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은 지독한 불면증을 앓고 있겠지. 밤낮이 바뀌었다거나 심리적인 원인이 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님. 심지어 낮잠도 잘 안잠. 그치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된 후에도 불면증은 지겹도록 따라붙었을듯. 가끔 어쩔 수 없을 때는 수면제 먹지만 깰 때 느낌도 거지같고 두통도 몰려와서 그나마도 잘 안먹겠지.

그러다 2학년이 되고 신입생들과 함께 학기 첫 mt를 갔는데 거기서 오스틴 처음 만날거임. 눈 동글, 코도 동글, 입술은 통통한게 막 성인이 된 티가 나서 귀여웠을듯. 수줍어하며 어버버거리는 모습이 왠지 신경쓰여서 옆에서 챙겨줬겠지. 그러다 술게임 시작되고 한 명씩 알코올에 절어서 쓰러지고, 칼럼은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자고 싶어서 목구멍에 소주, 맥주, 위스키 등등이 섞인 액체를 들이부었고.

그러다 눈을 떴는데 몸이 상쾌한거임. 물론 거지같은 숙취가 몰려오긴 했지만 전날에 비하면 훨씬 상태가 좋았지. 술에 취해도 잘 못자던 칼럼이라 이게 무슨일인가 눈만 꿈뻑거리다 제 품에 누군가가 있는걸 알고 내려다봤더니 오스틴이 안겨있는거 보고싶다. 취했는지 뺨이 발그레해져서는 색색 소리내며 자고 있었겠지. 설마 오스틴 때문에 잠에 든건가? 칼럼은 당황스러웠지. 하지만 오래 생각할 틈이 없었음. 한 명씩 머리와 배를 부여잡고 좀비같은 신음을 내면서 일어나기 시작했거든. 칼럼도 안고 있던 오스틴을 슬쩍 놓아주고는

"어우, 속쓰려."

중얼거리며 일어났음. 컵라면 2개에 물을 붓고는 인상 쓰며 일어나는 오스틴에게 너도 해장하라며 하나를 내밀었지. 감사하다고 다 익은 라면을 후후 불어먹는 오스틴을 보는 칼럼 눈빛이 긴가민가 했을듯. 진짜 얘 때문에 내가 잔 건지 확인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확인해? 속으로 한숨쉬고 라면이나 먹었을듯.

그리고 며칠이 지났겠지. mt 때 꿀잠 잤던건 다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기가 막히게 잠이 안왔음. 환장하겠는데 그와중에 교수님이 조별과제를 내줌. 2명씩 조 짜라길래 누구랑 하나 강의실 둘러보다가 뒤쪽에 있는 오스틴 발견함. 성큼성큼 가서 형이랑 같이 하자고 하겠지. 아직 조 못짠 오스틴이 얼른 고개를 끄덕임.

그렇게 팀플 시작하는데 과제가 존나 빡셀듯. 안 그래도 잠 못자서 스트레스 오지는데 과제가 스트레스를 더 안겨줌. 그나마 오스틴이 성실한 편이라 탈주나 무임승차 없이 열심히 잘 따라와줘서 다행이었지. 매일 공강이나 학교 끝나고 도서관, 카페에서 만나 준비하다가,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왔을 무렵에는 아예 서로의 자취방에서 밤새면서 과제하겠지. 피곤에 못이겨 헤드뱅잉 하는걸 퀭한 눈으로 보던 칼럼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면서 오스틴한테는 자고 가라고 함. 어차피 잠도 못자니까, 나머지는 자기가 하면 되거든. 밤 늦어서 이시간에 오스틴이 자기 자취방 가는 것도 좀 위험하고. 근데 미안해진 오스틴이 형도 좀 주무시라고 많이 피곤해보인다고 해서 알았다고 함. 침대 하나뿐이라 칼럼이랑 오스틴은 같이 누움.

칼럼은 오스틴 잠들면 조용히 일어나서 마저 과제할 생각이었지. 그랬는데, 어느 순간 정신 차리니까 화창한 아침임. 자기 전에는 새벽 3시였고 지금은 10시 반임. 다행히 자기랑 오스틴 둘 다 오늘 오전에는 수업이 없긴 한데, 문제는 그게 아님. 또 오스틴이랑 같이 누웠고 또 꿀잠을 잤잖아. 심지어 숙취도 없어서 몸이 완전 쌩쌩함. 이제 이거 하나는 분명해짐. 칼럼 터너는 오스틴 버틀러가 있어야 잘 수 있다는거. 오전 햇살에 눈이 부셔서 일어난 오스틴 보면서 칼럼이 씨익 웃겠지. 그리고는






"오스틴, 형이랑 같이 살래?"

냅다 동거 제안하는 칼럼이랑






"...?"

이 형이 과제 힘들어서 정신줄을 놨나 싶은 오스틴 보고싶다









칼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