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 사고 없음






아이스맨의 일방적인 시비로 시작한 다툼이긴 했지만, 매버릭의 만만치 않은 반격도 꽤 볼만한 볼거리였다. 펍에서 1차, 강의실에서 2차전을 마친 두 사람이 정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자 각자의 리오들은 두 사람에게 붙어 물을 건네고, 어깨를 털어주고, 어깨동무를 해주었다. 그들을 지켜보던 탑건 86기는 유별난 이 싸움이 언제까지 갈지 소소한 내기를 하기로 했다. 아이스맨이 수석을 할 거란 쪽과, 매버릭이 수석을 빼앗을 거란 쪽 모두 팽팽히 맞선 가운데 유일하게 울프맨만 다른 쪽을 선택했다.



멍청한 놈들, 저 눈깔을 보면 모르겠냐? 저건...




아무튼, 내기엔 참가하긴 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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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이 끝나고 내려온 매버릭이 고개를 마구 털며 라커로 들어왔다. 구스는 곧바로 샤워장으로 직행했으니 라커룸엔 온전히 매버릭 뿐이었다. 아이스맨은 매버릭이 들어오는 걸 빤히 쳐다보면서도, 슬라이더와의 대화를 멈추진 않았다. 매버릭은 뒤를 돌아 묵묵히 비행수트를 벗고,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 아직 비행 중인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세 사람 말고 다른 이는 보이지 않았다.



"...해."
"응, 나 먼저 나가있을게."



슬라이더가 매버릭을 한 번, 아이스맨을 한 번 더 훑은 후에 밖으로 나갔다. 아이스맨은 달려들 매버릭을 고려해 한 발 더 떨어진 거리에서 입을 열었다.



"매버릭, 점수가 중요하면 룰을 지켜."
"....."
"네가 안 지켜서 구스가 피해보는 건 생각 안 해?"



이 새끼 안 듣나? 매버릭이 반응을 하지 않자 아이스맨이 주먹을 꽉 쥐었다 폈다. 한숨을 푹 쉰 아이스맨은 가까이 다가가 매버릭의 어깨를 잡았고 그의 몸을 한 번에 돌렸다. 손쉽게 돌려진 매버릭은 파드득, 황급히 팔로 얼굴을 가리긴 했지만 평소처럼 으르렁거렸다.



"씨발, 대답 안 하면 그냥 넘어가지?"
"네가 좆될 뻔했던 건? 까딱했으면 너네 기체가 뒤집어져서 추락할 수도 있었던 건?? 너 진짜..."
"안 뒤집어졌지? 살아 돌아왔고. 내가 급하게 왼쪽으로 기체를 돌리지 않았으면 너네 기체가 위험했어. 내가 온전히 널 구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고맙다고나 하지?"



어딘가 빨개진 얼굴의 매버릭은 빈정거리면서도 정작 아이스맨의 눈을 마주하진 못했다. 그걸 알아차린 아이스맨은 큰 몸을 부풀리고 어깨를 살짝 내려 매버릭의 코 앞에 제 얼굴을 들이댔다.



"야, 어딜 봐?"
"......"
"아까 그 비행이 날 살린 거라고? 아니, 그건 너와 구스를 죽이려고 한 거야. 그러니 고마워할 게 아니지. 난 네가 싫어도 죽길 바라진 않거든."
"......그러면 꺼져."
"매버릭,"



아이스맨은 제 몸을 물리고 이에서 딱, 소리를 내며 위협을 가했다. 그리고 매버릭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다시 말을 이었다.



"내 심기를 건드리고 싶으면 목숨 붙여놔. 난 죽으려는 파일럿과는 경쟁 안 해."




매버릭의 마지막 대답은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 아이스맨이 지 말만 마치고 라커룸을 벗어났다. 매버릭은 그제서야 제 라커에 등을 붙이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도저히 서있을 수 없었다.



"씨발... 개새끼, 잘생겼어."






아이스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