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4835739


Caspar_David_Friedrich_-_Wanderer_above_the_Sea_of_Fog.jpeg


b0ec58bfbaa245b3545944a66b7eaa1d.jpg


산행길은 험난했다. 인간의 몸으로 산 고개를 하나둘 넘는 것은 꽤나 만만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잭은 지친 허니를 흙바닥에 앉히며 잠시 쉬었다 가자고 말했다.

허니는 드넓게 펼쳐진 자연경관을 가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도망친다고 하더라도 그는 결국 날 찾게 될거야, 민테."
"조금만 더 힘을 내요, 하데스님. 코퀴토스 강을 건너기만 한다면 아무리 그라도 하데스님을 찾을 수 없게 될거예요."

잭은 허니의 접지른 발목을 주물거리며 지쳐가는 허니를 어떻게든 다독이려고 노력했다. 영생을 살아오다가 물풍선같이 연약한 인간의 몸을 갖게된 허니는 사실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있었다.

다 포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괜히 잭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죄책감이 일렁거렸다.

잭은 몸을 돌리며 허니에게 제 등을 내보였다. 허니는 잭의 드넓은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잭이 허니를 살짝 뒤돌아보며 말했다.

"당신이 지쳤다면 난 당신을 업고서라도 이 산길을 건너가겠어요."
"..민테.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날 두고 떠나. 이건 너한테 못할 짓이야."
"하데스님. 난 당신을 또 두고 갈 수 없어요. 그건 나더러 두 번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예요. 얼른 업혀요. 날이 저물어가고 있어요. 얼른요."

잭의 재촉에 하는수없이 허니가 잭의 등에 몸을 기댔다. 잭이 허니를 업고 일어서자마자 허니가 잭의 목덜미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잭은 명계의 여왕이었던 허니가 인간으로 환생하여 제게 기대기 시작하자 한편으로는 슬펐지만 또 한편으로는 모순적으로 기뻤다. 하늘을 우러러 볼 만큼 강력한 부와 명예, 권능을 지녀 잭의 도움은 필요없던 허니가 가녀린 인간여자로 태어나 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게 잭에게는 자신의 쓸모를 명계의 여왕에게 증명해보이는 것 같아 또하나의 기쁨이 되었다.

잭은 허니를 업은 채 사뿐사뿐 험준한 산길을 걸어갔다. 허니는 힘든 기색이 없어보이는 잭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잭의 금발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

"정말 괜찮아? 힘들면 그만 날 내려줘도 돼, 민테. 내가 미안해서 그래."
"당신은 깃털보다 훨씬 가벼워요. 오히려 당신의 가녀린 몸이 제겐 더 걱정스럽다는 사실을 당신은 알고 계시나요? 괜한 걱정하지 마세요."

잭이 잔웃음을 터트리며 떨어진 나뭇잎을 밟았다. 허니는 미안함에 아랫입술을 꾹, 깨물다가 결국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잭의 넓은 등에 얼굴을 파묻을 수밖에 없었다.









날이 저물기도 전에 코퀴토스 강 가까이에 도착했다. 또하나의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코퀴토스의 강은 시름을 담은 것처럼 언제나 세차게 물결치고 있었다.

잭은 바위를 밟고 서서 안개 바다 위를 헤매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이 수상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돌풍이 자꾸만 잭과 허니의 산행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잭은 바위에서 내려와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앉아있는 허니에게 다가갔다.

"얼른 이곳을 떠나요. 아무래도 이상해요.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은데 무성한 안개와 세찬 바람이 가득해요. 일어나요, 하데스님."

잭이 허니를 살짝 일으키려고 하는데 그때 또한번 돌풍이 일렁이더니 잭과 허니 사이를 갈라버렸다. 잭은 절벽 바위에 부딪혀 흙바닥에 나뒹굴었고, 허니가 그 모습에 비명처럼 잭을 부르짖었다. 그때 누군가가 허니를 뒤에서 단단히 감싸안았고, 허니는 그 정체를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페르세포네."

84d52b6d41c93fe6858f2aa7b6f6e234.jpg

페르세포네. 한때는 생동감있게 요동치는 모든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던 봄의 신이자 이제는 모든 죽음을 관할하여 주무르고 좌지우지 하는 명계의 신이었다. 허니가 공포감에 몸이 딱딱하게 굳어 멍하니 쓰러진 잭만 바라보았다.

잭은 넘어지면서 바위에 제대로 몸을 부딪혔는지 일어나기가 힘들어보였다. 허니는 제 가슴팍을 단단한 팔로 감싸안은 프레디의 팔을 사시나무같이 떨리는 손으로 쓸어내리며 간절하게 애원했다.

"...제발.. 민테를 해치지 말아줘요, 페르세포네.."
"..당신이 걱정해야될 자는 저 자가 아니에요, 여보."

페르세포네, 프레디가 허니의 목덜미에 슬프게 얼굴을 묻으며 처절하게 속삭였다.

"...그 영겁의 시간동안 당신을 찾아헤맨 내 걱정은 어디로 가버렸나요, 여보."
"..당신이 날 찾기를 바란 적 없어요. 난 죽었고 그리고 다시 환생했죠. 우리의 연은 이미 몇세기전에 끝났어요. 이제 그만 날 놓아줘요."

프레디가 더 단단하게 허니의 상체를 뱀처럼 옥죄어오며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저 자에게 간다면 난 저 자에게 더한 짓을 저지를 수 있어요. 그래도 정말 상관없어요?"
"...페르세포네.. 제발.."

프레디가 스르륵, 허니의 상체에 감은 팔에 힘을 풀더니 허니에게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프레디가 한숨을 내쉬며 정말 어쩔 수 없다는듯이 이렇게 말했다.

재생다운로드66928994-664A-483E-AEBA-1AEC1A99B51C.gif

".....당신이 정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죠."
"페르세포네!!!!"

프레디가 순식간에 잭의 앞으로 다가가서 잭을 짓밟기 시작했다. 허니는 흙바닥에서 기어나온 나무뿌리에 몸이 칭칭감겨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프레디가 잭을 짓밟으면 짓밟을수록 강한 민트향이 곳곳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잭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며 허니에게 손을 뻗었을 때 잭의 손은 더없이 싱그러운 야생박하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프레디는 잭이 있던 자리를 허니에게 선보이며 웃어보였다.

"이제 당신이 사랑하던 그 민테는 없어요. 별볼일없는 야생박하로 변해버렸기 때문이죠."
"안 돼!!!!"

허니가 절망하며 몸을 앞으로 힘껏 움직이는데 단단하고 거친 나무뿌리가 더 깊게 허니의 몸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허니의 여린 살결은 그 날카로운 나무뿌리에 이리저리 긁혀 핏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프레디는 안타까운 눈으로 허니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허니에게로 걸어왔다.

프레디는 허니의 젖은 뺨을 손등으로 애처롭게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

"그니까 내가 말했잖아요. 왜 내 손에 더러운 피를 묻혀요, 여보."

허니가 눈을 질끈감고, 프레디의 손길을 피해 고개를 반대방향으로 돌려버렸다. 프레디는 순간 상처를 받고 슬픈눈으로 허니를 바라보았다. 허니는 몸을 사정없이 떨면서도 또박또박 프레디에게 원망가득한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당신은 날 사랑한게 아니에요. 오직 날 소유하려고만 했죠."
"...여보.."
"당신을 납치한 순간을 두고두고 후회해요. 내가 당신을 망쳐버렸어요. 당신이 이렇게 잔인한 괴물이 되어버릴 줄 알았다면 당신을 납치하지 않았어요. 결국 난 벌을 받는거예요. 이렇게."

허니가 나무뿌리에서 가장 날카로운 부분에 그대로 제 손목을 그어버렸다. 허니의 붉은 피가 흙바닥에 점점 스며들고, 프레디가 처절하게 허니를 끌어안으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바람이 더 강하게 불었다. 세상이 노한듯 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내리지 않을 것 같던 비가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더니 억수같이 쏟아져내렸다.

프레디가 흐느끼며 죽어가는 허니의 차가운 몸을 끌어안았다.

야생박하가 세찬 빗줄기에 여린 잎을 흔들거렸다.







프레디여우너붕붕
프레디폭스너붕붕
로우든너붕붕
2024.05.26 11:46
ㅇㅇ
모바일
아 세상에ㅠㅠㅠㅠㅠㅠ파국이 되어버렸어ㅠㅠㅠㅠㅠㅠㅠㅠ우짜냐ㅠㅠㅠㅠㅠㅠ
[Code: ef68]
2024.05.26 11:46
ㅇㅇ
모바일
아니??? 이게 이렇게? 와 전개 휘몰아치는 거 뭐야 센세 존잼ㅠㅠㅠㅠㅠㅠ
[Code: c787]
2024.05.26 12:15
ㅇㅇ
민테!ㅠㅠㅜㅜㅜㅠㅠㅠ
[Code: 87d8]
2024.05.26 13:03
ㅇㅇ
모바일
페르세포네도 짠하고 민테도 짠하고 ㅠㅠㅠ
[Code: f246]
2024.05.26 16:25
ㅇㅇ
모바일
헐 ㅜㅜㅜㅜ 하 파국이네...맛도뤼 음
[Code: 70a1]
2024.05.26 16:45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
[Code: 6fd0]
2024.05.26 23:53
ㅇㅇ
모바일
아 어떡해ㅠㅠㅠㅠㅠㅠ왜 모두 행복할 수 없어ㅠㅠㅠ
[Code: b158]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