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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겨서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을까 



원래 말하려고 한 거 아닌데 영혼 털려서 자기 임신한걸 깐거임 가오투가 
니 오메가가 임신했다고 일을 그만두냐고 역정내는 선원랑 목소리 멍하게 듣다가 갑자기 현타가 너무 심하게 옴
인생 난이도 개 높고 너무 힘들다 왜 맨날 나한테 화만내지.. 근데 내가 십년 거짓말 했으니까 할말은 없나? 이런 생각이 갑자기 막 드는 거. 원래 침착하던 가오투지만 지금 임신 후에 호르몬이 드디어 격랑에 휘말리기 시작했던거임 

선원랑이 니 애인 줄 어떻게 아냐고 할 때쯤 가오투가 멍하게 초점 풀린 눈으로 당연히 알죠 제가 임신했는데.. 해버림
말해놓고 충격먹어서 멍해진 가오투랑 충격받을만한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은 선원랑까지 둘다 조용해짐 

가오투 주변이 빙빙 도는 거 같아서 휘청하는데 선원랑이 언제 왔는지 부축해서 옆에 소파에 앉힘. 선원랑은 동그란 기색도 없는 가오투 아랫배만 멍하게 보고 있고 가오투는 진심 본인이 미쳤나 싶어서 이제 말도 안나옴 
베타..가 임신을 해? 하고 재차 묻는데 가오투는 이 시점에서 선원랑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함. 아니 이정도 말했으면 오메가라는 거 알아 듣지 않나? 선원랑 되게 똑똑하고 타인 한정 눈치 빠른데 뭔가 이상할 정도로 말귀를 못 알아듣고 있음 
가오투 지금 좀 어지럽고 어차피 오늘이 끝인 관계라고 생각해서 솔직하게 말할 거임. 거짓말 하느라 그간 본인도 마음고생 많이 했으니까 

원랑. 당연히 내가 오메가니까 임신했다는 생각은 안들어? 
그거야.. 네가 나한테 거짓말 할리가 없으니까....

희한하게 가오투 여기서 또 죄책감 느끼는 거임 거짓말 했다는 거에서 그리고 또 선원랑이 본인을 그렇게까지 믿었다는 거에서 
미안해서 도망치려던 참에 선원랑이 하긴 그러고 보니까 내가 물어본적은 또 없네 그러면서 중얼거림
그것도 사실임 대놓고 님 오메가임? ㄴㄴ 베타임 이렇게 명확하게 대화를 한 적은 없음. 선원랑이 넌 베타면서 왜 그러냐 하면 가오투는 그냥 그러게요 하고 대강 넘어가는 대화패턴이라 
아까부터 선원랑이 부축한답시고 뒤로 팔 감아서 어깨 감싸고 있었는데 가오투가 일어나려고 하니까 힘으로 누르는 거 
왜 이러나 싶어서 벌떡 일어나니까 바로 뒤에서 껴안아버림. 안기고 나서야 거의 귀신 본 표정으로 돌아보는데 선원랑 표정이 되게.. 막.. 착한 표정이었음. 뭔가 무척 온순하고 기죽고 자신감없는 표정이라 가오투는 이런 표정을 본적이 없어서 놀라겠지 

선원랑은 이때 좀 잘못 짚음
가오투가 뭔가 사정이 있어서 어떤 알파의 아이를 임신했고 그러면 오메가 연인은 원래 없었거나 혹은 잘 안된거라고 
그래서 가오투 껴안고 내가 책임지면.. 안될까? 하고 꽉 안고 안놔줌

왜 가오투 같은 사람이 임신을 했는데 책임을 안지려고 하지? 어떤 멍청한 새끼가?
그러면...
그러면 내가 책임져줘도 되나?
내가 가오투 옆에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닌가? 

혼자 생각 되게 많음. 그러니까 왜 그러는지에 대한 결론을 안 내리고 가오투 옆엔 당연히 본인이 있어야 한다는 거임 

여기서 가오투가 거절하지 못한 이유는 두가지인데 애아빠라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고 두번째는 거절할 눈치 보이니까 선원랑이 아이 생각도 해야지 하고 속삭여서 그랬음
본인은 어떻게 되건 상관없지만 그건 맞음 아이 생각도 해야 하니까... 당장 생계가 막막한 삶에 애를 던져놓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함 


가오투한테는 퇴사하지 말고 육아휴직 내라고 하고 자기 집 들어오라고 종용하겠지 
처음에는 진짜 완강히 거부했는데 원래 3층 전체 옷방으로 쓰던 거 바꿔서 독립된 공간 내준다고 하고 대신 계약 연장하자고 일종의 딜 걸어서 그렇게 하기로 함. 가오투는 당연히 애아빠니까 페로몬도 필요하고 이런 이유로 거절 못한거고 선원랑은 너 몸도 안 좋은데 무슨일 생겼을 때 병원 데려갈 사람은 있어야 하지 않냐 하면서 계속 아이로 감정에 호소함 

워낙 말랐고 남성 오메가들은 임신해도 배 많이 안나올 거 같음
처음엔 같이 밥 먹는 것도 어색해했는데 의사가 알파 페로몬이 당연히 아이에게 중요하다고 해서 잘 때 빼고는 선원랑이랑 같이 있는거 거부 안하겠지. 둘다 연애를 못해서 그래봐야 앉아서 티비보거나 선원랑이 어떻게든 쥐어짜내는 회사 일 얘기 같은 거 할뿐 
선원랑은 애라는 종족에 대해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잘 대해줄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가오투 애기면 가오투를 닮았을거고 그럼 뭐.. 업어주고 안아주고 그러면 되나? 하면서 육아 책도 혼자 사서 읽고 그럼. 


선원랑이 대놓고 자기 감정을 자각한 건 임신 한 5개월차쯤 됐을때일거임
개월수 차면서 가오투 점점 성욕이 올라와서 힘든거. 거기다 원래 선원랑 좋아했으니까.. 이 문제 의사하고 상담해봐야 ? 같이 사시잖아요 적절한 관계는 임신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소리만 듣고 옴 

그래서 가오투도 주체가 안되는데 감정적으로도 그렇듯 둘 관계는 가오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되는 관계니까 
저녁은 같이 먹기로 했는데 방안에 들어가서 안 나오니까 선원랑이 무슨 일 있냐고 올라갔다가 가오투 히트 온 거에 그대로 홀려서 눈 뒤집힘. 물론 이제 가오투라는걸 인지하고 있고 조심해야 하는 걸 아니까 조심조심 대하고 싫으면 안한다고 그러는 데 가오투가 거절을 못함 
도저히 본인 능력으로 거절할 상태가 아니었음
그날 하고 나서 선원랑은 나 가오투 되게 좋아하는 구나 하고 아주 늦게 깨닫게 됨 
그러고 나서 호르몬도 안정되고 러러도 잘 크고 있다고 계속.. 하시라는 말에 선원랑 이제 대놓고 들이대서 둘이 정말 연애시작하겠지. 그간 조심스럽게 굴었던 거 다 집어치우고 하루종일 가오투만 찾아대고 거의 맨날 해댐
나랑 (러러가) 잘 맞아서 다행이다 이런 말하면 가오투도 그 말이 뭐가 이상한지 고민 안하고 (나랑 너랑 잘 맞아서 다행이네) 그러게 하고 고개 끄덕끄덕함 
임신이 힘든것과는 별개로 이제 억제제도 안쓰고 좋아하던 사람이랑 이렇게 지내게 되서 가오투 몸 상태도 나쁘지 않을거고 


그렇게 러러 낳고 두 돌 쯤 됐을 때 선원랑이 러러를 진짜 유심히 쳐다보는거
이때쯤엔 둘이 다정한 사이여야지 당연히
러러낳을 때 선원랑 같이 들어가서 본인이 죽을 것처럼 운 이후로 가오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됐으면 
아무튼 가오투는 선원랑이 자기가 걱정했던 게 미안할 정도로 러러에게 잘하고 진심이라 요즘 선원랑에게 더 너그럽겠지. 그리고 둘이 십년 묵은 짝사랑 해소하느라 막 연애하느라 너무 바쁨 
왜 그래? 하고 뒤에서 기대듯 안고 물어보면 바로 돌아서 꽉 껴안고 눈 마주치고 뽀뽀하고 바쁨 

아무리봐도 러러가 나를 닮은 거 같아.. 하고 지 딴엔 되게 진지한거임 
임신시기를 같이 보내서 그런가? 아니면 우리가 너무.. 자주 그랬나? 하면서 고민하는 거 
러러 이제 24개월 좀 지났는데 골격이 분명한 편에 속하는 애기라 누가봐도 선원랑 틀에 찍어낸 애기임 웃을 때 입매가 좀 가오투 닮은 거 외엔 선원랑 미니 버전이란 말임
가오투 어이가 없어서 아무말 못하다가 그때 자기도 모르게 본인 임신한 거 말했던 거처럼 대체 무슨 소리야.. 네가 아빠니까 당연히 닮았지.. 하고 혼이 빠져나가는 듯이 말함 

그래서 선원랑 러러 두살 될때까지 자기 애였던 거 몰라야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한 반나절 멍하게 있었으면 좋겠다 
가오투는 이제 둘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삽질했는지 윤곽이 잡히기 시작할듯




수연 랑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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