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hygall.com/596245630





열린다 했어.
그때가 바로 클라우스가 경계를 벗어나 돌아가는 때였지. 인간이 경계에 오랫동안 머무는 건 그리 좋지 않은 일이었거든. 그러나 이를 어린 주니어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 그저 시기가 오면 돌아가야 한다는 말만이 서러워 클라우스의 옷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려 떠날 생각을 하질 않았지. 실로 시위에 가까운 행각에 시니어는 부끄러워 고개를 떨어뜨렸지. 미안하오. 이리 응석받이로 키우려던 것이 아닌데. 그리고는 주니어를 한 손으로 잡으니 주니어가 이쑤시개 같은 발톱으로 클라우스의 옷자락에 매달려 가냘프게 울어댔어. 어린 고양이는 아비의 힘을 이길 수 없지. 결국 시니어의 힘을 이기지 못한 주니어는 클라우스의 옷자락에서 떨어져 허공에 바동바동 거리다 잉잉 울어댔어.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고 애처롭던지. 클라우스가 저도 모르게 손을 내뻗으려다 말아쥐었어.


아이를 교육하는 것은 그대의 몫이오. 지도를 방해할 수는 없지.


말은 그리하면서 클라우스의 시선은 당최 주니어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못했지. 서로 애절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라, 결국 항복한 건 시니어였어. 주니어는 클라우스의 품에 다시 안기며 기쁘게 먕먕 울었어. 클라우스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 올랐어. 시니어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설핏 미소를 띠다,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주니어에게 향했지. 


주니어. 아비가 너를 놓아준 건 네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야.
먕?
클라우스 공을 지키렴. 그게 네가 할 일이란다. 


주니어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어. 하지만 시니어의 표정은 퍽 진지했지. 주니어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앞발을 톡, 시니어의 손끝에 대었어. 소리내어 웃을 뻔한 걸 참은 건 외려 클라우스 쪽이었지. 저 작고 여린 고양이가 무얼 할 수 있냐는 말이야. 클라우스는 시니어가 열없는 마음에 하는 소리라고만 생각했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니어가 클라우스에게 주니어를 붙인 건 괜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


그건 주니어가 클라우스의 방문 앞에서 자랑스럽게 이상한 무언가를 물어다 놓고 빤히 바라볼 때의 일이었어. 새도 아니고, 물고기도 아닌 것이 잔뜩 일그러진 모양새로 죽어 있었지. 곁에서 이를 지켜본 시니어는 그토록 징그러운 걸 아무렇지 않게 집어 소각터에 던져 넣으며 말했어.


괴를 잡아왔구려.
괴라니, 이것이 요괴란 말이오?
그렇소. 아주 잡스러운 종류의 괴지. 


시니어의 말은 이러했어. 먼 옛날의 전쟁이 커다란 힘을 가진 자들의 싸움이었던 만큼, 모든 맹약은 가장 강대한 이들을 경계하기 위해 짜였다고. 그 말인 즉 중립지대인 인계나 이러한 경계에서는 강력한 힘을 지닌 자가 약한 자보다도 더 힘을 쓸 수 없다는 거야. 강대한 자들은 중립지대에선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걸어야 하지만, 작은 것들은 그 반대였지. 아주 잡스럽고 작은 것들은 힘이 약한 만큼 가해지는 제약이 덜했거든. 그런 것들은 경계를 뚫고 인간의 껍질을 찾아 뒤집어 쓴 채 인계로 내려가기도 했어. 물론 그들이 그렇게 한다 한들 세계에는 미약한 영향도 줄 수 없겠지만….


어찌 되었건 괴라는 건 제 몸이 부서져도 끝없이 탐욕하는 자들이야.
그들이 경계에 머무르는 인간의 냄새를 눈치챘고, 그 껍데기를 차지하러 눈독을 들이고 있었어. 클라우스의 표정이 굳자, 시니어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어. 


공께서 걱정하실 것은 없소. 거대한 힘이야 내가 막아내고 있고, 주니어는 충분히 강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겠소?
클라우스 공. 
돌아가는 날까지 그대들의 보살핌만을 받고 싶지는 않소.


클라우스가 시니어를 올려다 보았지. 아름다운 얼굴이 잠시 망설이고 있었어. 맑은 잿빛 눈동자에 서린 우려가 무엇인지, 클라우스는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지. 클라우스는 얼마 남지 않은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말했어.


비록 이런 몸이 되었으나, 내게도 무관의 긍지가 있소. 나를 살린 이들에게 짐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소. 
….
이제는 내 목숨을 가벼이 하지 않겠소. 내 아들이, 그리고 그대가 살린 목숨이니, 귀히 여기며 살아갈 것이오. 그러니…


그는 아랫입술을 힘을 주어 물었어. 녹색 눈동자가 올곧게 시니어를 응시하고 있었지. 시니어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어.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후 시니어가 클라우스를 데리고 간 곳은, 경계의 저택의 정원 너머에 있는 창고였지. 너른 창고의 벽에 걸려 있던 것은 거대한 검이었어. 클라우스나 시니어의 몸집보다도 커다란 검이었지. 저걸 들 수 있는 자는 그 정수리가 하늘 끝에 닿을 자인지도 몰라. 하지만 그 압도적인 크기는 시니어가 손을 댄 순간 삽시간에 줄어들었지. 클라우스는 시니어가 준 의수를 차고 검을 집었어. 신기한 의수였어. 단지 차기만 했을 뿐인데도 제 손처럼 쓸 수 있었지. 약간의 무게감이 있는 검은 무척 날카롭고 예리했어. 클라우스가 검을 휘둘러보니 훈련용 나무토막이 금세 잘릴 정도였지. 클라우스는 감탄했어.


좋은 검이군. 어디서 이런 검을 얻었소? 어디서도 이런 검을 본 적이 없소.
내 발톱으로 만든 검이오. 


클라우스가 고개를 돌렸어. 들었던 것을 믿을 수가 없었거든. 누구의 발톱…? 고양이 귀를 지닌 사내는 퍽 태연하게 웃었지. 클라우스의 눈빛에 이는 동요가 제법 재밌던 모양이었어. 시니어는 가볍게, 클라우스가 든 검의 검등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며 담담하게 말했어.


놀랄 것 없소. 주니어를 보지 않았소? 내 진신(眞身)은 그 애보다 꽤 큰 편이지.
….
… 정정하오. 사실 아주 크다오. 
이 모습이 진짜가 아니오? 
진신이라 칭하였으나, 이 모습도 내 것이 맞소. 우리 같은 자들은 본디 두 가지의 형태를 취할 수 있소. 그 중, 짐승의 형태는 그대가 볼 일은 없을 것이오. 
어찌하여?
인간의 몸은 그 형태를 보도록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오. 보면 눈이 멀고 정신이 견디지 못할 테지.


시니어는 싱긋 웃어보이곤 클라우스의 등 뒤에 서서 그의 어깨를 감싸쥐더니 한 팔을 뻗어 의수로 집은 검을 어루만졌어. 손끝에 검이 닿으니, 검이 희미한 푸른 빛을 머금고 빛이 났지. 클라우스는 살짝 고개를 돌려 시니어의 옆 얼굴을 바라보았어. 시니어는 퍽 다정하게 말했어. 


힘을 불어넣었소. 가지고 있기만 하여도, 웬만한 괴들은 공께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오.
….


클라우스는 시니어에 대해 들으면 들을수록 알쏭달쏭하다 생각했어. 처음에는 그저 요괴인 줄 알았더니, 인간의 고기를 탐하지도 않고 평이한 식사를 하지. 그런데다 보은을 할 줄 아는 만큼 선하고, 동시에 거대한 발톱을 지닌 짐승이기도 하지. 대체 그대의 본성은 무엇인가. 클라우스는 시니어에 대해서 깊은 의문을 품었지. 그때 문득, 클라우스의 시선에 시니어가 들어왔어. 시니어가 미소를 띤 채로 고개를 갸웃거렸어. 의문이 많은 사내, 그렇지만 클라우스는 더는 묻지 않았어. 시니어가 무엇이건 달리 중요하지 않다 생각했거든. 그는 그저 클라우스를 구해주고 보살펴준 은인일 뿐이지. 클라우스는 시니어에게 말했어. 


몸이 채 풀리지 않아 그러니 대련을 도와주시겠소? 


거대한 짐승의 발톱이었던 검 끝이 그 주인을 향했어.
클라우스에게는 조금 장난스러운 미소가 떠 있었지. 시니어는 어깨를 으쓱했어. 원한다면, 얼마든지. 하고.





이렇듯 경계의 세계가 약간의 평온을 되찾아가던 가운데, 그곳에 인간이 머무르고 있다는 소문은 괴와 신의 세계에 널리 퍼져 나갔어.

그 근처로만 가도 인간의 냄새가 자욱하니 소문이 나지 않을래야 나지 않을 수 없었지. 이를 알게 된 신의 세계에서는 깊게 혀를 찼어. 그토록 불길한 것을 거두어 업을 씻을 기회를 주었건만 어찌 중립을 어기고 인계에 개입을 하는가. 그 신괴가 미친 것이 분명하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지. 


신의 세계가 수런거리는 가운데, 괴의 세계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퍼져 나갔어. 
괴들은 인간의 고기를 특히나 좋아했고, 또 오랫동안 굶주려 있었어. 그러나 그들은 맹약으로 묶여 있어  쉬이 움직이지 못하고 하급의 괴를 뜯어먹는 삶을 살고 있었지. 아니면, 그 하급의 괴들이 가져온 핏물을 받아 마시거나 말야. 작고 나약한 괴들은 그들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이었어. 그런데 경계 지대에 싱싱한 인간이 나타났어. 그 피와 고기를 빼앗고 가죽을 취한다면, 커다란 괴들에게서 달아나 인계에서 탐욕스러운 삶을 살 수도 있겠지. 



그렇게 여러 세상의 시선이 경계를 향했어. 







#아이스매브 크오 시니어슈슈
2024.06.23 13:36
ㅇㅇ
모바일
내 센세가 어나더를 주셨어 ㅠㅠㅠㅠㅠㅠ센세 사랑해 이제 정독하러 달려간다 ㅠㅠㅠㅠ
[Code: 1aac]
2024.06.23 13:39
ㅇㅇ
모바일
엄청 큰 고양이같은 모습의 발톱으로 만든 검이라니!!! 게임 같아요 센세!!! 마치
[띠링! 고양이발톱검을 얻었습니다!
공격력 86 상승, 방어력 22 상승
스킬 냥냥할퀴기를 습득하셨습니다. ] 같은 안내문이 뜰 것 같은 기분이에요!! 완전 레어템 아니냐고! 무관 출신에게 무기를 주다니! 시니어 선경지명이 있다.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거야
[Code: 2998]
2024.06.23 16:15
ㅇㅇ
모바일
와 미친 미친 판타지 소설 속에 내가 들어간 느낌이 들만큼 생생하고 환상적인 묘사야 먕먕 울어대면서 클라우스와 떨어지기 싫어하던 어린 주니어는 요망한 괴를 잡아와서 그를 지키고 시니어는 자기의 발톱으로 만든 영험한 검을 그에게 주고 훈련을 시키네
[Code: f226]
2024.06.23 16: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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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셋이 그냥 저 세계에서 살면 안되는걸까? 꼭 떠나야 하는건가? 했는데 신계와 괴의 세계가 모두 이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호시탐탐 슈슈를 노리는 괴들이 존재하니 불안하고 걱정된다 부디 시니어와 슈슈 주니어가 힘을 기르고 뜻을 합쳐서 이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도하게 돼 ㅠㅠㅠㅠ
[Code: f226]
2024.06.23 21: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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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녀 먕먕 우는거 졸커 ㅜㅜㅜㅜㅜㅜㅜ 시니어가 슈슈 어깨 감싸는거 텐션 미친...... 셋이 그냥 저기서 행복하게 살면안될까 ㅠㅠㅠㅠ
[Code: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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