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매버릭은 텅 빈 옆자리를 손으로 몇 번 슥슥 만져본 후에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원래였으면 같이 누워있던 사람이 제 이마에 키스를 날리고 저벅저벅 걸어가 씻기 부터 했을텐데. 황량하기만 한 침실이 매버릭을 반겼다.


침실에서 나온 매버릭은 자연스럽게 냉장고로 향했다.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냉장고 앞에 붙여놓은 메모들이 시선을 끌었다.



[아침부터 초코우유 안 돼. 흰 우유에 시리얼 말아먹어.]
[계란 없음 -11/14, i
ㄴ사둠 -11/17, m
ㄴㄴ3알 남았다 -11/30, m]
[시금치 프리타타 냉동실에 넣어뒀어.]
[10/13 얼굴만 보고 나가, 미안. 다음 주는 빨리 퇴근할게.]



정갈한 글씨체가 꼭 주인을 닮아있었다. 매버릭은 초코우유를 꺼내던 손을 멈추고 다시 집어넣었다. 다시 문을 닫았을 땐, 그의 손엔 흰 우유가 들려있었다.



가와사키가 부대의 입구에 들어서자, 팀원들이 매버릭을 맞이했다. 탑건 프로젝트를 끝내고 돌아온 대령을 모두가 반겼다. 매버릭은 기존에 앉았던 그 자리에 다시 앉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끝내긴 했지만 보고할 보고서는 산더미였으므로 매버릭은 정신없이 오전 근무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에서야 폰을 열어볼 수 있었는데, 화면엔 알림 하나 떠있지 않았다. 매버릭은 조용히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오후 근무 시간도 결코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아무리 전투기에만 몰두한 군인이라 할지라도 행정근무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울려대는 메일과 여러 서류들이 매버릭의 시간을 호로록 빨아들였다.


저녁을 대충 사가지고 들어온 매버릭이 소파에 앉았다. 6시 20분, 저녁을 먹기 딱 알맞은 시간이었다. 종이박스를 열어 중국식 누들을 꺼냈다. 옆에서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청경채를 골라냈다. 윽, 초록색 야채는 왜 먹는거야?


매버릭의 앞에선 야구가 한창이었다. 매버릭은 야구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습관이었다. 그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당연히 틀어놨을 야구경기였으므로. 매버릭은 궁금하지도 않는 타율을 보며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치우는 와중에 전화가 울렸다. 매버릭은 호다닥 충전기 쪽으로 가 폰을 가지고 거실에 앉았다.



"여보세요?"
-미안, 오늘 너무 바빠서 연락 한 번을 못했네. 복귀 잘했어?
"....."
-여보세요? 자기야? 안 들려?
"...으응, 아니 들려. 복귀 잘했어어..."
-진짜 미안해. 아까 저녁먹고 전화하려고 했더니 갑자기 샌더스 의원이 붙잡아가지고...
"아이스."
-응?
"...보고싶어."
-어? 안 들려. 연결 상태가 이상한가? 자기야?
"...보고싶어. 자기야."
-...갑자기? 무슨 일 있어?
"...죽을래?"
-하하, 나도 보고싶어. 얼른 끝내고 갈게.



떨어져 지내던 세월이 얼만데 왜 이제야 보고싶다는 말을 하게 된 건지. 매버릭은 외로움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몰려와 주먹으로 소파를 마구 쳤다. 겨우 일주일인데! 예전엔 6개월짜리 파병도 아무렇지 않게 보냈으면서! 저도 모르게 나온 말에 화르륵 불타오른 매버릭이 쿵쾅쿵쾅 침실로 들어갔다.





-




"으응..."


햇빛이 눈을 간지럽히자 매버릭이 몸을 뒤집어 고개를 파묻었다. 잠이 아직 덜 깬 그가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눈을 살며시 떴다.

어?


"굿모닝, 피트. 나도 보고싶었어."


아이스맨이 와이셔츠를 입은 채로 상체를 숙여 매버릭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잠결에 매버릭은 아이스맨이 아닌 본인이 집에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아이스매브

 
2024.05.11 14:48
ㅇㅇ
모바일
달달하다 크아아ㅜㅜㅜㅜㅜㅜㅜ
[Code: 3419]
2024.05.11 16:57
ㅇㅇ
모바일
센세 사랑해 ㅠㅠㅠㅠㅠㅠ
[Code: 9038]
2024.05.11 19:16
ㅇㅇ
중간에 불안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빨리 돌아와서 다행이야 얘들아 영사해
[Code: fb8f]
2024.05.11 20:29
ㅇㅇ
모바일
으어어어 하면서 봤는데 존나 해피엔딩이네요ㅠㅠㅠㅠㅠ 센세 사랑해ㅠㅠㅠㅠ 이 달달함에 여기 죽을랍니다...
김붕붕 여기 잠들다
1234.5.6-2024.5.11
[Code: 1cd4]
2024.05.13 00:23
ㅇㅇ
모바일
너무 평온하고 달달하고 행복한 아이스매브의 일상이다 드디어 보고 싶었다고 표현하는 매브 너무 사랑스러워 ㅠㅠㅠ아이스를 보고나서야 집에 돌아온 것 같다고 느끼는 부분 너무 좋다 아맵 영사해
[Code: df77]
2024.05.18 17:05
ㅇㅇ
모바일
딜달하다 ㅠㅠㅠㅠㅠㅠ
[Code: 21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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