는데 그럴만도 했음. 벽창호같기로는 택무군도 뒤지지 않으니 어쩌다 둘이 인연이 된것도 그리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겠지. 이런 이가 혼인의 마음을 먹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고 절혼을 결심했다면 아마 그것은 더 어려웠을테니 명결은 사실 강징이 안타까웠음.
그래서, 이미 제 사람이라고 여기고 아끼기 시작한 제 마음을 꼭 알아주길 바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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