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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서 들어오는 햇빛으로 인해 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멀리서 살짝씩 들려오는 소음에 눈을 살살 떠보니 저 멀리서 어제 본 그 신부님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음.


그리고 눈을 딱 마주쳤는데... 한 3초간 정적이 흐르더니 갑자기 사람이 소리를 지르면서 주저앉는거야.

말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서는 미간을 한껏 찡그리고 있던 신부님에게 여우는 자신도 당황했다는 듯 횡설수설해가며 상황을 설명함.

"하 ㅆ...아니 그게, 저기.. 이상한 사람은 아니구요..."

"그 제가어제그냥무슨일로그렇게되셨는지궁금해서쫓아갔는데...하..."

"..."

"아니 여튼 저 그 여우 맞으니까 너무 놀래지 마세요..."
"아 그리고 동시에...사람이기도 하니까...음..."

여우는 이불을 목끝까지 덮고 고개만 겨우 든 채로 신부님에게 상황을 설명했음.




"...오 씨발 신이시여...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여우는 그나마 설명을 하고 나면 좀 진정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말을 꺼낸건데, 돌아온 반응은 멍한 표정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중얼거리는 반응이었겠지.

"아니 그... 그래도 신부님이 절 집에 들이셨잖아요..."

"여우를 들였는데 사람으로 변해있는 이 상황을 제가 어떻게 납득하겠어요?"

"이...일단 자세한 건 나중에 더 자세히 알려드릴 테니 옷 좀 주실 수 있나요? 보시다시피 제가 지금 꼴이..."

신부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겨우 일어나서는 어딘가로 향해 가더니 이내 옷을 가져옴.

"망할...여우라니... 여우...여우라니..."

"아니 신부님. 여우가 무슨 악마도 아니고... 왜 여우만 보면 기겁을 하세요? 그냥 여우잖아요. 네? 듣고 보니 같은 여우로서 되게 섭섭하네요."

고개를 떨군 채 가만히 듣고만 있던 신부는 한숨을 푹 내쉰 다음 겨우 눈을 맞추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시작했음.




"들어봐요. 나한테는 성직자가 되기 전의 과거가 있어요. 털어놓기도 힘든 지저분한 과거 말이예요."



"나는 끝없이 참회하고 과거를 멀리해야만 신부로서의 생활을 유지할 수가 있다고요."


"그런데 만약 그 과거와 거리를 두는 것을 방해하는 존재가 바로 여우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어요?"



"망할 여우가 튀어나올 때마다 신에게 시험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요."
"꼭 여우들이 네 인생을 망쳐놓을거야. 라고 소리치면서 쫓아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격앙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가던 신부의 말이 끝나자, 여우는 의문을 표했음.

"음.... 듣고 보니 일리가 있기는 한데, 궁금한게 생기네요."
"그럼 대체 왜 성직자의 길을 택하신 거예요?"





쑥갓너붕붕 플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