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터레인지 ㅇㅅㅍ?
갑자기 프란이한테 잘해주면 좋겠다 레트가 구멍에 빠졌다가 돌아온건 실제 시간으로 반나절도 안 되는거라 다른 가족들은 레트가 사라졌다는 사실도 모르는데 늘 레트 졸졸 쫓아다니는 프란이만 걱정돼서 농장 여기저기 찾아헤매다가 저멀리 얼빠진 얼굴로 걸어오고 있는 레트랑 딱 마주침 프란이가 후다닥 레트 안으면서 무슨 일 있었냐고 걱정했다고 일단 자기 차에 태우겠지 레트는 로열아부지 닮아서 자기가 어디를 다녀왔는지 무슨일이 있었는지 입꾹닫하고 말 안해주는데 대신 프란이를 보는 눈빛이 몬가.. 몬가 묘하게 달라짐
원래 프란이가 레트 걱정하거나 보살펴주려고 하면 눈 매섭게 뜨면서 탁 쳐내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순순히 품에 안기고 안전벨트를 채워줘도 가만히 있고 심지어 프란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기까지 하니까 진짜 뭔일 있었나 싶을거임
"왜요? 내가 오늘따라 너무 잘생겼어요?"
그래서 분위기 풀려고 먼저 농담던지는 프란이임 이쯤되면 그만하라거나 꺼지라고 f워드가 담긴 대답이 돌아올법도 한데 이상하게 옆자리에 앉은 레트가 계속 조용함 그래서 슬쩍 옆을 봤더니
"...응"
레트가 얼굴을 붉히면서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길래 이번엔 프란이가 진짜로 당황해버림
그리고 알고보니 레트가 그 구멍에 빠진 사이 15년 후 미래를 보고 온거면 좋겠다 거기서 미래의 프란이를 만난거임 깜짝 놀란 레트가 30대가 된 프란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까
"왜요? 15년 후의 내가 너무 잘생겨서 후회돼요?"
이래버리는거임 레트가 무슨 소린지 바로 못알아들어서 벙쪄있으니까 계속 먼 곳만 바라보던 프란이가 처음으로 레트 눈 똑바로 보면서 "난 여전히 혼자에요 더 좋은 사람 만나라고 했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레트만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더라구요" 하겠지 그제서야 자기가 맨날 프란이를 거절할때 하던 멘트가 생각날거임 니가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더 좋은 사람 만나라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지금 거절해준걸 고마워 할거라고..
그런데 시간이 이렇게 흘러도 고마워하기는 커녕 눈물많아도 그만큼 웃음도 많던 프란이의 얼굴에 묘하게 그림자가 져서 애수와 슬픔이 어린걸 보면서 레트는 복잡한 마음이 들거같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할 생각은 아니지만 너무 잘생기고 핫해서 내가 그때 왜 밀어냈지 진짜 후회도 되는 레트였으면
그리고 여차저차 다시 현재로 돌아와 프란이를 딱 마주치니까 이제 이 애를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볼 수가 없는 레트임 항상 밀어내도 오뚝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일어서는 줄만 알았는데 레트 기분을 풀어주려고 내가 그렇게 잘생겼냐고 농담을 하는 와중에도 미세하게 떨리는 입과 상처받을 준비하는 눈빛이 이제서야 레트 눈에도 들어올거임 내가 그동안 얼마나 잔인하게 굴었던걸까.. 뒤늦게 깨달은 레트가 굳게 결심한 얼굴로 입을 열겠지
"우리 내일 데이트할까?"
데이트라고 별건 없었음 같이 차를 타고 읍내로 나가서 다이너에서 밥을 먹고 펍에서 술도 한잔 하고 기분이 동하면 그 이상도 할 수 있겠지 물론 이 애와 첫날밤을 싸구려모텔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아 이건 너무 나갔나 싶어서 살짝 머쓱해진 레트가 도착하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내리는데 그 뒤통수에 대고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올게요!" 하며 밝게 외치는 프란이의 목소리가 들림 이대로 그냥 무시하고 가버리면 프란이가 또 상처받을까봐 작별인사라도 하려고 슬쩍 돌아보는데
"레트,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후회없는 하루를 만들어줄게요"
이렇게 말해버려서 레트 자기도 모르게 차오르는 눈물 감추느라 혼났을듯
"그땐 나도 레트도 너무 어렸잖아요 이제 돌아가면 놓치지 말아요"
미래의 프란이와 헤어지기 직전 자신을 보면서 웃어주던 얼굴이 떠올랐거든
그리고 다음날의 데이트를 기점으로 프란이의 짝사랑은 끝이 났음 그래서 레트 없이 홀로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던 미래는 사라지고 레트 곁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미래로 바뀌게 됨 이 사실을 프란이는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다
프란레트
행맨밥
파월풀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