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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21:55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했다. 숲 속에서 뗄감용 나뭇가지를 줍고 있던 허니는 그만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오늘 저녁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며 들고있던 나뭇가지들을 자루에 넣은 후 발걸음을 옮겼다.

"감자 스프를 먹을까? 아니면 고구마? 호박?"

즐거운 고민을 하면서 걷다보니 어깨가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나뭇가지 하나를 손에 들고서 흔들거리며 콧노래를 부르던 허니는 잠시 후 집 앞에 도착했고 바닥에 자루를 내려놓으면서 깨달았다.

"....아! 찢어졌네!!"

하루종일 숲을 돌아다닌게 그냥 산책이 되어버렸다는것을 말이다. 허니의 뒤로 나뭇가지들이 길을 알려주는 표식처럼 떨어져있었다. 허망함에 멍때리던 허니가 갑자기 사색이 된 얼굴로 허겁지겁 나뭇가지들을 주웠다.

"빨리..! 벌써 해도 졌는데..."

전부다 주울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집 근처에 떨어져있는 나뭇가지들 만큼은 다 주워야했다. 치워야했다. 마음이 급해지자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나오는 허니였다. 그때 앞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흠칫 놀란 허니가 천천히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커다란 곰 한마리가 네발로 서있었다.

".....흐아.. 놀랬잖아..!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와!!" 

소매로 눈물을 벅벅 닦은 허니가 다시 나뭇가지 줍기에 집중했다.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곰이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더니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들을 발톱으로 툭툭 건드렸다. 곰의 발바닥에 짓눌린 나뭇가지가 우지직하며 부서지기도 했다. 곰의 의중을 알아챈 허니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도와주는거야? 근데 어렵지? 헤헤, 넌 발이 엄청 크니까..."

곰이 허니를 바라보며 눈을 꿈뻑거렸다. 마음같아선 머리를 복복 쓰다듬어주고싶은 허니였지만 허니의 손은 나뭇가지를 줍는것에 집중해야만 했다.










이정도면 된거 같았다. 더 확실하게 치우고 싶어도 이 시간에 이 이상 집에서 멀어지는건 위험한 일이었다. 허니는 나뭇가지들을 끌어안고서 집을 향해 달려갔다. 곧 집과 함께 집 앞에 앉아있는 곰이 보였다. 그래도 늦지 않게 치울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심하며 발을 늦추던 허니의 등 뒤에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저 쪽이다!! 저기에 뭔가가 있다!!!"
"틀림없이 마녀다!!! 쫓아라!!"


심장이 아래로 떨어지는것만 같았다. 허니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허니의 집에는 마법이 걸려있어서 남들 눈에는 그냥 평범한 나무처럼 보였다. 그러니 집 안으로 들어간다면 허니는 감쪽같이 숨을수있는거였다.

'나도 마법을 쓸수있었다면 이렇게 도망치지 않아도 됐을텐데-'

그런 생각이 발목을 잡은걸까 아니면 눈물 때문에 앞이 흐려서 그랬던걸까 허니는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빨리 일어나서 집에 들어가야하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울먹이며 다리를 잡아당기던 허니의 앞에 언제 다가온건지 곰이 털석 자리잡고 앉았다. 곰은 두 팔로 허니를 감싸 품에 꼭 끌어안더니 그대로 엎드렸고 곰에게 가려진 허니는 손끝하나 보이지 않았다. 허니는 울음을 멈추고 입을 앙다물었다. 이번에는 곰의 도움을 받을수 있을거 같았다.

곧 횃불과 농기구를 든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웅크려있던게 곰이었다는것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주춤거리며 한걸음씩 물러났다. 잠시 정적이 흐르자 무리의 중심에 서있던 사람이 횃불을 높게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우리가 잡아야하는건 곰이 아니라 마녀입니다!!! 어서 빨리 마녀를 몰아내고 숲을 되찾읍시다!!!"
"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빨리 끝내버립시다!!"
"옳소!!! 마녀를 몰아내자!!!"
"귀 따가워 죽겠군."
"다른 방향으로 가봅시다!! 마녀는 분명 이 근처에 있을겁니다!!"
"갑시다!!!"


캉캉거리며 농기구를 부딪히던 사람들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횃불과 무기가 있으니 곰 따위는 무섭지 않았나보다. 곰의 팔이 조금 느슨해지자 허니는 그 틈 사이로 사람들의 뒷모습을 쳐다봤고 일렁거리며 작아지던 횃불 중 하나가 멈칫하는 순간 허니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어두웠지만 착각이 아니었다. 허니는 무서워서 눈을 깜빡일수도 감을수도 없었다. 허니와 눈을 맞추고 있던 눈동자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아직 소리 내면 안된다는듯 입 앞에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거기 형씨!! 꾸물거리지말고 빨리 따라오시오!!!"

촌장의 외침에 천천히 손을 내린 남자는 그대로 몸을 돌렸고 점처럼 빛나던 횃불들은 마침내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주변이 고요해지자 몸을 일으켜 앉은 곰은 자신에게 매달리듯 안겨있는 허니를 내려다봤다. 허니의 정수리를 코로 꾹꾹 눌러보던 곰은 허니가 아무런 반응도 없자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고 곰 위에 가만히 누워서 숨소리만 내던 허니는 곧 긴 한숨을 뱉으며 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채 손끝으로 곰의 턱을 복복복 긁어주었다.










허니는 마녀의 손에서 자랐었다. 숲에서 혼자 살던 마녀 할머니가 마을에 내려갔다가 버려진 허니를 발견해서 데려와 손녀로 키운거였다.

"할머니! 왜 밤에는 사람들이 들어올수있는거예요?"
"제 발로 찾아와 산짐승의 먹이가 되어주겠다는데 굳이 막을 필요가 있겠느냐? 끌끌! 허니도 할미 말 안들으면 산짐승 먹이로 줘야겠구나!"
"......으아앙!!!!"

할머니는 사람들이 자꾸 숲을 훼손하는 탓에 해가 떠 있을때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마법을 걸었고 밤에는 들어와서 병을 치료하는 버섯이나 약초정도는 캘수있게끔 자비를 베풀었다. 겁과 눈물이 많은 손녀를 위해 집을 나무처럼 보이게도 해두었고, 그런 손녀에게 장난을 치기도 했다.

"할머니! 내가 만든 빵 어때요?? 맛있죠!"
"끌끌.... 짐승들에게는 주면 안된다."
"왜요? 다같이 나눠먹고싶은데..."
"짐승들이 맛있다고 요란법석 떨다가 허니도 한입에 삼켜버리면 어쩔것이냐!"
"..........으아앙아!!!!!"

할머니는 허니의 곁에 오래 있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미 수명이 다해가는 마녀였기에 결국 허니를 혼자 남겨두고 떠날수밖에 없었다.

어느순간부터 할머니가 마을에 나타나지 않자 사람들은 마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숲의 마법에 사람들은 할머니가 데려갔던 허니의 존재를 떠올렸고 마녀가 된 허니가 뒤를 이어가는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밤만되면 사람들이 무기를 손에 들고 숲으로 쳐들어와 허니를 잡으려고 하는거였다. 수백년이나 산 마녀에 비해 이제 겨우 몇십년, 성인이나 됐을 마녀따위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으니···










아침으로 고구마 스프 한그릇을 뚝딱 해치운 허니는 빠르게 설거지와 뒷정리를 마치고 창밖을 보며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다. 숲에 누군가가 남아있을리는 없었지만 어젯밤의 일 때문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숲은 조용했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들렸다. 약초를 캘때 쓰는 단검과 심신 안정용 마법 지팡이를 챙긴 허니는 튼튼한 새 자루를 어깨에 메고 문 앞에 서서 심호흡 했다. 무섭지만 나가야 한다. 나가서 나뭇가지를 마저 치우고 사람들이 몰려다니며 만들어둔 흔적들을 지워야 했다.

"지긋지긋한 전쟁? 전쟁이 아니라 사냥이겠지. 저쪽은 사냥꾼이고 나는....."

허니는 문을 활짝 열고 발을 내딛었다.

"난 자랑스러운 할머니의 손녀지! 그리고 이 숲을 지키는 마녀고!!"

밖으로 나온 허니는 씩씩하게 걸으며 집 주변부터 정리했다. 흙과 낙엽으로 발자국을 덮고 사람들이 길을 기억하기 위해 나무에 묶어둔 끈을 풀어서 그걸로 나뭇가지들을 묶은 뒤 자루에 집어넣었다. 계속해서 발자국을 덮고 끈을 풀고, 상쾌한 바람이 뺨을 간지럽히자 살짝 미소 짓는 허니였다.

집을 중심으로 범위를 넓혀가며 숲을 정리하던 허니는 휴식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무 밑에 앉아서 간식으로 챙겨온 산딸기를 먹으며 한숨 돌리고 있던 그때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긴장도 잠시 허니는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산딸기 냄새 맡고 온거야?"
"........."
"다 먹어서 몇개 안남았지만 이거라도 줄게!"
"........."

허니는 수풀에 가려진 누군가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일이 익숙한듯 했다. 누군가는 수풀 속에서 바스락거리기만 할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허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수풀 앞으로 다가갔다.

"왜그래? 또 덩굴에 걸렸어? 괜찮아?"

덩굴에 엉킨 채 눈만 꿈뻑거리고 있을 곰을 떠올리며 수풀 사이로 손을 집어넣은 허니는 못말리겠다는듯 작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냥 발톱으로 끊으면 되는거 아냐? 넌 항상 덩굴에 걸리면 내가 풀어줄때까지 가만히 있기만-"

더듬거리던 손에 뭔가가 닿은 순간 허니는 등골이 오싹해지는것을 느꼈다. 그것은 허니가 예상하고 있던 감촉이 아니었다. 놀란 허니가 재빨리 손을 빼며 뒤로 물러나자 수풀에서 불쑥 튀어나온 누군가가 허니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허니는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
"쉬쉬, 시끄러운건 딱 질색-"
"으아아아악!!!!!"
"이니까...."
"으아아아아아앙!!!!!!"
"..............."
"으아-웁!!!"

남자가 허니를 확 끌어당기더니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머리를 뒤로 젖히며 한숨을 내쉬던 남자는 허니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시끄러운건. 딱. 질색이니까. 조용히. 해."
"..........."
"알아들었으면 끄덕해."
"..........."

허니가 고개를 흔들자 남자는 허니의 턱 전체를 감싸고 있던 손에 힘을 가했고 허니의 고개는 강제로 끄덕여지고 말았다. 남자가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치워주었다. 허니는 남자의 눈동자를 쳐다봤다.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거 같았다. 분명 어둠속에서, 어젯밤 어둠속에서 마주쳤던 바로 그 눈동자였다. 남자는 허니의 손목을 이리저리 잡아당기며 허니를 살펴봤다.

"가까이서 보니 말랐군."
"..........."
"혼자라서 제대로 못 챙겨 먹고 있었나?"
"..........."
"먹을게 부족하진 않았을텐데."
"..........."
"흠... 그러니까 이름이 허니라고 했-"
"가렛!!!!!!!!!!!!!!!!"

남자는 온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질끈 감았고 허니의 외침은 메아리처럼 울려퍼졌다.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눈을 뜬 남자가 바들바들 떨고있던 허니의 손목을 놓아주더니 허니를 번쩍 들어올려 어깨에 들쳐멨다. 허니는 다시 패닉에 빠진듯 얼음이 되어 입을 다물어버렸고 정확하게 허니의 집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 걷기 시작한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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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 하기 싫으면 하지마. 소리 지르고 싶으면 지르고. 대신 말 안들으면 혼난다는것만 알고 있으면 돼."










허니는 남자에게 짐짝처럼 들려서 옮겨지는 동안 조금씩 진정되고 있었다. 집을 나설때 챙겼던 단검과 지팡이도 떠올랐고 어째서인지 할머니도 떠올랐다. 숲 속 깊은 곳 할머니가 잠들어 있는 꽃밭, 마법에 걸려 시들지 않는 꽃들. 남자에게서 할머니가 좋아하는 꽃향기가 나는것 같았다.

"..........."

허니가 갑자기 남자의 어깨를 잡고 상체를 일으키자 제자리에 멈춰 선 남자가 허니의 몸을 팔로 받쳐주었다.

"왜. 또 소리 지르게?"

잠시 남자를 내려다보던 허니가 돌연 남자의 목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다. 허니의 얕은 숨이 목을 간지럽히자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지금 이게 뭐하는-"
"할머니 만나고 왔어?"

허니가 남자의 목에서 얼굴을 떼며 물었다. 남자는 헛기침을 하더니 몇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허니는 그런 남자를 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아무렇지도 않게 숲을 돌아다닐수있는 사람. 할머니를 알고 있는 사람.

"혹시.. 혹시 할머니 제자야...??"

할머니에게 제자가 있다는 얘기는 들은적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망나니같은 놈들 뿐이니 신경쓰지 말아라.' 라고 해서 더 묻지 않았고, 망나니라고 하니 그저 이상하고 무서운 모습이겠구나 상상만 하며 지내다가 어느새 잊어버렸는데···

남자는 언제 울었냐는듯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허니가 조금 우스웠다. 햇병아리 수준의 마녀라고 생각하니 귀엽기도 했다. 허니의 다리를 단단히 끌어안으며 다시 걷기 시작한 남자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스승님 제자다."






 



식탁에 고기가 없으면 숲을 싸돌아다니며 동물들을 잡아와서 직접 요리 해먹고 위험한 마법만 골라 배워서 사람들을 괴롭히며 즐거워하던 제자들. 동물들의 씨가 마르고 사람들의 비명이 끊이질 않자 진절머리가 난 스승님은 결국 두 제자를 숲 밖으로 쫓아내버렸다. 충분히 자립할수 있을만큼 마법을 배운 상태였던 둘은 그렇게 세상을 떠돌며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런 제자들이 갑자기 숲으로 돌아온 이유는 그동안 아무리 편지를 보내도 답장 한통 없던 스승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답장과 함께 부탁이 담긴 편지를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서론 없이 시작된 편지에는 허니가 혼자서도 잘지내고 있는지 한번씩 숲에 들러서 살펴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예로부터 제자들끼리 정분이 나면 끝은 항상 파국이라 했으니 절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라는 문장이 특히나 강조되어 있었고 허니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편지로 할것, 그리고 만약 사람들이 여전히 숲을 탐하고 있다면 자비를 거두어 밤에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라는 당부도 적혀있었다.
 
'마녀가 사랑한 아이는 마력을 갖게 된다는것을 너희들로 알게 되어 내 다시는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 맹세했거늘. 나의 사랑하는 망나니같은 제자들아, 건강을 생각해 편식을 멈추고 악마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살아가거라.'

편지를 받았을때 스승님은 이미 꽃밭에 잠들어있었다. 바다와 대륙을 넘는 일은 마법으로도 할수없는 것이었기에 숲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렇게 세월이 흐른 현시점, 바로 어젯밤 제자들은 숲에 도착한거였다.










집까지 오는 길에 할머니의 편지에 대해서 전해 들은 허니는 더이상 밤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뻐했고 할머니를 그리워했다. 또한 빌을 반가워하기도 했다. 빌이 거실 바닥에 허니를 내려주고 뭔가를 찾는듯 두리번거리며 집 안을 돌아다녔다. 허니가 빌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빌. 배 안고파? 먹을거 줄까? 쿠키? 빵? 아니면 과일이나 스프도 있어!"

허니의 질문에 멈칫한 빌이 허니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고기는."
"고기? 고기는 없어..."
"왜 없어? 숲에 널려있는게 고긴데."
"어? 그치만......"
"그치만 뭐."
"그치만 동물들은 귀엽고.. 내, 내 친구라서...."

빌은 가만히 앉아서 허니의 표정 변화만 보고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이 냉장고를 확인하기 위해 주방으로 몸을 돌린 순간 천장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빌이 계단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허니도 빌의 뒤를 쫓았다. 2층으로 올라온 빌은 여러 방들 가운데 꽃모양 팻말이 붙어있는 허니의 방 앞에 우뚝 섰고 한숨과 함께 혀를 차며 문을 벌컥 열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허니가 헉 소리를 내며 빌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 허니의 침대 위에 낯선 남자가 누워있었다. 팔짱을 낀 빌이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조지 싸이코 맥카이. 당장 나와. 지금도 여기가 네 방인줄 알아?"

느릿하게 기지개를 핀 남자가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남자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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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 방으로 쓰면 문제 없을거 같은데. 안그래?"

허니가 빌의 뒤로 슬쩍 숨었다. 이 조지라는 남자는 허니가 상상했던 할머니의 제자 모습과 좀 닮아있는거 같았다. 뭉그적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난 조지가 허니를 보기 위해 몸을 기울였다.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으며 인사하는 조지였다.

"안녕, 방 주인."
".....할머, 할머니 제자-"
"응, 맞아. 조지 싸이코 맥카이지만 그냥 조지라고 불러줘."

조지의 곁눈질에 빌의 미간이 구겨졌다. 두 사람은 어젯밤 숲에 돌아오자마자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상황을 파악했었다. 빌은 해가 뜨면 숲 전체에 마법을 걸기로, 조지는 촌장과 사람들이 숲을 떠나기 전 곳곳에 깔아놓고 간 곰덫을 회수하는것으로 역할을 분담했었고 그렇게 빌은 일을 끝내자마자 할머니에게 다녀온 뒤 허니와 마주친거였는데

"덫은."
"음, 다 치운거 같기도 하고."
"같기도 하고?"

조지의 삐뚤어진 성격과 행동거지를 어릴때부터 옆에서 지켜봤던 빌로써는 의심이 들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지는 단 하나의 덫도 빠뜨리지 않고 회수한 뒤 마을로 찾아가서 친절하게 되돌려주었다. 광장의 탑 꼭대기에 앉아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를 감상하고 피를 철철 흘리며 돌아다니는 꼴을 구경하기도 했었다. 그 후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러 가지는 않았지만 집으로 돌아와 허니의 방 침대에서 눈을 붙이고 있었으니 한마디로 조지 또한 맡은 일을 완벽하게 끝낸거였다. 조지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아닌거 같기도 하네."
".......하, 됐다. 말을 말자."

빌은 조지의 애매한 대답에 짜증이 치솟았지만 스승님의 부탁과 관련된 일을 가볍게 여기진 않았을거라 생각하며 화를 눌렀다. 팔짱을 푼 빌이 한 손으로 미간을 꾹꾹 누르던 그때 갑자기 아래층에서 뭔가가 쿵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허니는 어깨를 들썩였고 빌과 조지는 바닥을 쳐다보며 의아해했다. 스승님에게 제자는 자신들 뿐이었고 숲과 집에 걸린 마법이 풀렸을리도 없었다. 쿵, 으직, 쿠당탕 소리에 빌이 계단으로 가려고 한 순간 허니가 먼저 쏜살같이 뛰어갔다.

"작은데도 엄청 빠르구나. 작아서 빠른걸까?"

빌은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듯 그대로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조지도 터벅터벅 뒤를 따라갔다. 아래층에는 산산조각난 현관문과 곰에게 깔려있는 허니가 있었다. 곰이 현관문을 부수고 집 안으로 들어온거였다. 빌이 손끝으로 푸른 빛을 만들어내며 중얼거렸다.

"저녁으로 먹으면 딱이겠군."
"빌 야만인 스카스가드."
"너보단 나아, 싸이코."

곰은 허니의 부름을 들었을때 그 장소에서 꽤 멀리 떨어져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허니에게 오기까지 시간이 걸린거였다. 곰이 두 사람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곰의 얼굴에 붙어있는 덩굴 줄기들을 떼어내고 있던 허니가 두 손으로 곰의 주둥이를 잡고 흔들었다.

"안돼, 가렛!! 방금 전에 말했잖아! 내 가족들이라니까!!!"
"그게 곰 이름이었.... 아, 어제 그 곰."

허니의 손길에 위협을 멈춘 곰이 셋을 번갈아봤다. 두 남자는 매일 밤 숲에 찾아오던 사람들처럼 굳어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허니는 울거나 겁에 질려 있지 않았다. 곰의 걱정과 다르게 허니는 괜찮은거였다. 곰이 작게 한숨 쉬듯 콧김을 뿜더니 허니의 옷을 물고 뒤로 천천히 물러나면서 허니를 일으켜세워주었다. 빌은 조용히 손에서 빛을 꺼뜨리며 주방으로 걸어갔고 조지는 웃으면서 허니에게 다가왔다.

"우리가 가족이야? 기뻐, 허니."
"응. 가족이야! 나랑 빌이랑 조.. 조지랑.... 가렛도!!"
"그 곰도? 하하, 근데 어쩌지. 가족이 되자마자 헤어지게 생겼네."
"헤어져...? 왜??"
"왜냐하면 빌이 그 곰으로 저녁을 해먹을거거든."
"..........."

허니의 눈이 커질수록 조지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허니는 고기 타령을 했던 빌을 떠올렸다. 허니가 주방으로 후다닥 뛰어가자 빌이 식탁에 앉아서 허니가 만들어둔 스프와 요리들을 먹고 있었다.

"아, 아, 안돼!! 가렛은 먹으면 안돼!!! 절대 안돼!!!!"
".....안먹-"
"가, 흐윽... 가렛은 내 친구.. 흑, 친구고 가족... 흑!"
"하.... 안먹어. 안먹는다고."

빌이 인상을 찌푸리며 숟가락으로 스프를 휘저었다.

"봐, 곰 대신 이거 먹고 있잖아. 그러니까 뚝 그쳐."
".....진짜? 진짜 안먹을거지..??"
"그래."

허니가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빌, 맛있어? 내가 만든거..."

어느새 주방으로 들어온 조지가 식탁에 앉았다. 곰도 허니 옆으로 다가와서 앉았다. 빌은 긴 침묵 끝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솔직히 허니의 요리들은 맛이 없었다. 하나같이 다 싱거웠고 제대로 익혀지지 않은 식재료들이 생생하게 씹혔다. 조지가 스프를 한입 먹어보더니 말없이 곰의 앞으로 그릇을 들이밀었다.

"어..? 안돼! 주지마!! 가렛!!! 먹지마!!!!"
"먹는것도 안돼, 먹이는것도 안돼. 까다롭긴. 하나만 해."
"왜 안돼? 가족이라며. 같이 나눠먹어야지."

빌은 투덜거렸고 조지는 미소 지었다. 허니가 낑낑거리며 곰의 귀를 잡아당겼지만 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곰은 그릇에 코를 박은채 스프를 싹싹 핥아먹었고 허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할머니가 주지 말라고 했단 말이야.. 내가 만든 요리는 동물들 건강에 안좋을거라고...."
"괜찮아. 이정도면 그냥 물에 젖은 생고구마나 다름없-"

빌이 조지의 입에 빵을 쑤셔넣었다. 조지는 입 속으로 들어온 딱딱한 빵을 씹으며 조용히 눈웃음 지었다. 빌이 허니에게 물었다.

"그러면 그 곰은 마법으로 길들인건가? 그쪽 계열의 마법은 어려운걸로 알고있는데."
"....아니..? 나는..."

허니가 머뭇거리자 빵을 해치운 조지가 입을 열었다.

"잘됐다, 빌."
"뭐가 잘 돼."
"허니가 마법만 써주면 동물들이 알아서 집으로 들어올테니까 집구석에 가만히 쳐박혀서 배를 채울수 있을거 아냐. 너한텐 잘된 일이지."
"넌 제발 입 좀 다물고 있어라."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던 허니가 고개를 숙인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마법을 못써. 할머니한테 열심히 배워봤지만 아무것도..... 그래도 할머니는 마법을 쓰든 못쓰든 그런거 상관없이 날 좋아해주셨고..."

허니의 머리 위로 커다란 손이 툭 올라왔다. 허니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할머니가 떠올라서 배시시 웃었다.

"헤헤... 마법은 못쓰지만 나도 할머니처럼 숲을 지키는 마녀라고 생각하면서-"

허니가 고개를 들자 턱을 괴고 있는 조지와 빵을 들고 있는 빌이 보였다. 허니의 옆에 있는건 분명 곰이었는데 지금 허니의 머리 위에 있는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곰의 발이 아니었다. 머리 위에 있던 손이 아래로 내려오더니 허니의 볼을 살짝 잡고서 주욱 잡아당겼다. 허니는 자신이 곰의 볼을 잡아당기며 장난을 쳤던 일이 떠올랐다. 허니가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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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는 남자가 허니의 옆에 서서 허니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허니는 숲 속 깊은 곳 할머니가 잠들어 있는 꽃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앞이 흐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 감고도 갈수 있을만큼 허니에게 이 길은 익숙했다. 곧 할머니가 좋아하는 꽃향기가 코를 찔렀고 눈앞에 꽃밭이 나타났다. 허니는 꽃밭의 중앙에 서서 목놓아 울었다. 허니가 마법을 쓸수 없어서 슬프다고 했을때 왜 할머니가 사실대로 얘기해주지 않았는지 알수없었다. 이제 와서 물어볼수도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것은 할머니는 분명 허니를 위해서 그랬을거라는거였다. 허니는 기뻐서 우는것이었다.

"흐어엉- 나도, 나도 할머니처럼- 흑..!! 마법을 쓸수있었던거야...!!! 으아아앙-"

마력을 얻으면 인간에 비해 느린 시간을 살게 된다. 할머니는 혼자 남은 허니가 외로움을 감당하지 못해 섣불리 마법을 썼다가 통제할수 없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일부러 숨긴거였다. 훗날 돌아온 제자들이 당연히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지 않을테니 그때까지만 허니가 혼자서 지내면 될것이라 예상했고, 제자들이 허니의 요리를 먹었을때 요리에 스며들어있는 마력을 눈치채 알아서 잘 대처할것이라고도 예상했었는데··· 그건 과대평가였던 모양이다.

"맛이 없는 이유가 마력 때문이었던걸까? 신기하네. 이건 책에서나 봤던 고대 마법이잖아."
"골치 아프게 됐군... 스승님은 왜 이런 중요한걸 편지에 안적으셔서-"

조지와 빌이 꽃밭 근처에서 허니를 보고 있었다.

"난 당분간 여기서 지내야겠어. 허니의 요리를 계속 먹어보면 마력을 느낄수 있게 될지도 모르니까."
"마력이 아니라 파국에 관심이 있는거겠지, 이 싸이코야."
"넌 다시 떠날거지? 빨리 갔으면 좋겠다. 미리 인사할게. 잘가, 빌."
"나도 안가. 쟤한테 설명해줘야 될거 아냐. 그 책이 집에 있어야 할텐데."

미소 짓는 조지와 찡그린 얼굴로 머리를 쓸어올리던 빌 옆으로 가렛이 지나갔다.

갑자기 인간의 모습이 된 가렛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발이 아닌 허니와 비슷해진 손으로 허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허니의 뺨을 만질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가렛에게 있어서 좋은 일이었다. 나무 아래에서 혼자 쓸쓸히 산딸기를 먹고 있던 허니와 마주친 그날, 새끼 곰이었던 그 시절부터 매일 밤 달을 보며 기도해왔던게 드디어 이루어진 셈이었다.

꽃밭에 들어선 가렛이 천천히 허니에게 다가가자 허니가 가렛의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웃었다. 여전히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과 함께 할머니의 시들지 않는 꽃들처럼 활짝 웃었다. 바람이 불자 꽃잎들이 휘날렸다. 꽃잎은 허니의 눈가를 스치기도 하고 머리 위로 떨어지기도 했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허니의 웃음소리가 숲 속에 울려퍼졌다.










허니가 빌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빌이 눈살을 찌푸리며 이불로 얼굴을 덮었다. 똑똑똑. 열어주지 않으면 열어줄때까지 두드리는 허니였기에 빌은 손짓으로 잠금을 풀어줄수밖에 없었다. 허니가 가렛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새벽 5시였다.

"빌!! 잘잤어?"
"아니."
"오늘은 가렛도 아침 인사 해줄거야. 그치? 가렛! 해봐!"

마법으로 수인이 된 가렛은 항상 허니의 곁에 있었다. 예전처럼 곰의 모습이 되는것도 가능했지만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더 많았다. 가렛은 틈만 나면 허니를 안아서 들고있곤 하는데 곰일때 허니를 등에 태우고 다녔던게 습관이 돼서 그러는거 같았다. 인간의 모습으로도 여전히 복복복 쓰다듬 받는 가렛은 요즘 허니에게 말을 배우고 있었다.

허니가 빌의 이불을 잡아당기자 잔뜩 구겨진 얼굴의 빌이 허니와 가렛을 쳐다봤다. 가렛은 빌을 멀뚱멀뚱 보기만 할뿐 아침 인사를 해주지 않았다.

"가렛!! 나한테는 잘만 했잖아..! 빨리!!"
"나가."
"아! 아니야! 빌! 잠깐만 기다려봐!"

몸을 돌려 누운 빌이 손을 휘적거리자 허니와 가렛이 방 밖으로 밀려났다. 방문은 다시 철컥 잠겨버렸다.

"왜 인사 안했어... 이제 잘하는거 보여주고 싶었는데.."
"....허니, 좋은.... 아침..."
"아니이! 그걸 빌한테 해줬어야지..!!"

문 너머로 들려오는 허니의 칭얼거림에 피식 웃은 빌이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스승님을 닮아서 아침잠이 없나...."

빌은 여전히 고기만 먹었지만 마을에서 사온것들을 주로 먹곤 했다. 숲 속의 동물들을 아예 안건드리는건 아니었고 허니가 알게 되면 시끄러워지니 적당히 조절하는것이었다. 허니에게 다른 감정을 품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 허니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빌은 요즘따라 허니가 저를 보며 웃어주거나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으며 좋아하는걸 볼때마다 어딘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하는 중이었다.

허니가 빌의 건너편 방문을 두드렸다. 그곳은 조지의 새 방이었다. 똑, 한번 두드렸을 뿐인데 조지의 방문이 끼익하고 열렸다.

"조지! 잘잤어??"
"..........."
"아직 자...?"
"..........."

조지는 눈을 감은채 가만히 누워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안으로 들어온 허니가 조지에게 다가가자 갑자기 문이 닫히더니 잠겨버렸다. 허니의 시선이 문을 향하자 조지가 허니의 팔을 잡아서 끌어당겼고 허니는 그대로 조지의 옆에 폭 눕혀졌다. 느릿하게 눈을 뜬 조지가 허니를 보며 인사했다.

"안녕, 허니."
"....조지! 깼어?"
"응. 오늘도 일찍 일어났네."
"헤헤, 일찍 일어나면 할수있는 일이 많거든. 이제 팔 놔줘!"
"놔주기 싫다면?"
"어...??"

조지는 허니와 특별한 관계가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서 허니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거였다. 그래서 조지는 허니와 더 친해지기 위해 다정하게 굴고 좋은 말만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지만 이따금씩 허니의 웃는 얼굴이 아닌 우는 얼굴, 일그러지거나 발개져서 헐떡이는 얼굴을 보고싶어하는 본연의 비뚤어진 욕망이 행동으로 튀어나오는것은 본인도 어쩔수가 없었다. 조지는 이대로 손에 힘을 꽉 준다면 허니의 팔에 멍자국을 만들수 있을것 같았다.

그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렛이 두드리는거였다.

"조지, 문 열어! 가렛도 아침 인사 할거야!"
"..........."

조지는 말없이 미소 지으며 허니의 팔을 놓아주었지만 문은 열어주지 않았다. 똑똑,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허니가 한번 더 열어달라고 재촉하려고 한 순간 똑··· 으지직, 소리와 함께 문이 분리되었다.

"헉...!!! 가렛, 뭐하는거야!!"

가렛이 문을 옆으로 치우더니 조지를 똑바로 쳐다봤다. 가렛의 손에 들려있던 문이 콰직 소리와 함께 두 동강 나버렸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힘은 곰일때와 다를바가 없었다. 조지는 재밌다는듯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고 가렛에게 쪼르르 달려간 허니는 동강 난 문을 맞추기 위해 문을 잡고 허둥거렸다. 그때 건너편 방문이 열리더니 빌이 뒷통수를 긁으며 걸어나왔다.

"아침 인사 한번 더럽게 시끄럽네."
"빌..!! 이 문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거기 있는 싸이코가 알아서 고칠테니까 그냥 놔둬."

눈썹을 축 늘어뜨린 허니가 조지를 쳐다봤다.

"응, 내가 고칠게. 그러니까 걱정 안해도-"

조지가 입을 열자 문이 산산조각 났다. 가렛의 짓이었다. 손을 툭툭 털어낸 가렛이 허니를 번쩍 안아들었다. 허니는 가렛의 품에 안겨 당황한 얼굴로 엉망이 된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두 손으로 가렛의 뺨을 잡고 소리쳤다.

"가렛!! 문은 부숴도 되는 나무판자 같은게 아니야!!! 빨리 조지한테 미안하다고 해!! 조지가 현관문도 고쳐줬는데!!!"

가렛은 조지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뿐 사과하지 않았다. 허니가 가렛의 볼을 주욱 잡아당기자 조지는 웃었고 빌은 고개를 저었다.

"하하하, 정말 재밌다. 하루도 지루하질 않네."
"하루도 안시끄러운 날이 없고."

침대에 걸터앉은 조지가 손으로 허공을 쓸자 바닥에 있던 나무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했다. 가렛의 볼을 놓아준 허니가 반짝이는 눈으로 바닥을 바라봤다. 가렛도 바닥을 바라봤다.

"산딸기 팬케이크 만들어놓고 다시 잘거니까 그때는 제발 조용히 좀 하고 있어라."
"산딸기 팬케이크!!??"

계단으로 걸어가던 빌이 큰소리 내지 말라는듯 입 앞에 손가락을 치켜세우자 허니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잠시 숨죽이고 있다가 빌의 뒷모습이 안보이는것을 확인한 허니가 히히 웃으며 가렛과 조지를 번갈아봤다.

허니는 빌이 찾아서 건네준 책을 읽었다. 허니의 마법은 지금으로서는 배우려고 해도 배울수 없는 고대의 마법이었다. 빌과 조지가 할머니의 손에 자라면서 마력을 얻었듯이 허니 또한 마력을 얻었지만 두 사람과는 다른듯 했고, 그렇게 허니는 자신이 만든 요리에는 마력이 담긴다는것과 그것을 먹은 동물은 수인이 된다는것, 수인은 주인과 같은 수명을 얻어 죽을때까지 주인의 곁을 지킨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참고로 마력은 요리의 맛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허니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나 가렛을 평생 책임져야돼..!!! 말도 가르쳐줘야하고...! 또, 또 뭘 가르쳐주지!!?'
'응원할게, 허니. 만약 힘들어지면 빌한테 얘기해. 빌이 흔적도 안남기고 먹어치워줄거야.'
'하...... 도대체 몇번을 말해. 내가 분명 안먹는다고 했-'

더이상 숲에 사람들이 들어오는 일은 없지만 허니는 여전히 숲을 돌보며 꽃과 나무, 동물들을 살피고 있다. 자랑스러운 할머니의 손녀이자 숲을 지키는 마녀로써 전보다 더 씩씩하게 지내고 있는것이었다. 할머니의 망나니같은 제자들과 책임져야 할 곰, 허니의 새 가족들과 함께 말이다.






가렛너붕붕 빌슼너붕붕 맥카이너붕붕
2024.06.25 22: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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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동화책같아 따숩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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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22: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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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어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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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22: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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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 나 왜 눙무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힐링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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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23: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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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ㅠㅠㅠㅠㅠㅠ세상에 너무 따뜻하고ㅠㅠ따수우면서도 저 넷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해ㅠㅠㅜㅠ 센세 어나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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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23: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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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가 문득 내가 이걸 공짜로 읽어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들었어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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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23: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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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세 하 너무좋타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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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23: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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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흥분해서 오타를!! 센세센세 내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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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23: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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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나 이 대가족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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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1: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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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는 진짜 천재야 ㅜㅜㅜㅜㅜ 센세 ㅜㅜㅜㅜ 어나더가 없으면 윗붕들은 죽소 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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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1: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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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화 같아ㅠㅠㅠㅠ 근데 허니 언제 키워서 잡아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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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2: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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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한 편 뚝딱이다 ㅁㅊ 나 이제 여기서 못나가 센세가 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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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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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를 잡으러 산으로 갈까나 센세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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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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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커존잼ㅠㅠㅠㅠ 시즌 nnn개 장편 드라마로 보고 싶어요 센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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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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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좋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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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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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너무 좋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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