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바로 철학과 신입생 벤인게 ㅂㄱㅅㄷ






학부를 조기졸업하고 석박사 앨리트코스까지 착착 밟은 게리교수님은 30대초반의 나이로 철학과 교수자리에 올랐음 공부만 한것치곤 수상하게 빵빵한 몸을 항상 펑퍼짐한 너드셔츠로 가리고 다니니까 딱히 다가오는 사람도 없었고 매일 마주치는 거라곤 말할줄 아는 감자나 다름없는 학부생들뿐이니까 게리교수님도 수업에만 집중하면서 유일하게 애정을 주는 존재는 기르는 야옹이들뿐인 그런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었겠지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맡게 된 철학개론 수업을 위해 강의실로 들어서는데 그 순간 게리교수님의 눈을 확 사로잡는 한 학생이 있으면 좋겠다 캣펄슨인 게리교수님의 취향을 단번에 저격하는 고양이를 닮은 앙큼깜찍보이가 강의실 저쪽 한구석에 나른하게 앉아있는거였음 당장 다가가서 이름을 묻고 막내고양이로 냥줍하고 싶은걸 꾹 참은 게리교수님은 A부터 알파벳 순서로 적힌 출석부를 찬찬히 부르겠지 그리고 생각보다 꽤 빨리 그 학생의 이름이 벤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자 그 뒤로는 흥미가 싹 식어서 첫날부터 출석부르는건 재미가 없으니 이쯤하겠다며 얼렁뚱땅 넘어가버림 저기 교수님.. 사심이 너무 보이는 것이.. 

그래놓고 간단한 오리엔테이션만 한다면서 새학기 첫 수업부터 2시간을 꽉 채워버릴듯 원망가득한 학생들의 눈빛은 모르겠고 그저 칠판을 바라보기만 하는건데도 어딘가 묘하게 처연하고 청순하면서 색기까지 흐르는 벤학생에게만 집중한 게리교수님이었음 아 너무 티나게 한 학생만 보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어느새 눈길은 창가쪽에 앉은 벤에게로 자꾸 향하고.. 그런데 마찬가지로 벤도 동그랗고 푸른 눈을 반짝이며 교수님을 뜨겁게 바라보고 있었음 눈이 살짝 마주치는 순간 마치 전기가 통한것 같다는 착각까지 들며 게리교수님의 마음은 미친듯이 울렁거리기 시작했음 이런 감정은 35년 평생 처음이겠지











결국 혼자 벅차버린 철학덕후 아닌 철학과 교수님 게리는 쉬는 시간도 없이 넘치도록 꽉꽉 채운 ✌간단한 O.T✌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질문있는 사람?" 이라고 좌중을 둘러보는데 역시나 시선의 끝은 벤 한 사람에게 향함 그리고 게리교수님을 바라보는 벤의 표정은 동그랗게 입을 벌린채 뭔가에 압도된듯한 모습이었겠지 '됐어! 찢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프로페셔널하고 뇌섹남적인 모습을 어필했다며 만족한 게리교수님은 교단 아래로 몰래 주먹을 불끈 쥐어보며 드디어 볼모로 잡혀있던 학생들을 내보내줌

그리고 학생들이 순식간에 우르르 떠나간 강의실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서는 게리교수님 앞에 수줍은 얼굴로 게리교수님을 기다리고 있는 벤학생이 보임 게리가 천천히 다가가자 베시시 웃으면서 "저.. 교수님께 여쭤볼게 있어요" 하는데 게리교수님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올만큼 두근거릴거같다 게리는 이번 학기 동안 천천히 다가갈 생각이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정말 당돌하고 빠르구나 싶어서 속으로 MZ 최고!! 따봉백개!! 외치는데 겉으로는 젠틀하고 유능한 30대'미혼'교수의 여유로움을 유지하려 노력함 매끈하게 비어있는 왼손 약지도 일부러 잘 보이게 흔들어주고..









"얼마든지요 이름이 벤.. 맞죠? 뭐든지 물어봐요"





벤은 오늘 처음 만난 교수가 자기 이름을 외우고 있자 살짝 놀란 눈치였지만 동그랗게 뜬 눈마저 아기고양이처럼 귀여워서 게리는 발을 동동 구르고 싶어졌음 잠시 망설이던 벤이 붉어진 얼굴로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데 








"저.. 철학개론 수업 드랍해도 되나요?"







여서 오늘 게리교수님 세상이 무너질듯ㅋㅋㅋㅋㅋㅋㅋㅋ






열정부자 게리교수님의 첫수업 듣자마자 질려서 전필과목 드랍하고 싶어진 벤학생... 그래도 게리교수님이 일단 자기 연구실가서 얘기하자면서 동구란 신입생 이케저케 온몸으로 꼬셔가지고 하루만에 박사무새 만드는것도 보고싶은데 누가 써주라 릷릷릷






게리벤
파월풀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