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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2 05:36
전편: https://hygall.com/124206608







그렇게 얼렁뚱땅 1주일간의 동거가 시작되고 허니가 걱정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생각보다는 훨씬 평탄하게 며칠이 흘러갔음 어떻게 아는 건지 모르겠지만 조엘은 어지간한 집안일은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음 한 번 나갔다오면 청소나 빨래 등 자잘한 일은 다 처리돼 있었고 그냥 지나가던 소리로 맥앤치즈가 먹고싶었다고 한 날 밤엔 정말로 맥앤치즈가 만들어져있었음


부엌은 언제나처럼 깔끔하게 정리 돼 있었지만 그게 되려 조엘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음 며칠 같이 살았다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만 잔뜩 들어간 맥앤치즈를 한 입 먹은 허니는 솔직히 코끝이 좀 찡해졌음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로 자기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남이 해주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음. 조엘이 해 주고 싶어하는 눈치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내가 해 주겠다면서 말렸던 건데.. 게다가 평소 같았으면 왔냐고 현관 앞까지 달려 나왔을 조엘이 리빙박스 안에서 누가 채가도 모를만큼 새근새근 자고 있는 걸 보니 허니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찔끔 흘릴 수 밖에 없었음





*

요즘 허니가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전에는 집에 오면 같이 티비도 보고 게임도 하고 밥도 같이 먹었는데... 최근에는 오자마자 인사만 해 주고 바로 방에 들어가버려요 내가 말이라도 걸면 화들짝 놀라면서 눈도 안 마주쳐주고... 잘은 모르겠지만 저번에 맥앤치즈 만들고 난 다음부터인 것 같아요 맛이 없었던 걸까요? 아닌데.. 분명 맛있었다고 고맙다고 했는데.. 뭐가 문제인 걸까요? 내일이면 나가야하는데 계속 이럴까봐 조금 불안해요..






조엘의 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 지 허니는 결국 마지막 날 밤도 조엘을 혼자 내버려두고 말았음 자기가 인간형으로 있어서 싫은 건가 싶어 리빙박스 안에서 쳇바퀴만 열심히 돌렸는데도 한 번 쓱 쳐다보더니 인사도 안 해주고 들어가는 허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엘은 큰 충격에 빠짐 허니는 내일 내가 나가는 것도 모르는 걸까 아냐 애초에 허니가 그런 걸 왜 신경써야하는데? 그냥 알아서 나가라는 뜻일거야 내가 뭔가 잘못한 게 틀림없어 부엌이 더러웠나? 빨래에서 물냄새 났나? 분리수거를 이상하게 한 건가?한 번 돌아가기 시작한 불행회로는 멈출 줄 몰랐고 결국 조엘은 그대로 한숨도 못 잤겠지


생각도 너무 많이 하고 잠도 못 잔 탓에 머리가 띵하니 아파왔지만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조엘은 여기저기 정리하기 시작했음 이건 허니가 자주 쓰는 조미료니까 눈에 잘 보이게, 아침은 시리얼 자주 먹으니까 우유도 날짜별로 놓고, 이건 여기.. 저건 저기.. 하나하나 챙겨나가다 보니 나갈 때가 된 게 실감나서 배로 울적해지기 시작함 동도 트기 전부터 시작한 일이 동이 틀 때까지 안 끝나고 허니 알람소리 듣고 나서야 흠칫하는 조엘이겠지 눈에 안 띄게 지금이라도 나가야하나 아니면 마지막인사는 해야 하나 어떡하지어떡하지 고민하면서 굳어있던 찰나에 허니가 비척대며 걸어나옴




조엘..? 뭐 해요? 아침부터...



....오늘 나가는 날이잖아요 그래서.....



......!!!!!!!! 아니아니 잠깐만요..! 내가 할 얘기가 있는ㄷ... .조엘.....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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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나 뭐 잘못했어요? 요즘 나랑 말도 안 해주고... 말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는데 혼자 방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고(히끅)밥도 안 먹어주고 나는 걱정돼 죽겠는데 허니는 마지막 날인데 인사도 안 해주고 너무해.. 허니 진짜 미워요 나빠...





조엘은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후회했지만 한 번 터진 서운함은 멈출 수가 없었음 지금 자기가 얼마나 애같이 굴고 있는지도 잘 알았지만 울음이랑 같이 비죽비죽 터져나오는 서러움이 제멋대로 입 밖으로 새어나갔음 벙찐 허니의 얼굴을 보고 그래도 마지막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한 말을 주워담을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음


숨 막히는 정적이 지나고 가만히 멈춰있던 허니가 아무 말도 없이 방으로 뛰쳐 들어갔을 때 조엘은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등을 돌려 미련없이 고슴도치로 변신했음 허니 눈에 띄기도 싫었거니와 인간형으로 있었다간 괜히 이상한 소리만 더 할 것 같았기 때문임 허니가 자기 없을 때 잠깐씩 산책이라도 다녀오라며 현관문 구멍 밑에 만들어준 계단을 터덜터덜 올라가고 있을 때 느닷없이 몸이 휙 들어올려졌음




아니 뭐에요 지금?? 인사도 없이 가려는 거에요??? 미쳤나봐 어머어머 너무한 건 내가 아니라 조엘이네!!!



....



이 사람 진짜 못 쓰겠네 차암나 이거나 신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허니가 자신의 손에 올려준 건 웬 조그마한 천 조각들이었음





..이게 뭐에요..?



보면 몰라요? 양말이잖아요 양말! 눈 안 좋다더니 이제 한 치 앞도 안 보이나봐 아니 오해하게 한 건 미안한데요, 그래도 사람 말은 들어보고 가야죠 이 멍청아!!



?????????




그렇게 시작된 허니 말은 이랬음 조엘이 만들어준 맥앤치즈가 너무 감동적이었고 그래서 나도 조엘이 나가기 전에 뭔가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미리 알면 재미 없으니까 몰래 만들어서 주려고 한 거다 어제 인사 안 한건 열심히 쳇바퀴 돌리고 있길래 노나보다 싶어서 조금 있다 하려고 한 걸 깜빡하고 잠든 거다 오해하지 말라ㅡ




자 이제 알았죠? 그러니까 가지 말고.. 양말은 또 언제 신었어요? 아니 이게 아니라.. 그...가지 말라는 게 ...어엄... 무슨 말인지 알죠..? 나 좀 쑥스러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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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허니!!!!!!! 내가 나쁜 말해서 미안해요 나 허니 너무너무 좋아해 진짜 좋아해요 거짓말 아니에요 나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



알았어요, 알겠는데 이거 좀 놓고...!



(안 들림) 허니가 제일 좋아요 세상에서 제일 좋아 헤헤..





옴짝달싹 못할만큼 꼭 안아 온 두 팔에 이 애어른철부지를 어쩌면 좋을까.. 조금 막막해지는 허니였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뭐.. 하고 가만히 안겨 있었으면 좋겠다 한참이나 있고 나서야 헤실대며 떨어진 조엘이 태초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또 한바탕 난리나고 조엘 몸에 멍 엄청 많이 들었을듯ㅋㅋㅋㅋㅋㅋ









조엘너붕붕
2018.06.22 07: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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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도치ㅠㅠㅠㅠㅠ다 뿌순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3415]
2018.06.22 07:33
ㅇㅇ
모바일
흐응 개 달달해
[Code: 8475]
2018.06.22 07:49
ㅇㅇ
모바일
조엘도치 ㅠㅠㅠㅠㅠ 넘 달달해 배콰된다ㅜㅠㅠㅠㅠ 힐링됩미다 센세 어나더!!!!
[Code: ac78]
2018.06.22 08: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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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침부터ㅠ힐링이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4e7e]
2018.06.22 08:26
ㅇㅇ
모바일
허미.. 귀여워!!!!!
[Code: 1b25]
2018.06.22 10:53
ㅇㅇ
모바일
조엘도치 우렁각시처럼 살림도 잘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우쭈쭈 ㅋㅋㅋㅋㅋㅋ 센세 이제 어케 둘이 사는지 보여주쎄요 어나더!
[Code: 6656]
2018.06.22 12:43
ㅇㅇ
모바일
아 너무 귀여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899]
2018.06.22 15:52
ㅇㅇ
모바일
조엘 울망한거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조엘도치 처연하고 귀엽고 다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416]
2018.06.22 17:01
ㅇㅇ
모바일
커엽고 따땃해요 선생님ㅠㅠㅠㅍㅍㅍ
[Code: 910c]
2018.06.22 17:01
ㅇㅇ
모바일
ㅍㅍㅍ오타고 ㅠㅠㅠㅠㅠㅠㅠ에요ㅜㅠㅠ
[Code: 910c]
2018.06.24 05:33
ㅇㅇ
뽕알....!
[Code: 4b72]
2018.06.24 05:34
ㅇㅇ
선생님 근데 도치에서 사람되면 옷이 없을텐데 무슨 일이 일어나야하지 않을까요? 희희
[Code: 4b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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