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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5 01:13
둘이 사귄 지 꽤 됐는데도 아직도 수줍어하고 전화할 때나 헤어질 때나 서로 먼저 끊어라, 먼저 들어가라, 양보하며 히히죽 거리다가 허투루 시간 보낸 날이 더 많았겠지. 겉으로 보이는 만큼이나 스킨십에 관해서도 둘 다 순해빠져가지고 오히려 주변이 난리였을 듯. 아무래도 아다치는 다른 토끼수인들과는 달리 덩치도 크고, 힘도 세니까 왠지 모르게 자낮함이 많았음. 완벽한 쿠로사와가 자기랑 사귀는 게 맞는 일일까? 하고 생각하다 보면 우울해지고 더군다나 주변에서 쿠로사와한테 넌 초식동물 만나는 게 그렇게 좋냐, 네 애인 처음 보고 난 너랑 같은 사자수인인 줄 알았다 등등 안 좋은 소리를 자주 했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운 것도 있지만 쿠로사와 성격 자체가 온화하고 여려서 아다치를 아껴주고픈 마음밖에 없었을 거야.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함께 저녁을 먹고 쿠로사와 차로 아다치 집을 가던 중이었어. 새로 생긴 샐러드 가게가 맘에 들었던 건지 집으로 가는 내내 아다치는 신나게 조잘거리고 쿠로사와는 맞장구 쳐주면서 신호대기할 때 은근슬쩍 아다치 손잡아 봤겠지. 흠칫 놀란 아다치의 입이 다물리자 쿠로사와는 혹시 불편한가? 싶어서 옆을 쳐다보는데 벌겋게 달아오른 아다치 얼굴 보니 안 웃을 수가 없었겠지.


쿠로사와가 웃는 바람에 아다치는 괜히 창피해서 손을 빼려고 했는데 더 꽉 쥐어오는 손길에 놀랐다가도 집으로 가는 내내 둘이 손 붙잡고 왔어. 도착했다는 말과 함께 손을 놔준 쿠로사와는 아다치의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문을 열어주려는데 몸을 기울이고 아다치랑 가까워지니까 순간 뽀뽀하고 싶어졌겠지. 참지 못하고 아다치 입에 쪽 소리 나게 입맞춘 쿠로사와가 아다치 반응 살피는데 뜻밖의 상황이 터졌음. 이게 첫 뽀뽀여서 아다치가 너무 놀라 귀가 푱하고 튀어나온 거야. 아다치는 자기 귀가 나왔다는 걸 알지도 못한 채 벙쪄가지고 멍하니 쿠로사와만 쳐다보는데 쿠로사와는 당황해하며 아다치 머리 위만 바라봤겠지.



원래 뜻하지 않게 자기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경우는 부끄러운 일이라 놀란 아다치가 쿠로사와를 때렸는데 완전히 토끼로 변한 모습도 아니었고 인간일 때 주먹으로 파바박 갈긴거라 아프긴 또 엄청 아파서 쿠로사와가 기절한거야... 그대로 운전대에 고개가 떨어진 쿠로사와 때문에 시동도 안 끈 차에서 클락션 소리만 빠아아아앙- 나니까 상황 파악한 아다치가 쿠로사와를 들쳐업고 자기 집으로 데려갔고 침대에 눕혀서 코피난 거 닦아주고 이마 위에 수건 차갑게 해서 올려주는데 애인 때려서 기절시킨 자기 처지가 어이없고 슬퍼서 아다치는 침대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찔찔 짰음... 깨어나면 나한테 질려서 헤어지자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더 나왔겠지.

근데 쿠로사와는 눈 뜨자마자 아다치가 침대 머리맡에 엎드려 자고 있고 눈을 이리저리 굴려보니 애인 집이니까 너무 기쁘고 '우리 관계가 이렇게 발전하다니!' 라고 생각하면서 잠든 아다치 어깨 살살 흔들어서 어젠 미안했다고 바로 사과하겠지... 밤새 걱정한 아다치는 이래도 나랑 사귈 수 있냐고 우물쭈물대며 물어보는데 쿠로사와는 앞으로 물어보고 스킨십하겠다, 건강한 아다치라 너무 좋다, 이런 말만 늘어놓고 자길 꽉 껴안으니까 아다치는 걱정했던 거 다 사라지고 또 정신 차려보니 집에 애인 데려온 건 처음이라 갑자기 쑥스러워하면서 얼굴 숨기는 거ㅋㅋㅋ
ㄹㄴㅇㅁ 동정마법 쿠로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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