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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8 04:08
ㅇㅌㅎㅂㅈㅇ


개인적으론 나쁘지 않더라고.

처음 만났을 때 난 그 남자의 의뢰인이었어. 그는 정보를 구해주는 민간조사원이었고 내가 의뢰한 건 남편에 대한 정보였지. 더 정확하게는, 당시 남편의 부정에 대한 증거. 남자는 내가 작성해서 건넨 기초조사서를 눈으로 훑더니 말했어.

-좀 곤란하겠는데.
-조금 전엔 주머니 속까지 탈탈 털어주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건 남편 신분을 몰랐을 때 얘기고. 남편이 하는 일이 뭔지는 알아요?
-육군 소령이 하는 일이겠죠. 남편은 직장 얘기는 잘 하지 않아요.
-그러시겠지.

남자는 의자에 등을 비스듬히 기대고 등받이에 한 팔을 걸쳤어. 그리고 나를 빤히 쳐다봤지. 문득 그가 군인 출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비딱한 자세에 건들거리는 말투 하며, 뒤집어 쓴 캡모자까지... 남편처럼 각 잡힌 군복을 입은 모습은 상상조차 가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남편이 겹쳐 보였지. 불안했어. 설마 같은 군인 출신이라서 뒷조사하기 꺼림칙하다는 말을 하려는 걸까? 의뢰를 거절당할까봐 마음을 졸이는데 남자가 입을 열었어.

-진급이 상당히 빠른 편인데 이런 경우 보안이 높게 걸려 있을 확률이 커. 
-능력 밖이라는 뜻인가요, 보수를 더 원한다는 뜻인가요? 후자라면 말장난 말고 원하는 액수를 불러요.
-내가 손에 넣은 정보를 전부 제공할 수는 없을 거라는 뜻이야.

남자가 픽 웃었어.

-들어봐요, 부인. 당신 남편이 누구랑 바람난 것 같다 치자고. 상대가 누구고, 언제부터 만났고, 왜 만났는지 알아내는 건 쉬워.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군사 기밀 비슷한 게 조금이라도 엮여 있다면 원칙상 민간인인 당신에게 상황을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거야.

뒷조사하는 사람이 원칙같은 소리를 지껄이니 웃긴다고 생각했어. 

-내가 알고 싶은 정보는 단순해요. 그가 다른 사람과 성적인 접촉을 하는 일이 있는지, 그거만 알면 돼요. 
-이혼하게?
-그것까지 당신이 알 바는 아니잖아요.
-그런 거면 도와주고.

그게 아니라면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 알아봐, 난 쓸데없이 복잡한 건 딱 질색이야. 남자의 말에 난 입술을 물어뜯으면서 고민했어. 시시콜콜 말하는 건 자존심이 상했지만, ‘다임’이라는 이름을 듣고도 날 쫓아내지 않는 사람은 그 남자밖에 없었거든. 게다가 남자는 이 바닥에서 아주 유능하다고 했어. 그렇게 좋은 패를 두고 물러날 순 없었지.

-그의 부정을 증명할 수 있다면 이혼할 거예요. 기한은 한 달, 그 안에 법정에서 증거로 쓸 만한 사진을 가져와요. 

사람을 추적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그 남자가 아무런 성과 없이 한 달을 보낸다면 나는 남편에 대한 의심을 가슴에 묻고 다시는 꺼내보지 않을 작정이었어. 

-좋아.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노력할게.

그리고 일주일 뒤 카페에서 나는 사진 몇 장이 든 봉투를 받았지. 

늦은 밤, 데이비드 다임, 여자, 호텔, 테이블, 육군 정복, 셔츠, 환한 낮, 또 다른 날, 다른 여자...

-어때? 꽤 쓸 만하지?

의기양양한 목소리가 어찌나 또라이 같던지. 

-울어?

그래, 운다, 새끼야. 속으로 악을 쓰면서 그 남자도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말이야. 

-어...

눈물만 뚝뚝 흘리던 내 머리 위로 덮인 게 그 남자의 후드잠바라는 건 한참 나중에 깨달았어. 나는 다른 사람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펑펑 울었지. 간신히 눈물을 그치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어.



남자를 다시 만난 건 일 년이 지나서였어. 

이혼은 모든 과정이 지옥이었어. 가장 끔찍했던 건 이혼 절차가 종료되고도 내가 계속 지옥에 머물러 있었다는 거야. 남들 다 하는 이혼인데 왜 이렇게나 힘든지 이해가 안 됐어. 난 하루가 멀다하고 데이비드 다임을 떠올렸고 그 개자식의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렸으며 그런 나를 증오했어. 함께 살던 집을 떠나 새로 플랫을 구해서도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갇혀서 폐인처럼 살았지. 제정신이 아니었어. 바람핀 개자식과 이혼하면 다들 이렇게 좀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되는 걸까 궁금해하다가, 정말로 미쳐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

그러다 그날이 왔어. 도저히 못 견디겠더라고. 마침 주말이었거든. 너저분해져 있는 집부터 정리했어. 나도 깨끗하게 씻었고. 거의 일 년 만에 공들여 화장하고 꾸몄어. 집 근처에 그럴듯한 술집을 검색해서 찾아냈고 혼자 찾아갔어. 일 년 전까지만 해도 기절초풍할 일이었는데 누구하고든 아무 남자나 잡아서 질펀하게 뒹굴 생각이었어.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은 남자가 그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고 있었던 거지. 

보면서 바에 앉았더니 컵을 닦고 있던 남자가 시선을 들었어. 눈이 마주쳤지. 난 남자도 날 알아봤다는 걸 알았어. 남자가 먼저 말을 걸었지.

-이야, 오랜만이네.
-탐정 일은 어쩌고 여기에?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어. 

-시시해져서 그만뒀어. 어차피 오래 할 건 아녔어.

바텐더가 적성이라는 거냐고 묻자 이것도 아르바이트라고 했어. 아는 사람이 부탁해서 며칠만 대신 해주는 거라나? 우리는 별 시덥잖은 수다를 한참 떨었는데, 그러면서도 자기가 사주는 거라며 능숙하게 칵테일을 만들어 내 앞에 내려놓던 남자의 시선이 내 손에 닿았어. 열 손가락 어디에도 결혼반지가 없는 손에 말이야.

-이혼은 잘 끝낸 모양이지?
-...덕분에.

한 박자 늦어버린 내 대꾸에서 뭘 읽었는지 남자는 표정이 살짝 흐려졌어. 그걸 보니 집구석 어딘가에 곱게 개켜놓은 남자의 후드잠바가 떠올랐지. 그가 생긴 거랑 달리 꽤 세심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저기, 유감이야.

뭐가 유감이라는 걸까? 내가 이혼하게 된 것? 아니면 본인이 일조했던 것? 물어보려는 찰나 다른 손님이 찾아왔고 나는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면서 남자가 주문받은 음료를 준비하는 걸 지켜봤어. 며칠 아르바이트 하는 거라더니 연습은 언제 한 건지 무슨 공연이라도 하는 양 현란하게 쉐이커를 흔들고 군더더기없는 동작으로 알코올과 음료를 섞는 손놀림을 홀린듯이 구경했지. 남자가 움직임에 따라 언뜻언뜻 남자의 티셔츠 너머로 윤곽을 드러내는 등이나 가슴 근육을 훔쳐보듯 힐끔거리기도 했어.

-혼자 왔어요?

그러니 그 와중에 내 몰입을 방해하는 목소리는 성가실 수밖에 없었어. 

-관심 없어요.

얼굴도 모르는 불청객이 궁시렁거리며 사라졌어. 하지만 다음번에 찾아온 남자는 한층 끈질긴 타입이었지. 관심 없다는데도 자꾸 말을 붙이길래 건성건성 대답하면서 얼른 꺼져달라는 표현을 말로도 제스처로도 최대한도로 전하는데도 안 꺼지고 계속 추근거리는 거야. 

-에이, 너무 그러지 말아요. 여자 혼자 바에 오는 속셈이야 척하면 척이지. 

이거 진짜 진상이네. 솔직히 거기서 정신이 확 들었어. 내가 뒹굴려고 했던 ‘아무나’에는 당연히 이런 인간도 포함이었던 거지. 내가 아다 떼는 거에 열올리는 철딱서니 없는 십대도 아니고, 어떤 사이코나 성병 보균자가 걸릴지 모르는데 원나잇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싶었어. 몸 함부로 굴리려던 무모함이 몽땅 증발하는 순간이었어.

-관심 없다고 그만큼 얘기했으면 좀 알아먹지?

진상남이 은근슬쩍 허벅지에 손을 갖다대려고 했을 때, 귀에 익숙해져버린 목소리가 바로 근처에서 들려왔어. 내 전직 탐정이자 현직 (임시) 바텐더였지. 그가 팔짱을 끼고 험악한 얼굴로 진상남을 노려보고 있었고, 둘이 붙었을 때 피떡이 되는 게 어느 쪽일지는 누가 봐도 명백했어. 피떡이 될 쪽, 진상남은 손을 움찔 당기더니 찍소리도 않고 술집을 나갔어. 그 꼴을 보자니 어쩐지 현타가 진하게 왔어.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남자를 돌아보면서 일어났어.

-고마워. 칵테일도, 방금 그것도.
-별말씀을. 가려고?
-응. 
-조금 있으면 마감이야. 기다리면 태워다 줄게. 집이 어디야?

나는 머뭇거렸어. 뜻밖의 제안이기도 했고, 순간 다른 누군가를 떠올린 탓이기도 했어. 데리러 가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요. 나는 그렇게 항상 나를 데리러 오고, 데려다 주곤 했던 사람을 떠올렸어.... 

그리고 동시에 이날 이 술집에서 이때까지 내가 딱히 그 사람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지.

-어차피 바로 근처야. 올 때도 걸어왔는데 걸어서 오 분이면 됐어.
-그럼 집까지 걸어서 바래다 줄게. 너 여기 오고 세 시간은 지났고 밖은 어두워. 아까 그런 놈들이 얼쩡거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걱정돼서 그래.

네가 뭐라고 날 걱정하느냐는 물음이 목구멍까지 치밀어올랐지만, 이상하게도 나를 걱정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옆에 있었던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나는 눈물이 나는 것부터 참아야 했어. 내가 자리에 도로 앉자 남자는 아까 씻고 닦아놓았던 유리잔을 거치대에 거꾸로 차곡차곡 달아놓고 가게 정리를 시작했지. 남아 있던 몇몇 손님들은 단골들인지 별 이야기 없어도 시계를 보곤 시간 맞춰 스르륵 나갔고, 남자가 술집 문을 닫기까지는 십 분도 안 걸렸어. 

말했듯이 집까지는 오 분이면 되는 거리였는데, 돌아갈 때는 그것보다 조금 더 걸렸어. 걸음이 느려졌거든. 아마 더 어두워졌기 때문이겠지. 어쩌면 남자와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부지런히 걷지 못했는지도 몰라. 현관 문앞에서 우리는 이 동네에서 아침 먹기 좋은 식당이 어디인지 좀더 이야기를 했지. 난 몇 달이 다 되도록 주변 가게를 잘 모르는데, 이 동네에서 임시로 기거한지 일주일도 안 됐다는 남자는 괜찮은 카페와 레스토랑 몇 군데를 거침없이 추천해 주더라고. 듣다 보니 바로 내일 남자가 추천한 곳 중 한 군데에 가서 브런치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남자랑 같이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잠깐 들어올래?

불쑥 꺼낸 말에 남자가 하던 말을 뚝 멈췄어.

-작년에 네가 벗어준 옷 아직 가지고 있어. 
-그걸 가지고 있어?
-응. 그러니까 와서 받아가.

참 속보이는 짓을 한다 싶었지만 뭐 어때. 몰랐는데 난 퍽 의존적인 사람이었어. 그동안 난 외로웠고, 혼자 남으면 또 다임 생각을 하면서 미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힐 것 같았지. 그러느니, 그렇게 속보이는 짓을 해서라도...

-혹시 유부남이야?
-어? 난 결혼한 적 없는데.
-만나는 사람도 없는 거지? 
-지금 눈앞에 있는 아가씨 말고는, 없어.
-잘됐네.

나는 현관 문을 열면서 남자의 옷깃을 잡아끌었어. 남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순순히 끌려왔지. 입술이 닿았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혀를 받아들이면서 현관 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잠기는 소리를 들었어. 물론 그보다도 입 안에서 혀와 혀가 스치고 뒤엉키는 젖은 소리가 훨씬 더 크게 들렸지. 투두둑- 단추 뜯어지는 소리를 내면서 블라우스가 젖혀졌어. 팔에서 블라우스를 마저 벗어 바닥에 떨구자 이번엔 브래지어가 내려갔어. 남자가 입술로 목을 더듬고 내려가더니 입을 벌려 한쪽 가슴을 삼켰어. 젖꼭지를 빨고 핥는 느낌에 나는 순식간에 흥분했지. 남자가 약간 잠긴 목소리로 물었어.

-침실이?
-계단 위.

남자가 나를 벽으로 기대게 하면서 허벅지를 움켜쥐고 들어올렸어. 난 자연스레 다리로 남자의 허리를 감쌌고, 그는 안정적으로 나를 받쳐 안고 계단을 올라갔지. 침대에 눕혀질 때까지 우리는 계속 입을 맞췄어. 그는 키스를 깊게 하는 편이었는데, 혀뿌리까지 파고들었을 땐 마치 성기를 쑤셔넣는 것 같아서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어. 아프다거나 불쾌했다는 게 아니라, 키스가 그렇게까지 원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에 좀 놀랐달까. 키스 말고 뭘 딱히 하지도 않았는데 다리 사이가 창피할 정도로 축축했어. 어떻게 눈치를 챈 건지, 아니면 그냥 그럴 차례였는지 남자가 입술을 떼고 내 다리에서 젖은 팬티와 치마를 벗겨냈어. 티셔츠도 벗어던지고 내 위로 올라오면서 남자가 말했어.

-벤 밀러.

나는 티셔츠에 가려져 있던 꽉 짜여진 몸을 더듬으며 감탄하느라 여념이 없었어. 그래서 남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좀 늦게 깨달았지. 

-베니라고 불러도 좋아.

남자는 나에게 자기 이름을 알려준 거였어. 그때까지 한 번도 이름을 묻지 않았던 나에게. 그제서야. 

돌아보면 그에게 나는 이상할 정도로 경계심이 없었지. 누군가가 멍청한 짓이었다고 해도 할말은 없어. 이름도 모르면서, 단순히 거래 한 번 해봤다고 문제없는 사람일 거라 믿어버렸으니까. 

하지만, 알잖아. 그는 내 밑바닥을 본 사람이었어. 

그 앞에서 난 언제나 솔직할 수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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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렛너붕붕으로 짝사랑했던 전남편이랑 매칭된 거 4
가렛다임너붕붕 가렛벤너붕붕 벤밀러너붕붕


전편
ㅅㅌㅁㅇ 너도 센티넬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
2024.09.28 04:13
ㅇㅇ
모바일
ㅁㅊ 센세....!!!!!!!!!!!!!!!!!
[Code: 3e9a]
2024.09.28 04:21
ㅇㅇ
모바일
ㅅㅂ 벤 개꼴려..
[Code: 03d3]
2024.09.28 04:24
ㅇㅇ
모바일
ㅁㅊ 존나꼴려
[Code: e108]
2024.09.28 04:57
ㅇㅇ
모바일
건실한 벤밀러 존나 좋다
[Code: b4ab]
2024.09.28 05:12
ㅇㅇ
모바일
존꼴대꼴
[Code: 6db4]
2024.09.28 06:29
ㅇㅇ
모바일
허미 센세 미칭거아녀 ㅠㅠㅠ
[Code: f3e3]
2024.09.28 07: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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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호강한다 오늘
[Code: 33a5]
2024.09.28 07:55
ㅇㅇ
센세 대박이야
[Code: c480]
2024.09.28 08:07
ㅇㅇ
모바일
홀리
[Code: fae8]
2024.09.28 08:40
ㅇㅇ
모바일
몰리
[Code: f274]
2024.09.28 09:06
ㅇㅇ
모바일
센세 !!!!!!! 홀리몰리..!!!!!!! 나 호강한다ㅜ센세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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