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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5 02:59
강징과 온정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연애고자 알파오메가 남녀가 만나 뚝딱이며 주변 사람들을 탄식하게 만들더니 결국 사랑을 완성했다. 옆에서 지켜보며 강제로 고구마 300개를 들이켰던 위무선은 ♡결♡혼♡합♡니♡다♡ 라는 다소 깜찍한 문구의 청첩장을 보고 실소를 터트리고는, 지난 5년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살면서 이 자식 결혼하는걸 보는구나. 물론 강숙부 내외도 기쁨과 환희가 넘쳐흘렀는데, 그 우자연 조차 위무선의 할머니 드립을 허허 웃으며 넘길 정도였다. 게다가 강염리는 강징의 결혼이 확정되자마자 매형 금자헌을 끌고 다니며 결혼 당사자보다 더욱 지대한 공을 들이는 중이었다.



뭐 어쨌거나 결혼식 준비는 아주 순항이었다. 드레스 가봉을 마친 온정은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강징은 내내 입이 귀에 걸려, 너도 얼른 끝사랑을 찾으라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멘트를 지껄였다. 내 나이 스물여덟. 내 평생의 오메가를 찾았다고.

스물여덟. 사실 다소 이른 나이기는 하다. 자타공인 캠퍼스 뚝딱이커플이었던 그들이 그대로 부부로 맺어질거라는 생각을, 위무선은 예전부터 생각해왔다. 위무선은 제 연애는 잘 못하는 주제에 남의 연애 냄새는 잘 맡고는 종종 훈수두곤 했는데 그게 기가막히게도 잘 맞아떨어져 커플들의 추앙을 받고했다. 그가 '오 길게 가겠는데.' 하고 생각하는 커플들은 아니나 다를까 죄다 식장으로 골인하였고 그 예감은 강징 커플도 다르지 않았다. 주변사람들은 연애 촉이 좋은 위무선에게 넌 니 연애는 걱정없겠다! 찬사를 늘어놓았으나,

문제는.. 자신의 패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지. 사실을 고하자면 위무선은 이제껏 자신의 알파를 찾지 못했다. 아니, 못 찾는게 아니다. 딱히 연애를하고 싶지 않달까. 여튼 위무선 본인은 연애와 인연이 없었고 자타공인 중매쟁이 역할에만 충실하였다. 이제까지. 사는 내내. 28년동안 쭈우우욱.






결혼식 당일. 오늘도 우자연에게 깐족거리다가 등짝을 얻어 맞은 위무선은 터덜터덜 축의금 코너로 향했다. 강징을 해치웠으니 이제 네 차례라며 요즘들어 위무선의 맞선을 알아보시는 와중에 그 앞에서 자만추 타령을 한 탓이다. 근데 전 맞선 이런거 취향에 안맞아요 하면서.





"숙모님. 역시 알파라면 영앤리치 비이이익앤핸썸이죠."



비이이익 부분을 늘여서 말하자 어른들 계시는데 못하는 소리가 없다고 단박에 쫓겨났다. 대기실로 가자니 신랑과 신부는 한참 사진찍는 중일테고, 좀 쉴겸 느긋히 방명록이나 뒤적일 찰나였다. 갑자기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이 드는건. 위무선이 고개를 들었다.





"실례합니다."





훤칠한 알파 두명이 위무선과 방명록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한명은 온화하게 잘생긴 알파였고 그 뒤에 있는 알파는 쉽게 다가가기 힘든, 조금 차가운 인상의 알파였다. 근사하지만 30대 중반에서 후반 정도 되어보이는 연상의 남자들. 주위에 눈을 씻고 봐도 없는 으른 남자들이라 위무선은 싹싹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특히 저 뒤에 존잘남은 오싹할 정도로 제 타입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 방금 눈 마주쳤다.





"네,넵 안녕하세요! 신랑측 맞으시죠,"





여기다 쓰시면 됩니다. 위무선이 뚝딱이면서 방명록을 내밀자 온화한 알파가 고맙다며 예를 표하더니, 뒤에 있던 차가운 알파에게 말을 걸었다.





"망기. 괜찮다면 네가 내 몫까지 써주지 않겠니? 난 먼저 강대표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게."



"네 형장."





어 이쪽이 동생이구나. 형님이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빠져준 사이 그가 방명록을 쓱쓱 써내려간다. 와 대박 글씨도 무슨 컴퓨터 글씨야. 넋놓고 바라본 사이 그가 써내려간 글자는 남희신, 남망기였다. 가만, 그러고보니 남씨라면 소문의 그 고소그룹 형제가 틀림없다. 재산 많고 잘생긴 알파인데 일도 찰떡같이 잘한다고. 고소그룹 남계인 회장 산하, 형이 사장인가 동생은 전무였던거로 기억하는데 둘다 능력있는 독신이라 십여년 전부터 난다긴다하는 기업의 오메가 자제들이 어떻게든 혼담을 물으려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물론 정중하게 전부 거절해왔다는 것도. 기업일에 관심없는 저도 풍문으로 알 정도이니, 얼마나 경쟁이 치열할까. 라는게 위무선의 감상평이었다. 역시나 실물을 영접해보니 역시 그들은 빛이 났다. 왜 아직까지 독신인게 신기할 정도. 그리고 심지어 이 알파는 손도 크다. 오오..





"손가락이 참 길쭉길쭉 기시네여."





만년필을 슈트 안에 넣던 알파가 슬쩍 미간을 좁혔다. 무언이지만 무슨 뜻이냐는듯 물어오는 표정에 위무선이 퍼뜩 제 입을 때리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꿍얼거렸다. 하여튼 생각한대로 입밖에 나와버려서..





"죄송합니다. 그냥 혼잣말이었어요. 으하하핳"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였으나 알파는 여전히 과묵했다. 그래서 민망한 마음에 위무선은 폭주하기 시작했다.





"어 근데 징징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세요?"





아 아니다 제가 맞춰볼게요. 혹시 회사? 어 근데 징징이는 아직 현업이 아닌데.. 아! 아니면 그럼 친구신가요? 하핳ㅎ





"저 서른여덟입니다."



"진짜요? 우와 저랑 열살 차이나시네요!"





내내 침묵하던 알파가 처음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나이차가 있으니 친구 아닙니다, 라고 말할 의도였겠지. 하지만 앙큼한 위무선은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연결하기 바빴다. 그리고는 정말 동안이시라며 두번째 폭주를 시작했다..





"사진찍을 때 신랑보다 더 빛나시는거 아니에요?"





까르르르르르. 위무선 혼자 말하고 혼자 웃는 동안 지나다니던 하객들이 힐끔힐끔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생각해보니 이거 원. 오메가가 주접부리는 광경 아니던가. 나이 지긋한 분들은 대놓고 키득거리면서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기 저쪽에서 짜게 식은 우숙모와 웃음을 참고 있는 강숙부, 염리사저. 그리고 남희신 사장까지. 위무선은 쪽팔려 죽을 것 같았다.





식장에서 위무선은 그 알파, 남망기와 같은 원형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운몽이 고소그룹과 잘 아는 사이니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서도 결혼식은 일종의 '보여지는 자리' 이기 때문에 자리배치도 중요하다. 우자연이 빠른 두뇌회전으로 둘을 같은 테이블에 밀어넣었고 남희신도 아름답게 웃으며 동의를 표했다. (그는 바로 맨 앞 테이블 강염리, 금자헌 부부와 앉게 되었다)

뭐 여튼간에 연줄을 만들건 안만들건 위무선은 스스로 텐션이 오르는걸 느꼈는데, 확실한건 이 알파랑 너무 너무 친해지고 싶었다. 개드립으로 웃겨주고 싶었고 뭘 좋아하는지도 알고 싶다. 이 남자가 좀 더 다양한 표정으로 많은 이야기 해줬으면 좋을것 같았다. 만약 남망기가 1부터 100까지 숫자만 세어도 위무선은 재미있게 들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남망기의 준수한 옆모습만 봐도 너무 재미있었다..

아, 즐거워라. 버진로드를 걷는 씩씩한 강징을 향해 한바탕 박수를 갈기고 남망기를 훔쳐보고, 빛나는 온정의 사진을 찍고 또 남망기를 훔쳐보고. 본격 양가 부모님의 축사타임에 돌입했을때 위무선은 조금 뻔뻔해지기로 마음 먹었다. 어짜피 결혼식 이후 또 마주칠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은가. 강숙부께 죄송하지만 상체를 등받이에 기울인 위무선은 남망기의 단정한 뒷 모습을 맘껏 눈에 담았다. 척추도 곧아 자세가 굉장히 바르고 어깨도 태평양처럼 넓다. 아마 운동을 하겠지. 웨이트? 수영? 아니면 격렬한 운동? 멍하니 운동을 꼽아보는데 갑자기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축사, 집중하세요."





헛 넵.

어케 알았지.. 민망하기 짝이 없어 위무선은 다시 강숙부에게 집중했다. 그래. 어찌됬던 오늘은 강징의 결혼식이다. 눈 앞에 알파에 홀려 잠시 망각했는데 오늘은 강징의 일생일대의 날이다. 징징이를 소홀히 한것 같아 위무선은 강징의 만세삼창을 동영상으로 남겼고 곧 그가 눈물 콧물 빼는 모습도 아주 세심하게 여러장 찍어놓았다. 나중에 빠짐없이 온정에게 보내줄 사진이었기에 각도에 심혈을 기울였다. 역시 나만한 친구는 없을테다.



그리고 기다리던 시간. 축가타임. 사실 위무선이 서프라이즈로 나오기로 강징과 협의한거라 대부분의 하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감미로운 노랫소리를 듣고 열띈 호응을 해주었다. 다행히 위무선은 노래를 잘 하는 편이라 몰입이 쉬었나보다. 내 첫사랑이자 끝사랑은 너라는 로맨틱한 가사를 읊어주자 온정이 화사한 미소를 지었고 강징도 기뻐했다. 강숙부 내외와 염리사저도 흐뭇하게 웃어주어 노래하는 내내 행복했는데 조금 알쏭달쏭한 반응을 보인 이는 남망기였다. 그는 웃지도 않았고 별다른 호응도 없이, 심오한 표정으로 위무선을 쳐다보았다. 겨우 노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자 그제야 수고했다고 말해주니 위무선이 조금 더 바싹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남전무님 제 노래 어땠어요?





"좋았습니다."



"우와 얼만큼요?"





가수 아저씨보다도요? 네? 위무선이 조르자 남망기는 귀찮은 내색도 없이 의외의 말을 꺼냈다. 비밀입니다.

어쩐지 차가운 남자가 품을 만한 말은 아니었기에 위무선은 가감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비밀이라니!





"나중에 꼭 좀 알려주세요, 네?"





혹시나 만날 기회가 있을까. 위무선은 조금 떠보듯 이야기했다. 또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남망기에게 조르듯 이야기를 건네는데 곧 버진로드를 걷는 신랑신부를 끝으로 식이 정리되었다. 남망기의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가족 친지들과 사진을 찍고, 또 친구석까지 이중으로 자리를 채우는데 위무선 바로 옆으로 남망기가 다가왔다. 이제보니 남희신 남망기 형제를 홀긋거리는 오메가들이 많이 있었는데 제 옆자리를 골랐으니 조금 우쭐해진 기분도 들었다.





"위무선씨."



"네 전무님"



"식사.. 같이 할까요. 괜찮다면."





시선은 여전히 카메라에 고정한채 남망기가 여상히 말을 걸었다.

네.

좋아요. 완전!!!!

위무선은 뒷말을 삼킨채 새침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케를 받은 온녕을 바라보았다. 멋지게 낚아채고는 쑥쓰럽게 웃는 온녕의 얼굴에 저도 괜시리 웃음이 터졌다.

흐음. 기침과 호감은 숨길 수 없다고 하니 이미 그는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이제와 새침한 척 밀당 한다고 해도 뭐 소용없겠지. 남 연애는 기가막히게 잘 아는 주제에 본인은 좋아하는 마음 못 숨기고 벌써 꼬리흔드는 꼴이라니. 하지만 남망기의 단정한 옆모습과 저를 둘러싼 은은한 향에 다시 심장을 부여잡았다. 드디어 부부가 된 강징과 온정이 웃고 있고, 온녕도 부케를 흔들고 있는걸 보니 절로 마음이 넉넉해져서 또 남망기와 눈을 마주친 위무선이 눈꼬리를 활짝 휘었다. 그러더니 다시 심오한 얼굴로 돌아온 남망기 전무님. 그런데 귓볼이 이렇게 붉었었나? 은근한 향이 퐁퐁 솟아나오는데.



이렇게 좋은 날. 문득 위무선은 다음 부케의 주인공은 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끝사랑은 그가 되고, 그의 끝사랑이 내가 되어. 이렇게 둘이서 평생.








망기무선 망선

*웨딩 크래셔는 결혼 훼방꾼이라는 말인데, 망기무선이 훼방꾼은 아니지만 강징과 온정이 주인공인 결혼식날 저들끼리 눈맞아 버리는거 ㅂㄱㅅ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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