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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봐도 되는 전편







"메이저? 여긴 무슨 일로.. 잠깐만요 비서한테 오늘 오후 일정 다 취소하라고 할게요"



마크는 메이저를 보자마자 환한 얼굴로 반기며 하던 일을 내려놓고 외투를 챙겨들었음 요근래 회사일이 바빠서 퇴근이 늦었더니 직접 회사까지 찾아온 메이저의 모습에 오늘은 일을 조금 미루더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
 

"아 무슨 소리에요 마크 이렇게 바쁜 시기에 사장부터 솔선수범해야죠 나도 도우러 온거에요"




문을 나서려다 허우적거리는 메이저의 손에 다시 뒤로 떠밀린 마크는 두 귀로 듣고도 믿기지 않는 메이저의 발언에 눈만 껌뻑거렸음 '메이저가 도와..? 뭘? 설마 회사 일을?' 마크가 그러거나 말거나 의기양양하게 팔짱까지 끼고서 자신이 구상해온 '🐹메쟈표 내조 플랜💘'을 설명하기 시작하는 메이저였음 그러니까 마크의 일을 샤샤샥 분담해서 재빠르게 처리하고 멋지게 완성한 뒤 칼퇴를 한다!가 요지였겠지 어떻게 재빨리 처리하고 멋지게 완성할지 알맹이는 없었음 햄메쟈는 그런거까지 생각모태...








"이래봐도 나 대학도 나왔고 소령출신이에요 이정도 고급인력을 알바로 쓰는건 일종의 가족찬스라고 할 수 있죠!"







'얼레벌레 소령이잖아요.. 그마저도 일하기 싫다고 전역한 사람이...'





당당하게 자신의 고스펙을 늘어놓는 메이저 앞에서 마크는 많은 말을 속으로 삼켜야했음 그래 바쁠땐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고 하는데 햄스터 손이라고 못 빌릴건 뭐겠음 내조놀이가 하고 싶은가본데 대충 중요하거나 핵심적인 업무가 아니면서 생각없이 반복할 수 있는 일을 아주 조금만 넘겨줘야겠다 생각한 마크가 파쇄하려고 모아둔 종이뭉치를 메이저에게 내밀며 타이핑을 부탁하는데








"이거요? 껌이죠 나 군에 있을때 1분에 300타 치던 사람이에요"







'1분에 300타.. 그걸 어따 써먹어... 그리고 뭐? 타자기?'





난이도제로라고 생각했던 일마저 메이저에겐 큰 도전일 수 있겠다는 말 역시 속으로 꾹 삼켜내는 마크였음








"메이저 요즘은 타자기를 쓰지않아요 컴퓨터라는게 있답니다 지금은 2024년이에요"







"뭐라구요? 힝.."

 

갑자기 연도 인지부조화가 온 메이저는 힘없이 햄메쟈로 푱 변하고 말았음

그럼 나는 뭘 도울 수 있냐고 두리번 거리는 햄메쟈에게 옆에서 귀엽게 앉아있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마크였음 그래서 마크의 컴퓨터책상 앞에 앉아 잘생긴 얼굴을 빠안히 감상하고 틈틈이 눈이 마주치면 깜찍하게 고개 한번 갸웃? 해주는 메이저와 그런 메이저를 세상 행복한 얼굴로 바라보며 둥근 코끝을 콕 한번 건들고는 다시 일에 집중하는 마크였음 








 

그러나 메이저가 암만 귀여워봤자 진짜로 마크의 일을 줄이는 데에 도움은 안 될테니까 어느새 회사일에 집중한 마크가 메이저를 쳐다보는 빈도는 눈에 띄게 줄었고 햄메쟈만 하염없이 그런 마크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음 본업에 집중하는 남자 섹시해..! 그치만 심심해... 그치만 할일 팽개치고 놀러가는 남자는 광공이 아니라 그냥 광인이야.. 그치만 내가 이렇게 귀여운데 눈길 한번 안 주고... (›´-`‹ )



그래도 이 시간쯤이면 마크도 조금은 졸리고 지루할테니 쟈근 이벤트를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햄메쟈가 조심히 몸을 움직였음 여전히 화면에 집중해있던 마크는 그 움직임을 알아채지 못했고 갑자기 작업중이던 화면에서 마우스의 커서가 움직이지 않아 짜증난 얼굴로 마우스를 확인하는데


 





"뿁"





언제 바뀐건지 마우스가 아니라 햄메쟈가 마크의 손 안에 안성맞춤으로 들어앉아 있었겠지 하마터면 햄메쟈를 마우스인줄 알고 쾅쾅 내려칠뻔했다는 생각에 마크는 등골이 오싹해졌음 마크의 속도 모르고 메이저는 헤헿거리며 웃고 있었고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내 사랑, 많이 심심한가요? 그만 퇴근준비를 할게요" 하는 마크에게 메이저는 또 한번 손사래를 치며 자기는 신경쓰지 말고 계속 일을 하라며 자리로 돌아갔음








"커어...."




그리고 지금 이 상태임

뜨끈한 열기가 올라오는 노트북 위에서 노곤노곤해진 햄메쟈는 그대로 쿨쿨 잠들고 말았음 딱히 한것도 없으면서 뭐가 그렇게 고단했는지 코까지 고는 모습에 시선을 뺏기지 않기는 어려웠겠지 일을 하라는건지 말라는거지.. 그러다 침까지 흘리는 햄메쟈를 보다못해 마크는 이른 퇴근을 결정했음 메이저가 깨면 또 일 하라고 자기가 도와준다고 퇴근을 방해할게 뻔하니 깨지않도록 살금살금 손바닥에 안아들고 직원들에게도 오늘은 모두 일찍 들어가보라는 지시를 내린 후 대기되어있는 차에 올라탔음








"어어...? 우리 왜 차를 타고 있어요? 마크 일은요?"







"메이저덕분에 전 직원이 일찍 퇴근할 수 있었어요 다들 고맙대요"







"정말요? 제덕분에 업무효율이 올라간건가요? 도움이 되었다니 기뻐요"





메이저는 자신의 내조플랜이 완벽하게 성공한것 같아 뿌듯했음 그럼 앞으로도 종종 회사에 나와서 일을 돕겠다고 말하자 마크가 당분간은 집에서 내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다며 메이저를 말렸음 집안일은 다 사용인들이 하고 자기는 딱히 하는 것도 없는데... 싶었던 메이저는 '히히 몰래 또 쳐들어가야지' 라고 혼자 맘먹었음 그러나 저택에 돌아가자마자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메이저만 할 수 있는 일, 심지어 퇴근없이 밤새도록 철야근무를 하고 다음 날 눈뜨기도 힘들 정도의 내조를 하고 나자 당분간 회사에 나가는건 힘들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크메이저
파월풀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