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ㅈㅇ

전편






5. 

"어..."


갑작스러운 칼럼의 말에 허니는 조금은 멍청한 소리밖에 내지 못 했다.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할 지 몰랐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너무도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오랜 친구였던 칼럼이 유학을 떠나고 몇 년이나 지났더라, 그 유학 기간 동안에는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얼굴은 보지 못 했다.

심지어 편지도 칼럼의 유학 초기에만 활발히 주고 받았지,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면 최근 들어서는 편지조차 많이 주고 받지 못 했다. 

그랬는데, 갑자기 영국에 돌아오자마자 청혼? 허니는 순간 이게 칼럼의 질 나쁜 장난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이야기 했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고 허니는 그런 생각을 지웠다. 조금 어색한 듯, 아니면 조금 미안한 감정이 담긴 듯, 제 뒷머리를 살짝 긁적이는 칼럼의 모습에서 이런 질 나쁜 장난을 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천히 대답해줘도 돼."
"...아니, 칼럼..."
"천천히 대답해줘. 곰곰히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려줘도 좋아."


당황스러운 마음에 허니가 칼럼의 이름을 불렀지만 칼럼은 혹시나 그 말이 허니의 거절로 이어질까 두려운 듯 해 보였다. 다급하게 허니의 말을 가로막고 천천히 대답해달라고 말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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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을 하며 살풋 미소를 짓는 칼럼의 얼굴이 어쩐지 낯선 듯한 느낌을 허니는 받았다.



6. 

갑작스럽게 무도회장으로 들어오자마자 허니에게 결혼을 하자던 칼럼의 말은 정말 진심인 듯 했다. 그리고 허니는 그런 생각을 다음 날 아침, 방문 시간에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비 백작 가문의 방문 시간은 사실 이름만 그렇게 명명되어 있을 뿐, 별로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야 몇 번이나 말했듯이 허니는 벌써 4년 째 사교계에 나와 있었고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영식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바로 어제 저녁까지의 일이었다. 허니의 첫 사교계 시즌을 제외하면, 방문 시간 때마다 비 백작 부인과 허니만이 정막을 애써 견디는 것이 일상이었던 것이 무색하게도 오늘은 칼럼이 찾아왔다. 그것도 한 손에는 꽃을 들고.


"허니 네가 어릴 때는 수선화를 좋아하던 것이 생각나서 가져왔는데... 아직도 수선화 좋아해?"


손에 들린 푸른색 수선화를 내밀며 칼럼이 질문했다. 그리고 그런 칼럼을 보자마자 백작부인은 허니에게 빨리 대답을 하라며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응... 고마워 칼럼..."
"다행이다."


자신이 내민 꽃다발을 허니가 받자, 얼굴을 붉히며 안도하는 칼럼의 모습에 허니는 오히려 당황했다.

이 모든 것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물론 허니는 칼럼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친구로서였다. 허니가 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했던 친구들, 칼럼 터너와 티모시 샬라메. 딱 그 정도였단 말이다.


"갑작스럽게 놀라게 해서 미안해."
"어? 아니야."
"네가 나를 조금 어려워하는 것 같아서..."


말끝을 흐리며 말을 하는 칼럼의 말에 허니는 제 양심이 쿡쿡 찔리는 것을 느꼈다.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는데 별로 큰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 난 널 지금까지 친구로만 생각했는데..."


허니가 어렵사리 본심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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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난 아직도 네 친구야 허니. 네가 나를 거절한다고 해도 우리 사이에는 변함이 없을거야."
"정말?"
"응.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줘. 친구같은 부부도 나쁘지 않지 않아?"


그렇게 말을 하는 칼럼의 얼굴은 첫사랑에 빠진 소년마냥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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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 오늘 오전에 너네 집에 갔다며."
"벌써 거기까지 소문이 났어? 뭐 이리 빨라?"
"진짜야?"


저녁이 되고 무도회장에 허니가 무도회장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도착해 있던 티모시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허니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느긋하게 대답을 하는 허니와 다르게 티모시는 마음이 급했다. 아직 칼럼은 무도회장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언제 그가 올 지 확실하지 않았고 그의 등장 전에 허니에게서 진실을 들어야 할 것만 같았다.


"진짜냐니까?"
"뭐야 왜이래..."
"야, 허니 비."
"무섭게 진짜 왜이래. 맞아, 왔었어."


그제서야 티모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은 허니가 슬쩍 티모시의 시선을 피했다. 어쩐지 어린 시절 조금은 민망한 기억이 끄집어내어진 기분이었다. 


"그래서, 너는 받을거야?"


티모시의 추궁이 이어졌다. 그런 티모시의 모습에 허니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백작부인도 이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티모시가 더욱 허니를 닦달하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마냥 좋지많은 않았기에 허니는 미간에 조금 힘을 주고 뭐라고 반박이라도 하려했다.


"비 양."


갑작스럽게 허니와 티모시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이름 모를 영식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한 곡 같이 추시겠습니까?"
"예?"


당황스러운 얼굴로 허니가 제 앞에 선 남자를 바라보자, 그 영식의 질문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또다른 영식이 허니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에게도 한 곡 같이 출 영광을 주실 수 있습니까?"
"...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허니는 당황스러운 표정 또한 숨기지 못 했다.



8.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벌써 네 명의 다른 사람과 연달아 춤을 추고 온 허니가 제 자신에게 질문했다.

그야말로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사교 시즌은 허니에게 있어 4번째였다. 늦어도 2번째 사교 시즌에서 남편감을 찾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었으니 허니는 결혼 시장에 있어 늦어도 한참 늦은 사람이란 말이다.

그리고 허니가 노처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이 무도회장 안에 없었다. 아니 온 사교계를 통틀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허니의 3번째 시즌 때부터는 허니에게 춤 신청을 걸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허니의 친구였던 티모시나 그와 몇 번 춤을 춰 주는 사람이었지 그 이외에는 아마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설마 칼럼 때문에 이러는거야?"


순간 허니에게 그런 의문이 들었다. 설마, 갑작스럽게 이렇게 남자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칼럼 때문인가? 지난 사교 시즌들과 이번 사교 시즌에서의 다른 점이라고는 그것 하나 뿐이었다. 갑작스럽게 칼럼이 청혼을 했다.


"그거 말고 다른 이유가 뭐가 있겠어?"


남자들을 피해 구석에 숨어있던 허니의 곁에 티모시가 다가오며 말했다. 


"아내 후보에도 없었던 여자애가 갑자기 칼럼의 관심을 받으니, 너도 나도 일단 얼굴이나 한 번 보려는 속셈이지."
"...정말 그것 때문이라고...?"
"그거 말고 뭐가 또 있어? 소꿉친구라서 잊고 있었나본데, 칼럼이 나름 공작가 후계자잖아."


아 미친. 이어지는 티모시의 설명에 허니는 어이가 없어져서 제 이마를 손바닥으로 탁 쳤다. 

설마 했는데 정말 그것 때문이라니. 생각보다 자신이 귀찮은 일에 휘말려버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직 칼럼의 청혼에 대해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 지 정하지도 못 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대답을 또 내놓는단 말인가.

하, 결국 허니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나왔다. 이 한숨이 사교 시즌만 되면 꽤나 자주 터져나오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나올 줄은 본인도 몰랐는데 말이다.


"허니, 내가 도와줄까?"
"네가?"


그리고 누가 봐도 고통받는 것 같은 허니의 얼굴을 바라보던 티모시가 허니에게 슬쩍 질문했다.


"어떻게?"
"이 모든 상황이 아직 칼럼의 관심을 받고 있어서잖아."
"그렇...지...?"


티모시의 말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확실하지 않았던 허니가 어색하게 긍정했다.


"근데 아직 네가 칼럼이랑 약혼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맞아...?"
"그럼 둘 중 하나를 사실로 만들어버리면 관심이 식지 않겠어? 아무리 사교계가 미쳐 돌아가도 남의 연인에게 추파를 던질 정도로 미치진 않았으니까."
"칼럼의 청혼을 받아주라고?"


티모시에게 되묻던 허니의 미간에 힘이 팍 들어갔다. 결국 그 얘기를 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말을 질질 끌었던걸까? 짜증이 조금 밀려오기도 했다. 티모시는 안 그래도 자신의 편일 줄 알았는데, 결국 백작 부인과 다를 것 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차피 칼럼을 놓치면 더 좋은 남편감은 커녕 아예 남편도 구하지 못 할 것이라고 몇 번이고 말했던 백작부인의 말이 허니의 귓가에 다시 멤도는 것 같았다.


"아니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고. 애인을 만들면 되잖아. 가짜 애인이라도 말이야."
"어디서 그런 사람을 구해? 누구 혼삿길 망칠 일 있어?"


허니의 미간의 주름이 펴질 줄을 몰랐다. 얘가 진짜 뭔 소리를 하는 거람.

그리고 그런 허니의 표정에도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던 티모시가 다시 말을 이었다.


"어디서 구하긴. 내가 있잖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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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연애 하자 허니."


티모시가 뱉은 문장에 '가짜'라는 단어가 빠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가르키는 티모시를 보며 허니는 머릿속이 더 혼란스러워지는 느낌이었다.






칼럼너붕붕 티모시너붕붕
2024.05.20 21: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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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진짜 너무 좋아 개존맛.... 칼럼 티모시 기싸움 가보자고 센세 어나더!!!!
[Code: c91d]
2024.05.20 23: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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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Code: 28b5]
2024.05.20 23: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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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가 진짜되고 그러는거지~
[Code: 448d]
2024.05.20 23: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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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친 개설레 티모시 유죄인간이다 진짜..
[Code: db8e]
2024.05.21 00: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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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맛을 원했습니다 센세…. 어어어어어어엉억나더 줘 진짜
[Code: caa0]
2024.05.21 00: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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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세가...완삼??????
[Code: 76ac]
2024.05.21 00: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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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Code: 47c6]
2024.05.21 06: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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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완삼! 칼럼! 티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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