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29733531
view 5640
2023.03.04 14:01
"남잠~ 나,,, 차였다?"

3개월만에 사랑이 끝나버린 날. 위무선은 가까운 펍으로 남망기를 불러냈음.
짧은 사랑이라고해서 기분이 덜 꿀꿀한건 아니었어. 하지만 생각해보면 잘됬다 싶어. 전남친이란 작자는 의외로 속이 좁고 의심이 많았거든. 친구인 남망기를 경계했던 것도 그래. 일거수일투족 의심하면서 남망기의 'ㄴ'만 들어도 쉽게 흥분하곤 했으니. 그리고 사실은 애인보다 남망기가 더 편했어.

잘 헤어진거야.


10분만에 도착한 남망기는 오늘도 말이 없었어. 그저 익숙하게 잔만 채워줄뿐. 지가 먼저 고백해놓고 지가 먼저 헤어지자고 한다며, 이럴수 있냐고 한탄하는 위무선을 묵묵히 바라보더니 담백한 맛의 안주를 더 주문했어.

"위영 너무 많이 마시면 탈나."
"오늘은 그래도 돼."

남망기가 말릴새도 없이 몇번이고 입안 가득 술을 털어넣자 금방 취기가 올랐어. 때맞춰 물과 함께 담백한 안주를 밀어주기에 그제야 한술뜨고 남망기를 바라보았지. 전남친 그새끼는 어떻게든 술 한잔이라도 더 하게끔 유도했는데.
그에 비해 남망기는 잘생기고 착하고 아주 좋은 놈이야. 묵묵히 한탄도 들어주고 제 몸 상할까 배려도 해주고. 이렇게 자상한 남망기가 내 남친이었다면..

"남잠 니가 내 남친이었다면.."

만취해서 헛소리가 나왔어.
때마침 남잠과 가끔 드라이브갈때 자주 듣던 노래가 흘러나왔어. 어둑한 펍의 구석자리. 여전히 냉한 얼굴이지만 왠지모르게 귀가 살짝 붉어져 고개를 푹 숙이는 남망기.
위무선은 그 모습을 보고 홀린듯이 다가갔어. 부디 술 취한 놈이 벌이는 미친짓으로 여겨주길, 빌며 남망기에게 입을 맞췄어. 남망기의 부드럽고 푹신한 입술이 거절없이 받아들이자 머릿속에선 여러생각들이 지나갔지만 다 무시하고 싶었어. 지금 이 순간만, 설사 남망기가 자신을 동정한다 해도 상관없었어.




예전에, 고등학생때 위무선은 떠보듯이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말한적이 있었어. 남망기가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있자 지레짐작 무서워진 위무선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지만 그 일은 위무선에게도 상처가 되었지. 이후 남망기도 아무말이 없었기에 그럭저럭 지내다 대학에 오고 나서 위무선은 처음으로 남망기에게, 처음으로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커밍아웃을 했지. 다행히 남망기는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어. 하지만 냉랭하고 굳은 얼굴.

'이렇게 다가지고 멋진 놈이 같은 남자를, 나같은 놈을 좋아할 일이 없겠지.. '

경멸당하지 않는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위무선은 남망기를 묻고 살았어.




입맞춤이 끝나자 그제야 남망기의 반응이 무서워졌어. 이런. 이제야 말로 경멸 당하겠지 하며 그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려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어. 남망기가 위무선의 고개에 손을 감고 다시 부드러운 입맞춤을 이었지. 위로하듯 살포시 내려앉는 키스.

"남잠 너 나 경멸하는거.. 아니었어?"

키스가 겨우 끝나자 위무선이 급하게 남망기의 옷깃을 붙잡았어. 너, 너 이거 무슨 뜻이야? 너도 설마..

남망기는 묵묵히 고개를 젓고는 위무선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어 내렸지. 그리고는 작은 손을 꼭 마주 잡았어.

"늦어서 미안해 위영."

내가 먼저 확실히 했어야 했어.
그 말을 듣자마자 위무선이 웃으며 눈물을 터트렸지. 몇년 전 그냥 부딪쳐 봤으면 좋을껄 지레짐작 겁먹었던거야. 그래서 위무선이 첫 남친 생겼다고 했을때 그렇게 침울해보였던거고.
위무선이 넓은 어깨에 고개를 묻으니 꼭 안아주는 품이 익숙했어. 이제 내게 기회가 생겨서 기뻐 위영.

그렇게, 애인보다 더 편했던 남망기가 아예 애인이 되어버렸지.






망기무선 망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