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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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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틈만 나면 해리를 도로 집으로 데려오려고 애썼다. 호그와트에 입학하고 나서 이모부와 이모는 매년 한 번씩은 꼬박꼬박 항의 편지를 보내고는 했다. 해리는 딸이 마법사 세계에서 무얼 하건 그저 즐거우신 듯한 헤르미온느의 부모님이 부러웠다. 그레인저 부부 그 분들은 말이야, 다 좋지만 아이에 대해 너무 걱정을 안 한단 말이야. 버논이 페투니아에게 투덜대는 소리를 설핏 들으며 해리는 반박하고 싶어졌다. 그건 헤르미온느의 부모님이 헤르미온느를 믿기 때문이에요. 저를 못 믿으세요? 제가 마법사라서? ​하지만 그렇게 말할까 나서려던 직전에 론이 창문을 두드렸다.
 
해그리드를 만나기 전까지 해리는 자신도 더즐리 가의 평범한 삶을 그대로 이어받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건 아주 만족감을 주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싫은 일도 아니었다. 평화로운 삶이란 행복한 것이니까. 따뜻한 아침밥과 코코아와 선데이 로스트를 기다리는 일요일의 오후를 해리는 좋아했다. 하지만 해리와 양부모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든지 간에, 해리는 사촌과는 달리 그들과 이어져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해리는 마법사였다. 해리는 특별했다. 평범하게 살기에는 너무도 이질적인 존재였다.
 
호그와트는 대단한 곳이었다. 해리는 첫 학기를 지내며 보낸 편지에서 두들리에게 그가 가장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했다. 기차에서 파는 온갖 간식들과 수많은 음식이 끊임없이 나오는 대연회장의 뷔페 같은 것들. 과연 사촌은 새로 사귄 친구들이나 마법의 능력보다 그런 것들이 더 부러운 듯싶었다. 자기도 가보고 싶다며 뾰루퉁한 두들리에게 해리는 다음엔 같이 가자고 하려 했으나, 페투니아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마법 세계는 허용된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만 엄마, 난 그 뷔페에 꼭 가고 싶은걸요!"
​"호그와트는 우리 같은 일반인을 싫어하는 장소야."
​​​​"해리는 되고 나는 안 되는 건 불공평해요!"
​​​"두들리. 그런 뷔페라면 우리 집 가까이에도 얼마든지 있잖니."
 
다음에 데려가 줄게. 두들리는 무려 엄마가 자기 말을 그토록 단칼에 끊어버렸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그런 사촌을 위로하기 위해 해리는 그가 제일 궁금해하는 개구리 초콜릿을 싸오겠다고 약속했다.
 
해리는 페투니아가 교장 선생님에게 입학을 거부당했다는 사실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호그와트는 아니더라도 다이애건 앨리 정도는 비밀스럽게 가볼 만하지 않을까, 사실 두들리의 말이 옳았다. 불공평한 처사였다. 마법사들은 머글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데 머글들은 마법사 세계에 입장하지 못한다는 점은 해리를 꽤나 불편하게 했다. 그건 해리뿐 아니라 두들리나 이모 역시 불편하게 할 것이고, 그래서 해리는 더욱더 불편했다.
 
해리는 자신의 식구들이 자신의 세계에 함께하기를 바랐다.
 
친부모님은 그리운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해리와 이어져 있었고, 이모의 말에 따른다면 해리를 매우 사랑했음 직이 분명하고, 무엇보다도 이 특별한 세계의 온전한 구성원들이었다. 해리와 식구들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든 간에 해리는 그 사이에 승강장의 벽돌과도 같은 장벽이 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모는 결코 자신을 거부한 특별한 세계를 수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중에 화해했다고는 하지만, 혼자 호그와트로 떠나는 릴리와 페투니아는 크게 싸웠고, 릴리는 언니 때문에 자주 울었다고 스네이프는 말했다. 사람이 사람인지라 해리는 믿지 않으려 했으나 페투니아는 부정하지 않았다. 버논은 제임스에 대해 굉장히 기묘한 사람이었다고 술회했다.
 
"나쁜 사람이었나요?"
"글쎄...나쁘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어. 뭐, 그도 나를 이해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모부는 위즐리 씨와 잘 지내시잖아요?"
"그건 말이지, 그가 솔직히, 호인이긴 하니까 그렇다만, 역시 그 사람도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많아."
 
저도 그런가요? 해리는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돌아올 대답이 두려웠다. 만약 그렇다고 하신다면 해리는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까?
 
이모부나 이모나 해리가 특별한 세계에 속해 있다는 걸 싫어하는 듯 했다. 특히 이모는 어떻게든 해리를 도로 머글 세계로 되돌리려고 애썼다. 해리는 점차 자신이 마법사 세계에서 무얼 해야 하는지, 왜 자신이 특별한 존재인지를 깨달아 갔으나 이모에겐 아닌 모양이었다. 트리위저드 시합이 끝나고 이모는 당장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오라고 불같이 화를 냈다. 좀 히스테릭하긴 해도 유약한 이모가 그렇게까지 강경한 경우는 드물었으므로 가족 모두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다만 해리는 오히려 그 사건 이후로 자신이 왜 마법사 세계에 있어야 하는지, 친부모님이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체감했다. 그는 친구를 잃었다. 해리에게 마법사 세계는, 그의 운명은, 더 이상 호불호에 따라 버렸다가 챙겼다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해리는 이모의 말을 거역해야만 했다.
 
"싫어요."
"뭐?"
"싫어요. 저는 마법사에요. 저는 호그와트에 있어야 해요."
"해리, 넌 그냥 평범한 십대 남자애야. 네가 마법사건 뭐건 너는 내 조카야!"
"평범한 십대 남자애는 마법사가 될 수 없나요? 저는 마법사에요. 저는 특별한 존재라구요. 이모는 그걸 받아들이셔야 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페투니아, 당신 너무 흥분했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보다 못한 버논이 붉으락푸르락한 페투니아를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페투니아는 코웃음을 쳤다.
 
"네가 특별하다고? 네가 특별한 존재라고? 천만에, 해리. 특별하다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건 우스꽝스럽기만 하다고. 마법사니 마법이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어. 웃음조차 나오지 않아. 집에 와, 해리. 내일이라도 내가 교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우스꽝스럽다고? 이모는 해리도 해리의 부모님도, 해리의 세계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우스꽝스럽다니? 해리의 특별한 운명이, 부모님의 특별한 죽음이 한심하다니? 부모님이 해리를 사랑했기 때문에 희생적이고 영웅적인 죽음을 맞았다고 알려준 건 다름아닌 이모가 아니었던가? 해리는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인정해야 했다.
 
"그건 이모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런 거겠죠."
 
그들은 같은 세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해리 포터, 지금 이모에게 무슨 말버릇이냐?"
 
분노에 차 말을 뱉고 나서 해리는 깜짝 놀랐다. 버논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해리를 현실로 되돌렸다. 두들리는 답지 않게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말실수를 했음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었다. 페투니아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해리를 내려다보았다.
 
"페투니아 이모,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그래."
 
자세히 보니 차갑게 식은 눈이 아니었다. 이모는 울고 있었다.
 
"나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라 그런가 보다. 네 친부모와는 다르게."
 
문제의 사건 이후에도 해리와 식구들은 전과 같았다. 버논에게 흠씬 혼이 나기는 했으나 해리를 괴롭게 한 건 버논의 고함보다도 페투니아의 침묵이었다. 다음날 아침 눈치를 보는 해리와 두들리에게 페투니아는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내어놓았고, 베이컨을 더 달라는 두들리 덕분에 평범한 아침 식사 자리로 되돌아왔다. 해리는 두들리에게 고마웠는데, 두들리는 해리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해리, 엄마한테 사과했어?"
 
해리는 고개를 저었다. 두들리는 의아해했다.
 
"그런데 왜 엄마가 저렇게 화가 풀린 것처럼 보이지?"
​​"나도 모르겠어."
 
그릇 위에 남은 토마토를 괴롭히던 해리는 곧이어 들려온 두들리의 말에 포크를 멈췄다.
 
"해리, 내가 생각해도 그 말은 너무 심했어."
"미안해."
 
그도 알고 있었다. 이모를 울린 건 누가 뭐래도 해리였다. 두들리까지도 심각성을 알 만큼 너무한 발언이었다고 해리도 반성하고 있었다. 한데 두들리는 그것만이 거슬린 건 아니었나 보았다. 
 
"네가 마법사고 특별하다고 해서 나나 엄마나 아빠가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잖아?"
 
해리는 두들리를 돌아보았다. 두들리는 방금 받은 베이컨을 찍어 올렸다.
 
"네가 마법사면 뭐 어떻다는 거야? 잘난 척하지 말란 말이야."​​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
"네가 마법사라서 너만 서운한 것 같아? 나도 서운하다고. 넌 이제 나보다 네 친구들을 더 좋아하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나보다 네 친구들이랑 놀 때가 더 많잖아. 물론 네 친구들은 좋은 녀석들이기는 해, 론은 웃기는 놈이고, 그 여자애는...가끔 재수 없게 굴 때가 있지만, 그래도 나쁜 애라고는 생각한 적 없어. 하지만 네 친구들은 네 친구들이잖아.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고."
 
해리도 호그와트로 가기 전에는 머글 친구들이 있었다. 호그와트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은 해리가 전혀 모르던 세상을 해리에게 알려주었다. 그들은 해리와 함께 모험을 하며, 해리에게 있어 목숨을 걸 만한 소중한 사람들이 되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해리에게 양팔과도 같았다. 둘만 있다면 어떤 곳이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는 얘기다. 머글 친구들과는 자연히 연락이 줄었다. 머글들끼리도 전학을 가게 되면 이전 학교 친구들과는 멀어지게 되듯이. 하지만 두들리는 해리의 친구이기보다는 가족이었다. 멀어지고 싶어도 멀어지기 힘든 사이라고 여겨 왔건만. 해리는 당황해서 말했다.
 
"네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줄은 몰랐어."
"당연한 거 아니야? 해리, 나는 우리가, 평생 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우리는 가족이니까, 언제까지나 이런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너는 마법사가 되고 마법사 학교로 가 버리고, 나와는 같이 살지도 않고, 점점 더 나에게서 멀어져서...그러면 너와 나는 서로를 전혀 모르게 될지도 모르잖아. 네가 뭘 하고 사는지, 내가 뭘 먹는지 모르게 될지도 모르잖아..."
 
그런 말을 했던 것치고, 그날 후로도 두들리는 평소처럼 단순했으며, 버논과 페투니아도 그대로였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는 해리의 전학을 요청하는 편지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뻐함이 마땅했으나 해리는 어쩐지 예전이 더 좋았다고 느꼈다. 페투니아는 특별함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굳이 말하자면 특별한 해리를 포기해 버린 것이었다. 해리가 두들리를 디멘터로부터 구했을 때, 버논은 기겁을 하며 물었다. 
 
"그것들도 마법이야? 저주인가 뭔가 하는?"
"어...마법은 아니지만, 위험한 것들이에요. 괴물이라고 할까..."
 
버논은 디멘터를 볼 수 없었다. 페투니아는 웬일로 조용했다. 그 때의 침묵이 떠올라 해리는 답답했지만 이모부를 위해 설명을 계속했다. 
 
"넌 어떻게 그것들을 알아?"
"아, 많이 만나 봐서..."
"많이 만나 봤다고?"
 
문득 해리는 두들리를 자기가 구하기는 했어도, 원인 제공자도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늦었거나 해리가 패트로누스를 쓰지 못했다면 그의 사촌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로 떠났을 것이다. 해리는 특별함을 끌고 와 버린 셈이었다. 식구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특별함을. 버논이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네가 지금까지 그런 위험한 것들을 만나고 다녔다는 얘기냐?"
 
해리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오, 해리..."
 
버논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떨궜다. 더즐리 부부가 두들리를 챙길 때 해리는 도우려고 했지만 페투니아가 만류했다.
 
"너도 그걸 봤잖아."
"네, 그렇지만 두들리를 주로 공격하려고 해서..."
"가서 쉬어."
 
해리는 어깨에 와닿는 이모의 손길이 으레 자기와 두들리를 챙길 때 하는 행동임을 알면서도, 워낙에 거친데다 은근히 떠미는 탓에 풀이 죽었다. 이모가 디멘터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 해리는 등 뒤로 숨긴 지팡이를 만지작거렸다. 다시는 이 곳에서 꺼낼 일이 없기를 빌면서.
 
호그와트는 대단한 곳이었다. 불사조 기사단은 위대했다. 친부모님은 그리운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대부가 죽음을 맞이한 뒤, 해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시리우스에게도 평범한 집이 있었다면, 시리우스가 그저 평범한 집의 잘생긴 아들이었다면 그는 이런 식으로 죽지 않았을 것이다. 해리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더라면 그는 계속해서 대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해리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더라면 친부모님은 죽지 않았을까? 해리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더라면 두들리가 디멘터에게 습격당할 일도 없었겠지? 해리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더라면 이모에게 상처를 줄 일도 없었을 텐데. 
 
애석하게도 해리는 너무나 특별한 존재였다.
 
집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 후회를 하려면 10살 시절으로 돌아가야 했다. 경찰이었던 부모님이 원한을 산 범죄자에게 살해당했고, 인질로 잡힌 아기 해리를 구하려던 부모님의 희생으로 그는 살아남았고, 부모님께 감사하려면 몸을 소중히 하고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을 그대로 믿으며. 마법사가 된 이상 해리는 그럴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법사를 선택하지 않았겠지먄 해리는 살아남은 아이였다. 
 
"나는 마녀가 된 걸 후회한 적 없어."
 
헤르미온느는 강직했다.
 
"단 한 번도?"
"단 한 번도. 그 덕분에 옳지 않은 일들에 맞서 싸울 수 있으니까. 그리고 해리, 너와 친구가 된 것도 후회한 적 없어. 널 위해 함께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해. 해리 너는..."
 
표현을 고르는 중인지 말을 끝맺지 못하는 헤르미온느를 대신해, 어느새 다가온 론이 말했다.
 
"정말 끝내주는 녀석이야."
 
론과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살아남은 아이가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해리는 살아남은 아이이기 때문에 볼드모트와 싸우는가? 오직 얄궂은 운명 때문에? 모르는 소리다. 그에겐 책임이 있었다. 그는 친구에 이어 스승의 죽음까지 목격해야 했다. 다음은 론이 될 수도, 헤르미온느가 될 수도, 심지어 가족들이 될 수도 있었다. 더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움직여야 했다. 해리는 싸워야 했다. 자신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
 
다른 오러들과 함께 더즐리 가를 찾아갔을 때 그들은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였다. 해리는 미리 부엉이로 전언을 보내놓았다. 해리는 가족들끼리만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혼자 들어갔다. 헤르미온느와 같은 작전을 쓰고 싶었지만 다른 마법사들에게 식구들의 기억을 맡기기는 싫었다.
 
"그레인저 부부를 만나고 왔다."
 
이모부가 꺼낸 말은 대단히 뜻밖이었다. 놀란 해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버논은 말을 이었다.
 
"헤르미온느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하던데. 마법 얘기를 꺼내니까 무슨 영화 얘길 하는 줄 알더라."
 
사실 지금 당장 마법을 쓰면 이 상황을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해리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지팡이를 꺼내지 않으려고 했기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까까지만 해도 굳게 다짐하고 왔는데. 
 
"해리, 나는 마법이 싫다.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역시 싫어. 이해가 되지 않아도 노력하려고 했지만 역시 이해가 안 가. 그게 도대체 뭐라고 그분들한테서 딸을 지우는 거냐? 도대체 그게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해서 우리한테서 너를 지워버릴 수도 있는 거냐고? 그런 근본 모를 짓거리가 마법이라고? 그렇다면야 나는 마법을 혐오할 거다. 마법이면 다 되는 거냐? 그런 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냐?"
"헤르미온느는 잘못이 없어요."
 
해리는 지팡이를 만지작거렸다. 그의 이모부에 말에 동의하고 싶었다. 그랬다간 친구를 변호하지 못하게 되어버릴까봐 참았을 따름이다.
 
"다 저 때문이에요."
"해리."
 
두들리의 목소리는 소심했다. 허세 빼면 시체인 그가 그런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해리는 이상하리만치 가슴이 아팠다.
 
"넌 우리랑 같이 안 가?"
"난 못 가, 두들리."
"친구들 때문이야?"
"아니. 그 애들이 없었어도 난 못 가."
"하지만 나도 대충 들었어. 엄청난 악당이 널 죽이고 너랑 관련된 사람들을 죽이려고 한다면서. 그럼 누구보다도 네가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그랬겠지. 해리는 마침내 눈을 들어 가족들을 마주했다. 보기가 힘든 표정들이었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볼지 모른다. 이 얼굴들을 기억해 놓아야만 했다. 내가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도망쳤겠지. 평범하게 아침을 먹고 눈이 오면 코코아를 타고 일요일 오후에는 선데이 로스트를 기다리며 옆집의 할머니에게 고양이 간식을 가져다 드렸을 테지만, 해리는 마법사였다. 
 
"나는 맞서 싸워야 돼."
"그 악당이랑?"
"아마도."
​​​"왜 네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해리는 자신이 대단히 초연하게 말하고 있음에 스스로도 놀랐다. 그는 죽게 될까? 볼드모트에 맞서서? 아니면 볼드모트를 죽이게 될까? 그를 영원히 멸하고 그에 복수하게 될까? 어느 쪽이 됐건 하나만은 확실했다.
 
"내가 우리 가족을 지킬 거야. 믿어줘."
 
두들리는 우울해 보였다. 해리가 잘난 척을 해서일까? 그는 해리가 자기보다 잘난 것 같으면 금세 토라지는데. 하지만 기분이 틀어지면 바로 성을 내는 게 두들리였다, 이렇게 우울해지는 게 아니라. 아이가 어른을 지킨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이야? 버논은 화가 나 소리쳤다. 길어질 것 같았는데 길어지면 낭패였다. 해리가 말하기 전에, 내내 한 마디도 없던 페투니아가 버논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여보. 잠깐 나랑 해리만 있게 해 줄래요?"
"그렇지만 여보..."
"해리와 할 말이 있어요."
 
​​​​​버논은 주저하더니 알겠다고 대답했다. 해리는 아까까지의 침착함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꽤 긴장했다. 이모가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단둘이 있게 해달라고 하는지 짐작이 안 갔다. 페투니아는 해리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예전에 해리와 두들리는 같은 방을 썼지만, 해리가 호그와트에 들어간 덕분에 두들리는 방이 넓어졌다. 해리는 방학에 집에 오면 손님방에서 생활했다. 해리는 손님방 문가에 서서 페투니아의 말을 기다렸다.

"해리, 이리 와 앉아. 그렇게 멀뚱멀뚱 서 있지 말고."

페투니아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해리는 침대에 이모를 마주 보고 앉았다. 페투니아는 방을 한번 둘러보더니 작게 웃었다.

"넌 참 방을 깨끗하게 써. 두들리는 이것저것 자기가 좋아하는 걸 붙여놓고 그러던데. 네가 학교에 가고 정리하려고 들어와 봐도 별로 할 게 없어서 편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포스터라도 붙여놓으라고 할 걸."

해리는 이모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쉬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모는 해리의 흔적이 하나도 없는 집을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지낼 때 해리는 언제든지 이곳에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도리어 그래서 짐을 풀었다가도 깔끔히 다 챙겨 떠나곤 했다. 해리도 후회스러웠다. 페투니아는 해리의 대답을 굳이 기다리지 않고 벽장에 가 웬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시무룩해 있던 해리는 그걸 보고 화들짝 놀랐다.

"이게 다 뭐에요?"
"그래서 내가 대신 넣어 놨어. 이런 것들이지."

해리는 이모가 상자에서 잡동사니를 꺼내 침대에 늘어놓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해리 포터라는 이름이 끼워진 담요, 안 쓰는 장난감, 사진들, 해리가 쓴 편지들, 그림, 호그와트에서 온 해리의 입학 증명서...상자 맨 밑바닥에 있던 것은 웬 편지와 사진들이었다. 그 사진들은 이제껏 꺼낸 사진들과 크게 다른 점이 있었다.

"어머니?"

사진들은 움직이고 있었다.

"몇 번을 봐도 신기하기는 해."

해리는 페투니아로부터 사진 한 장을 받아들었다. 사진 속의 아름다운 여자는 아기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여자는 몇 번 아기를 얼러 카메라를 똑바로 보게 했다. 아기는 카메라를 볼 땐 긴장해서 입을 다무는 주제에, 옆을 볼 때는 방긋거렸다.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나도 한때는, 한때는 말이야, 해리."

페투니아는 손에 쥔 편지를 매만졌다.

"나도 특별함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어."

해리는 사진을 보던 눈을 들었다. 페투니아는 편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도 특별함을 동경했어. 너한테도 말했지만 너희 교장 선생님한테 편지를 썼지. 나도 마법학교에 들어가고 싶다고. 나도 마법을 부리고 싶었거든. 나는 어렸고 마법은 멋지고 굉장했어. 릴리가 부러웠어. 너희 엄마는 내가 못하는 걸 잘도 해냈어. 정말 특별한 애였어, 릴리는. 나도 릴리처럼 특별한 애가 되고 싶었지."

해리는 말없이 이모의 이야기를 들었다. 페투니아는 동생과 제부의 이야기를 오래 비밀에 부쳤다. 해리는 호그와트에서 입학 통지서가 날아왔다는 사실을 해그리드가 찾아오고서야 알았다. 부모님이 경찰이 아니라 불사조 기사단이었으며, 부모님의 원수가 그냥 범죄자가 아니라 어둠의 마왕이었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다. 스네이프는 페투니아가 마법사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해리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그렇게 될 수가 없었어. 릴리는 나한테 특별함을 나눠주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였어. 나는 그것도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평범하게 살기로 했지. 그게 나에겐 최선일 것 같았거든. 내 여동생이 특별하다면, 나도 특별함을 조금은 갖고 있는 거니까. 내 여동생이 있는 세계를, 나도 조금은 알고 있는 거니까...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난 아무것도 몰랐어. 특별함에 대해서, 릴리에 대해서. 난 릴리의 세계에 대해 전혀 몰랐어."

상관 없었다. 스네이프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게 싫기도 했거니와, 만약 이모가 정말로 마법을 싫어한다면, 가족들이 마법을 싫어하는 거라면...가족들이 특별함을 싫어한다면...사실은, 정말로 사실은 해리는 마법사가 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특별함이 릴리를 죽였어."

해리는 순간 사진을 꽉 쥐었다. 

"페투니아 이모?"
​​​​
페투니아는 해리의 부름에도 끄떡없이 말을 이었다.

"릴리는 특별해서 죽은 거야. 똑똑하고 뛰어난 마녀였으니까. 전혀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평화롭고 평범한 삶이 아니라, 특별한 죽음을 맞이했던 거야."

페투니아는 드디어 고개를 들었으나, 해리가 아니라 침대 너머를 보았다. 침대 한 구석에 담요가 놓여 있었다. 옷핀에 해리 포터의 이름이 꽂아져 있었다. 해리는 페투니아의 시선을 따라 담요를 보았다.

"너는 저 담요에 감싸져서 왔어. 어느 밤 갑자기 왔지. 그 사람은 갑자기 너를 데리고 오더니 릴리와 그 애의 남편이 죽었다고 말했어. 너를 지키고 죽어서, 너를 보호하려면 널 우리가 길러야 한다고 했지. 그 사람은 릴리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말했지만, 내가 어떤 심정이었는지는 절대 모를 거야. 하루아침에 엄마 아빠를 잃은 갓난애를 보면서, 릴리의 글씨체로 쓰인 네 이름을 보면서, 겨우 일주일인가 전에 도착했던 릴리의 편지와 사진을 보면서..."

해리는 지금껏 자신이 잘못 생각해왔음을 한순간에 깨달았다. 페투니아는 과연 특별함을 싫어하고 평범함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것은 페투니아가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 애가 결혼한 뒤로 단 한 번도 만나지도 못했는데..."

그것은 정확히 해리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릴리는 악당을 피해다니느라 나를 못 만났어. 나와 만나면 내가 위험해진다는 이유였지. 나는 릴리가 특별하게 죽어가는 동안 평범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았어. 나는 그 애가 죽을 때까지도 그 애의 세계에 전혀 들어가지 못했던 거야..."
​​​​​"그렇지 않아요."

왜 해리는 이제껏 더즐리 가에 살고 있었을까? 해리를 볼드모트가 찾아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리를 살린 릴리와 페투니아가 이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해리와 페투니아가 이어져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해리는 식구들과 이어져 있었다. 해리는 그의 이모가 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믿었지만 그가 틀렸다. 해리야말로 그의 이모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넌 릴리를 닮았어."

페투니아는 해리를 돌아보았다. 빨개진 눈가를 보며 해리는 울분에 가득 찼던 그 때 페투니아의 눈을 떠올렸으나 전혀 답답하지 않았다. 아예 다른 감정이 지금의 해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널 평범하게 키우고 싶었어. 릴리를 뺏겼던 것처럼, 마법 따위에 널 뺏기기 싫었어. 너를 잃어버리기 싫었어. 내가 모르는 세계로 네가 사라지는 게 싫었어...미안했다, 해리. 나는 단지...너를...너를 잃고 싶지 않았어..."

해리는 페투니아의 손을 잡았다. 떨리는 손이 편지를 구기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페투니아는 자신의 손을 감싸는, 어느새 자기 손보다 커져버린 손에 편지를 들렸다. 영원과도 같은 잠깐의 정적이 지나고 페투니아는 말했다.

"이 편지는 네가 가지고 가거라."

해리는 놀라 물었다.

"하지만 이건 엄마가 이모한테..."
​​​​"그래, 나한테 준 거지. 그러니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어."
"그래도 이모..."
"해리."

페투니아는 해리의 손을 잡았다. 해리는 이모의 눈을 마주보며, 물바다인 그 눈이 이상하게 초연하다고 느꼈다. 두들리에게 가족을 지키겠다고 선언하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눈빛이었다. 

"우리를 지키겠다고 했지?"
"네. 반드시요."
"그 편지를 펴 봐."
나의 페투니아 언니,

해리는 정말이지 놀랄 만큼 쑥쑥 크고 있어!
내 조카도 이렇게 빠르게 크고 있을까?
요즘 해리는 자꾸만 밤마다 깨서 제임스도 나도 고생이야.
이런 일을 먼저 하고 있는 언니를 존경하게 돼.
빨리 조카와 언니와 형부의 사진도 보고 싶지만,
아직은 보안이 확실하지 않으니 조금만 더 참으려고.
정리되는 대로 곧 이야기할 테니 언니도 조금만 기다려.

분명 언니는 내가 이렇게 숨어 사는 걸 탐탁찮아 하겠지!
걱정하는 마음도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어.
이 모든 게 전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제임스와 해리,
친구들과 동료들, 그리고 페투니아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걸...
그걸 생각하면 힘들다가도 기운이 나고는 해.
​​​내가 언니의 곁에 있지 않더라도
항상 언니를 생각한다는 걸,
그리고 언니를 지키고 싶다고 진심으로 바란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 줬으면 해. 몸 조심하고, 언제나 건강해야 해.

사랑을 듬뿍 담아, 릴리.

추신: 언니가 좋아하는 마법의 사진을 이번에도 같이 보낼게! 해리는 아무래도 낯을 가리나 봐, 웃는 모습을 정면으로 담고 싶었는데 아쉬워. 언젠가 직접 만난다면 그 때는 보여줄 수 있겠지!

"릴리는 정말 강한 애였어. 그 애는 그 세계에서 우리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거야. 두려움에 떨면서도 어리광 하나 없었지. 우리를 지키고 싶다고 진심으로 바랐으니 그랬던 거겠지, 아까의 너처럼."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평범한 사람은 누구나 두려움을 느낀다. 특별함은 축복이 될 수도 있지만 고난이 될 수도 있다. 평범한 사람은 구태여 괴로운 특별함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해리가 평범했다면 두려움에 도망치는 걸로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해리는 사랑하는 자들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너는 정말 릴리를 닮았어. 난 널 보고 그걸 깨달았어. 특별함이란 건 강함이라는 걸. 특별함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야말로 특별하다는 걸 말이야."

그리하여 해리는 평범함에서 벗어났다. 스스로 선택한 결과로써 말이다.

"해리, 너는 마법사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힘을, 지킬 의무를 기꺼이 받아들일 만큼 강한 사람. 해리는 그것이 페투니아의 인정임을 알아차렸다.
 
"너는 특별한 아이야, 해리."

해리는 물론 스스로 특별해지기를 선택했다. 지금껏 오해하고 있던 가족의 진심도 알았다. 기쁘게 받아들이기만 해도 될 일이지만, 왠지 해리는 거기에서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평범한 조카죠."

왜냐하면 해리는 평범한 행복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이다. 

"오, 그래. 그렇지. 맞아, 조카...평범한..."

갑작스런 발언에 놀라 더듬거리는 이모를 보며 해리는 웃었다. 웃는 조카를 보고 페투니아도 웃어 보이려 했지만, 붉어지는 눈시울을 감출 길이 없어 해리를 덥석 끌어 안았다. 해리도 이모를 마주 안았다. 이모의 손이 등을 문질러 왔다. 마치 9와 4분의 3 승강장 앞에서와도 같이. 해리는 금방이라도 호그와트로 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집에서 온 편지를 받고, 같이 온 머글의 물건을 론과 헤르미온느와 공유하고, 방학이 되기 전에 식구들의 선물을 사서 돌아갈 것이다. 평온한 기차역의 냄새가 머릿속에 가득하다. 해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 그것은 정말이지 평범한 광경이었다.

"갈게요."
"그래, 해리..."
"저를 기억해 주세요."
​​​​"당연하지, 물론 그렇게 할게."
 
해리는 여전히 자신을 기억하는 가족들을 배웅했다. 떠나기 전에 그는 집을 뒤돌아보았다. 프리벳 가에서 가장 평범하다고 해도 좋을 해리의 집이다.

우리는 모두 평범함을 지키기 위해 특별해진다. 평범함과 특별함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다. 그것은 해리와 그 식구들의 사이만큼이나 가까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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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포 AU
 
더즐리가가 해리에게 좋은 가족인 AU 보고싶다보고싶다보고싶다보고싶다
더갖고와..아니...다갖고와...아악없으면만들어서갖고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