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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1:17

제임스는 연신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머리를 벽에 박아댔다. 하지만 나는 타일에 피가 번지는 꼴을 보고서도 제임스를 말릴 수가 없었다.


"흐흐, 흐, 으윽…. 여기 들어오면 안 되는, 건데…."


이미 그것에게 머리를 꿰뚫려 뒤통수에서부터 검붉은 피가 울컥울컥 새어나오는 제임스가 어떻게 아직 살아 움직이고 있는 건지부터가 의문이었으니까. 소름이 끼쳐서 입을 다물고 기척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모르긴 몰라도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한 상대가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쿵. 쿵. 쿵. 정체를 알 수 없는 발소리가 멀리에서 들렸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내려다가 깨달았다. 쇼핑 센터 지도 따위는 진작 아무 쓸모도 없어졌다. 여기는 쇼핑 센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곳이라고 볼 수는 없었으니까.


"끼힉!"


신경줄을 긁는 웃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심장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발을 옮겨 무작정 복도를 따라 달리기 시작하자 뒤에서 웃음소리가 점점 불규칙적으로 변하면서 날선 악의를 품었다.


"살려주세요, 씨발, 살려줘…!"


하커스 헤이븐 쇼핑 센터가 미확인구역으로 지정된 지 392일 째.
9차 구조팀, 팀장 제임스 태퍼튼 외 15명.

생존자, 현재 나 혼자.



*



사람이 19일쯤 공포와 긴장 속에서 최소한의 물과 식량만 먹으면서 버티다 보면 극도로 예민해진다. 그 어떤 생명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한 채로 어둡고 텅 빈 공간을 배회하면 오히려 그게 공포로 다가왔다. 이렇게까지 아무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면 전원 실종된 8차까지의 구조팀과 사건 당일 쇼핑 센터에 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건데?


"씨발, 씨발!"
"진정해요, 마커스!"
"나 더는 못 참아!"


20일 째 되던 날, 나와 같이 차출되어 억지로 투입된 마커스가 폭발했다. 군인들과 과학자들 틈바구니에서 모든 면이 민간인 나부랭이일 뿐인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그를 말려보려고 했지만 그는 비명을 내지르면서 저 어둠 속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이내 그가 달려간 곳에서 또 한 번의 비명이 들렸다. 대부분의 구조대원들은 3주 정도의 기간 내내 불평불만을 늘어놓던 마커스의 목을 잡아 뽑고 싶은 표정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커스의 비명을 향해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8차 구조대의 흔적을 발견했다.

흔적.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문명적이고 이성적인 발견 같지만, 그 현장을 본 순간 내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구토를 했다.

흔적이라는 건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가 있다. 사람의 몸이 날파리를 벽에 눌러 죽였을 때처럼 반쯤 바닥에 눌러붙어있다면 꼭 그런 모양이었을 거다. 나는 뇌가 멈춘다는 감각을 그제서야 이해했다. 내 머리가 너무 큰 충격을 차단하듯 비정상적으로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히익, 이게, 으으윽! 우욱!"


마커스는 제일 성대하게 얼마 먹지도 않은 말라 비틀어진 비스킷을 고스란히 게워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사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마커스의 목이 떨어지는 순간 모두가 반대쪽으로 미친듯이 도망치기 시작했으니까. 그 순간부터 열댓명이 나 하나로 줄어들기까지는 채 5일이 걸리지 않았다.


너무 무서워서 그냥 죽고 싶었는데, 괴물들에게 붙잡히면 너무 아프게 죽을 것 같아서 포기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총알이 떨어진 제임스에게 내 총을 양보한 탓에 지금 내 수중에는 머리를 날려버릴 총도 없었다.


"흐윽, 흐윽, 어…?"


숨소리를 죽일 수도 없을 만큼 호흡이 거칠었다. 끝이 없는 공간을 내달리면서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다보니 저 멀리에 커다란 광장이 하나 보였다. 분수대가 있고, 조각상이 보이고, 사람. 사람이 보인다. 나는 본능적으로 도와달라고 소리치려다가 거의 내 혀를 씹다시피 하며 멈췄다. 여기서 괴물들에게 죽어라 시달려놓고 또 이상한 함정으로 걸어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정체불명의 인영들이 사람이라는 게 확실해졌을 때쯤 지나치게 안도하고 말았다. 내 다리 근육이 더는 움직이기를 포기한듯 뻣뻣하게 당기면서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때려넣었다.


"아흑!"


바닥에 엎어진 나는 광장을 향해 기다시피했다. 복도와 광장의 경계 너머, 움찔거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내게 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아직도 저 멀리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느끼며 필사적으로 기었다. 입에서 피맛이 났다. 심장이 너무 요란하게 뛰어서 내 작은 흉곽이 다 담지를 못하는 듯한 버거운 느낌이었다. 도와달라는 말을 소리내어 할 수도 없을 만큼 숨이 가빠 나는 쓸데 없는 데 힘을 빼는 대신 이를 악물고 기었다.


그때쯤 대장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뒤를 돌아 있던 덩치 큰 남자가 내 쪽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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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맞아."


저벅, 저벅, 경계선을 넘어 걸어온 그가 담배를 문 채 내 팔을 잡아 일으켰다. 온 몸에 힘이 다 빠진 상태라 나는 종이쪼가리처럼 펄럭이며 그가 끄는대로 일어나 커다란 몸에 쓰러지듯 기댔다. 아직도 뒤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 창백해진 내 얼굴을 보고도 그는 조금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듯 어둠을 보다 너무 쉽게 나를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또 어떤 등신 새끼들이…."


오메가를 들여보내고 지랄이지. 남자의 중얼거림이 내 의식이 버틸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조엘너붕붕
2024.06.15 01: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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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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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1: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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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필름 촤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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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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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센세야... 분위기 개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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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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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떨어트린 1 주워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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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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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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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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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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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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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랑한다 센세 누가 내눈앞에 영상 틀어놓음?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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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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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이 번쩍 떠짐 진짜 미쳤다 너무 재미있어서 지금 잠이고 뭐고 심장 개세게 뛰어 센세. 제발 어나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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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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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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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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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라고..... 내가지금 뭘본거지 머라고 미쳣다 선생님 더줘 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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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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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쾅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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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1: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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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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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2: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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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대대대대대존잼ㅠㅜㅜㅠㅠㅜㅜㅠㅠㅠ센세 꼭 돌아와ㅠㅜㅠㅜㅠㅜ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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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2: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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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필력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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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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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졌다................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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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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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미친미친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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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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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미친 센서 억나더 가져와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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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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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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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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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영화 장면이 보이는것 같아 센세 필력 무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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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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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세 사 랑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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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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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조엘너붕붕 개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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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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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분위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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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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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악 센세 크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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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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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미친 오ㅏ 이렇게 심장 쫄깃하면서도 설레는 조엘너붕붕은 처음이야 센세 천재야??? 존잼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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