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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이 현재 살고 있는 로프트의 두 배는 될 것 같은 거실의 창밖으로 초저녁의 전경이 아득하게 보였음. 오스틴은 거실을 향해 트여있는 주방의 아일랜드 위에 상자를 올려놓았고 칼럼은 묵묵하게 냉장고를 열더니 그래도 손님이라고 오스틴에게 마실 것을 하나 내밀었음. "고마워."하고 작게 속삭인 오스틴이 컵을 들어 주스를 마시는 동안 칼럼은 그냥 맞은편에 서서 오스틴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음. 오스틴이 한 모금 작게 마신 컵을 내려놓자 칼럼은 고개를 오스틴이 가져온 상자로 돌렸음. 오스틴은 칼럼이 상자에서 테이프를 뜯어내고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 아일랜드 위에 대충 쌓아놓는 동안 손 안에 쥔 컵만 만지작거렸음. 상자 구석에서 종이로 작게 말린 꾸러미를 꺼낸 칼럼이 그걸 풀었고 가죽케이스 안에 든 걸 확인하더니 손을 멈췄음.

"그거, 이제 돌려줄게. 원래 네 거니까―"
"됐어."

칼럼은 안경이 든 채로 케이스를 오스틴에게 다시 내밀면서 "어차피 나한테는 이제 필요없어." 했고 오스틴은 그 말에 왜인지 울컥해서 비슷하게 날선 말투로 "나한테도 필요없는 거였어 원래."하고 받아쳤지. 칼럼은 한숨 같은 웃음소리를 작게 뱉더니 말했지.

"그럼 버리면 되잖아."

그동안 뭐든 감내한 오스틴이었지만 그 말만은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없었음. 오스틴은 손 안에 쥔 컵을 놓고 대신 칼럼과 자신의 사이에 놓여있던 가죽 케이스를 들었지. 칼럼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주방 안쪽으로 들어가서 눈에 보이는 쓰레기통에 그걸 그대로 던져넣어버렸음. 살면서 이렇게까지 충동적으로 행동한 적은 얼마 없음. 오스틴은 스스로가 쉽게 끓어넘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랬으니까. 친절하지만 누구에게나 조금은 미적지근하고 조심스러운 그런 오스틴이 유일하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대는 열여덟에서 스물여섯이 된 지금까지 단 한 명밖에 없음. 하지만 이젠 이런 꼴도 끝내야 한다는 뜻이겠지. 그 시절이 소중한 건 결국 자신뿐이었나. 그 사실을 마주한 것 같아서 오스틴의 마음이 한번 더 꺾여버린 것임. 쓰레기통 안에 8년의 미련을 던져놓고 내려다보니 또 깨달아. 이거 정말 별 것도 아닌 초라한 거였구나. 나 혼자만 집착하던... 그렇게 생각하면서 오스틴은 복잡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칼럼을 지나쳐 주방을 나옴. 볼일 끝났으니까 이제 갈게. 울음이 터지려는 걸 꾹꾹 참으면서 말하느라 목소리가 조금 흔들렸음. 몸을 돌려 가려던 오스틴을 붙잡은 건 칼럼의 말이었음.

"제발, 오스틴. 벌써 8년이잖아."
"......."
"이제 이런 식으로 서로를 지겹게 만들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라고. 근데 너는 왜 또..."

칼럼이 숨을 거칠게 내쉬더니 스스로 머리를 헝클어트렸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음.

"그때도 그랬어 넌. 멋대로 남의 인생을 헤집어 놓고 너만 제자리로 돌아가고.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오스틴은 제자리로 돌아가려한 적 따위 없었다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아랫입술을 깨물고 참는 게 고작이었지. 이별했던 날 이후로 단 한번도 단 하루도 제자리를 찾아본 적이 없단 말이야. 칼럼은 기다리다가 지쳐서 포기하듯 고향을 떠나버린 후로는 꿈도 바꾸고 살았지. 그때부터 오스틴은 열여덟의 사랑을 하던 자신을 스스로에게서 분리해내서 살아야 했음. 그러지 않았다면 살 수가 없는 시간들이었음. 그러면서도 항상 그때를 그리워하고 잠시 꺼내보며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려는 스스로를 열심히 외면하면서 지낸 오스틴임.

멋대로 남의 인생을 헤집어 놓는다니... 오스틴이야말로 그 말을 하고 싶었지. 그 언젠가 따분한 문학 수업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자신의 바운더리에 들어올 기회도 없었을텐데 갑자기 나타나 인생을 바꿔버리고는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진 건 네가 아니냐고 하고 싶었음. 하지만 오스틴은 그 긴 상실의 시간에도 단 한번도 칼럼을 그런 식으로 원망한 적은 없었음. 바로 지금 칼럼에게 그런 말을 듣기 전까지는, 감히 칼럼을 만난 시간을 그런 식으로 부정하려 한 적조차 없어. 널 만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더 행복했을 거라고 하기엔 그건 사실이 아니었으니. 칼럼을 만나던 그 때만이 오스틴에겐 다시 겪지 못할 행복했던 시절이기에 어떤 상상이나 가정 속에서라도 칼럼에게 책임을 돌리고 싶지 않았던 거야.

그 마음까지 매도당한 것 같아서 오스틴은 제 안의 무언가가 완전히 끊겨버린 것 같아. 완전히 놓아즐 수 있을 때까지 천천히 노력하던 나를 다시 8년 전으로 되돌려 놓은 게 대체 누군데. 그 노력을 쓰레기통에 버리게 만든 것까지 너무 잔인하지 않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눈물이 더 빨랐음. 이런 식으로 우스워 보이고 싶지는 않았는데.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재빨리 닦아도 다시 또 눈밑이 시큰해져서 오스틴은 결국 그것마저 포기함.

"네가 이렇게 변한 줄 알았으면.... 진작에 다 잊을 걸 그랬어..."

젖은 눈가를 어쩌지도 못한 채 노려보듯이 얼굴을 보며 얘기하자 마주한 칼럼의 미간이 꿈틀거림. 조금 열려있던 입술이 다시 무겁게 닫히고 칼럼의 목빗근이 도드라졌음. 화를 내려고 한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지. 그걸 깨닫자 이제 자신에겐 칼럼을 화나게 하는 재주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아졌음. 무슨 말을 해도 미움받는다는 건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라는 것도 태어나 처음으로 알게되는 기분이지. 지나간 세월이 아까울 정도야. 얼굴을 한번 마주하고 이야기하자 이렇게 모든 것이 선명하고 쉽게 눈에 보이잖아. 칼럼을 다시 만나봤자 자신을 지겨워하고 미워하는 얼굴밖에 볼 수 없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정말로 이런 꼴은 되지 않았을텐데.

"―내가 대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변했는데."
"...나 때문이라고 하지마. 난 이런 거, 이런 너... 한번도 바란 적 없으니까."
"그럼 뭐, 내가 언제까지 너한테 감히 매달리는 한심한 베타새끼로만 남아있었어야 돼?"

칼럼의 목소리가 격양되었다는 걸 느끼기도 전에 오스틴은 그 화를 몸으로 먼저 알 수 있었음. 칼럼과 같이 있을 때 이렇게 무거운 공기를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오스틴은 감각을 때리는 것 같은 페로몬을 느끼고 움찔 몸을 떨었음. 알파들이 분노하거나 공격적이 될 때에도 러트 때와 비슷하게 페로몬을 내뱉는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겪어본 적은 없었음. 오스틴은 알파들과 그런 식으로 엮일만한 삶에서 의도적으로도 멀어지면서 살아왔거든. 그나마 일 때문에 잠깐 마주치는 알파들이나 바깥에서 제게 관심을 보이며 이름이나 번호를 묻곤 하는 그런 사람들에게서조차 거리를 두다 보니 알파의 영향이란 걸 체감한 지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제는 면역조차 사라진 듯 무감해진 지 오래였지. 생리적으로 짓눌려 잡아먹힐 것 같은 기분. 그런 건 오스틴으로서는 처음 느끼는 형태의 두려움이었고 그게 곧 칼럼이 제게 가지고 있는 감정을 말해주는 듯햇음. 소중하게 대할 필요는 이제 없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는 거겠지. 칼럼에게서 느껴지는 페로몬이 화를 내느라 저절로 새어나온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개방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아무튼 확실한 건 지금의 칼럼이 오스틴에게 너무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임.

"난 우리가 이렇게 되는 거... 원하지도 않았는데.... 대체 나한테 왜..."

오스틴은 제게 쏟아지는 공격적인 페로몬 사이에서 울음에 섞이는 밭은 숨소리를 참아가면서 겨우 말했음. 이젠 그동안 어떤 재회를 꿈꾸고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음. 만일 다시 만난다면 자신은 대체 칼럼과 무엇을 다시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그저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돌아서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 사실 그렇게 간단한 미래를 꿈꿨다면 그 오랜 시간을 붙들려 있지도 않았을 거야.

사실은 다시 만나면 확인하고 싶었지. 우리는 서로 너무 사랑했지만 아주 사소한 일로 어긋났을 뿐이라고. 다시 이야기할 수만 있다면 분명 서로의 마음을 알고 지난 일은 용서하고 용서받고, 그러면 모든 걸 처음부터 제대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서로가 나빴던 건 아니잖아, 상황이 나빴던 거지. 그 오해를 풀면 모든 게 풀릴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어쩌면 그런 생각조차 지독한 자만이었을까? 칼럼에게 당연히 용서받고 이해받고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마저, 칼럼이 자신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받아줄 거라고 멋대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그랬나봐. 그런 생각조차 칼럼에게 상처일 거라고 생각을 못한 스스로가 더욱 한심해져서 오스틴은 이미 푹 젖어버린 눈가를 몇번 훔치고 여전히 형형한 페로몬을 갈무리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 칼럼의 얼굴을 봤음. 칼럼이 자신처럼 울고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알 수 있었음. 칼럼도 자신만큼 이 상황을 비참하게 느끼고 있다는 걸. 그런 마음을 또 느끼게 만들었다니, 8년 전과 달라질 게 없겠지.

"...미안해. 그때도 지금도... 내가 널 끌어들였던 거... 시작이 잘못됐던 건가 봐 우리는."

오래도록 마음에 품었던 말의 아주 일부만 남겨버리고 오스틴은 자신을 짓누르는 그곳에서 도망치듯 나와버렸음. 칼럼은 그런 오스틴을 붙잡으려 하지도 않았기에 이별은 8년 전의 프롬파티장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허무하게 끝나버렸음.









칼럼의 집에서 돌아온 후로 오스틴은 며칠간 아팠음. 감정적으로 북받쳐서 힘든것도 있었지만 육체적으로도 그랬지. 아무래도 칼럼이 갈무리하지 못했던 페로몬에 제대로 영향을 받은 듯했음. 오스틴은 사실 그동안은 형질인으로서는 고장난 채 살아왔다고 할 수 있는 상태임. 대학에 간 후 유일하게 만나보려고 했던 상대는 베타였고 그때의 짧은 연애는... 분명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경험이었음. 그게 상대가 베타였기 때문이었는지 마음 깊이 받아들인 사랑이 아니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건 칼럼하고의 경험하고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었음. 그후로는 진로를 바꾸고 대학을 다시 가고 커리어를 만드느라 바빴기에 오스틴의 인생에서 오메가로서 만족하는 경험 같은 건 가장 후순위로 밀려났음. 어차피 그런 일을 다시 할만큼 갈구해본 상대도 없고. 그러니 히트사이클은 계속해서 약으로 다스려왔음. 가끔은 휴약기를 가질 때 고열에 시달리는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대체로는 약 덕분에 아무 문제가 없이 일상을 보냈고 그런 방식에도 익숙해졌음. 오스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형질이 옅어지기라도 하는지 사이클의 주기도 해가 지날수록 길어진다는 걸 알았지. 하지만 오히려 그게 편하다고도 생각했음.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은 아닐지언정 이렇게 지내다가 형질이 소멸해버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기도 함. 어쩌면 자신도 베타가 되면 자신이 상처준 그 애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오랜 기간 제기능을 못하고 둔해져있던 페로몬샘이 칼럼 때문에 갑작스레 열려버린 것인지 오스틴은 공방도 열지 못하고 며칠을 침대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채로 앎아야 했음. 하루는 고열에 하루는 오한에 시달리다보니 온몸이 땀으로 푹 젖었음. 약을 들이부은 덕에 사흘째에는 그나마 오후 늦게라도 일어나서 씻을 정신은 들었지. 오스틴은 시트와 입고있던 옷을 세탁하려다가 속옷까지 젖어있는 걸 보고는 잠시 고장난 것처럼 멈칫함. 자신이 형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너무 오랜만에 마주한것 같았음. 세탁기를 돌리고 약국으로 가서 새로 약을 받아올 생각으로 나갈 채비를 하면서는 생각함. 그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결국 베타가 될 수는 없었구나 하는 생각을.

약국이 집에서 딱 두 블럭 정도만 가면 있어서 다행이었지. 조금 더 오래 걷거나 했으면 페로몬 갈무리도 못하고 길을 지나다니는 걸로 사람들 눈총을 좀 받았을 거야. 그렇지만 오스틴으로서는 너무 오랜만에 개방된 페로몬샘이 갈무리를 해도 안 듣는 느낌인걸. 약사에게 그런 증상도 설명하면서 오스틴은 좀 더 강한 약을 달라고 함. 벌써 3일이나 집에서 쉬었는데 납품 기일을 맞춰야하는 주문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니 늦어도 내일이나 모레쯤부턴 공방에는 가야했거든. 하지만 약사는 오스틴의 얘기를 듣더니 걱정스럽게 반문함. "이틀 동안 12정짜리를 다 드셨다고요?" 하는 목소리에 의아함이 서려있었고 오스틴이 대수롭지 않다는듯 "너무 오랜만에 히트가 와서 그런가봐요." 대답하자 약사의 표정은 더 심각해짐. 얼마만에 겪으시는 히트사이클이냐는 질문에 오스틴은 우물쭈물하다가 몇년쯤이라고 뭉뚱그려 대답함. 정확한 숫자로 말하면 약사도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음. 물론 놀라는 약사를 보니 그리 효과가 있어보이진 않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시면 약은 임시방편밖에 안돼요. 이미 부작용은 몇 번 겪으셨을 것 같은데...."
"아, 뭐... 가끔 그러긴 했는데―"
"의지할만한 파트너분은 없으신 건가요?"
"...네. 지금은 그렇네요."

약사의 질문에 단번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지만 오스틴은 사실대로 말해야 했음. 이런 상황에, 이런 질문을 들으면서도 결국 생각나는 게 한사람뿐이라니. 이 감정을 뭐라고 해야할까. 슬픈 걸까. 아니면 원망스러운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그리운 걸까. 잘 모르겠음. 불현듯 머릿속에 떠올랐던 칼럼의 얼굴은 아직 모든 것이 뒤집어지기 이전의 다정한 웃는 얼굴이었다가 순식간에 며칠 전의 화가 난 얼굴로 바뀌어버렸음. 이제 자신에게 의지할만한 사람이라는 건 남아있지가 않아. 뉴욕에 와서 지내는 8년 동안 언제나 은은하게 가지고 있던 그런 생각이 뚜렷하게 드러났지. 오로지 혼자. 한 사람 말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데 그 사람이 자신을 미치도록 증오하는 그 고독 속에서. 오스틴은 외로운만큼 더 아픈 것 같음.

"약은 아무리 드셔도 한계가 있으실텐데 상황이 그렇다고 하시니 일단은 드릴게요. 이게 효과는 가장 센 편인데 하루에 3번까지만 드셔야 해요. 아마 지금 몸 상태를 생각하시면 이걸 드셔도 열이 다시 오르거나 좀 멍해진다거나 하실 수 있는데 그래도 정량 넘겨 복용하시는 건 절대 안돼요. 자기 전에는 꼭 드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여기..."

계산하려고 지갑을 여는 그 순간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을 덜덜 떨고 있는 오스틴을 약사가 안쓰럽게 쳐다봤음. 하기야 이런 시대에, 파트너가 없다쳐도 약이니 에스코트 서비스니 하는 모든 손쉬운 수단이 다 있는 이런 때에 히트사이클 정도도 컨트롤하지 못하고 그것을 해소할 구석도 없는 듯한 오메가는 미련맞고 한심해 보이긴 하겠지. 오스틴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말없이 약사가 비닐백에 담아주는 약을 얌전히 받아들었음. 주말이 지나면 병원엘 꼭 가보시라는 말을 뒤로 한 채로 불이 이는 듯한 몸으로 약국을 나왔음.

집에 돌아온 후로는 약을 먹었지만 다시 열이 들끓는 것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침대 위에서 쓰러지듯 누워 잠을 잤지. 일어나니 해는 어느새 숨어 밤이었고 정신이 몽롱했음. 약효가 든 건지 지나간 건지 알 수도 없었음. 추위를 느낄 계절이 아닌데도 추위를 느끼고 있으니 몸 상태가 아직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만 알았을뿐. 세탁한 시트를 다시 꺼내서 정리하지도 못한 채 매트리스만 남은 침대 위에서 앓으면서 잔 게 문제였는지 전혀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지. 약사에게 병원을 가보라는 얘기를 들었던 것만 어렴풋이 떠올리다가 결국 응급실이라도 가야 하나 싶어 찾아보기로 했음. 종합병원이 가깝지는 않지만 열기운에 쓰러지는 것보단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우버를 부르려던 오스틴의 눈에 들어온 건 최근 칼럼의 집에 갔다오느라 찍혀있던 이용내역이었지.

의지할만한 파트너. 이젠 죽어도 다시 그렇게 될 일은 없겠지. 지금의 칼럼은 자신이 알던 칼럼이 아닌 것만 같거든. 아니 사실은 이미 그렇다는 걸 알아. 칼럼의 말대로 너무 긴 시간이었잖아. 돌이켜 보니 그 시간이 너무 아득함. 무엇을 기다리고 바란 건지도 이젠 알 수가 없음. 되돌리고 싶었던 것들, 되찾고 싶었던 것들. 전부 다 돌아오지 않았고 더 멀어진 듯해. 칼럼만 바뀐 게 아니야. 오스틴 자신도 너무 바뀌어버렸는데 그냥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아 버렸으니까. 막아두었던 그 감정의 파도가 히트사이클과 함께 제게 밀려왔나봐. 뜨거워진 머릿속에서 그 의미 없는 시간이 이제야 뒤섞여 녹아없어지는 것 같아서 오스틴은 춥고 외로워짐.

그러면서도 비참한 건― 자신이 알던, 다시 만나고 싶어서 너무 그리워하던 칼럼의 아주 조그만 흔적을 여전히 미련맞게 주워담고 있다는 것임. 칼럼을 떠올리면 함께 기억하던 것들. 사람들과 대화할 때의 장난스러운 말투, 연인을 바라보는 다정한 눈빛, 모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겸손한 태도, 그런 것들. 이제 오스틴에게만 돌아오지 않는 그 흔적들에 슬퍼하면서 겨우 하나 더 찾은 게 고작 칼럼이 자신에게 화낼 때 흘러나온 페로몬 한줄기라는 게 비참했음. 방향은 전혀 달랐지만 어쨌든 그건 오스틴이 지금의 칼럼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 중에는 그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시절의 기억과 유일하게 일치하는 것이거든. 낡은 캠핑 트레일러에서 창문을 전부 닫아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서로를 껴안고 있어도 됐던 시간을 떠올리게 함. 자신에게 입맞춰주던 칼럼에게서 희미하게 풍기던 사랑하던 그의 향기. 칼럼은 항상 자신은 베타니까 페로몬 같은 건 아닐 거라고 했지만 오스틴은 확신했거든 그게 칼럼이 제게 남겨주는 흔적이라는 걸. 우리는 서로를 너무 좋아하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기적처럼 일어나는 거라고 생각했음. 오스틴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젠 그걸 말해줄 수가 없어짐. 그게 슬프고 허전함.


오스틴이 그대로 겉옷만 꿰어입은 채 병원이 아니라 칼럼의 집을 찾아간 건 순전히 충동이었음. 약도 듣지 않는 몸상태가 만들어낸 큰 실수라고 치부할 수 있을 테니까 굳이 억누르지 않은 충동이었음. 다시는 올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 아파트에 도착해서 컨시어지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것조차 신경쓰이지 않을 만큼 이미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던 오스틴이라 칼럼이 자신의 예기치 못한 방문에도 올라오도록 허락해준 거에 다행이라 느낄 정신도 없었지. 문을 두드리자 칼럼은 경비의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거의 바로 문을 열었음. 칼럼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 했던 것 같았지만 문 옆의 벽에 기대서 불안하게 숨을 쉬는 오스틴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상황을 파악한 것 같았음. 이곳까지 오는 내내 페로몬을 색색 흘려대느라 우버 기사에게도 조금 눈총을 받았던 걸 생각하면 칼럼이라고 오스틴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할리는 없었겠지만 말이야.

"너 대체― 하..."

원치 않는 오메가의 페로몬이 불쾌한 건지 난감한 건지 칼럼이 동요했다는 걸 오스틴은 흐린 정신에서도 알 수 있었음. 그래도 자신의 상태를 보자마자 문전박대를 당한다거나 한심한 시선을 받는다거나 하는 일을 예상한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음. 오스틴은 멍한 머리로 칼럼을 찾아온 변명을 만들어냄. 가장 그럴듯하고 또 가장 의미없어 보일만한 그런 변명. 자신이 찾아온 것이, 이렇게 열이 들끓는 몸으로 생각해낸 것이 오직 칼럼뿐이라는 걸 들키지 않을 변명을 해야 했음. 그리고 오스틴이 선택한 건 그냥 흔하디 흔한 오메가가 되는 것임. 이젠 칼럼이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느껴야 하거든. 오늘의 일에 대해서 칼럼이 아무런 의미도 감정도 두지 않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도록 만들어야 하거든. 그리고 동시에 칼럼을 화나게 만들어야 하기도 했음. 어차피 이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칼럼은 그것뿐임. 분노하고 증오하고 경멸하도록. 그런 취급을 당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도 칼럼을 완전히 놓아버릴 수 있을 테니까.

"미안. 좀 힘들어서... 근데 주말이라 그런가 어디에 전화해도 예약이 다 찼다고 하고... 그래서 그런데... 한번만 도와주면 안 될까? 그냥 돈 주고 잔다고 생각하고―"

더 절박해지기 전에 오스틴은 팔이 붙잡혀 문 안으로 끌려들어갔음. 칼럼이 팔을 너무 세게 잡아서 아프고 무서웠지만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함.









처음 하는 것처럼 아픈 이유가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자기를 짓누르고 있는 칼럼의 페로몬 때문인지 오스틴은 잘 분간이 안 됐음. 고통과 쾌감으로 뒤죽박죽이 된 머릿속이 가물가물하지만 단순히 뒤에서 들어찬 칼럼 때문에 아픈 것은 아닌 것 같음. 어차피 끌려 들어와 침대로 내던져지고 제 앞에서 머리를 털며 서성이기만 하는 칼럼의 앞에서 먼저 옷을 벗을 때는 이미 몸만은 다 준비가 되어있었거든. 고장난 히트사이클에 시달리는 몸은 여기까지 오는 시간조차 한번도 마른 적이 없었고 그건 칼럼의 굳은 표정을 보고 무서워할 때도 변하지는 않았음. 완전히 내보이게 된 다리 사이는 푹 젖어 있었고 오스틴은 그게 수치스러웠지만 참았음. 그냥 이런 일에 익숙한 척을 함. 8년 만에 사이클이 찾아온 망가진 몸이면서도 오로지 원하는 건 단 한 사람이라는 걸 알면 그 사람이 제게 지겹다 할 것 같았거든.

어쨌든 칼럼 역시 한밤중의 소동에 장단을 맞춰주기로 한 건지 오스틴이 옷을 다 벗고 나자 칼럼도 가만히 서있던 몸을 옮겨 침대 위로 올라옴. 옷을 벗으면서 엎드리라고 말하는 칼럼의 기분이 가라앉았다는 게 표정뿐 아니고 낮아진 공기와 새어나오는 무거운 체향에서도 느껴졌음. 오스틴은 시키는 대로 몸을 돌려서 무릎을 꿇어 엎드림. 등 뒤에서 살이 치대는 소리가 나서 오스틴은 칼럼이 스스로 만져서 세우고 있다는 걸 알았음. 이런 과정 없이 그저 서로의 얼굴만 봐도 충만하던 때가 떠올라서 오스틴은 이제 우리가 정말 변했다는걸 실감함. 하기야 아무 감정도 없는 상대에게 박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긴 할 거라고도 생각함. 아니, 사실은 아무 감정이 없는 게 아니고 싫어하는 상대니까 그런 거겠지... 그렇게 납득하려고 혼자 잠시 다른 세계에라도 빠진 양 멍해져있던 오스틴의 뒤에서 칼럼이 허리를 잡았음. 긴장감에 서늘한 기운이 등골을 따라 흘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래가 벌어졌음. 전희도 없이 삽입이 시작됐지만 오스틴은 놀라는 대신에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아래로 처박았음.

완전히 젖어있으니까 아프진 않을거라고 생각했지. 아예 처음하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서로의 몸을 이미 아는 사이긴 하니까.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어딘가 화난 듯한 칼럼을 받는 건 많이 아프고 버거웠음.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면 안 아프다던가, 뭐 그런 멍청한 말을 했던 적도 있었는데. 사실 그 말이 정말 맞다고 지금까지도 계속 믿고 있긴 했지. 그렇게 만들어준 기억이 너무 소중했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아픈 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마음이 다 정리된 상태였단 뜻일까. 생각을 미처 다 끝내기도 전에 칼럼의 양손에 골반께가 단단히 붙들렸음. 조금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몇번의 추삽질로 아래가 다 뚫리는 동안 칼럼은 별 말이 없었기 때문에 오스틴은 손등에 입술을 묻고 참았음. 아파하는 티를 내면 마음을 들킬 것 같아서 그냥 묵묵히 받아내기만 했지.

"윽― 흐으...."

몸이 점점 더 거칠게 흔들릴수록 미처 손으로 막지 못한 신음이 새어나왔고 턱 아래에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라 겨우 무릎으로 버티고 있는 다리가 잔경련에 떨렸음. 하지만 오스틴이 울고 싶은 건 자신의 뒤에서 얼굴도 한번 보여주지 않은 채 말 한마디 없이 적선하듯 제게 드나드는 칼럼 때문이 아님. 이런 상황에도 결국은 제멋대로 날뛰던 몸이 안정되어간다는 걸 느끼는 자기 자신 때문이었지. 돈 주고 사는 것만도 못하도록 취급받으면서도 자신에게 한 자락 내려앉은 페로몬이 그립고 기뻐서 감응하고 마는 게 스스로 보아도 우스울 노릇이거든.

오스틴은 예전부터 이 깊은 체향을 칼럼의 존재만큼이나 좋아했어. 물론 그때는 훨씬 옅었고 몸을 아주 가까이 붙이고 껴안지 않으면 맡을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음. 푹 안겨서 목덜미 주변에 얼굴을 부비면 웃어주는 칼럼에게서 들리는 약한 심장고동 소리도 들을 수 있었으니까. 아마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을 거라고 믿었어. 칼럼 본인조차 자신은 베타니까 페로몬이 느껴질 리는 없지 않겠냐면서 웃고 말았으니. 그때의 오스틴은 순진하게도 생각했지. 그럼 앞으로도 키스할 때면 내 남자친구한테서 아주 좋은 냄새가 난다는 건 나밖에 모르겠지? 평생 나만 알고있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내 페로몬도 칼럼한테만 열어줄거니까....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했으니 지금 이런 꼴을 당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오스틴의 뒤에서 칼럼이 골반을 끌어당겨 아래를 더 가깝게 붙였음. 성기 뿌리까지 완전히 파고들었다는걸 알아챈 오스틴은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해서 얼굴 아래에 깔려있는 시트를 물고 신음을 막았음. 알파의 것을 끝까지 품었다는 걸 느끼자 어쩔 수 없이 밀려드는 절정에 발끝이 곱아들어가고 아래가 저절로 오므라들어 경련함. 진창이 된 안쪽이 경련으로 좁아져 안에 들어찬 칼럼이 것을 더 단단하게 느꼈지. 제대로 된 소리한번 내지 못하고 참아낸 오르가즘이 사그러들때 즈음 골반과 허벅지 사이를 아프도록 쥐고 있던 칼럼의 손이 떨어져나갔음.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끝난 행위에 우습게도 아쉬움을 느끼던 중 한순간 등 위로 단단하고 뜨거운 피부가 잠시 맞닿았고 목덜미 부근을 숨결이 한번 간질이는 통에 늘어지려던 오스틴의 정신이 불쑥 살아났음. 하지만 그 모든 게 환상이기라도 하다는 듯이 등 뒤의 체온은 휙 멀어졌고 칼럼이 오스틴의 안에서 빠져나감. 살이 끈적이는 소리와 칼럼의 탄성 같은 낮은 신음으로 오스틴은 칼럼이 자신의 밖에서 마지막으로 처리하는 중이라는 걸 눈치챔. 조금 전의 착각이 다시금 민망해졌지. 칼럼이 자신을 안아주기라도 하려는 줄 알았던 것이. 왜 여기까지 와서도 나는 칼럼이 나를 아껴줄 거라고 착각하는 걸까. 이제 그런 오만은 정말로 버릴 때가 되었는데 말이지.








칼럼은 별 말은 없었지만 간밤에는 오스틴의 열기가 떨어질 때까지는 몇 번 더 그 봉사에 가까운 행위에 어울려주었음. 지친 몸으로 쓰러질 때까지 내내 엎드린 채 칼럼을 받아내면서 오스틴은 아주 예전에는 칼럼과 이런 체위로 관계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걸 생각해냈음. 몸을 겹치고 있는 것 같지만 마음은 그때와 전혀 다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주 조금은 눈물이 났음. 시트에 얼굴을 묻고 있어서 칼럼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아도 되는 건 다행이었지.

오스틴은 호르몬이 안정되고는 본인도 기억을 못하는 시점에 잠에 들었다 일어났고 그때는 이미 날이 밝은지도 꽤 되는 시간이었음. 몸은 미열이 남아있었지만 전날밤에 비하면 히트는 거의 해소된 수준의 상태였고 집에 가서 약을 먹으면 오늘부터는 일도 짐깐 하고 올 정도는 될 것 같았음. 사이드 테이블에 올려진 시계를 보며 집으로 돌아간 이후의 하루 일과를 대강 정하고 몸을 일으킨 오스틴이 침대 아래에 버려져있을 옷을 찾고 있을 때 멀리 밖에서 벌컥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음. 반사적으로 이불을 끌어와 숨었던 오스틴은 발걸음이 자신이 있는 침실로 향하는 것을 들으면서 이불을 질질 끌고 내려와 바닥을 살피다가 등장한 칼럼의 얼굴에 동작을 멈췄음. 오스틴을 물끄러미 보던 칼럼이 "욕실 써도 돼. 옷은 갖다 줄게." 말한 뒤 오스틴이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등을 돌려 나감. 멀리 주방에서 믹서 돌아가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자 오스틴은 그제야 욕실로 향했음. 조금 부은 아래에서 간밤의 흔적도 빼내어 씻고 나왔을 때는 시트와 이불이 새것으로 바뀐 침대 위에 오스틴의 옷이 잘 개어진 채 있었음. 칼럼이 언제 일어났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스틴의 옷을 세탁까지 해두고 잠시 나갔다 온 모양이었음. 이런 챙김을 받는 것이 얼마나 오래되었더라. 생각하려다가 오스틴은 괜히 감상에 젖지 말자고 스스로 되뇌며 옷을 입음.

오스틴은 거실로 가는 복도를 걷는 동안 반쯤 마른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면서 최대한 정리함. 그래도 고맙다고는 해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목소리도 가다듬어 봄. 사실 어젯밤에는 소리를 별로 내지 않았기 때문에 목소리야 그대로일 걸 알지만 그냥 신경이 쓰였지. 아, 다음부터는 이런 일은 없게 하겠다는 얘기도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비어있는 거실을 지나 칼럼이 있을 주방으로 몸을 돌리면서 오스틴은 "어제는―" 하고 말을 꺼냈다가 우뚝 멈춰섰음. 주방 카운터 앞에 서있는 칼럼의 맞은편에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음. 앉아있는 뒷모습으로 알 수 있는 큰 키에 까만 머리카락, 목덜미나 팔 뒤쪽이 보기 좋게 그을린 채로 옆에는 커다란 캐리어를 두 개나 세워둔 그 사람이 며칠 전까지는 마드리드에 있었다는 칼럼의 애인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게 어렵지 않았음. 이제 보니 칼럼은 드물게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였음.

"뭐야 자기. 나 없는 동안 누구랑 했어?"

발랄하게 웃는 목소리와 맞지 않는 기이한 농담을 내뱉은 레이가 몸을 돌리고는 오스틴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림. 그러다가는 무언가 깨달은 듯이 작게 외침. "아, 포터리!" 하며 오스틴을 알아본 레이가 고개를 돌려 칼럼의 얼굴을 한번 다시 오스틴을 한번씩 더 번갈아 봄. 오스틴은 이 상황이 어떤 지저분한 치정으로 번질 것이라고 생각했지. 무조건 그런 사이는 절대 아니고 자신이 무작정 찾아온 거라고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려는 오스틴이었지만 각오와는 다르게 레이는 그냥 웃으면서 오스틴을 등지고 칼럼을 쳐다봄.

"에스코트나 부른 줄 알았더니 웬일로? 이래서 나 보자마자 표정이 그랬구나?"
"...그런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까."
"하여튼 내 애인, 너무 귀엽지. 뭘 긴장을 하고 그래. 나 없을 때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그랬잖아 내가."

산뜻한 말투로 이야기한 레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 너머로 몸을 기울여 칼럼에게 키스했고 두 연인이 짧게 입 맞추는 동안 오스틴은 그냥 제자리에, 아니 자신이 있어선 안될 것 같은 그곳에 못박혀 서있었음. 나 씻고 나서 좀 잘거니까 2시에 깨워줘, 그때 우리 마켓 가서 타코 먹자. 레이는 그리 말하며 칼럼의 볼을 한번 쓰다듬고는 캐리어를 끌고가면서 오스틴에게 눈짓으로 인사함. 오스틴과 지나치는 찰나에 "잘 가요." 하는 말을 덧븥이며 웃은 레이가 침실로 사라지는 동안 오스틴은 이게 무슨 상황인 걸까 멍하니 생각함. 설명이 필요해 칼럼을 쳐다봤다가 이내 먼저 고개를 돌렸음. 직감적으로 알았음. 이건 칼럼과 자신의 일이 아니고 그저 칼럼과 그의 연인 사이의 규칙과 약속 같은 것이라는 걸. 자신이라서 벌어진 일이 아니고 누가 어젯밤 칼럼의 침대에서 잠들었든지 같은 상황이 되었을 거라고. 그전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자신 같은 오메가가 칼럼의 주위에 이미 많았다면... 특별한 하룻밤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재차 알게 되었기 때문에 오스틴은 그냥 자리를 떠나기로 했음. 현관문을 닫으며 나올 때 등 뒤에서 칼럼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지만 뒤돌아볼 여유 같은 것이 없었음. 히트사이클의 잔열이 남은 몸보다 마음이 더 빨리 가라앉아버리는 기분이 들어.







칼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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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하나씩은 꼭 쓰려고 노력하는데 혐생이며 글재주며 안 따라주는게 너무 많아서 자꾸 늦게 오게 되네... 넘 미안 ( ᵕ ̯ ᵕ̩̩ )
그래도 생각해둔 내용의 한 80% 정도는 온 거 같아 힘내서 끝까지 꼬옥 쓸게...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우이...) 
2024.06.15 06: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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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부정당하고 상처받으면서도 칼럼에게 가고 싶어하는 오스틴이 넘 안쓰럽고ㅠㅠㅠㅠㅠㅠ 제발 칼럼아 오스틴의 이야기를 들어줘ㅜㅜㅜㅜㅠ 제발 대화해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눈물이 자꾸만 나ㅠㅠㅠㅠㅠㅠ
[Code: 9ce5]
2024.06.15 07: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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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 오셨네!!!! 칼럼이 먼저 혼자 공방 찾아가고 그런 거 보면 오스틴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은 것 같지는 않은데 ㅠㅠㅠ 얘들아 차근차근 대화를 해서 오해를 풀어 ㅠㅠㅠㅠ 둘 다 행복해졌으먄 좋겠다 ㅠㅠㅠ
[Code: 5fab]
2024.06.15 07: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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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센세만 내내 기다렸어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너무 재밌다...하
[Code: a186]
2024.06.15 08: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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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내가 이썰을 지금보다니.. 센세.. 시발 내가 현생 살아주고 센세가 글만쓰게해주고싶다ㅜㅜ 하 존나 마음아프고 미치겠는데 왜 그와중에 꼴리냐ㅜㅜㅜㅜㅜㅜ 8년간 변해버린 칼틴버 다시배맞는데 존나 자극적 ㅅㅂ...... 미쳤다진짜ㅜㅠㅠㅠㅠ 이썰 읽으면서 성인됨 오틴버 그 자기 애장품 얘기하는 유툽영상 속 모습 상상하고읽었음 칼럼은 그 네이비수트입고 화보찍은거...... 하ㅏㅏㅏㅏㅏ너무좋아요 선생님 제가 어깨주물러드릴게요ㅠㅜ
[Code: 4931]
2024.06.15 10: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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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틴버따라서 몸도 마음도 지치고 아픈 느낌이야ㅜㅜㅜ 난 다시 얘들 예쁘게 사랑하던 때로 돌아가서 재탕할 수 있는데 오스틴은 그냥 현재에 머물러야하네ㅜㅜ
[Code: f31d]
2024.06.15 13: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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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을 행복하게 보낼수 있게됐어 센세덕분에... 기분 별로였는데 너무 행복해졌다 와줘서 고마워ㅜㅠㅜㅜ 센세도 좋은 주말 보내세오ㅜㅜ
[Code: ce36]
2024.06.15 15:09
ㅇㅇ
센세가 왔다 센세가 왔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럼 버리면 되잖아 하는 칼럼은 오스틴이 안경을 어떤 마음으로 간직하고 있었는지 짐작했을까..ㅠㅠ 오스틴이 10대 시절에서 크게 변한 것 없이 아직도 제자리걸음하듯 살아가고 있다는 거 그동안 몇번 보면서 은근하게 눈치챘을거 같기도 하고..(˘̩̩̩ㅡ˘̩ƪ) 그러니까 안경 버리고 나오는 애 복잡한 표정으로 보고 붙잡아서 모진 말 한거 아니냐 칼럼아 대답해 보렴.. 오스틴이 칼럼과의 시간을 얼마나 소중히 했고 또 얼마나 자기를 기다렸는지 칼럼도 알아야 할텐데 흑흑.. 너무 안타깝고 꼴려..ㅜㅜㅜㅜㅜㅜ
[Code: dd4c]
2024.06.15 15:33
ㅇㅇ
칼럼이 처음으로 오스틴한테 화내서 페로몬에 떠는거 진짜 어떡하지???? 오스틴이 난생 처음 느껴본 두려움이 곧 칼럼이 자기한테 가지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는거 개꼴려요 센세.. 다시 잘되기를 바랐다는 솔직한 마음이 또 오스틴 스스로에게도 아프고 비참한 깨달음이 돼 버린거 그래서 결국 칼럼한테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한게ㅜㅜ.. 오스틴한테는 사랑이 거의 자해가 돼버린거 같다고ㅠㅠㅠㅠㅠㅠㅠ 머리속에 떠오르는 얼굴조차 다정한 웃는 얼굴의 칼럼에서 화를 내는 칼럼으로 바뀐거나 트레일러 안에서 서로를 너무 좋아해서 생긴 기적이라고 확신하던 과거를 생각한 뒤에 찾아간 칼럼네 집에서는 엎드린 채 소리도 안내고 박히면서 이젠 마음이 정리돼서 아픈걸까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하아..༼;´༎ຶ ۝༎ຶ`༽
[Code: dd4c]
2024.06.15 15:56
ㅇㅇ
휴 근데 칼럼이 오스틴한테 남의 인생 헤집어놓는다고 한거 사실상 현재진행형으로 헤집히고 있다는 인정의 발언이잖아.. 칼럼이 진짜 마음이 없었다면 애초에 오스틴을 집에 들이지도 않고 어딘가 화난거 숨기지도 못하고 하다가 오스틴 등 위로 몸을 붙였다 숨결을 뱉지도 않았겠지 내 말 맞지 칼럼아 대답해 보렴.. 하 짜릿해 그건 그렇고 칼럼이랑 레이랑 오픈 릴레이션십 뭐 그런건가 세상에.. 솔직히 둘이 잘때 레이 와서 들키면 어쩌지 싶었는데 저런 산뜻한 반응이라니.. 오스틴 흔하디 흔한 오메가가 되기로 마음 먹었으면서 막상 레이 반응에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을거라고 짐작하면서 마음 가라앉아가지고 이름 부르는 칼럼도 뒤로 하고 나오는거 진짜 아!!!!! 몸은 나아졌지만 마음에는 또 상처 하나를 적립한거 같고 너무 좋다 하아 센세.. 내 센세 최고의 센세..
[Code: dd4c]
2024.06.15 16: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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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칼럼한테는 레이가 있어서 셋 관계가 더 악화되고 그게 오스틴을 더 몰아붙이게 될까봐 걱정했는데 레이의 산뜻한 반응에 ????<<<이상태됨ㅋㅋㅋ 얼굴도 모르는 레이한테 반하는게 가능합니까?? 예...! 개쿨해 미친;;ㅋㅋㅋ 먼가 저런 오픈릴레이션십 관계라서 칼럼이랑 레이가 오래 사귈수있었던가싶기도 하고.. 서로에게 얽매이지 않으니까ㅇㅇ 근데 궁예지만 칼럼은 레이가 딴사람이랑 자도 별 생각 없었지만 칼럼 스스로는 레이말고 딴사람 데려온적 없었을거같다. 오스틴이 처음 아니었으려나.. 그러니까 레이가 저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거같고ㅋㅋ
[Code: 7e99]
2024.06.15 16: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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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씹탑알파인거 맞는데 먼가 레이 손안에서 노는거같아서 커엽ㅋㅋ 암튼 그와중에 오스틴은 상황 다르게 이해하고 칼럼 부르는 소리에도 그냥 가버린거 존맛포인트조🤭
계속 마음 아파하는 오스틴만 봐서 나도 덩달아 맴아프고 안타깝고 그랬는데.. 물론 아직 둘 오해가 풀린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진전과 변화가 있어서 약간 희망이 보인다🥹 내내 칼럼한테 저자세였던 오스틴이 약간 성깔?부리는 것도 자기의견 자기감정 보이는거 같아서 존좋이고 크아아
[Code: 7e99]
2024.06.15 20: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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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내센세잖아 ༼;´༎ຶ ۝ ༎ຶ༽ 내센세가 왔잖아 ༼;´༎ຶ ۝ ༎ຶ༽
[Code: 8966]
2024.06.15 22: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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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트 때 레이 없으면 에스코트 부르는 정도 밖에 안했을거 같고 사귀는내내 일반인오메가를 침실로 끌어들인게 처음이라 레이 좀 생각에 빠질 것 같습니다
[Code: d9c9]
2024.06.15 22: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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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미친미친 내 센세잖아!!!!! 진짜 좋아서 아껴읽음 센세 기다릴게 얼른 돌아와줘
[Code: 050c]
2024.06.15 23: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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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9화 보고 왔는데 왜 내 가슴이 찢어지냐 분명 한시도 안 떨어지고 달달떡 치던 시절이 있었는데ㅠㅠㅠㅠ 얼른 오해 풀고 뭐 어떻게든 해결해보자 정신차려 얘들아
[Code: 6eb1]
2024.06.15 23: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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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존나 반했습니다 청혼 받아주세요 칼럼오틴버는 뭐 알아서 겨론하시고;;
[Code: 0dc6]
2024.06.16 04: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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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센세 진짜 천재 ..정말 섬세하다 ㅠㅠㅠ
[Code: 338f]
2024.06.16 04: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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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ㅜㅜ하 극락이다 너무재밌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b5f]
2024.06.16 09: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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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센세오셨다 센세 진짜 천재야.. 오스틴 생각 표현하는데 문장이 하나하나 섬세해서 더 몰입되고 ㅠㅠㅠㅠ마음이 찢겨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칼럼 무슨 마음인지 ㅈㄴ궁금해 못잊은거 맞잖아악 그렇다고 말해ㅠㅠㅠㅠㅠㅠㅠ너무 좋아 ㅠㅠㅠㅠㅠ다시 정독하러 간다
[Code: 22cb]
2024.06.16 16: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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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Code: 1b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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