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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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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벽 다 늦어서야 잠이 깬 허니는 일어나자마자 떠오르는 낮시간의 일들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이불이 웬수라도 되는양 미친듯이 발길질을 해대다가, 이내 휙 돌아누워 배게에 고개를 쳐박았다.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사춘기가 훌쩍 지나서 또 갱신할 줄이야. 하이스쿨때나 했던 이불발차기를 또 하게 될 줄이야. 허니는 이렇게 될줄 진정 몰랐다기보단, 설령 이렇게 되더라도 그리 쪽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번호도 따여봤고, 진득한 연애도 해봤고, 고백에 실패한 경험도 있었으니까.



‘ 글쎄, 좀 부담스럽나. ’ 



그래서 이 말에 실망했다기 보단, 



‘ 모르고 싶었는데, 티나서. ’



이 말에.



‘ 무슨 뜻인지 알지 아가씨? ’




이 말과 표정에. 극히, 심히, 얼굴이 달아오르고 말았던 것이었다. 와중에 웃는 모습을 또 보고 있으니 그게 마냥 싫지만은 않아서 더더욱. 그래서 코끝이 붉어지고, 눈꼬리에 물방울이 맺히려는 찰나에 그가 한 말에 허니의 마음이 와장창 무너져내렸다.



‘한동안 아가씨 얼굴 보기 힘들겠네.’












2.




고백하기도 전에 차인거니까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미리 떼어놓고 싶었던 마음일까. 잔뜩 울어서 눈가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허니는 어두컴컴한 방 안에 앉아 타는 목을 진정시켰다.

클리프는 어떻게 좋아한다는 걸 알았나 싶다가도, 또 너무 티를 냈나 싶은 마음도 들었고. 그러면서도 자꾸 왠지 모르게 아쉬워보였던 그 마지막 표정이 눈에 아른거려서, 허니는 속에 담은 말을 뱉지도 못하고 도망치듯 집으로 들어온게 조금 후회가 되기도 했다.

어차피 차인거 좋아한다고 말이라도 제대로 해볼 걸. 이렇게 생각해도 이미 늦은 걸 알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에 했던 말은 뭐,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한동안 볼 일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으니까.

허니는 이 날 새벽, 동이 틀때까지 클리프 생각을 멈추지 못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득그득한 미련이라기보단,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는지라. 어차피 아무 일도 없었고, 뭘 해보지도 못했으니.

그래서인지, 허니는 클리프 부스를 마음에서 몰아내는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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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그리고, 약 이주간 얼굴을 내비치지 않던 클리프 부스가 허니비의 앞에 나타났다.












3.




“바빴나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어오는 클리프 부스에 허니는 조금 기가 찼다. 어떻게보면 뻔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태도에 허니는 말문이 막혔으나, 그게 클리프 부스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아서 이에 대고 화를 내기도 좀 그랬다. 

무엇보다도, 그와 마주친 순간 그가 미웠다기보단 쪽팔린다는 생각이 더 먼저 들었기도 했다. 고백하면 받아주지도 않을거면서, 라는 생각보다는 괜히 좋아했다, 라는 생각이 들어버려서는.



“바빴죠 제가.”



일부로 날을 세워 대답하곤, 아무렇지 않게 몸을 돌려 문고리에 열쇠를 가져다댔다. 빨리 집으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클리프는 그런 허니비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한번 까딱거렸다.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근데 또 열쇠는 왜 이렇게 안꼽히는지. 꼭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긴장한 것 마냥 열쇠가 자꾸만 빗나갔다. 이쯤되니 허니는 미칠지경이었다.



“…이게 왜 자꾸,”



쇠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몇 번 나더니만, 갑자기 커다란 손이 허니의 손을 뒤덮었다. 그리고, 그 손길이 이끄는대로 말썽이던 열쇠가 쑥 들어가더니 철커덕-하고 아주 손쉽게 열려버렸다. 

그는 열쇠를 쥐고 있던 허니의 손을 놓아주었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당황한 허니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시선이 마주쳤고, 지금 클리프 부스와 허니가 어떤 자세를 하고 있는지 자각하자마자 얼굴이 붉어졌다.



“미안, 답답해서.”



거의 반쯤 허니비를 안고 있던 그가 뒤로 훅 물러났다. 그러곤 빙글 웃어보였다. 

코끝에 진한 담배 향이 뭍어났다.



“…제가 해도 되는데.”
“아가씨가 못하길래.”
“…”
“반가워서 그랬어.”


클리프가 웃어보였다. 푸른 눈동자가 허니 자신을 쫓고 있음에도, 그 눈동자 속에서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속을 알 수 없는 건 둘째치고, 이젠 진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반가워서 그랬다는 전 짝남의 말에,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아 네, 그럼 다음에 봬요.”



허니비는 그 길로 냅다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뛰쳐들어갔다. 그러곤 이불에 고개를 쳐박고선, 아악- 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온갖 감정이 밀려들어오는데, 주로 쪽팔림이었다. 그야 뭐 그럴 수 있지만, 허니비가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건 쪽팔려서가 아니었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설렜다는 것.



 잘 자 아가씨 

  - 클리프 부스



이 문자 하나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이었다.










4.



그 이후로 허니는 제가 마음을 제대로 접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열심히 클리프 부스를 피해다녔다. 고백도 안했는데 까인 와중에 맘까지 못접으면 호구나 다름 없다는 걸 허니비도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피해질거라는 생각도 했다. 아직도 코끝에 담배향이 맴돌지만, 클리프 부스 또한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클리프도 허니를 만나는 일이 난감하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말마따나 부담스럽다고 했으니까.



“속을 알 수가 있어야지…”



허니는 언제는 매력처럼 느껴지던 그의 알 수 없는 속내가 이제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날, 허니비의 손에 클리프 부스의 온기가 전해졌던 날, 지난 날은 다 거짓말이기라도 했다는 양 친근하게 굴었던 그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근데 뭐, 그렇게 친근하게 굴어도 속은 아니겠지만. 

허니비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내 머릿속에서 클리프를 몰아냈다. 오늘만큼은 클리프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아니 해서는 안됐다.



“안녕하세요, 허니씨.”
“아, 안녕하세요! 늦으신다고 해서…”
“그래서 택시탔더니 좀 빨리 왔네요.”
“아, 네…”



왜냐면 오늘은 허니비의 소개팅 날이니까. 그것도, 직장 동기를 미친듯이 귀찮게 해서 얻어낸 소개팅 자리니까…

그래서 오늘만큼은, 아니 이제부터라도 클리프 부스는 허니비에게서 없는 사람이어야 했다. 늦지 않으려고 뛰어온 건지, 조금 뺨이 붉어보이는 이 남자를 위해서라도.



“원래 안그러는데, 좀 뛰길 잘했네요.”
“네?”
“뛰어오길 잘했다고요. 저 점수 안깎였죠?”



남자가 생글생글 웃어보였다. 아까까진 클리프 생각에 정신이 다른데 팔려있어 몰랐는데, 은근 슬쩍 들이대는 남자를 보니 선수라는 동기의 말이 이해가 갔다. 

잘생겼네 확실히.



“5분 늦었으면 깎였을지도 모르죠.”
“안깎였다는 말이네 그럼.”



허니가 그 말에 웃어보였다. 그때부터 왜인지 마음이 편안해졌는데, 그 이후로는 그 남자와 웃고 떠드느라 바빠졌다. 원래 사람을 좀 편안하게 해주는 스타일인지, 아니면 말재간이 좋아 다른 생각할 틈을 안주는 건지는 몰라도 허니는 제 앞에서 생글거리고 있는 이 남자가 썩 마음에 들었다.

클리프 생각은 단 한 개도 나지 않을 만큼.



“그럼 허니는 이 근처에 살아요?”
“여기서 한 15분 걸려요.”
“데려다줘도 되죠? 건물 앞까지만요.”



그와 정신없이 웃고 떠들다보니 시간이 벌써 후쩍 흘러가 있얶다. 그리고 데려다주겠다는 그의 말에,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허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예쁘게 웃어보였고, 그럼 이제 슬슬 일어나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허니를 데려다주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허니는 어쩌면 또 만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집 건물 앞에 도착하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다.

어쩌면, 클리프를 잊으려고 이 사람을 만나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다왔네.”
“아쉬워도 어쩔 수 없어요. 시간이 많이 늦어서…”
“아쉽다는 말은 안했는데. 티났어요?”
“네. 티 나네요.”



허니는 그런 그를 보며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도 이렇게 티 났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남자는 그런 허니의 표정을 알아차렸는지, 어쨌는지 몰라도 그냥 계속 예쁘게 웃어보였다.



“티 좀 내죠 뭐. 마음에 들어서 이러는 거니까.”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까딱였고, 그 말에 웃어보이는 허니에 한마디 덧붙였다.



“난 벌써 보고싶을 것 같네.”
“우리 다시 보자는 말도 안했는데요.”
“다시 볼거잖아요. 맞죠?”
“되게 자연스러우시네요.”
“노력중이에요. 알면 좀 넘어가줘요.”



장난스러운 그 말에, 허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허니의 대답을 받아내자마자 미련없이 뒤돌아 갔고, 5분쯤 지나지 않아 그에게 문자가 도착했다. 



역시 벌써 보고싶네.

- 키쉬 프림로즈









5.



키쉬와 소개팅을 가진지 이틀쯤 되었을 때였다. 또 한참 보이지 않던 클리프가 나타난 줄이야.



“얼굴 보기 힘드네.”



저번부터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오는데, 허니는 그게 좀 싫었던 것 같기도 했다. 좋아한다는 자신의 마음을 정말 깡그리 무시해버리는 것 같아서. 아니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이정도 인사는 해줄 수 있지.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클리프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인사하는 허니에 조금 당황한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니 당황한 건지 아닌건지도 명확히 알 수 없지만, 그냥 한참 말이 없었다. 한참이나 허니를 그냥 빤히 바라봤다. 

뭐야 대체.



“어… 클리프씨는 안 바빴어요?”



아무말 없이 허니를 바라보고만 있으니 주변 공기가 숨막힐정도로 어색해지는 것 같았다. 이를 못견디는 허니가 한마디 꺼내자, 클리프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딱히- 하곤 말았다. 

아까부터 왜인지 눈빛이 평소보다 더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와중에 단 한 번도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는 사실에 허니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갑자기 또 왜 이러는 건지.



“…제가 너무 어색하게 굴었죠.”
“글쎄.”
“자꾸 쳐다보시길래…”
“그냥 보고싶어서 보는건데.”
“네?”
“아가씨 보고싶어서 보는거라고.”



정말 왜 이러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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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른 사람이 좋아?”















빵발너붕붕
클리프너붕붕
키쉬너붕붕

2024.05.06 08:45
ㅇㅇ
모바일
미쳐따 짝남 클리프에 소개팅상대 키쉬라니 나 여기 누워서 어나더 기다릴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e7d]
2024.05.06 09:14
ㅇㅇ
히야.. 미친 세가완삼..
[Code: 1fff]
2024.05.06 09:36
ㅇㅇ
모바일
ㅁㅊ......존잼이여
[Code: 5f13]
2024.05.06 10:16
ㅇㅇ
모바일
미쳤다 세가완삼…핳ㅎ하 ദ്ദി*꒦ິ⌓꒦ີ)
[Code: e6b6]
2024.05.06 10: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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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다 유죄
클리프 이 나쁜놈아ㅜㅠㅠㅜㅠㅠㅠㅠ💦💦💦💦💦💦
와중에 키쉬라니 너무 맛있다
어나더 어나더 억나더~!~~!~!~!~!~!~~!~!!!
[Code: 54f9]
2024.05.06 10:48
ㅇㅇ
모바일
미친 세가완삼 나쁜놈들 천지네 근데 개마시써 아니 존나 무기징역이면서 뭘 당황해 안받아줄거면서 와 이건 억나더가야지ㅠㅠㅠㅠ
[Code: b68c]
2024.05.06 10:54
ㅇㅇ
모바일
미친 억나더요 제발ㅠㅠㅠㅠ
[Code: 4d54]
2024.05.06 13:09
ㅇㅇ
모바일
미친 센세 아 이게뭐야 크아악 하 마히따 ㅜㅜㅜㅜㅜ 억나더... 억나더!!!
[Code: 3887]
2024.05.06 16:29
ㅇㅇ
모바일
하 미치겠다...센세 어나더...
[Code: d754]
2024.05.07 01:10
ㅇㅇ
모바일
센세 이제 아무데도 못가...... 억...나.......더.........
[Code: 897f]
2024.05.07 03:27
ㅇㅇ
모바일
“이제 다른 사람이 좋아?”라니 ㅠㅜ 클리프씨 진짜 ㅠㅠㅠㅜ 너무 맛있다 센세 싹싹 긁어먹어야지
[Code: a794]
2024.05.08 02:11
ㅇㅇ
모바일
아개좋다 아개돟아요센세ㅠㅠㅠㅠ
[Code: 4c1f]
2024.05.08 22: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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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시발 너무 좋아요 센세 오아ㅏ아아아아아악 나 어나더가 없으면 윗붕들은 죽소🔫
[Code: 025f]
2024.05.12 23: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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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나 이제 봤어요...어나더 올때까지 숨 참음
[Code: 6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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