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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몽에서 태어난 너붕남의 이름은 강청, 자는 백밀이었음. 이름과 본적지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청은 운몽 강씨였음. 그것도 직계. 그렇다고 청이 운몽의 종주인 강풍면의 아들이며, 강징의 형제이냐? 그건 아니었음. 강백밀은 선대 종주의 종부인이었던 유씨의 아들, 강풍면에게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 늦둥이 이복동생이었음. 종부인은 가문내의 권한이 후원의 청령재(淸嶺齋)를 넘지 못하는, 따지고보면 첩인 존재임. 그러나 선문세가 중에서도 운몽강씨처럼 내로라하는 집안의 종부인은 사가의 종부인과는 격이 달랐기 때문에 본부인 만큼은 아닐지언정 엄연히 정처의 자격으로 대우받았음.
특히 선대의 종부인 유씨가 청을 낳을 무렵 강풍면의 친모인 본부인은 그 이전에 이미 사망한 뒤였고, 유씨는 청을 낳은 뒤 선대로부터 본부인처럼 대우받아 그녀의 권한은 청이 태어난 청령재를 넘어 운몽 전체에 닿게 되었음. 후처인지라 이름만 종부인이었지 사실상 본부인이나 다름없었던거지. 당연히 그 밑에서 태어난 강청도 따지고보면 서자이지만 적자나 마찬가지로 컸음. 수진계의 어느 누구도 강청이 운몽의 직계라는데에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으니까.
강청의 지난 삶은 딱히 특별할것이 없었음. 감당못할 시련도, 가슴을 죄는 고통도, 벅찬 행복도 없는 평범한 일생. 청은 늦둥이였기 때문에 어머니는 젊어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그보다도 한참 먼저 보냈었겠지. 청이 철이들 무렵부터 그는 이미 한참 위의 형인 강풍면과 둘이서만 살았을거야. 평범한 일상이었어. 형은 종주의 자리를 이어받아 운몽을 다스렸고 자신은 운몽의 수학생으로서 수련했지. 형과의 나이차가 두자리수를 넘었으니 실력차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음. 그래도 청은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수련했겠지.
강풍면은 성정이 무뚝뚝해서 평소에 청과는 일상생활도 함께 하지 않았고, 그래서 마주치는 일도 적었지만 어쩌다 한번씩 마주칠 때, 청의 실력이 늘어있곤 하면 한번씩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잘했다. 한마디를 해주곤 했음. 청의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그 순간은 매우 드물게 찾아오는 기쁨이었어. 청은 적어도 이 운몽 안에서 만큼은 벅찬 행복은 모를지언정 가슴아픈 고통도 알지 못했지. 시냇물리 흘러가듯 단조롭지만 그만큼 평화로웠어. 운몽이 새 종주부인을 맞아들이기 전까진.
형의 다소 복잡한 연애사는 청도 알고있었어. 수진계의 모두가 알았으니. 청은 그래도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마음이 향하는 상대와 이어지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나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장색산인과 위장택은 가약을 맺었지. 형이 그 사실에 몹시 서글퍼 하는 것은 청도 보았으나 곧 미산우씨에서 아내를 맞이한다기에 떨쳐냈겠거니 싶었어. 그때는 아직 운몽의 세가 특출나지 않을 때였는데 그 틈을 비집고 우씨가 혼약을 강요하다시피 했다는 이야기는 청도 들었지만 형이 형수를 받아들였기에 옛 마음은 잘 털어버렸고, 우씨와 강씨가 잘 합의가 된 것이라 생각했어. 다소 씁쓸함이 남았지만 강씨에게 있어서 우씨와의 혼잠은 나쁠것이 없었지. 실제로 그러해서 강씨는 우씨와 혼담을 맺은 명성으로 어느정도 세를 불리고 입지를 다졌어. 강씨에게는 잘된 일이지.
하지만 형수에게는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