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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22:42
전편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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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베스트 프렌드?"
"와, 네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니까 더 별로야."
"아니... 네가 먼저 알려줬잖아..."


꽤나 사나운 눈빛으로 칼럼을 노려보는 오스틴을 보며 칼럼이 기가 죽으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허니에게 억지나 다름없게 자신도 쇼핑에 따라가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오스틴은 이내 식당에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던 칼럼의 팔을 끌고 학교 구석으로 가 방금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한참 설명을 한 오스틴은 제 머리를 양 손으로 쥐어뜯었다.

사실 무슨 정신으로 허니에게 자신 또한 간다고 말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쇼핑? 오스틴은 누군가가 그에게 패션에 대해 관심이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딱히 대답할 것이 없었다. 딱 이 나잇대 남학생들이 패션에 대해 관심이 있는 정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마 미쳤던 게 분명했다. 허니가 쥐고 있던 그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던 단어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어떻게든 이 말도 안 되는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오스틴의 눈물 나는 의지 때문에 이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야 그래도 좋게 생각하면 허니가 널 '베스트 프렌드'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인 거 아니야?"
"..."
"뭐... 앞에 원하지 않은 호칭이 들어가긴 했다만..."


한참 고민의 수렁 속으로 빠지고 있던 오스틴의 정신을 끄집어 낸 것은 다름 아닌 칼럼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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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응, 일단 허니가 널 꽤나 아끼는 친구로 생각한다는 거...잖아?"
"..."
"야, 가능성 있어."


그 말과 함께 칼럼이 오스틴의 등을 몇 번 팡팡 쳤다. 

그런가...? 오스틴은 사실 뭐가 맞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허니와 친구라는 관계가 싫은가? 물론 그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스틴은 그 이상을 원했다. 서로를 연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의 안에 들어가고 싶었단 말이다.

하지만 만약 이 '친구'라는 카테고리가 그 '연인'으로 넘어가기 위한 단계라면?

그렇게 따지면 또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25.


"아 진짜 이게 맞냐고!"
[야 허니 비, 귀 아파.]


그 날 오후, 허니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휴대폰을 붙들고 미아에게 전화해서 아까 학교에서 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뭐 어때, 게이 베스트 프렌드로 데려가자니까?]
"아니 미아, 네가 기억해야하는게 오스틴은 '게이'는 맞아도 내 '베스트 프렌드'는 아니야."


허니가 단호하게 말했다. 걔랑 나랑 애초에 친구도 아닌데 무슨 베스트 프렌드야! 미아에게 소리를 지르는 와중에도 허니는 최근에 자신이 배리와 나눴던 대화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그래, 허니와 오스틴은 불과 약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복도에서 서로를 마주쳐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오늘같이 인사를 한 것은 아주 큰 예외였단 말이다. 그리고 허니는 오늘의 인사 마저도 오스틴과 자신이 친해졌다기 보다는 그저 복도에 다른 사람들이 없어서 한 행동일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오스틴과 함께 쇼핑을? 그것도 다른 옷도 아닌 홈커밍 파티 드레스를? 허니는 이게 과연 맞는 일인지 아직도 확실하지 않았다. 괜히 멀쩡한 게이 애를 데리고 가서 놀림거리로 만드는 것 같은 죄책감도 조금 밀려왔다.


[허니, 좋게 생각해. 어떻게 보면 이게 기회일 수도 있어.]
"뭔 기회야 또..."
[걔가 진짜 디나이얼이든 뭐든 게이면, 네 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고 좀 마음이 식지 않겠어?]


미아의 말에 허니가 자신도 모르게 '어?' 하고 대답했다.


[그럴 거 아니야. 진짜 게이이고 네가 멋있어서 좋다며. 그럼 예쁜 모습 보여주면 걔도 이제 관심이 사라지겠지.]
"그런가...?"


허니는 자신이 미아의 말에 설득을 당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 어쩌면 미아의 말대로 이게 기회일 수도 있었다. 오스틴의 마음을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좋은 기회. 그리고 허니도, 미아도, 심지어 배리까지도 모두 알고 있었다. 오스틴은 허니가 여자였지만 사회가 말하는 '여성스러운' 여자가 아니기에 좋아한다. 그렇다면 허니가 '여성스럽게' 변한다면...?


[아예 이번에 가서 가슴 이렇게 파인 옷이라도 몇 개 피팅해보든가. 걔가 놀라서 도망갈지 누가 알아?]


그리고 이어지는 미아의 말에 허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오스틴이 만약 진짜 디나이얼 게이라면 오히려 이 쇼핑이 그에게 있어 눈을 뜨게 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허니는 더 이상 게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걱정 따위 떨쳐버려도 됐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진 허니는 이내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건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였다.


26.


주말은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허니, 미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스틴까지 나란히 허니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타고서는 다같이 쇼핑센터로 향했다.

오스틴을 두번째 픽업을 했다고, 허니는 벌써 그의 동네가 익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주말의 오스틴이 힘을 주고 나온 그 옷차림이나 머리 스타일까지도. 오늘도 잘생기긴 참 더럽게 잘생겼네... 따위의 생각이나 하며 허니는 핸들을 꺾을 뿐이었다.


27.


"허니, 나 배 고프니까 우리 점심부터 먹고 둘러보자."
"난 좋아."
"그럼 우리가 먼저 올라가서 식당 자리 잡고 있을게, 넌 파킹 하고 와 알겠지?"


쇼핑센터에 도착하자, 미아는 허니에게 점심부터 먹고 쇼핑을 하자며 제안했다.

별로 나쁠 것 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한 허니가 미아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미아는 바로 조수석에 앉은 오스틴의 어깨를 밀다시피 하며 차를 빠져나왔다.


"나도...?"
"그럼 내가 방금 말 한 먼저 올라 간다던 '우리'는 나랑 내 상상친구 빙봉이겠어? 빨리 나와."


자신도 같이 나가냐는 것이냐는 의미로 오스틴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키며 물어보자 미아가 미간에 힘을 팍 주고는 까칠하게 대답했다.

어어...? 조금은 멍청한 소리를 내며 허니의 차 밖으로 끌려나와진 오스틴은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미 미아와 둘이서 식당가로 향하고 있었다.


28.


"너, 허니 좋아하지."


식당가를 향해 올라가던 길, 갑자기 미아가 오스틴에게 물었다. 그 모습이 마치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자신만이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오스틴은 그런 미아의 모습에 조금 미간에 힘을 주었다. 오스틴이 허니를 좋아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던가? 적어도 허니와 오스틴과 친한 사람들 중에서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이렇게 비밀이나 되는 듯이 이야기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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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진작에 알아챈 거 아니었어?"


그리고 오스틴의 대답에 미아가 '아' 하고 말했다.


"미안 잘못 말했네. 너 게이 아니지?"
"어?"
"너 게이 아니고 허니 진짜 좋아하는 거잖아. 맞지?"


미아는 단언하고 있었다. 자신의 말에 확신이 있었고 그의 말이 맞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오스틴은 그런 미아의 말에 눈이 커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미아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스틴의 표정을 본 미아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미소 지었다.


"허니는 백 퍼 네가 게이라고 믿는 거 같기는 하던데... 저번에 너 가만 보니까 아닌 거 같더라고."
"..."
"내가 네 대신 설명을 해주고 싶기는 한데, 그래봤자 안 믿을 거 같아서."


미아가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그래서 대신 오늘 너까지 데리고 나오자고 부른거야."
"아..."
"여기까지 해줬으니까 알아서 화이팅 해라."


그렇게 말을 한 미아는 이내 오스틴의 어깨를 한 번 툭 쳤다.


29.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한 셋은 이내 본격적으로 쇼핑을 시작했다. 

쇼핑은 정말이지 허니가 예상한 그대로 흘러갔다. 미아가 가장 적극적으로 옷들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빠른 속도로 여러 벌의 드레스를 입어보겠다며 그것들을 들고 피팅룸으로 향했다.

허니는 그럼 그런 미아의 뒤를 따라 천천히 드레스를 둘러보다 몇 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골라들었다.

물론 오늘의 쇼핑이 평소보다 조금 다른 것이 있기는 했다. 며칠 전, 미아와 통화 했던대로 혹시라도 '여성스러운' 옷을 입은 허니를 보면 오스틴의 관심이 조금 식을까 싶은 마음에 평소의 허니라면 절대 고르지 않을 옷들까지도 골라들었다.


"이건 어때?"
"으음..."


평소 허니가 잘 입지 않는 가슴이 확 파인 옷을 위주로 입고 오스틴과 미아의 앞에 나와 보여주었다.

미아는 그럼 허니의 모습을 보며 한 마디씩 얹었다. '괜찮다.' '너무 별로다' '괜찮은데 어딘가 부족하다' 등 언제나와 같이 꽤나 디테일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런 반면 오스틴은 딱히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 했다. '으음...' 하는 말만 하며 한 손으로 제 입을 조금 가릴 뿐. 

호오... 이거 효과가 있는건가? 그런 오스틴의 반응을 보며 허니의 얼굴에 조금 미소가 퍼졌다. 그래, 어쩌면 미아의 계획이 맞았는지도 모른다. 미간에 힘을 조금 주며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못 하는 오스틴의 표정은 어떻게 보면 조금 불편해보이기 까지 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며 이렇게까지 불편해하는 모습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다니. 사람 일 참 모르는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허니는 이 상황이 조금 웃겨, 웃음을 겨우 참아냈다.


"그럼 이건 어때?"


그리고 허니가 이번에는 아까보다는 노출이 적지만 오프숄더에 딱 붙는 드레스를 입고 나와 오스틴과 미아의 앞에 섰다. 원피스는 지금까지 허니가 입었던 그 어떤 드레스보다 길었으나, 대신 옆트임 탓에 오히려 한쪽 허벅지 높은 곳까지 트여있는 드레스였다.


"야 이거다. 당장 사."
"그래?"


그런 허니의 드레스차림을 본 미아가 빠르게 대답했다. 미아의 반응은 지금까지 허니가 입었던 드레스 중 그 어떤 것보다 더 크게 반응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까지 치며 말을 했으니.

반면 오스틴은 너무도 조용했다. 여전히 한 손으로는 제 입을 가린 채로. 지금까지 그래도 다른 드레스들은 딱히 좋다 싫다 말은 하지 않았어도 그가 조금씩 한 마디는 얹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조용했다.

그 탓이었을까, 평소 허니라면 절대 입지 않을 스타일의 프롬 드레스까지 입은 허니가 장난끼 가득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 피어올랐다. 

드레스를 입은 허니가 오스틴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무릎을 굽혀 얼굴이 숙여진 그와 시선을 맞추며 다시 한 번 오스틴에게 물었다.


"오스틴 너는 어때?"


어쩐지 허니와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 하는 오스틴의 모습에 허니의 마음 속에는 작은 확신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진짜 이게 먹히나봐. 그렇게 허니가 결론을 내릴 때 쯤, 오스틴이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던 제 손을 치우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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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
"응?"
"엄청 예뻐..."


그렇게 말을 하는 오스틴의 귀 끝까지 잔뜩 빨개진 모습을 허니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어어...? 그리고 허니의 머릿속에서 피어나던 확신이 한순간에 제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오틴버너붕붕 칼럼
2024.05.12 22: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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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ㅠㅠㅠ 허니 언제까지 오해하나 했는데 미아가 도와줘서 속이 다 시원해요 센셐ㅋㅋㅋㅋㅋㅋㅋ 오스틴 가보자고...! 진심은 통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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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22: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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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미아 지원군이었구나!!! 귀 끝까지 빨개진 오틴버라니 ㄱㅇㅇ 허니야 이제 좀 알아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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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22: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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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너 이녀석 친구들을 정말 잘 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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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22: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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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눈치만 바로잡으면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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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23: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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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그 눈치로 지금까지 잘 살아있는게 친구들 덕분이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알아챠려야지!!!!
[Code: b20e]
2024.05.12 23: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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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ㅇㅇ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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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0: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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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센세 최고
[Code: 6727]
2024.05.13 00: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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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친구 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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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0: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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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임마 미아 평생친구로 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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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0: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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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쳐 갓미아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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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0:48
ㅇㅇ
모바일
미아센세 평생 스승으로 모시기 미아센세가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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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0: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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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이 버석버석해짐 미아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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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1:04
ㅇㅇ
미아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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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1:25
ㅇㅇ
귀여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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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1: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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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쳐 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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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3: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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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쒸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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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8: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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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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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16: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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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틴버 허니랑 잘되면 미아한테 밥사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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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02: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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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끼약 너네 잘 되고 밥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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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06: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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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Code: 35ef]
2024.05.14 23: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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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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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09: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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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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