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중국연예
- 중화연예
https://hygall.com/529136836
view 3243
2023.03.01 14:50
장병란각
소설체ㅈㅇ
ㄴㅈㅈㅇ
한 손에는 꼬박 열흘을 기다려 받은 도화주를 들고 늦은 시간 란부로 가는
묵문의 얼굴은 평소 답지 않게 상기 되어 있었다
벌써 십 년이었다
제게 돈 을 돌려주겠다며 부르던 그 곱고 단호한 얼굴에 설레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고고한 그 마음을 아껴 일개 선비인 그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가 다치지 않도록, 지치지 않도록 십여년을
그에게 가장 좋은 사내이길 자처함 끝에
드디어 그에게서 가장 소중한 아버지의 누명이 벗겨졌다
위태로워서 위험했던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 그늘이 사라졌다
그래서 이젠 자신이 그 에게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고 싶었다
그래서 이제서야 제 숨긴 마음을 털어놓으려 마음 먹었고
늦은 시간임에도 더 기다릴 수 없어 발걸음을 재촉해 란부로 갔다
십여년을 품고 있던 마음을 가지고..
'그대에게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내가 되어주겠다'
제가 고백해온다면 난처한 얼굴을 할 테지만..
적어도 그 역시 자신을 친우로만 바라보지 않을 테지
초조함과 부풀어진 마음으로 도착한 란부는
평소와 달리 어둡고 조용하여
곧장 묵문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
"이 밤중에 패지는 어디 갔는가?"
"왕대인 오셨습니까? 장병 아니 장대인이 장사를 마치고
오셔서 란대인과 함께 식사 하시고, 손님방에 계십니다"
"저녁 시간이 지난지 언제인데, 아직도 있단 말인가?
집은 왜 이리 어둡고?'
"란대인 께서 장대인이 내일 떠나시니 이야기가 길어질 꺼라며
노비들 에게 오늘은 일찍 쉬라고 하셨습니다
내일 아침도 장대인이.."
이야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묵문은 란부로 갔었던 발걸음 보다
더욱 빠른 발걸음으로 제집처럼 훤히 꿰뚫고 있는
란부 안 손님방 쪽으로 갔다
장병의 이름을 듣는 순간 묵문은 순간 제 머리를
둔기로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다
장병은 드물게 강직하고 착한 녀석이었다.
기억을 되찾아 종족이 제 나라 사람에게 몰살 당했음에도,
저와 제 군사들의 목숨을 구해주고, 고청장 손에 떨어질 뻔한
제 나라를 구하지 않았는가?
첫 만남이야 어쨌든 어느 순간 란각은 늘 장병의 걱정을
그의 이름을 달고 살았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란각이 대충 둘러대던 제자 라는 말도
그다지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만큼 란각은 장병을 아꼈고
몇 번이나 자신이 그토록 아까워하는 목숨을 기꺼이 내놓으려 했다
하지만...
그 마음이 과연 순수한 청년을 지키고 싶다는
제자를 바라보는 사부의 마음 뿐 이었을까?
애써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던 불안한 기억이 떠올랐다
도성을 뒤엎은 붉은 안개를 비로 씻기고,
황제와 함께 금의환향하던 그날..
장병은 그의 짝꿍과 같았던 진주가 아닌 란각과
란각은 그림자처럼 붙어있는 욱동이 아닌 장병과
둘은 한자리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환히 웃고 있었다
불안함에 쿵쿵 거리는 심장을 애써 달래며 도착한 란부의 손님방..
란부 중 그 주변만이 등이 켜져 있었고, 장병이 올 때마다
제방처럼 내준다는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에 이어 떨리기 시작하는 손으로
문을 열려는 순간 안에서 들려오는 조용한 목소리에
묵문의 손이 멈췄다
"몇 년은 타지에서 지내야 할 터이니 이 향낭은
나를 대신해 네가 갖고 있도록 하거라"
곱지만 예리한 외면과 달리 란각의 목소리는 낮고 울림이 있었다
그 목소리가 듣기 좋아 일부러 그와 더 떠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묵문의 귀에 들리는 란각의 목소리는 낯설다
울림 속에 위엄이 아닌 상대에 대한 띠뜻함과 걱정..
묵문이 알고 싶지 않은 그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장병? 다 적은 것이냐?'
"아무것도 아닌 제 이름이지만 당신은 지켜 드릴 겁니다 란각"
그가 아는 한 한 번도 장병은 란각을 란대인으로 불렀을 뿐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 어명으로 장병의 신분이 달라졌다 하나
어찌 장병이 란각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있겠는가?
란각의 이름을 부르는 장병의 목소리에 묵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래 네 이름으로 충분하겠구나"
담담하지만 복잡한 란각의 목소리..
몸을 움직이는 듯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웅얼 거리는 듯한 장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주 서신을 보내겠습니다 당분간 제가 옆에 없더라도
식사도 잘 챙기시고, 절대 위험한 곳에 가지 마세요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면 꼭 욱동형님이나 왕대인과 함께 가시고요"
"네가 아니면 내가 위험한 곳에 갈 일이 있겠느냐?"
"그리고.. 란부에 늦은 시간에 함부로 사람을 들이지 마세요"
"란부에 아무 때나 오는 사람은 너 밖에 없다"
"왕대인....왕대인도 종종 아니 자주 늦게 오시지 않습니까?
왕대인도 란각의 지기 입니까?
란각의 지기는 또 누가 더 있습니까?"
웅얼 거리다가 조금은 심통 난 듯한 장병의 목소리에
란각은 기어코 작게 웃음을 터트렸고
그 짧은 웃음 하나에게 란각이 장병을 얼마나 귀애 하는지 전해져
묵문은 절망했다
몸이 굳고 머리가 하얗게 비어져 엿들어 버린 그들의 대화 소리가
제 머릿속에서 수천 번이고 상상해오던 란각의 흐음 하며
숨을 참는 소리가 작게 헐떡이는 소리로 바뀌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장병...장병.."
란각의 입에서 애처로울 만큼 다정하고 애타게 불리는 이는
묵문이 아닌 다른 사내의 이름이다
묵문은 순간 저도 모르게 호신용 으로 소지하고 있고 단도에
손을 가져가 핏줄이 서도록 힘을 주었다
당장 방문을 열어 저들을 떨어트리고, 장병의 목을 그어
그의 밑에 있는 란각을 빼앗고 싶었다
그대가 어찌 내게 이럴 수 있냐고?
십여년을 옆에서 지켜온 나 대신 어찌 다른 사내를 품을 수 있냐고?
란각의 마른 몸에 올라타 그의 다리를 억지로 벌리고
시선이 닿는 모든 이를 제 손으로 다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묵문은 차마 그러지 못했다..
분노와 질투도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고, 칼을 빼려는 손을
애써 남은 손으로 막으며 묵문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서 없었던
사람처럼 인기척을 죽이며 조용히 자리를 벗어났다
누군가 방문 앞에서 한참동안 서성이다 돌아갔다는 건 꿈에도 모를
란각은 늦은 시간에 함부로 제 집에 들어와
옷깃을 열어 맨 가슴을 더듬는 사내에게 화를 내는 대신
동그란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이름을 불렀다
"장병..장병.."
서툴지만 사내의 본능으로 란각의 몸 위에 올라탄 장병은
이미 단단해진 제 아래를 비벼왔지만, 따뜻한 입술로
조금씩 드러나는 란각의 속살에 인사를 나누듯 입을 맞추고
란각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밤이 지나갔다
밤새도록 란각을 괴롭히던 어린 정인은
란부에 있던 모든 이들 보다 제일 먼저 눈을 떠
부지런히 란각의 아침을 준비하고 집으로 돌아와
저를 기다리고 있던 진주의 폭풍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군자맹 장병란각
https://hygall.com/529136836
[Code: ee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