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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5 22:49
정략혼 오타 띄어쓰기 맞춤법 노잼 사모님대신사부님쓰는데어감개이상함... 네이밍센스ㄹㅇ없음 퇴고안했음 대사이상함 시점오락가락 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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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휴가의 마지막 날까지 기어코 출근했던 남희신이 꽃다발과 함께 귀가했다. 어김없이 진붕팔이 안겨준 꽃다발은 지난 이틀간 함께했던 덕분인지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았다. 남희신은 적막한 집을 들어섰다. 어두컴컴한 현관을 지났고, 삭막한 거실을 지날 차례이던 남희신은 웬일로 삭막하지 않은 거실에 걸음을 멈췄다. 혼인 첫날, 강징이 자고 있었던 쇼파에 사람이 있었다.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 그는 아니었다. 남희신은 벌떡 일어나 자신을 반기는 사람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사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남희신의 손짓대로 쇼파에 앉은 최천천이 인자하게 웃었다. 최천천은 남희신을 아주 어릴 적부터 돌봐온 전 남씨 저택의 도우미이자, 현 남희신네 도우미였다. 남씨 부부가 세상을 떠났을 때, 만약 최천천이 없었다면 평정심을 찾기 어려웠을 정도로 남희신이 의지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오래한 만큼 최천천은 남희신의 성향을 잘 알았고, 그에 맞춰 집안일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래서 이렇게 대면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무슨 일일까.


“다른 게 아니라... 사부님께서 식사를 잘 못하세요.”

“식사요?”
 

남희신은 마주 앉은 최천천을 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요소였다. 그럴만도 한 게,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게 습관인 남희신은 식사 대부분을 밖에서 해결하는 터라 강징과 밥 한 끼 할 새가 없었다. 남희신이 집에서 밥을 먹는다 해도 함께하지 못할 확률이 높긴 하지만.


“네. 사장님께서 당부하신대로 하는데도 이 집에 들어오신 뒤로 밥그릇을 영 못 비우시네요. 식사가 입에 안 맞으신 것 같은데 여쭤볼 수가 없으니...”


최천천은 혼인식 전날, 남희신이 도우미들에게 당부했던 사항을 상기했다. 혼인할 상대와 되도록 부딪히지 말 것, 그에게 관심 갖지 말 것, 그의 방에 들어가지 말 것, 식사는 쟁반에 차려 방문 앞에 둘 것. 남씨 저택에 들어가기 전까지 까다로운 재벌을 많이 맡았던 최천천에게도 이는 특이한 사항이었다. 그러나 최천천은 남희신이 괜한 말을 하지 않는 사람임을 알았고, 때문에 군말 없이 요구사항을 따랐다. 식사가 들어간 그대로 나오지 않았다면 두 번째 사항도 끝까지 지켰을 것이다.

 
“일단... 알겠어요. 한 번 물어볼게요.”


남희신은 최천천을 배웅한 후, 복잡한 심정으로 왼쪽 복도로 향했다. 식사를 못한다니. 만약 아주머니가 말씀하시지 않았다면 자신은 영원히 몰랐을 게 아닌가. 머릿속에서 진붕팔의 목소리가 재생되었다. ‘사장님,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무심하시네요.’ 아무 생각 없이 넘겼던 말인데, 지금은 무척이나 신경 쓰였다. 후, 숨을 뱉은 남희신이 문을 두드렸다. 똑똑. 몇 분처럼 느껴지는 몇 초가 지나자, 문이 열렸다.

완전히 열리지는 않았지만 어제보다 조금 커진 문틈으로 강징이 나타났다. 한 쪽 얼굴, 한 쪽 어깨, 한 쪽 손, 한 쪽 다리, 한 쪽 발. 철저하게 몸을 반만 드러낸 강징이 동공을 요리조리 굴렸다. 남희신은 가만있지 못하고 움찔대는 손가락을 주시했다. 아마 원하는 건 자신의 손에 들린 탐스러운 꽃다발일 터다. 꽃다발을 받으면 곧바로 들어갈 테고.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지금 뿐이다. 남희신이 조용히 입을 떼었다.
 

“... 강징 씨.”


처음 불러본 이름은 어색했다. 이상하지. 남들 이름은 하루에 수십 번을 불러도 아무렇지 않은데, 어째서 이 이름은 입 안이 텁텁해지는지. 공연히 침을 삼킨 남희신이 눈을 땡그랗게 뜬 강징에게 물었다.


“혹시 식사가 입에 안 맞아요?”
 

강징의 눈이 튀어나올 만큼 커졌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당황한 듯하다. 평소 같았으면 한 발 물러났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다. 식사는 중요한 문제다.
 

“밥을 안 먹고 살 순 없잖아요.”

“......”

“강징 씨.”


남희신이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음성이 대답을 듣기 전에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를 드러냈다. 강징도 이를 깨달았는지 입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남희신은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강징의 입이 열렸다. 그의 얼굴은 달아오른 채였다.


“... 너무... 채소만 있어서요...”


아. 남희신이 얼빠진 감탄사를 내었다. 고소기업은 대대로 채식을 한다. 고소기업의 회장이자 숙부인 남계인 슬하에서 자란 남희신도 예외는 아니었고, 남씨 저택에서 도우미 생활을 오래했던 최천천 또한 채식에 익숙해진 나머지 이를 생각하지 못했다. 냉장고에는 온통 풀때기 뿐이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았다. 미안해요. 남희신이 사과했다. 어느 때보다 진심이 가득했다.


“내일부터는 고기도 나올 거예요. 정말 미안해요.”

“그럴 필요는-"

“있어요. 여기는 당신 집이기도 하잖아요.”
 

강징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뻥 터질 듯 붉어졌다. 남희신은 입술을 괴롭히기 시작한 강징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두 사람을 가로막고 있던 경계에 탐스러운 꽃다발이 불쑥 끼어들었다. 꽃과 남희신의 얼굴을 번갈아보던 강징이 손을 뻗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남희신과 닿지 않게 꽃다발의 위쪽 줄기를 조심스럽게 쥐었다. 남희신이 느리게 손을 떼었다. 꽃다발이 강징의 품에 안착했음에도 예상 외로 문이 닫히지 않아서, 남희신은 한 걸음 더 다가가기로 했다.


“무슨 음식 좋아해요?"

“... 연근갈비탕이요.”
 

연근갈비탕이라... 머리에 확실히 메모한 남희신이 꽃을 줄 때처럼 입꼬리를 올렸다.


“말해줘서 고마워요. 갈게요.”


남희신은 몸을 뒤로 물렀다. 강징은 그제서야 문을 닫았고, 복도가 어두워졌다. 남희신은 왼쪽 복도를 나와 오른쪽 복도로 들어섰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문이 닫히는 소리까지 들은 남희신이 불현듯 깨달았다. 비명 이후 처음 듣는 강징의 목소리였다.

 

 
운몽기업과 고소기업의 사업 제휴 조건에는 천재 발명가인 위무선의 발명품이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위무선은 남희신과 강징의 혼약이 결정된 이후, 사업차 고소기업을 종종 들렀다. 보통 위무선과 회의를 하는 상대는 고소기업의 부사장이자 남희신의 동생인 남망기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오늘은 담당자도 아닌 고소기업 사장이 회의실에 나타났다. 이유 없이 눈치를 보기 시작한 직원들과 달리 남희신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눈매가 뾰족해진 위무선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쌩-하니 회의실을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남희신은 위무선을 쉽게 벗어나도록 두지 않았고, 그 결과, 두 사람은 냉기가 흐르는 회의실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남희신을 오 분째 째려보던 위무선이 선빵을 때렸다.
 

“왜요.”
 

남희신은 받아치는 대신 지난 번 마주했던 위무선의 모습을 떠올렸다. 혼약이 확정된 후, 고소기업에 개인적으로 찾아온 위무선은 간절하게 부탁했다. 이 혼약 깨주시면 안 됩니까? 혼약이 아니더라도 제휴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남희신도 그것이 가능하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혼약보다 확실한 제휴는 없다. 괜히 기업 간의 정략혼이 성행하겠는가. 고소기업은 운몽기업이 필요했고, 운몽기업 또한 고소기업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남희신은 위무선의 부탁을 거절했다. 미안합니다. 남희신의 한 마디에 굳은 얼굴로 침묵하던 위무선은 그렇다면 약속해달라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어릴 적 제 동생한테...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사람을 많이 무서워해요. 그러니까 정 혼인하시려거든 강징을 지켜주십시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 공포에 떨지 않게 멀리서나마 제발 지켜주십시오. 그것만 약속해주신다면 조용히 가겠습니다.’

남희신은 약속했다. 강징을 지키겠다고. 이를 잘 지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위무선은 부탁을 거절당한 일로 앙심이 생겼는지 혼인식 이후 남희신만 보면 도끼눈을 떴다. 덤으로, 태도가 아주 불량해졌다. 지금처럼.


“뭐, 할 말 있어요?”


할 말? 있지. 남희신이 급습 회의 참석의 목적을 털어놓았다.

 
“강징 씨가 잘 먹는 연근갈비탕집이 어디입니까?”

 
주둥이로 발명하는 거 아니냐는 오해가 일상인 위무선이 말을 잃었다.

 


똑똑.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퇴근한 남희신이 강징의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나온 강징이 예상과 다른 인물의 등장에 놀란 듯 걸음을 주춤했다. 아마 그는 도우미가 문 앞에 식사를 두고 간 줄 알았을 테다.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표정을 바라보던 남희신이 꽃다발이 아닌 쟁반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강징이 쟁반을 받자, 남희신은 짧게 설명했다. 


“연근갈비탕 좋아한다면서요.”
 

강징은 뜨끈뜨끈 김이 올라오는 국그릇을 구경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올라오는 연근갈비탕이 먹음직스럽게 담겨있었다. 연근도 실하고, 갈비도 실하고. 심지어 냄새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연근갈비탕과 똑같았다. 강징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디서...


“강사장님께 부탁드렸어요. 강징 씨가 강사장님표 연근갈비탕을 제일 좋아한다고, 위무선 씨가 알려주더라고요.
 

남희신은 별 거 아니라는 듯 이야기했지만, 강징은 그렇지 않았을 것을 안다. 강염리와 위무선은 강징을 대단히 아낀다. 강징이 혼약에 반항할 당시 그보다 더욱 반발한 게 두 사람일 정도이니 새삼스럽지도 않은 진실이다. 때문에, 똑같은 정략혼의 피해자임에도 두 사람은 남희신을 언짢게 대할 것이다. 원체 차분하고 감정조절을 잘하는 강염리야 티는 안 내겠지만, 위무선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런 두 사람에게 자신을 위해 찾아가다니.
 

“... 고마워요.”


강징은 나지막이 말했다. 남희신은 작은 소리를 놓치지 않고 웃었다.


"먹고 싶을 때마다 말해줘요. 이 정도는 남편으로서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요."


남희신의 배려에 먼저 문을 닫은 강징은 걸음이 멀어지는 기척을 들은 후에야 의자에 앉았다. 강징은 소리 없이 단어를 읊어보았다. 남편. 이번엔 길게, 남-편-. 다시 짧게, 남편. 강징은 방에 놓인 남희신의 흔적을 훑었다. 지난 사흘간 받은 여러 꽃다발과 방금 받은 연근갈비탕 한 그릇이 필요 이상으로 깨끗한 방에서 톡톡 튀었다. 강징이 배를 부여잡았다. 마치 뱃속에 나비가 왕창 있는 듯한, 낯선 기분이었다.




희신강징




선 결혼 후 연애 넘 좋다... + 마지막 뱃속에 나비는 영화 조조토끼 장면에서 따옴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