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친 음인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주 공자께선 혼사에 뜻이 없으시고 무공에 평생을 바치고자 하신다지요? 저 또한 보잘것없는 솜씨나마 의술을 베풀며..."

신의곡 삼걸 중 두 사람이 혼인하여 사랑으로 키운 금지옥엽 온객행은 음인으로는 드물게 여즉까지 혼례를 올리지 아니한 특이한 자였다. 음인에 대한 대우가 박하지는 않으나 짝이 없이는 곤란함을 겪는 때가 많기는 하지. 그러나 이 신의곡 명의의 외동에게 감히 누가 양인짓거리를 하겠는가. 하여 온객행은 삶을 곤란한 자를 돕는 일에 쓰고자 하였다.

"오늘은 제 아버님께서 어릴 적 친우를 만나고 오라 하시어 나왔습니다."
"친우... 말입니까?"
"공자께서는 잊으셨겠지요. 당연합니다."



조용히 술 한 잔을 비운 온객행이 잔잔하게 웃었다. 그야 워낙 어릴 적에 단 한 번이었는걸요.

"제 나이 여덞살 되던 해에, 진 장문께서 신의곡에 걸음하신 적이 있지요. 저는 당시 꽤나 되바라진 아이였던터라 텃세를 부렸는데, 그 때 공자께서 저를 일깨워 주셨답니다."



어릴 적 진구소가 몸이 아팠던 때 사부님께서 신의곡에 걸음하신 때가 있기는 하였다. 열꽃이 핀 어린 아이가 치료받는 동안 맹랑한 꼬마 하나와 꽤나 다투었던 듯도 하고. 부지런히 머리를 굴리던 주자서가 조금 시간을 벌기로 했다.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고도?"
"예?"
"친우를 만나는 자리로 아셨다니 그대는 몹시 순진한 이로군."

몸을 기울이며 주자서가 묻는다. 정말로, 그저 옛 사람을 만나러 오셨다고? 내게는 이리도 희미한 일인데.

질문 끝에 나는 이 자리가 거북하여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노라 덧붙이자 온객행의 표정이 몹시 시무룩해졌다. 아, 저 혼난 강아지 같은 얼굴. 그 눈매를 보고 있자니 생각이 났다. 사부님께서 괜히 나가보라 난리셨던 게 아니구나.

"...허나 잔을 나누다 보면 떠오를지도 모르니."

주자서가 제 앞에 놓인 술병을 들자 온객행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술이 약합니다. 이 이상 더 마시면 제 발로 걸어갈 수가 없어요."
"데려다 드리겠소."
"폐를 끼칠수는 없지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가 아니니 폐가 아니오. 다 자라 만났으니 술잔을 나누는 것도 좋은 일이지."



"허면... 마실까요?"

빈 잔을 채워주는 주자서가 조금씩 향을 흘려냈다. 짙푸른 나무와도 같은 묵직한 향이 흐르자 취기가 오른 온객행에게서도 호응하듯 달큰한 향이 피어올랐다. 사계산장에는 온갖 꽃이 피어있으나 그 중 드문 것이 복사꽃인데, 주자서에게 온객행의 향은 바로 그 복사꽃을 닮아 조금은 낯설고도 익숙했다. 그리고 그 생소함은 곧 몹시 깊은 갈증이 되었다.



"주 형, 그리워하던 벗을 이리 다시 만나니 기쁨을 말로 할 수가 없답니다. 또 다시 만나 주시겠어요?"
"친우라..."
"다음에 뵐 때는 제가 좋은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아..."
"오늘이 어떤 자리인지는 알고 나왔을테지?"



"그야... 아버님께서 친우를 만나고 오라고..."
"양인과 음인이 친우라?"



"나는 평생을 함께 할 부인을 찾고자 나온 것이고."



"그대가 마음에 듭니다. 다시 만나주시겠소?"








로 시작하는 맞선결혼 보고싶다. 얼빠 주자서의 친구충 온객행 잡아먹기☺

자서객행 자객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