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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5 01:35
오타주의 비문주의 다 주의


위무선은 첫 걸음마를 떼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에 익숙했다. 어딜 가나 이렇게 귀여운 아기는 처음 본다며 칭찬 세례를 받았고, 기저귀 모델이니 분유 모델이니 등등의 제안도 계절마다 한 번씩 들어올 정도였다. 다만 어머니인 장색이 그런 연예계와는 이역만리 떨어진 사람이었고, 반대로 아버지인 장택은 한때 굴지의 연예기획사에서 디렉터로 일했던 사람이기에 그 길이 얼마나 호락호락하지 않은지를 이해해 섯부르게 나서지 않았다. 그렇게 위무선에겐 충분히 연예계와 상관 없는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위무선이 열네 살이 되었을 땐, 툭하면 명함을 받았다. 부모님께 꼭 전달해 달라거나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겠냐는 소리도 들었고, 무턱대고 유명해지고 싶지 않냐는 수상쩍은 제안이나, 아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는 연예인 이름을 대며 만나게 해 줄 수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위무선은 모두 다 관심이 없었다. 그냥 이 어른들을 뿌리치고 친구들이랑 같이 게임이나 하러 가고 싶었다.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도 티브이에 나오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꼭 그래야 하나? 아무런 흥미가 들지 않았고 호기심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받아놓고 무시한 명함이 스무 장 가까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위무선을 불렀다.

"영아, 주말에 아빠랑 어디 좀 가자."
"어디? 우리 놀러 가? 나 저번처럼 낚시는 싫은데..."
"아니. 아빠가 예전에 신세졌던 분이 너 좀 보고 싶으시대."

날? 왜? 위무선은 반문했지만 아버지는 그저 흐뭇함 반 걱정 반이 담긴 오묘한 표정으로 위무선의 머리를 크게 쓰다듬었다.

약속했던 날 운전대를 붙잡고 신신당부하는 아버지의 잔소리에 위무선은 완전히 질려버리고 말았다. 한때 아버지가 몸담았던 회사의 대표님을 만날 건데, 제발 무슨 일이 있어도 예의바르고 얌전하게 굴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줬다. 그닥 연예인에 관심없는 위무선도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몇 번 들어본 회사 앞에서 차가 멈췄다. 아부지, 여기서 일했어? 위무선이 눈을 크게 뜨고 꿈뻑이자 아버지는 옛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보기만 해도 압도될 만큼 화려한 실내에도 위무선은 그닥 주눅 들지 않았다. 거울로 써도 될 만큼 반짝반짝한 대리석 바닥이나 엄청나게 커다란 대형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눈부신 영상들도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저 어린애답게 산만히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위장택은 오랜만에 만나는 전 사장님에게도 깊게 허리를 숙이며 예의바르게 굴었다. 위무선은 그냥 옆집 아저씨 같은 호인처럼 보이는 대표에게 어색하게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했다.

"네가 그 유명한 위영이구나."

유명? 위무선으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였지만 그냥 입술만 삐죽거렸다. 대충 어른들 얘기를 귓등으로 들어보니 이 회사의 캐스팅 매니저들이 몇 번이나 위무선에게 명함을 쥐여주고 어떻게든 꼬셔보려 안달이었던 듯했다. 위무선은 그러고 보니 몇 번 비슷한 사람을 만났다 싶었는데 다 같은 사람이었구나 어쩐지 정도의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들의 뜻이 이러하니 연예인을 시킬 생각은 없다는 걸 직접 보여주려 데려온 거였다.

"그래? 잘 알겠어. 그럼 멀리까지 왔는데 회사 구경이나 좀 하다 가. 이전이랑 많이 변했어. 이왕 온 김에 애들 좀 봐주면 좋고."
"저 현장 떠난 지가 오랜데요, 대표님."

위장택은 여전히 다소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는 강 대표에게 허허실실 웃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말에 출근한 대표가 직접 회사를 안내한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였지만 위장택은 그가 가장 신뢰하는 일선이고 지금도 돌아오길 바라는 인재라 조금이나마 회유할 수단을 아끼지 않고 퍼붓는 것이었다. 잘생겼기로 유명한 아들 얼굴 좀 보자는 것도 사실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위무선은 레코딩실이니 뭐니 생전 본 적 없는 것들을 소개받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싶었다. 그러다 연습생들이 춤 연습을 하는 곳이라며 투명한 유리로 된 벽으로 된 복도를 지나갔다. 주말인데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들이 한가득이었다. 다들 예쁘장하고 길쭉길쭉했다. 다만 위무선은 주말에도 이렇게 새장 안에 갇힌 것처럼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야 하는 그 아이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약간의 동정심이 솟아올랐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대로 지나쳤다면 위무선은 평범한 일반인으로 살아갔을 거다. 아니, 그에게는 재능이 넘쳤고 외모 또한 수려했기에 분명 어떤 식으로든 유명해졌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고개를 돌리려던 위무선의 시야에 한 소년이 들어왔다.

소년은 춤을 추는 중이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혼자서 거울을 보며 리듬에 맞춰 팔을 뻗고 스텝을 밟으며 몸을 움직였다. 위무선은 어깨에서 시작해 손끝에서 끝나는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낮게 점프를 했다가 순식간에 몸을 숙여 무릎을 꿇고 다시 탄력 있게 일어나 리듬을 타는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저 손을 뻗었을 뿐인데 위무선의 눈에는 팔의 궤적이 보이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선은 심지어 아름다웠다. 몸 자체가 붓이 되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위무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를 보며 아름답다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거울을 통해 고양이 같은 눈이 날카로운 경계심을 담은 채 위무선을 쏘아보았다. 그 순간 위무선은 저도 모르게 움찔거리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커다란 눈망울과 살짝 위로 치켜 올라간 눈매 안에 담긴 눈동자는 아주 강렬했다. 위무선은 머리 위에서 번개가 친 것 같은 느낌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소년의 시선은 아주 잠시 머물다 금세 떠나버렸고, 집중이 흐트러진 것인지 춤 또한 멈추었다.

"영아."

위무선은 제 이름이 불리고 나서야 제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쟤는 뭐예요?"

누구예요나 이름을 묻지도 않고 '뭐'냐는 질문이 무의식중에 튀어나왔다. 강 대표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강징. 내 아들인데 딱 네 또래일 거다. 한 살 어린가?"
"가수예요? 어디 나와요?"
"뭐? 아니, 쟨 연습생이라고 데뷔를 위해 공부하는 중인 셈이야. 네가 티브이에서 보려면 한 10년은 더 있어야 할 거다."
"그럴 리가요. 저렇게 잘하는데요? 제가 볼 땐 재능이 있어요."
"자넨 내 아들이라고 그렇게 말해줄 필요없어. 여기가 어디 보통 재능으로 될 판인가."

어른들끼리 떠들고 있을 때 위무선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10년. 10년이나 기다려야 볼 수 있다니. 너무 까마득하게 오래 걸리는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없을까? 위무선은 결정을 내렸다.

"저도 하고 싶어요. 연습생."

이 결정으로 위무선은 평범한 삶을 사는 대신 강징을 얻었다. 그는 이 결정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위무선은 맨날 자기가 강징한테 입덕해서 연예인 된 거라 함
그래서 자기가 강징 1호팬임 가끔 이걸로 팬들이랑 티격태격 말싸움했음
팬던내에서 위무선 별명 중 하나가 징딱지임
가끔 강징 덕질하려고 같은 그룹인 거 같다는 소리 들음
2022.09.15 01:44
ㅇㅇ
모바일
헉 제목에 1이붙어있다는거슨..!!! 어나더를 기대해도 된다는 거겟죠..?? 진짜 무선강징도 좋은데 아이돌무선강징이라니... 센세는 천재다 진짜 너무 재밌음....ㅠㅠ
[Code: 7896]
2022.09.15 01:45
ㅇㅇ
모바일
평범한 삶을 사는대신 강징을 얻었다는 말이 너무 좋아 ㅠㅠㅠㅠㅜ
[Code: 7896]
2022.09.15 09:21
ㅇㅇ
모바일
센세!! 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
[Code: a0f9]
2022.09.15 10: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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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나더 셍세ㅓㅓㅓㅠㅠㅠㅠㅠ
[Code: d9ee]
2022.09.15 13: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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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징한테 위무선의 존재가 어케 다가올지 궁금 센세 헉
[Code: 1b75]
2022.09.17 12:54
ㅇㅇ
아 미친 강렬한 첫만남 진짜 너무좋다 강징 보고 벼락맞은 듯이 멈춰선 위무선 아니 위영ㅠㅠㅠㅠㅠㅠㅠ
[Code: 984d]
2022.09.20 10: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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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이라니 .. ㅜㅜ 벌써 걱정..... 근데 넘 조타
[Code: 1b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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