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버릭은 여전히 파일럿이고, 아이스는 이제 지상직이 된 찰나라서 자주 마주치진 않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명령 하달 등으로 얼굴 보게 될 일이 생기겠지
그럴 때마다 매버릭은 얌전히 경청하는 듯하지만 심경 불편한 기색 다 드러나게 눈 찌푸리고 있고, 아이스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그에게 맡길 임무 내용 읽어내리다가도 매버릭의 좁혀진 미간 볼 때마다 입맛이 씁쓸해지는 기분일 거야
까다로운 작전이라 생환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 부디 무사히 돌아오라고 한 마디 해주고는 싶은데 괜히 말 붙였다가 매브가 더 화낼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작은 손이라도 다시 한번 붙잡아보고 싶은 마음에 몰래 손가락 움찔거리다 혼자 먼저 휙 나가버리는 매버릭 뒷모습만 보면서 짙은 한숨 내뱉는 것밖에 못했겠지
그러다가 매버릭이 임무는 겨우 완수했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고서 군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 듣게 돼라
멍청이, 등신, 제때 걱정도 못해줬으면서 애 저렇게 된 뒤에야 후회하는 미련한 새끼, 좀더 용기내지 못했던 스스로를 마구 힐난하며 사색이 된 얼굴로 서둘러 병실로 달려가는 아이스겠지
제발 일어나 맵. 너에게 해줄 말이 있어, 내가 다 미안하다고 말했어야 했어, 항상 먼저 사과했어야 했어, 쓸데없는 자존심 따위 부리지 말아야 했어, 왜 난 너를 잃을지도 모르는 순간까지 돼서야 뒤늦게 후회하는 걸까.... 간절하게 빌면서 파리해진 매버릭 손 꼭 부여잡고 기도하듯 읊조리는 아이스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