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4915936
view 3385
2024.05.24 21:26
천재 예술가가 나에게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게 로맨틱하지 않은가? 예술책에 나온 수많은 뮤즈들을 보며 나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지길 바랐었다.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나는 우연히 운명의 남자를 만났다. 같은 사과를 동시에 집으려던 사람이 누구나 다 아는 음악가라니! 당시엔 몰랐지만 나중에 그가 낸 음반을 듣고 그가 첫 눈에 나에게 반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수줍게 명함을 내밀며 연락해달라 말했고 나는 흔쾌히 그러겠다 답했다.

처음에는 평범한 연애 같았다. 우리의 데이트가 하나의 곡으로 탄생하고, 자연스럽게 집을 합치고, 밤을 새워 그의 음악을 모니터링해주는 건 벅찰 정도로 짜릿했다. 하지만 천재와 광기는 하나라고 했던가. 그의 불안한 심리상태가 조금씩 드러났다. 악상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피가 날 정도로 벽에 머리를 박은 그를 치료해줄 때 떠났어야 했다. 혹시나 나를 해치진 않을까 속으로 두려워하던 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는 절대 나에게 손댈 일 없을 거라 말했다. 뭐,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는 내가 질린 기색을 보이면 스스로에게 손을 대 나를 압박했으니까. 절대 날 때리진 않았지만 나에게 상처 주는 건 거리낌없었다. 앨범에 지우고 싶은 기억이 고스란히 기록되는 것도, 수상소감에 나를 언급하는 것도 소름끼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클럽을 쏘다니며 스트레스를 풀어줄 하루짜리 남자를 찾아다녔다. 대부분의 남자는 뇌가 거기 달려있어 나의 유혹을 뿌리치지 않았고 나는 그들의 단물을 기꺼이 빨아먹었다. 새벽에 눈을 떠 호텔을 빠져나가는 데 익숙해질 무렵, 특이한 남자를 만났다. 숙맥인지 선수인지 감이 안 잡히는 남자는 잔을 들고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있었다.

재생다운로드Tumblr_l_290890888834501.gif

난 그의 옆으로 다가가 가벼운 말을 주고받다가 그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그는 침대에 누워 내 키스를 받아주다가 나를 부드럽게 밀어냈다.

"왜 이렇게 울상이에요, 나 슬픈 사람이랑 안 자는데."

"나 멀쩡해요."

그는 눈을 낮게 깔고 웃다가 내 팔을 당겨 눕히고 팔을 둘렀다.

"오늘은 그냥 자요. 내가 재워줄게요."

"....그럴 거면 나가요."

"아이, 나 갈 데 없어요. 하루만 재워줘요."

재워준다는 건지, 재워달라는 건지. 남자는 날 끌어안으며 애교를 부렸다. 오랜만에 아무 의도 없이 안긴 품이 퍽 따뜻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남자는 이미 사라졌고 침대 테이블 위에 쪽지 하나만 놓여있었다.

'지난 밤은 고마웠어요. 또 재워주고 싶으면 연락해요.'

그리고 그의 전화번호. 나는 주머니에 쪽지를 구겨넣고 우울한 연인이 있는 집으로 향했다. 연인은 작업을 하는지 대답이 없었고, 나는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욕실로 들어갔다.

스펀지에 좋아하는 바디워시를 뿌려 문지르머 지난 밤의 남자를 생각했다. 아무 일도 없었지만 그 누구보다 자극적이었던 남자. 오늘 전화를 해도 받아줄까?

콧노래를 부르며 욕실을 나오니 연인이 남자의 쪽지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생다운로드335abd620baa5bf542d153b9c20cab6d.gif




"프레디, 그게..."

"이제 그만하고 싶은 거야?"

".........."

".....알겠어."

그는 날 잡지 않고 쿨하게 돌아섰다. 짐 정리는 천천히 해도 된다면서. 나는 정 든 집을 마지막으로 둘러보며 조금씩 물건을 챙겼다.






그 날 저녁 나는 도통 보이지 않는 그를 찾으러 방문을 하나씩 열다 숨을 헉 들이켰다. 쓰러진 그 옆으로 텅 빈 수면제 통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는 병원에서 위세척을 한 뒤 지쳐 잠들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던 나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았다. 사실 그가 이 모든 걸 계산했다는 건 알고 있다. 상표가 정확하게 보이도록 놓인 약통, 연출된 것처럼 예뻤던 그의 자세..... 그리고 예전에 그가 지나가듯 한 말.


"요즘 약은 한꺼번에 먹어도 안 죽는대. 그러니까 멋 모르고 다 먹으면 그냥 위만 깨끗해지는 거야."







나는 병원 의자에 털썩 앉아 그 남자 품에 안겨 잠드는 상상을 했다.




프레디폭스너붕붕 프레디여우너붕붕
닉갈너붕붕
2024.05.25 00:04
ㅇㅇ
모바일
피폐물 최고야 센세
[Code: b16a]
2024.05.25 03:48
ㅇㅇ
모바일
음기 넘치는 예술가들 이건 대작의 시작...!
[Code: 3935]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