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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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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위무선은 강징보다 이르게 잠이 깨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징은 기절하다시피 한 위무선을 안아들고 침소로 돌아와, 땀과 애액으로 절은 몸을 닦아주고 입혀주고, 그리고도 한참을 들여다본 후에야 잠들었던 것이다.
위무선은 낯선 강징의 침의 안에서 몸을 뒤채었다. 말할 것도 없이 민망한 부분이 후끈거리고 허리는 무거운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 외의 다정한 사랑만 받은 모든 부위가 공중에 둥둥 뜬 것처럼 황홀한 느낌이 들었다.
두근거리며 코끝을 꾹 눌러보아도 강징은 눈을 뜨지 않았다.
짙은 눈썹 아래 고요해진 얼굴 위로 간밤에 사납게 으르렁대던 모습이 떠올랐다. 무선은 가만히 누워서도 그에게 휘둘리는 듯 열이 오르며 얼굴이 발개졌다.
여러 가지 시간과 사건이 뒤섞인 강징의 존재는 기이할 정도로 복잡했다. 
아침 나절 혼자만이 깨어 있는 평화로움 속에서 위무선은 하나하나 책장을 넘기듯 강징의 모든 시간을 그려보았다. 
첫만남에서 심통을 내며 온몸으로 반감을 표하던 어린 강징에서, 툭탁거리면서도 내버려두면 어딘지 쓸쓸해보여 품어준다는 게 그만 놀리게 되고 말던 어린날의 소년. 항상 불만스러운 얼굴로 쫓아다니던 청년기를 지나,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다그치고, 결국은 세상의 끝과 같은 절벽에서 생사가 갈라지고. 
다시 긴 세월을 지나.
아무 것도 모르는 제 앞에, 만신창이가 된 가슴을 안고 나타난 강징이었다.
위무선은 상상하며 갈수록 가슴이 크게 뛰었다. 
그 모든 강만음의 위상이 오로지 저만을 그리며 악착같이 살아왔다는 사실을 감히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언제나 오만한 빛으로 사람을 밀어내던 눈매가 언제부터인지 위무선의 앞에서만은 부드럽게 굽어들었다. 너무도 사랑스러워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듯한 눈빛이 간밤의 강징과 겹쳐지며, 강한 팔로 허리를 안아오고 자신의 가슴 속에서 짓누르고, 종내는 애타는 어리광도 들어주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탐식했다.  
마침내 자신은, 위무선은 강만음 그의 것이 되었다.


“!”
돌연 머리를 고아주고 있던 팔이 굽어들며 끌어당기자 단단한 가슴에 꼬옥 눌려졌다.
물씬 풍기는 강징의 체취를 가까이서 맡은 무선은 마치 춘약을 마신 여인처럼 흐물흐물해져버렸다.
강징은 말없이 위무선의 머리칼을 뒤로 넘겨주며 정수리에 입술을 묻었다.
매일같이 이어지던 행복한 일상이 오늘도 꿈이 아님을 느끼며 무선은 눈을 감고 달콤한 숨을 들이마셨다.
“정말, 꿈이면 어떡하지.”
위무선이 작게 속삭이는 말을 듣고 있던 강징이 허리를 안은 팔을 내려 엷은 옷감에 덮힌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었다.
힉-! 순간적인 놀라움과 아픔에 움츠러든 위무선에게 강징이 속삭였다.
“꿈이 아니지?”
“강징, 너 정말 엉큼해!”
“먼저 안기고 싶어한 건 너야.”
한 마디도 지지 않고 꼬집어 비트는 말에 위무선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어올리는 얼굴이 어떠할지 보지 않아도 알만하여, 스물스물 열이 올랐다. 결벽한 고소 남씨처럼 도망만 다닐 땐 언제고. 노골적으로 정욕을 숨기지 않는 강징의 태도에 무선은 드문 수치심을 느끼고 말았다.
“어떡해.”
“?”
꼬물꼬물, 답답하고 분한 속을 몸짓으로 표현하며 강징의 품 속에서 꼼지락거리던 위무선이 중얼거렸다.
“또 하고 싶어...”
강징은 부드럽게 위무선의 턱을 들어올려 시선을 맞추었다. 흡사 과자를 먹고 싶어하는 어린애처럼 순진한 욕망에 찬 눈망울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고, 다정하게 입술로 눌러 벌려진 잇새를 핥아주고는 달아오르는 숨을 달래주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는 하아,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목에 매달리는 무선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안 돼. 더 하면 다쳐. 아침 먹고 나서 약부터 바르도록 해.”
위무선은 매정하게 저를 떼어놓고 침상 밖으로 나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후에야 자신이 놀림을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내 아이처럼 볼을 빵빵 부풀리고 이맛살을 한껏 찌푸려 보이는 위무선을 돌아보고 강징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